Chapter 3
그렇게 마리는 클로얀 지방의 급한 불을 어느 정도 끌 수 있었다.
‘다음은 민심이야. 사람들의 마음을 품어야 해.’
마리는 고민에 잠겼다.
‘왕국민들은 아직 제국을 원망하고 있어. 어떻게 그 마음을 위로해야 할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떤 노력을 해도 괜한 현혹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일단 관저 먼저 옮기자. 왕의 궁을 총독부 관저로 사용하는 것은 클로얀 왕국민이 느끼기에 불쾌할 수도 있으니까.’
결정을 내린 그녀는 곧바로 관저를 왕궁 옆의 행정부 건물로 옮겼다. 대단한 조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왕국민들의 마음을 배려한 조치였고, 왕국민들도 어느 정도 그녀의 배려를 눈치챘다.
“총독부 관저가 이동했다는군.”
“어디로?”
“왕궁 옆의 이전 행정부 건물로 옮겼다는데?”
“그래? 루비 궁에 비하면 지내기가 편하지는 않을 텐데…….”
왕국민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왕성, 정확히는 총독부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옮기니 좋긴 좋군.”
“그러게. 총독부가 루비 궁에 있어서 속으로 보통 불쾌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러면서 사람들은 아리송한 눈빛을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총독부를 옮긴 거지? 총독이 지내기는 루비 궁이 훨씬 좋을 텐데.”
“설마…… 우리를 배려해서?”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이번 총독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이다.
총독부를 옮긴 마리는 다시 고민에 잠겼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무언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일을 해야 해.’
보여주기식은 소용없었다. 단박에 생색내기임을 알아챌 것이다. 실제로 왕국민들을 위하는 일을 해야 했다.
‘쉽지가 않구나.’
마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잠시 서류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제도가 있는 동쪽 방향이었다.
‘폐하는 잘 지내고 계시겠지? 내 생각은 가끔 하고 계실까? 난…… 이렇게 많이 생각나는데.’
바쁜 와중에도 계속해서 그가 생각났다. 푸른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던 모습이 생각났고, 무뚝뚝한 모습으로 배려해 주던 것도 생각났다. 다시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왜 이렇게 보고 싶지. 바보같이.’
갑자기 감정이 치밀어 올라 마리는 급히 눈가를 닦았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백작님. 들어오세요.”
윈터 백작이었다. 마리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늦은 시간인데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무슨 일이신지요? 혹시 특별한 문제라도 있나요?”
윈터 백작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답했다.
“왕성에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면?”
“끼니를 제대로 못 먹는 것 같아, 간단히 먹을 거를 챙겨 왔습니다.”
“네, 네?”
생각지도 못 한 용건에 마리는 당황했다. 저 무뚝뚝한 남자가 자신을 생각해 음식을 챙겨 왔다고?
“괘, 괜찮아요. 신경 써 주시지 않아도…….”
하지만 윈터 백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무실 밖에 놓아둔 트레이를 끌고 왔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갓 구운 빵, 윤기가 흐르는 스테이크, 예쁜 과일 타르트.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해 보이는 음식이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요리잖아.’
마리는 놀라 윈터 백작을 바라보았다. 지금 나온 음식들은 라엘과 둘이 식사할 때 그녀가 좋아해 종종 먹던 요리였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점심도 거의 안 먹었으면서 저녁은 손도 안 댔더군요.”
“아…… 네. 바빠서.”
윈터 백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거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다 몸이라도 상하면 어떻게 하려고. 네 몸은 네 것이 아니라, 내…….”
거기까지 이야기하던 윈터 백작은 흠칫 입을 다물었다. 마리는 끝 부분의 말을 듣지 못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백작님?”
“……어쨌든 바빠도 몸은 챙기십시오.”
“네, 감사해요.”
그는 아직 밤바람이 차다고 하면서 열린 창문도 닫아주고, 심지어 걸치고 있을 담요도 갖다 주었다.
“너무 늦기 전에 주무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나가는 백작의 뒷모습을 보며 마리는 묘한 눈빛을 했다. 백작의 무뚝뚝한 배려가 그녀와 가까운 누군가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혹시?’
마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폐하는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혹시 모른다. 이전에 요하네프 3세도 다른 인물로 분한 적 있지 않은가?
‘정말로 설마?’
오른의 장담처럼 얼마 되지도 않아 마리는 윈터 백작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 * *
그날 밤, 마리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능력을 주는 신비한 꿈이었다.
‘무슨 꿈이지?’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비명이 꿈속에서 터져 나왔다.
「출혈이 심해요! 혈압 떨어져요!」
「거기 거즈로 지혈해 주세요!」
「빨리 교수님 불러와!」
삭막한 느낌의 수술방에 피가 낭자했다. 간호사와 의사는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혈압 더 떨어져요!」
「교수님은? 출혈이 잡히지가 않아!」
「연락했으니, 이제 곧……!」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수술방 문이 거칠게 열리며, 그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인물이 도착했다.
「교수님!」
「상황은요?」
나타난 인물은 피가 낭자한 수술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리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환자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굳세고 강렬했는데, 마리는 여린 겉모습과 다르게 여인이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외과의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장갑 주세요. 바로 수술 시작하겠어요.」
여인, 역사에 획을 그은 명의(名醫), 엘리제 드 클로랜스는 메스를 들었다.
「오픈하겠습니다.」
그렇게 메스가 움직이고, 피가 튀어 올랐다.
“……!”
마리는 눈을 깜빡했다. 늘 그렇지만, 꿈에서 깨니 정신이 멍했다.
‘뭐지? 외과의사? 왜 외과의사의 꿈을?’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의사의 능력을 얻게 된 걸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것 같았다.
‘왜? 외과의사인 거지?’
마리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려고 의사의 꿈을 꾼 걸까? 하지만 곧 그녀는 의사의 꿈을 꾸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침에 참석한 회의에서 린 남작이 급보를 전한 것이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각하.”
“무슨 일이죠?”
마리는 가슴이 철렁해 물었다.
‘혹시?’
역시나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밤사이, 보수 작업 중 사고가 있었습니다. 도개교 일부가 무너져 상당히 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마리의 얼굴이 하얘졌다.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온 거죠?”
“경상은 수도 없고, 중상만 7명에, 한 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사망자가 꽤 생길 듯합니다.”
린 남작은 감흥 없는 말투로 사고에 대한 보고를 마쳤다. 총독의 입장에서 이런 일은 그냥 알고만 있으면 된다. 애석한 일이긴 해도 그렇게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니니까.
“그러면 다른 사안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각하께서 지난번에 말씀하신…….”
하지만 그때, 마리가 말했다.
“부상자들은 어디에서 치료받고 있죠?”
“근처 의원에서 치료받고 있을 겁니다. 한데 무슨 일이십니까?”
“의원에 가 봐야겠어요. 외유를 나가겠습니다.”
“어째서입니까?”
린 남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리는 굳은 얼굴로 답했다.
“부상자들의 상태를 살펴봐야겠어요.”
부상자들이 모인 의원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아악!”
“내 다리! 내 다리!”
“정신 차려! 눈을 떠!”
부상자들이 비명을 질렀고, 의사들은 헐떡이며 치료를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아. 어째서 또 이런 일이?”
누군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그나마 살 만해지나 싶었는데, 또 이런 사고가 생긴 것이다.
“이게 다 제국 놈들 때문이야!”
“맞아! 다 그놈들 때문에 저주가 내린 것이 분명해!”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발생한 사고와 제국은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누구든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제국을 욕하던 이들이 입을 뚝 하고 다물었다. 의원의 문이 열리며 기사들의 호위를 받는 소녀가 들어온 것이었다.
“제국 근위 기사? 그러면 저 소녀는……?”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근위 기사의 호위를 받는 소녀라면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제국의 예비 황후이자, 신임 총독인 힐데른 자작이었다.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왕국민들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러 노력을 하긴 했지만, 반감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부상자들의 상태를 보러 왔어요.”
“어째서입니까?”
딱딱한 표정의 의사가 물었다.
“다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환자들의 상태가 안정된 후 다시 오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도 반감이 깊은 눈치였다. 특히 의사는 마리가 부상자들을 보러 온 것이 보여주기식 쇼라고 생각하고, 더욱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별히 신경 쓰이게 하지는 않을게요. 그저 살피기만 할 테니…….”
“안 됩니다. 외부인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안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마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완강했다.
“저도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
그 순간이었다. 중환자를 모아 놓은 방에서 간병인이 뛰쳐나오더니 다급하게 외쳤다.
“안스 선생님, 큰일이에요! 한스 군과 메릴 양의 상태가 지금!”
“……!”
“곧 사망할 것 같아요! 빨리 와서 봐주세요!”
안스라 불린 의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환자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마리도 다급히 그를 뒤따라갔다.
‘이런! 두 명 다 심정지 직전의 상태야!’
마리는 한눈에 환자들의 상태를 알아보았다. 그건 안스도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보호자들에게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아! 선생님! 제발! 제발 우리 아이들을 살려 주세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은 이제 십 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소년, 소녀였다. 형제였는지, 부모들이 절규하며 안스에게 매달렸다. 안스는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더는 방법이…….”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그 말에 부모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뒤덮이는 순간, 생각지도 못 한 목소리가 그들에게 들렸다.
“아니, 살릴 수 있어요.”
“……!”
모두가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작은 소녀, 마리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각하? 이미 임종 직전의 환자들입니다.”
“아니에요. 상태가 중하기는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일러요. 살릴 수 있어요.”
안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판단하기에 이미 손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만약 조롱하려는 것이면 그만두십시오. 죽음을 앞둔 이들입니다.”
“조롱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마리는 안스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전 이들을 살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
안스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 소녀의 눈빛은 환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타오르는 의사의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뭐지?’
그가 혼란스러워할 때, 마리는 부모들에게 말했다.
“신임 총독으로 부임한 마리 폰 힐데른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부모는 경황 중에도 무릎을 꿇었다. 총독이면 그들 같은 평민보다 까마득하게 높은 귀족이었다. 마리는 몸을 낮춰 그들과 눈을 마주했다.
“전 저 환자들을 살리고 싶어요. 저를 믿고 자식분들을 맡겨 주실 수 없으실까요?”
“……!”
부모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로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처음 보는, 그것도 그들이 증오하는 제국의 총독에게 자식들의 목숨을 맡기라니? 하지만 마리의 간절한 눈동자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리의 마음이 거짓 없는 진심임을.
그때, 안스 의사가 말했다.
“저희가 당신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제가 당신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거면.”
마리는 짧게 답했다.
“나중에 저에게 돌을 던져도 괜찮아요.”
결국, 안스의 부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각하. 부탁합니다.”
그들은 애원하듯 말했다.
“각하를 믿겠으니, 제발! 제발 저희 자식들을 살려 주십시오!”
마리는 고개를 끄덕인 후 환자들에게 다가갔다. 첫 번째는 조금 더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한스였다.
‘맥이 굉장히 빠르고 약해. 전형적인 쇼크 증상이야. 반면에 혈압은 낮으면서도 경정맥이 확대된 것으로 봤을 때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
마리는 꿈에서 꾼 외과의사가 되어 생각했다. 동맥의 맥을 느끼고 결막의 창백도를 확인하는 등 빠른 속도로 진찰한 결과 진단명이 나왔다.
‘이건 심낭 압전이야!’
심낭 압전(Cardiac tamponnade). 외상 환자 중 피가 심장 근처에 차올라 심장을 짓누르는 상태를 뜻한다. 최대한 빨리 처치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구멍이 뚫린 바늘을 주세요.”
“네? 갑자기?”
안스 의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늘을 가져다주었다. 뒤이은 마리의 행동을 본 기겁하여 외쳤다.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것입니까?! 심장에 바늘을 찌르려고 하다니!”
“위험한 것이 아니에요. 심장 근처에 고인 피를 빼내려 하는 것이에요.”
지금 그녀가 하려는 처치는 심장 주위에 찬 피를 빼내는 심낭 천자(Pericardiocentesis). 하지만 가슴에 바늘을 찌르다니! 안스의 입장에서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가 목소리를 높여 반대를 하려는 순간, 낮은 목소리가 안스를 붙잡았다.
“그녀를 믿어라.”
싸늘한 인상의 미남자. 윈터 백작이었다.
“……!”
“난 그녀가 실패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 이름을 걸 테니 그녀를 믿어보도록.”
그 목소리에 담긴 위압감에 안스는 입을 다물었고, 마리는 고맙다는 눈빛을 보낸 후 바로 처치에 들어갔다. 커다란 바늘을 심장을 향해 푸욱 찌른 것이다. 마치 검으로 가슴을 찌르듯 망설임 없는 손길에 모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 저……!”
안스가 경련하듯 손을 떨었다. 그 자리에서 침착한 것은 오로지 마리 한 명뿐.
‘정확한 위치에. 최대한 조심히.’
마리는 바늘을 더욱더 심장 쪽으로 밀어 넣었다. 심낭 천자의 관건은 정밀함에 있었다. 조금이라도 깊으면 심장의 벽이 관통되어 사망할 수 있고, 얕으면 치료 효과가 없다. 극도의 정밀한 손놀림이 필요한 술기였다. 마리는 천천히, 천천히 바늘을 찔러 넣었다. 점점 더 심장을 향해 파고들어 가는 바늘의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들이 아찔해할 때였다.
왈칵!
바늘 사이로 뚫린 구멍을 통해 죽은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성공한 것이다!
“이, 이건? 어떻게 된?”
안스 의사가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다. 마리는 어느새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심장 주위에 차오른 죽은피를 빼 주는 것이에요. 다행히 성공했으니 곧 좋아질 거예요.”
그녀의 말대로 환자의 맥은 금방 호전되기 시작했다. 심장을 짓누르던 피가 사라지니 제대로 펌프질할 수 있게 된 덕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각하!”
죽을 뻔한 아들을 살려 준 마리에게 부모는 허리를 숙이며 연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안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 어떻게? 도대체?”
마리는 이번에는 두 번째 환자 메릴을 바라보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소녀도 살려 내야 해.’
안스가 혼란이 가라앉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배 깊은 곳에서 출혈이 심합니다. 도저히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그 설명을 들은 마리는 가만히 메릴을 진찰하였다. 맥을 짚어 대략적인 혈압을 파악하고, 눈꺼풀 아래를 봐 빈혈 상태를 확인하고, 배를 면밀히 살펴 출혈의 원인을 짐작했다.
“좌측 복부를 다쳐 그쪽에서 피가 난 것 같은데, 이건 도저히…….”
안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에는 그녀를 불신하는 빛은 없었다. 하지만 불신과 신뢰를 떠나, 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그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수술을 준비해 주세요.”
“각하?”
안스는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 오늘 몇 번째 놀라는 것인지 모를 그였다.
“물론 각하께서도 대단한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소녀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하지 않아요.”
마리는 짧게 말했다.
“가능해요. 물론 적은 확률이긴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안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말을 듣자 알 수 없는 뜨거움이 가슴에서 치밀어 올랐다. 그렇다. 가능성만 있다면 일단 최선을 다해봐야 한다. 그게 히포크라테스의 후예인 의사의 의무이니까.
“알겠습니다. 수술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응급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대 앞에 선 마리는 기본적인 형태의 수술칼을 들었다. 마취는 미약을 이용했다. 준비된 도구와 약제는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열악한 환경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오픈하겠습니다.”
수술칼로 복벽을 가르는 순간, 배 안에 차 있던 피가 튀어 올랐다.
“거기, 피를 닦아주세요! 이 부위를 강하게 압박해 주시고 출혈 부위를 지혈해야 하니 시야를 확보해 주세요!”
복강 내 상태를 본 마리가 다급히 외쳤다. 보조를 선 안스는 이를 악물고 그녀의 지시를 따랐다. 그렇게 생과 사가 교차하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안스는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평생을 의학에 정진했고 명의란 소리도 듣는 그였지만, 생각해 보지도 못 한 경지의 실력이었다.
“도대체 각하께서는…….”
마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설명할 말도 없었고, 그것보다 급한 환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두 명 말고도 다른 중환자들에 대한 응급처치를 하고 나니 까마득한 저녁이었다.
“후우.”
마리는 벽에 기대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없이 일하고 났더니 피곤했다. 그런 그녀에게 안스가 머뭇거리며 다가오더니 넙죽 고개를 숙였다.
“각하,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 아니…….”
마리는 갑작스러운 사과에 당황했다.
“처음 각하의 진심을 무시하고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죄는 엄히 다스려 주십시오!”
“괘, 괜찮아요.”
마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처음에 그녀를 무시했던 것은 맞지만 사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괜찮아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으니.”
“아닙니다. 잘못은 잘못. 정당한 벌을 내려 주십시오.”
뭔가 이 의사, 옹고집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마리는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왕국민들에게도 좋고, 그녀에게도 이득인 방법이.
“그러면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무엇입니까?”
“앞으로도 가끔 제가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해주세요.”
“……!”
안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리는 조심히 물었다.
“어려울까요?”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그녀가 보여 준 의술의 경지는 안스를 까마득하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병원에 나와 준다면 안스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리라.
“네, 그러면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마리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정무를 보는 중에 시간을 내서 안스의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마침 안스의 병원은 커먼 성 내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인지라 금방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신임 총독이 의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그래, 계속 일하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와서 진료한다더라고.”
“무슨 생각인 거지?”
“그러게.”
소문을 들은 이들의 반응은 반으로 갈렸다. 의아해하는 이가 반, 보여주기식 선전일 거라고 폄훼하는 이가 반. 어쨌든 그녀가 진짜로 환자들을 위해 나선 것이라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조금씩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직접 치료받은 이들이 소문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힐데른 자작님은 그런 음흉한 분이 아니야. 말 함부로 하지 말게.”
“뭐라고?”
“난 그분 덕분에 살 수 있었어. 그분에 대해 못 믿겠으면 직접 병원에 가 보게. 그분의 진료를 받고 싶어서 대기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니까.”
사람들은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으나 한 명 두 명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모두 그녀에게 직접 치료받거나 그녀가 치료하는 것을 목도한 사람들이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타인을 위하는 모습을 본 그들은 이전처럼 마리를 욕할 수가 없었다.
“힘들지는 않습니까?”
진료 후 관저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윈터 백작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
“힘들어요.”
마리는 진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난 솔직히 각하가 병원 진료까지 보는 것은 반대입니다. 너무 몸에 무리가 가고, 돌발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마리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이렇게 해서 왕국민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 생각해요.”
“…….”
“그리고 비단 민심을 달래는 목적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마리는 처음 능력을 얻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모든 면에서 무능했던 그녀는 능력을 얻길 바랐고, 그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삶을 살고 싶어 했었다. 요즘엔 조금은 당시의 목표를 이루며 사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몸이 부서지도록 피로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그냥…… 좋아요.”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러다가는 몸이 상할 것 같군요. 주방장에게 일러 특대 보양식이라도 만들어 놓으라고 해야겠습니다.”
“아니, 보양식은 어제도 먹었는데요?”
“오늘도 먹으십시오. 내일도 먹고요.”
“사, 살찔 거예요!”
“살쪄도 예쁩니다.”
무뚝뚝한 어투로 쑤욱 찔러 들어오는 그의 말에 마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저 백작과 함께하고 있으면 자꾸만 한 인물이 떠올랐다.
‘왜 이렇게 닮았지? 솔직히 얼굴 빼고는 다 똑같잖아.’
사실 얼굴도 흡사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전체적인 얼굴선 느낌이 그와 빼다 박았다.
‘설마? 정말로?’
마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아, 아니요.”
고개를 저은 그녀는 기회를 봐서 며칠 안에 그의 정체를 확인해 보기로 결심하고 다른 용건을 꺼냈다.
“백작님, 황궁에 연락을 부탁할게요.”
“황궁? 폐하께 드릴 말씀이 있는 것입니까?”
“아니요. 황제 폐하 말고 다른 분께요.”
“그러면 누구에게?”
“바한 경이요.”
“……바한?”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는 곧 바한이 누군지 떠올린 듯했다. 그는 그녀의 의도를 깨달았다.
“황궁 악단의 마에스트로군요. 그는 어째서? 혹시?”
“네, 짐작하신 게 맞아요.”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회를 열 생각이에요.”
“음악회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 볼 생각이군요.”
“네, 맞아요.”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큰 효과는 없을 겁니다. 반발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 봅니다.”
마리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네,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면?”
“한 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가랑비에 젖듯이 사람들을 위해 이것저것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러며 마리는 말했다.
“그리고…… 음악은 듣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니까. 그것만으로도 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해요.”
그녀가 클로얀 왕국으로 돌아올 때 다짐한 것이 있었다. 여러 복잡한 사정은 잊고, 왕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 주력하자. 다른 것은 두 번째 문제다. 그녀는 그 다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 * *
연락을 받은 바한과 황궁 악단은 곧바로 클로얀 지방으로 달려왔다.
“자작님!”
“반가워요, 바한 경.”
둘은 반가운 재회를 하였다.
“와 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불러 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지요. 뜻깊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바한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면 저희가 연주할 곡은 어떤 것입니까? 자작님께서 간만에 음악을 작곡하셨다길래 밤잠을 설치며 달려왔습니다.”
원래는 악장인 바한이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클로얀 왕국민들을 위해 마리가 직접 밤을 새워 가며 곡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바한은 간만에 마리의 수준 높은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린애처럼 흥분한 눈치였다.
그렇게 악단은 연주회를 열기 시작했다. 화려하고 거창한, 대규모의 연주회는 아니었다. 오히려 길거리를 배경으로 한 소박한 거리 연주회였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오가다 음악을 들으며, 한줄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었다.
“뭐지? 제국 황궁 악단?”
“에이, 기분 나빠. 다른 데 가세.”
처음에는 예상대로 왕국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의 부탁대로 악단은 흔들림 없이 연주를 지속했고, 한 명 두 명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단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음색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음악은 아름다운 것이니까.
“…….”
사람들은 광장을 오가며 음악을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듣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지나가며 슬쩍 듣다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음악은 듣는 사람이 누구든 모두의 가슴에 조용히 내려앉았고, 삶에 지친 이들에게 한줄기 휴식을 주었다.
“……좋군. 음악이 이렇게나 좋은 것이었나.”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다른 누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저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 제국의 악단인 것은 못마땅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음악의 훌륭함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아름답고 따뜻한 곡들이었다.
짝. 짝.
어디선가 들리는 박수 소리에 악장 바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처음으로 박수를 쳐 준 것이다. 고개를 돌리니 제법 많은 사람이 연주를 듣고 있었다. 못마땅한 기색의 사람도 많았지만 음악을 들으며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좋구나.’
바한의 얼굴에도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최고의 기쁨이었다.
“바로 다음 악장 갑니다. 아다지오(Adagio)로, 비올라부터.”
* * *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여전히 클로얀 왕국민들의 마음은 완고했지만, 작은 돌이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었다.
“대단합니다, 각하.”
린 남작이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각하께서 제국의 성녀라 불리는지 알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총독들이 클로얀 왕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반감만 불러일으켰을 뿐, 그녀처럼 성공적인 성과를 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에요. 그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마리는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운이 아니지요.”
린 남작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왕국민들을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린 남작, 아니, 서제국의 스토른 드 라키 백작은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진정으로 감탄했다. 이 세상 누가 그녀처럼 할 수 있을까? 그는 웃음 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축하합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 나가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남작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둘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어쨌든 린 남작의 말처럼 모든 일이 굉장히 순조로웠다. 이렇게 잘 진행되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이대로 진행하기만 하면 클로얀 지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적도 무리 없이 달성할 것 같았다. 그래서였다. 마리는 물론 알몬드 자작을 비롯한 호위 인력의 경계가 느슨해진 것은.
“연주회에 참석하려 하십니까?”
“네, 가끔은 제가 가서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 보려고요.”
마리는 깔끔한 연주용 드레스로 옷을 갈아입고 말했다. 생각보다도 연주회의 효과가 좋았다. 음악은 사람들의 딱딱한 마음을 녹여 주는 효과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마리는 근위 기사단의 경호를 받으며 광장으로 향했다. 이미 광장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연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 설치된 단상에 먼저 마에스트로 바한이 올라섰다.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은 조금은 특별한 연주자를 초빙하였습니다. 오늘 연주할 곡의 작곡가이자 최고의 비르투오소인 마리 폰 힐데른 자작님이십니다.”
열화와 같은 박수는 없었다. 모두 단상에 오르는 마리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그래도 처음 커먼 성에 도착했을 때 느껴졌던 적의가 희석된 것이 확실히 느껴졌기에 마리는 만족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피아노 솔리스트로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모두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말한 마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생각지도 못 한 참사가 일어났다.
후웅!
묵직한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갑작스러운 불길함이 그녀의 등줄기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는 순간!
퍼억!
마리의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마리!”
“자작님!”
“꺄악!”
그녀의 주변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마리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시야가 흐릿하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가 않았다. 마리는 손을 들어 머리를 어루만졌다. 간단한 동작인데 손이 덜덜 떨렸다.
‘피?’
홍건한 피가 손에 묻어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피 묻은 돌도 보였다.
‘돌에 맞은 건가?’
그녀는 멍하니 생각했다.
“마리! 마리! 제기랄! 마리!”
윈터 백작이 창백하게 질려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서 제국을 저주하는 외침도 들렸다. 그리고 거기까지. 그녀의 시야가 급속도로 어둠에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