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마리는 도대체 요한의 음모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뭐지?’
그녀는 길게 고민할 수가 없었다. 사자궁의 집무실로 출근하자 생각지도 못 했던 변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전하?”
“아…… 마리.”
언제나 굳건하던 황태자의 얼굴이 창백했다.
“전하, 혹시 몸이 편찮으십니까?”
“몸이 조금 좋지 않군. 감기라도 든 것 같아. 이상하군. 이렇게 따뜻한 날씨에 감기라니.”
그는 거칠게 기침을 하였다. 가볍게 걸린 감기가 아닌 것 같아 마리는 다급히 말했다.
“전하, 정무는 미루고 정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아. 무슨 감기 가지고 쉰단 말인가? 오늘 참석해야 할 회의가…… 큭.”
거기까지 말하고 황태자는 다시 크게 기침을 하였다.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아 마리는 다급히 그의 몸에 손을 가져갔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전하.”
그의 체온을 확인한 마리의 안색이 딱딱해졌다.
‘고열이야! 전신이 뜨거워!’
그것도 보통의 고열이 아니었다. 마리는 지금껏 이렇게 높은 고열을 본 적이 없었다. 손에 닿은 피부가 끓듯이 뜨거웠다.
“안 되겠습니다. 당장 쉬셔야 합니다.”
“괜…… 찮다. 감기 가지고…….”
“안 돼요. 이러다가 큰 병으로 도질 수도 있습니다.”
그녀가 만류했지만, 황태자는 고작 감기로 정무를 쉰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 하는 눈치였다.
“내가 쉬면 그만큼 일 처리가 늦어지고, 그건 제국의 피해로 돌아간다. 그러니 이런 일로 쉬어서는 안 돼.”
억지로 책상에서 서류를 보려는 그를 보며 마리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저 남자는 왜 이렇게 자신을 안 챙긴단 말인가? 저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제발 쉬십시오, 전하. 부탁이옵니다!”
감정이 격해진 탓일까, 마리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갔다.
‘아차.’
마리는 순간 멈칫했다. 뜻하지 않게 황태자에게 언성을 높이는 무례를 저질러 버린 것이다. 황태자는 마리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마리의 무례를 탓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었다.
“지금 날 걱정해 주는 것인가?”
마리는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네.”
“정말로?”
“……네.”
“잘 안 들리는군.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도록. 조금 더 크게. 자세히.”
마리는 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편찮으시니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저 그뿐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그뿐인가?”
마리는 집요하게 묻는 그의 눈길을 피했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마리는 조심히 개미가 기어가는 것보다 작게 말했다.
“전하라서…… 조금 더 걱정하는 것은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였으나 황태자는 알아들은 듯했다. 그는 기쁜 표정으로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그는 아픈 것보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준 게 더 중요한 듯했다.
“……!”
그가 갑자기 강하게 자신을 껴안자 마리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처음 껴안는 것도 아니지만 늘 적응이 되지 않았다. 부끄럽고 민망하면서도, 포근하면서 간질간질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리는 곧 자신을 껴안은 그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는 것을 깨닫고 표정을 굳혔다.
“정말 안 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쉬셔야 합니다.”
“그래, 그대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따라야지.”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것이 황태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황태자는 침실로 가 몸을 눕혔고, 간병은 당연히 전속 시녀인 마리의 몫이었다.
“어의가 처방한 약입니다. 여기 물과 함께 드십시오.”
“고맙다.”
황태자는 창백한 얼굴로 약을 먹었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상태가 나빠 보여 마리는 걱정이 들었다.
‘단순한 감기가 맞는 걸까? 이렇게 아파하시는데…….’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황태자는 그런 그녀의 걱정도 모르고 옅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아프니 하나 좋은 것이 있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대가 이렇게 걱정해 주니 말이야. 백번이라도 더 아파도 될 것 같아.”
마리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전하의 옥체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합니다.”
“단순히 내가 황태자라서 걱정하는 건가?”
“그건…….”
마리는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 입으로 그걸 꺼내긴 민망했다.
“대답해 봐라.”
그녀가 입을 다물고 있자 황태자는 대답을 재촉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게 그렇게 기쁜지 몇 번이고 그녀의 걱정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 그만 물어주십시오.”
“난 듣고 싶은데?”
“저, 전하!”
마리는 민망한 얼굴로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행정부에서 관리가 찾아왔다.
“재상께서 오후에 있을 정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거라 아뢰러 왔습니다.”
“그래?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나도 회의를 미루려고 했는데. 그런데 오른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관리는 별것 아니란 듯 고개를 저었다.
“재상께서 감기에 걸리셨습니다. 열이 심하게 나서 자택에서 정양 중입니다.”
재상도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에 마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감기라고? 황태자 전하와 재상께서 둘 다? 그냥 우연인가?’
황태자도 공교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감기가 돌 계절도 아닌데. 신기하군. 어쨌든 알겠다. 몸조리 잘하라 이르도록.”
“네, 알겠습니다.”
관리는 예를 표하고 물러갔다. 황태자는 마리를 돌아보았다.
“황궁에 감기가 도나 보는군. 그대도 조심하도록.”
그는 그 이상으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는 달랐다. 바로 어제, 요하네프 3세와 했던 대화 때문이었다.
“곧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큰 재앙이 제국 수도에 올 것입니다.”
‘설마 요하네프 3세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두 명이 감기에 걸린 것으로 요하네프 3세의 음모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마리는 자꾸만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명확한 근거는 없었지만, 그녀의 감이 자꾸만 경고하고 있었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확인해 봐야 한다고.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한 가지만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무엇을?”
마리는 짧게 답했다.
“궁 내에 추가적인 감기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 * *
마리는 조사를 시작했다. 황태자의 전속 시녀이자 보좌관으로 상당한 권한을 지니고 있기에 빠르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온 조사 결과에 마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황태자와 재상뿐이 아니야! 환자가 더 있어!’
황궁 내 새롭게 생긴 감기 환자는 총 12명이었다. 모두 어제, 오늘 사이에 생긴 환자였다.
‘그냥 감기가 유행하는 것인가? 아니면 설마 이게 요하네프 3세가 말한 새로운 재앙?’
마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황궁 내 발생한 환자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더 확인을 해봐야겠어.’
마리는 수도 전체에 비슷한 증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지 조사토록 하였다. 그러는 사이, 하루가 지나고 황궁 내 환자는 12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났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을 때, 사달이 났다. 황궁에서 발생한 환자 중 몇 명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한 것이다.
“……!”
직접 그 충혈된 눈동자를 확인한 마리의 안색이 하얘졌다. 마치 피가 나듯 눈동자가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단순한 감기가 아니야! 감기로 이렇게 눈동자가 충혈될 리가 없어.’
마리의 머릿속에 한 가지 유력한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건 전염병이야! 설마 요하네프 3세가 말한 재앙이 바로 이 전염병?’
마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이런 악독한 음모를 꾸밀 수 있지?’
수많은 사람이 사는 도시에 전염병을 퍼뜨리다니. 요하네프 3세가 꾸민 음모의 끔찍함과 두려움에 마리의 손끝이 희미하게 떨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문제는 이게 요하네프 3세로 인한 전염병이 맞는다고 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 전염병은 하늘이 내리는 천벌에 가까웠다. 그저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 대응할 방법이나 해결책은 거의 없었다.
‘아니야.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야. 요하네프 3세도 본인의 입으로 해결책이 있다고 했었어. 그걸 찾아야 해.’
아직 희생자가 나오기 전이니, 마리는 늦기 전에 해결책을 찾아내리라 다짐했다.
* * *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창궐에 황궁이 난리가 났다. 황태자는 당장 병석을 박차고 일어났다. 그의 병세도 상당히 심각했지만, 이런 긴급 상황에서 누워 있을 수 없었다.
“그래, 상황이 어떻다고?”
“현재 황궁 내 환자는 78명입니다. 수도 전체로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약 300명 내외로 보입니다.”
“사망자는?”
“아직 없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황태자는 고열로 힘든지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무슨 전염병인지는 확인되었나?”
“그건 아직…… 어의도 처음 보는 종류의 전염병이라고 합니다.”
“혹시 흑사병은 아니겠지?”
그 물음에 재상 오른의 안색이 하얘졌다.
“그건 아닐 겁니다. 흑사병과는 증상이 전혀 다르니까요.”
“하아, 어쨌든 아직까지는 피해가 크지 않아서 다행이군.”
황태자는 필요한 조처를 지시했다.
“당분간 사람들에게 외출을 삼가라 전하도록. 많은 사람이 모이는 집회는 전부 취소시켜라. 병에 걸린 사람들은 적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격리 조치를 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황태자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꼼꼼하게 명령했다.
“더 확산되지 말아야 할 텐데, 큰일이군.”
황태자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리도 그렇게 되길 바랐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정말로 요하네프 3세의 음모가 맞는다면, 가벼운 전염병이 아닐 것이다.
‘그때 만났을 때 어떻게든 정보를 얻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어. 강제로 사로잡아서라도 해결책을 알아내야 하는 거였는데.’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서제국으로 급하게 도주했는지 그는 종적을 감춘 뒤였다.
그러는 사이 황궁은 물론, 수도 전체에서도 감염자는 계속해서 늘어 갔다. 300명, 500명, 700명…… 이윽고 환자가 1,000명을 넘기고 2,000명에 가까워졌을 때, 수도 백성들이 폭발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에 질려 공황 상태에 빠진 것이다.
“계속 수도에 있다가는 우리도 전염병에 걸릴 거야!”
“저주받은 것이 분명해. 빨리 이 수도를 벗어나야 해!”
언제나 그렇지만,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사회를 순식간에 마비시킨다. 실제로 사망에 이른 환자는 많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병에 걸려 죽을 것처럼 공포에 떨었다.
“큰일이군.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네, 전하.”
황태자와 재상은 고열로 파리한 안색을 한 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나마 오른은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지 안색이 조금 나았지만, 황태자의 얼굴은 점점 더 나빠졌다.
“할 수 있는 조처는 다 하고 있겠지?”
“네, 그렇습니다.”
“사망자의 수는?”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중이라 사망자가 늘 것으로 보입니다.”
“큰일이군.”
황태자는 깊게 탄식했다.
“수도를 폐쇄할 수도 없고.”
그 말에 마리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더 늦으면 사람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거야.’
“저는 왕녀가 너무 늦지 않게 저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마리는 요하네프 3세의 말이 떠올라 입술을 깨물었다. 얼마 전 만남에서 그는 그녀가 자신의 여인이 되면, 재앙에 대한 해결책을 알려 준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며 늦게 결정할수록 사람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니 너무 시간을 끌지 말라며 경고했었다.
‘내가 그의 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그의 품에 안긴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희생하면 수도는 환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싫어.’
아무리 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도, 그녀도 사람인지라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마리는 병에 시달리면서도 제국민을 위해 고뇌하는 황태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결정을 미루면 미룰수록 황태자와 사람들의 고통은 커질 것이다. 아무리 늦어도 오늘, 내일 중에는 결정해야 했다.
마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대성당의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몰려와 전염병에 대해 기도하고 있었다.
‘주님. 제발. 제발…… 방법을 알려 주세요.’
* * *
그날 밤, 마리는 쉽게 잠이 들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녀는 숙소의 침대에 누워 고뇌에 빠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그녀는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눈을 크게 떴다. 마치 현실처럼 선명한 시야, 또렷한 감각. 꿈을 꾸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 능력을 주는 신비한 꿈이었다.
「사망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선생님!」
「벌써 런던 시내의 감염자가 1,000명을 돌파했어요.」
꿈속의 배경은 병원이었다. 수많은 환자가 병실에 누워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한 의사가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라면 1차 대유행 때의 악몽을 되풀이할 뿐이야.」
「정부에서 전염병의 원인인 독기를 제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전염병도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한 의료진의 말에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전염병의 원인은 독기가 아니야. 1차 대유행 때도 독기를 다스렸지만,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뿐이었어. 이 전염병을 유발한 진짜 이유를 찾아내야 해.」
그러며 의사는 말했다.
「지도를 가져오게.」
「지도요?」
의료진의 물음에 의사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사를 통해 이 전염병을 유발한 진정한 원인을 찾아내야겠어.」
의사, 훗날 콜레라의 퇴치자이자 ‘역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되는 ‘존 스노 박사’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
거기까지 꿈을 꾼 마리는 번뜩 눈을 떴다.
‘이번 전염병과 연관된 꿈이 분명해!’
그녀의 얼굴이 흥분으로 상기되었다.
‘무슨 능력을 얻게 된 거지?’
마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 능력을 얻은 것 같지는 않다. 얻게 된 능력은 바로 ‘역학자(Epidemiologist)’의 능력! 바로 전염병 전문 조사가의 능력이었다.
‘이 능력이면 수도에 퍼지는 전염병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몰라!’
마리는 다급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직 이른 새벽이었지만 누워 있을 여유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역학자로서 전염병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
‘바로 시작하자.’
그녀가 향한 곳은 행정부였다. 전염병 관련해 조사한 자료가 모두 행정부에 있었다. 이른 새벽 난데없는 마리의 방문에 행정부 직원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온 힐데른?”
“제가 이야기한 자료를 준비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요.”
마리는 급히 필요한 자료를 설명했다. 행정부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군말 없이 자료를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해요.”
촤악!
커다란 테이블에 지도를 펼친 그녀는 자료를 대조하며 전염병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전염병 지도를 작성할 거예요. 이러면 전염병의 공통점과 특성을 알 수 있어요.”
행정부 직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마리다. 분명 무슨 뜻이 있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마리는 그대로 꿈쩍도 하지 않고 자료를 지도와 대조해 가며 분석해 나갔다.
‘귀족들의 거주지에 주로 발생했고, 그곳의 공통점은…….’
그렇게 밤이 지나고, 새벽이 지나고, 아침 해가 떠오른 지 한참이나 지난 후, 그녀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이거야! 이게 전염병의 원인이야!’
마리는 역학자로서 판단했다. 그녀는 자신이 추측한 원인이 거의 맞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제 이 원인만 해결하면 추가적인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마리는 당장 사자궁으로 향했다. 그녀의 판단을 확인하려면 황태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자궁에 도착한 그녀는 의외의 난관에 봉착했다.
“전하께서 침소에 드셨다고요?”
“그래, 어제 밤새 대책을 논하다가 방금 침소에 드셨다.”
오른이 말했다.
마리는 황태자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비상시국에 이렇게 침소에 들 황태자가 아니었는데,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 같았다.
‘어젯밤에도 안색이 굉장히 안 좋으셨었지. 괜찮아지셔야 할 텐데.’
“그런데 전하께는 무슨 용무인 거지? 급한 일이면 나한테 이야기하도록.”
마리는 주저했다. 그녀도 오른이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함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머뭇거릴 사안이 아니었다.
“상수도를 조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상수도?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지?”
오른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 전염병의 원인이 도시에 공급되는 상수도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다. 마리가 역학 지도로 판단한 바에 따르면 이번 전염병의 원인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전염병은 대부분 황궁과 귀족의 거주지에서 발생했어. 그 지역들은 모두 같은 상수원을 사용하고 있어. 상수원이나 수로, 둘 중 하나가 감염원에 의해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오른은 그녀의 의견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전염병의 원인이 물이란 것은 이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물이 오염되었다고? 그럴 리가 있나? 전염병은 나쁜 공기, 즉 독기에 의해 퍼진다. 똑똑한 네가 모를 리는 없을 텐데?”
오른이 이야기한 내용은 독기설로 먼 훗날 19세기까지 유럽을 지배하는 전염병 이론이었다. 당시 유럽 사람들은 모든 전염병은 독기에 의해 옮겨진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 전염병은 아니야. 공기로 전염되는 질병과 전파되는 형태가 전혀 달라!’
마리는 오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이 질병은 다른 전염병과 다르게 나쁜 공기에 의해 퍼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근거로 질병의 분포 형태가 수도 전체로 퍼지지 않고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그 범위가 특정 상수도의 공급 범위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렇게 설명한 마리는 조마조마하게 생각했다.
‘내 설명을 받아들일까?’
오른의 자신에 대한 반감은 둘째 치고, 물로 전염병이 옮긴다는 것은 혁명에 가까운 발상이었다. 따라서 과연 그가 받아들일지 걱정이 들었다.
“물이라고?”
오른 공작은 그녀의 설명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오른도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마리의 설명이 나름의 논리가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매섭게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건 조사를 해보면…….”
“네가 말한 상수원과 상수도의 문제를 확인하려면 한두 명의 인원으로 될 것이 아니야. 너도 이 수도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가 얼마나 긴지는 알고 있겠지?”
마리는 입을 다물었다. 틀린 지적이 아니었다. 수도에 공급되는 수로의 길이는 거의 30㎞에 육박했다.
“필요한 조처를 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부족한데, 확실하지도 않은 추측에 많은 인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 네 추측이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만약 틀렸다면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헛되게 보내게 되는 것이니까.”
오른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닌지라 마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하지? 나한테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설명할 수도 없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정면으로 부닥치기로 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번 한 번만 저를 믿어주세요.”
그녀는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
이마가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깊이 고개를 숙이자 오른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리는 그 자세 그대로 간절한 목소리로 청했다.
“각하의 말씀도 물론 옳습니다. 하지만 전염병이 전혀 조절되지 않는 지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조사를 해봤는데 제 추측이 틀렸다면, 그 책임은 제가 모두 지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오른은 진중한 눈으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책임을 지겠다고? 넌 그 말의 무게를 모르는 것인가?”
“알고 있습니다.”
“알아?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 책임을 지려면 네 목숨으로도 모자라. 그걸 알고 하는 이야기인가?”
마리는 굳은 표정으로 오른을 바라보았다. 오른은 지금 빈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 그는 이번 일을 빌미로 정말로 그녀의 목을 치려고 할지도 몰랐다.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로 인해 사태가 악화한다면 책임을 지겠습니다.”
하지만 마리는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
그녀의 답에 오른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의 눈동자가 복잡한 빛을 띠었다.
‘마리, 넌 도대체?’
솔직히 말해 오른은 마리의 정체가 실제로 모리나 왕녀이든 아니든 그녀를 제거하고 싶었다. 바로 황태자 때문이었다.
‘전하께서는 그녀의 정체가 어떻든 그녀를 자신의 비로 맞을 생각을 굳힌 상태인 게 분명해. 그건 안 돼. 절대로.’
곧 현황인 토른 2세가 붕어한다. 그러면 황태자는 진정한 제국의 주인이 된다. 정체를 확신할 수도 없는 그녀를 전하의 비가 되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 명민한 그녀가 모르지 않을 텐데, 이런 위험한 부탁을 한다고? 왜?’
오른은 혼란스럽게 생각했다. 이번 일은 마리에게 불리하기만 한 부탁이다. 일을 이루어도 그녀 자신이 얻을 이득은 없고, 실패 시 감수해야 할 책임은 굉장히 크다.
“어째서 그렇게 남을 위해 나서는 것이지?”
마리는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소중히 대해 주는 황태자가 고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물론 내가 능력이 없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손이 안 닿는 일까지 나서려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을 도와주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손이 닿는다면, 능력이 되는 선에서는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내게 능력이 내려진 것도 나 자신을 위해 쓰라고 내려진 게 아닐 테니까.’
한편, 그녀가 입을 다물고 있자 오른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복잡한 감정이 섞인 한숨이었다.
“어쨌든 안 된다.”
“각하?!”
“정말로 인력이 없어. 필수적인 조처를 하는 것만으로도 인력이 모자랄 정도다.”
마리는 다급해졌다. 이 전염병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수로를 조사해야 한다. 다른 조처는 다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오른이 뜻밖의 말을 하였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쓸 인력이 있다는 말이다.”
마리는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얼떨떨한 얼굴을 하였다. 오른은 잔뜩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소비엔 공작가의 식솔을 모조리 동원하면 200명이 넘는 숫자이니, 그 정도면 수로를 조사하는 데 충분할 것이다.”
“……!”
마리는 놀라 오른을 바라보았다.
“각하? 어째서?”
오른은 그녀를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런데 가문의 힘을 동원해서까지 도움을 주겠다니? 믿을 수 없었다. 오른은 인상을 찌푸렸다.
“네 말이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부족한 인력을 불확실한 추측에 뺄 수도 없으니, 개인적으로 도움을 줄 수밖에. 어쨌든 난 너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공적인 일을 그르칠 얼간이는 아니야.”
그 말에 마리는 크게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다.”
오른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
“만약 네 추측이 틀렸다면, 그때는 넌 내가 하는 말을 한 가지 따라야 한다.”
마리의 표정이 굳었다. 그가 그녀에게 평범한 것을 시킬 리가 없었다. 오른은 차가운 음색으로 말했다.
“내가 어떤 것을 시키든, 넌 그대로 따르겠다고 이 순간 맹세하거라. 만약 황태자 전하가 반대하더라도 말이야. 이게 바로 내가 내거는 조건이다.”
* * *
마리는 오른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어떤 걸 시키려는 거지?’
마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분명 그녀에게 지극히 곤란한 내용이리라.
‘정체를 다시 물으려는 걸까? 아니면 황태자 전하를 떠나라고?’
마리는 생각을 돌렸다.
‘됐어. 지금은 일단 전염병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자.’
마리는 오른이 지원해 준 인원들과 함께 수로를 조사하러 떠났다. 황태자에게는 따로 고하지 못했다. 고열 탓인지 그가 좀처럼 깨어나질 못 했기 때문이다. 창백한 얼굴로 고열에 시달리는 그의 모습에 마리는 가슴이 시큰했다.
‘빨리 좋아지셔야 할 텐데.’
그녀는 갑자기 더럭 걱정이 들었다.
‘혹시 더 상태가 악화하지는 않으시겠지? 만약 더 나빠지시기라도 하면?’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뻗어 그녀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원래 강인하셨으니 곧 회복하실 거야.’
애써 그렇게 생각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괜찮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걱정이 들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제국 최고의 명의인 어의께서 계속 옆에 붙어 있으니까 수로를 조사하고 돌아오면 건강하게 나아 있으실지도 몰라.”
믿는다기보다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중얼거리며 그녀는 말을 몰았다.
“온 힐데른. 어느 방향으로 가시겠습니까?”
소비엔 공작가의 기사가 물었다. 오른은 정말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어 수도 근처에 머무는 소비엔 공작가의 식솔들이 모두 그녀를 따랐다.
“키로인산의 심정(深井)을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상수원을 확인해 보려는 것이군요.”
“네.”
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심정을 조사한 그녀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깨끗해. 아무런 문제도 없어.’
상수원답게 심정은 맑고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전염병의 유발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심정이 아니라면 수로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해.’
그렇게 생각한 마리는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수로를 어느 세월에 다 조사하지?’
수로는 길이만 30㎞였다. 그걸 다 조사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했다. 최소 1주일 이상은 걸릴 것이다.
‘그럼 너무 늦어! 그사이 감염자가 수도 없이 늘어날 거야. 최대한 빨리 조사를 끝내야 해.’
마리는 고민에 빠졌다. 무턱대고 조사했다가는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 될 수 있었다. 최대한 합리적이고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했다.
‘수로의 분포 특성을 봐서 불필요한 부분은 제외하고, 문제가 생겼을 법한 부분을 위주로 조사하자.’
마리는 수로가 표기된 지도를 보며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조사할 부분을 지시했다. 곧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수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제발. 빨리.’
마리는 초조함에 두 손을 맞잡았다. 그녀는 자꾸 침상에 누워 있던 황태자가 마음에 걸렸다. 빨리 조사를 끝내고 황궁으로 돌아가, 그가 건강하게 일어나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조사를 끝낸 사람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좋지 않았다.
“이상이 없다고요?”
“네, 예작님이 말씀하신 부분을 전부 조사해 보았지만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마리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이 없다고? 그러면 수로 전체를 다 조사해야 하는 건가?’
“혹시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확인 부탁할게요. 저도 직접 확인해 볼게요.”
하지만 조사를 거듭해도 이상한 점은 없었다. 마리는 눈앞이 컴컴해졌다.
‘어떻게 하지? 무턱대고 수로 전체를 조사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마리는 입술을 깨물며 고뇌에 잠겼다. 막막한 마음으로 30㎞ 전 구간을 조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의 눈에 이상한 점이 들어왔다.
‘어?’
마리는 행정부 관리에게 물었다.
“이곳 수로는 어떤 원리로 수도에 물이 공급되는 거죠?”
“그거야 낙차에 의한 것 아닙니까? 상수원이 수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그 낙차의 힘으로 물이 흐르는 것이지요.”
관리는 당연한 상식을 왜 묻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100m당 낙차가 1㎝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천 년도 훨씬 이전에 살았던 고대 로마인들의 기술력이 대단하긴 하지요. 그런데 그건 왜 묻는 것인지요?”
물론 마리도 몰라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지적했다.
“그런데 왜 여기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거죠?”
“네?”
“이 부분의 물의 흐름이 앞의 부분보다 원활하지가 않아요.”
관리는 눈을 크게 떴다. 마리의 말대로였다. 눈여겨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정말로 물의 흐름이 원활치 않았다. 마리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낙차에 문제가 생긴 거야!’
잘 관리되던 수도교에 이유 없이 문제가 생길 리는 없다. 그녀는 해결의 열쇠를 찾았음을 직감했다.
마리는 물의 흐름이 원활치 않은 부위와 다시 원활해지는 접점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물이 흐르는 수로 밑의 어느 부분이 살짝 위로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마치 무언가를 안에 숨겨 둔 것처럼. 뒤따라온 관리가 밑을 확인해 보았고, 모두가 경악했다.
“이, 이럴 수가?”
“어째서 수로 밑에 이런 시체들이?”
수로 밑에 수없이 많은 썩은 쥐의 시체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병에 시달리다 죽은 쥐들인지 정체 모를 반점들이 시체에 가득했다.
‘이게 전염병의 원인이었어.’
그녀는 창백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이 병에 걸린 쥐들의 시체가 이번 전염병의 원인이 분명했다. 쥐들의 몸에서 나온 균을 사람들이 먹고 병에 걸린 것이다.
‘이젠 전염병을 해결할 수 있어.’
마리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원인을 알아냈으니 해결은 쉬웠다. 이 쥐들의 시체를 없애고, 수로에서 공급된 물을 당분간 피하면 전염병은 사그라질 것이다. 그렇게 마리는 수도를 공포로 몰아가던 전염병의 원인을 파악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