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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외전. 사랑으로 채운 삶 (完) (112/112)

#112화. 외전. 사랑으로 채운 삶 (完)2021.11.27.

  성준이 재수술을 받으러 미국으로 떠나기 전 주말이다. 그날은 강호와 소란의 집에서 다들 모이기로 했다.

“재혼 축하해!”

찬규가 장난스럽게 외치며 들어왔다. 결혼에, 이혼에, 재혼까지. 반년도 안 되는 시간 참으로 버라이어티한 일을 겪은 부부의 새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백강호 이런 거 싫어하지 않나.”

물론 제일 가까운 사람들만 부르긴 했지만, 재혼까지 기념하는 건 분명 강호가 원하지 않았을 거라 추측하며 하는 말이다. 찬규의 말에 소란이 웃으며 대꾸했다.

“이거 제가 좀 그렇다고 했는데, 강호 씨가 밀어붙인 거예요. 꼭 사람들 초대해야 한다고.”

“뭐어어?”

제가 알던 친구가 아닌 듯한 기분에 찬규는 소름이 돋았다.

“언제는 무슨 일 있으면 자주 좀 초대하라며.”

집들이, 집들이, 노래를 부르던 찬규 아니던가. 강호의 대꾸에 찬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잘못했어, 초대하지 마. 와아,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가 있냐. 사랑의 힘이 난 좀 무서워지려고 해.”

태석까지 합세했다.

“파티 마니아인 나도 이 정도까진 안 할 것 같다.”

“다들 싫으면 가.”

놀리고 싶었는지 계속 깐죽대는 찬규와 태석을 보며, 강호가 쫓아낼 기세로 말하자 다들 웃으며 아니야, 하고 흩어졌다. 따뜻해진 봄. 날씨 요정님까지 도와주신 덕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떠다녔다. 정원 잔디밭에 놓인 긴 테이블에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다. 소란과 강호 커플, 태석과 서윤 커플, 성준과 나린 커플, 찬규와 연희 커플이 즐거운 얼굴로 모여 그야말로 완벽한 날이다.

“오늘 너 너무 예쁘다.”

연희가 소란에게 감탄하며 칭찬했다.

“결혼식 때보다 더 예쁜 거 같아.”

그때보다도 화장도 연하고 드레스도 원피스에 가까울 정도로 훨씬 차분한 느낌이지만 예쁜 정원에 참 잘 어울리는 주인공의 느낌이다.

“고마워.”

“새 반지도 진짜 예쁘고.”

소란은 연이은 칭찬에 방싯방싯 웃었다. 부러운 나머지 연희가 찬규에게 외쳤다.

“오빠, 우리도 재혼할까? 나도 드레스 입고 싶어.”

“아이고, 서후 어머님, 고정하시고요.”

대답하면서도 찬규는 아무래도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연희가 원하는 건 다 해주는 남편이니까.

“서후 어디 갔지?”

그러다 잔디에서 아장아장 걷던 서후가 돌연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찬규와 연희가 화들짝 놀라 둘러보았다.

“서후 여기.”

무거운 몸으로 한쪽에 앉아 있던 나린이 손을 흔들었다. 서후는 어느새 나린에게까지 걸어가 그녀의 다리를 붙든 채 부른 배에 손을 뻗고 있다.

“얘는 열무야. 두 달 반 있으면 나올 거야.”

나린이 차분히 말해주었다.

“열무가 태어나면 서후 네가 형이니까 같이 재밌게 잘 놀아. 알겠지?”

말뜻은 몰라도 묻는 말투의 뉘앙스는 아는지, 서후가 아앙, 하며 배시시 웃었다. 순간 나린은 심장이 따끔했다. 하아, 뭐야, 너무 귀여워.

“우리 열무도 귀엽겠죠?”

“서후도 귀엽지만 우리 눈엔 우리 열무가 제일 귀엽겠죠.”

예비 고슴도치 아빠 성준이 맑게 웃으며 서후를 안아 올렸다. 아기를 안는 자세가 제법 안정적이다. 성준과 나린을 바라보며 연희가 감탄했다.

“나린 언니 아기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우리 서후 보고도 맨날 어색해하기만 하고. 근데 이제 완전 자연스럽잖아.”

“원래 사람 성격 잘 안 바뀌는 거 아니야? 계나린, 우리 서후 보면서 웃는 것 좀 봐. 난 사랑의 힘이 진짜로 무서워지려고 해.”

물론 끼어들어 알차게 태클을 거는 찬규가 있지만.

“쟤들 신경 쓰지 마. 원래 저러고 놀아.”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서윤의 잔에 주스를 따라주며 태석이 웃었다. 그는 지금 서윤과 함께 온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제 생일파티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태석은 이후로 무분별한 모임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깊게 친한 사이 위주로 더욱 공을 들이게 됐고, 유일무이한 여자친구 서윤에게 정성을 쏟는 중이다. 앞으로 이 모임에 서윤과 함께 참석한다, 그건 태석에게 더없이 기쁜 일이기도 했다.

“형, 회복은 잘되어가고?”

“많이 나았어.”

“형수님 정말 큰일 나실 뻔했어요.”

찬규의 말에 서윤 역시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태석이 이만한 게 다행이다. 혼자서만 보내는 시간에서 벗어나, 태석과 함께 있는 시간, 나아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이제는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다. 좋은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서윤의 마음도 따뜻하게 차오르는 기분이다.

“박후길은 지금 거의 반 미쳐 있는 상태예요.”

서윤은 강호에게 박 여사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가족한테 완전히 버림받았지, 재산 다 잃었지, 평생 감옥에서 썩게 생겼지, 멘탈이 멀쩡한 게 이상할 정도죠. 하필 막판에 건물까지 무리해서 계약하는 바람에, 그거 처리하느라 남은 재산이 거의 다 깨진 모양이에요. 그 아들도 제게 돌아오는 게 없으니 엄마한테 학을 떼고…….”

말을 이어가던 서윤이 순간 고개를 갸웃하며 강호를 보았다. 얘기를 듣는 그의 표정이 어딘가 미묘하게 의미심장했기 때문이다. 잠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 서윤이 아, 하고 말을 이었다.

“설마, 그 건물도 백강호 씨가 작업 친 거예요?”

강호는 그것까진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 엷게 웃을 뿐이다. 소란이 깜짝 놀라 입을 뗐다.

“이상하다 했어. 그 아줌마한테 우 여사님인지, 그분이 이거 놓치기 아깝다고 계속 부추겼다고 했는데. 정작 그 정도 매물은 아니었다길래 왜 그랬나 했거든요. 진짜 그것까지 강호 씨 계획이었어요?”

소란까지 대놓고 묻자 강호가 간단하게 대답해주었다.

“부추긴 쪽이 문제는 아니지. 제대로 판단 못 하고 욕심부리다가 스스로 무덤을 판 사람 잘못인데. 그 건물, 안 샀으면 그만이었어.”

이에 찬규가 입을 떡 벌리고 덧붙였다.

“난 정말 쟤가 무서워.”

“인정. 죽을 때까지 백강호랑 적이 되진 말자.”

태석 역시 재빨리 수긍했다. 서윤이 박 여사에 대해선 동정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차갑게 마저 설명했다.

“결국 재산 때문에 아끼던 아들까지 잃게 된 셈이에요. 가족이 다들 등 돌리고, 지금 박후길 그 여자는 다른 것보다도 그게 가장 큰 충격일 거예요. 벌은 아마도 살아 있는 내내 받게 되겠죠. 혼자 남겨진 걸 실감하면서.”

욕심 많던 그 여자는 손에 하나도 남은 것 없이 모두 탈탈 털리고 말았다.

“딸이 좀 안됐다. 자기 엄마 휴대전화에서 옮긴 증거도 다 직접 경찰에 넘겼다며.”

연희가 안타까운 음성으로 말했고, 소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혜는 곧 외국으로 간대. 원래 논문이 남아 있는데 그거 안 하고, 이민 간다더라고.”

“이민?”

“연락 한번 왔었어.”

어느 밤, 진혜로부터 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가 지금껏 악착같이 모아왔던 돈으로 이민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정착하여 한국에는 다시 오지 않을 예정이라고. 그 돈의 일부도 절대 엄마에게는 흘러가지 않게 할 생각이라 했다. 자리를 잡은 후에 아버지가 원하시면 제가 있는 곳으로 오시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진상까지는 챙길 여력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고 했다. 엄마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진혜는 이제야 그 덕을 본다고 자조했다. 반면 엄마에게 매달려 유유자적 노닥거렸던 진상의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일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세상의 이치였다.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그 씩씩한 아가씨는, 덧붙여 정말 미안하다고도 했다. 제 엄마 때문에 너무 큰 고통을 겪게 해서 너무도 죄송하다고. 정작 죄를 지은 이는 뻔뻔한데, 그 딸이 대신해서 사죄했다. 진혜는 이것으로 엄마에게 딸로서 남은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끔찍했던 천륜을 끊어내고 정말 자유로워질 거라고. 아픔은 오래 남겠지만, 단단하게 앞일을 도모하는 진혜에게 고마웠다. 소란은 답을 보내 그녀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부디 진혜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며. 그토록 가까운 가족들마저 고통을 겪게 한 박 여사야말로 어떤 벌을 받아도 시원치 않은 이였다. 백 회장은 몇 번이나 그녀를 혼자 창고에 가두고 불을 질러야 한다고 역정을 내셨다. 분명 침착하고 점잖은 어르신이었는데 어느새 다혈질이 되셨는지 모를 일이다.

“자, 우리 그럼 백강호와 우소란의 재혼을 축하하며 건배하죠.”

찬규가 활짝 웃으며 잔을 들고 일어섰다.

“가짜 결혼, 가짜 이혼에 이어, 이번에는 진짜! 재혼! 맞는 거지?”

그의 물음에 강호와 소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건배 전에 주인공들 한마디씩 해.”

강호가 옅은 미소를 띤 채 함께해준 이들에게 간단하게 인사했다.

“잘 살겠습니다.”

소란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별렀다는 듯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전했다.

“우선 저희, 시끄럽게 결혼했다 헤어졌다 다시 결혼하는 자리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나린 언니, 남은 기간 태교 잘해서 우리 열무 건강하게 잘 만나길 바라고, 우리 성준 오빠 수술 잘 받고 더 건강해져서 잘 돌아오고, 찬규 오빠랑 연희, 서후, 지금처럼 알콩달콩 행복하고, 태석 선배님, 서윤 선배님, 두 분 너무 잘 어울리고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다들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고…….”

“잘라, 잘라.”

연희가 손날을 세워 목에 대고 컷, 컷, 시늉했다.

“네, 그럼 우리 건배해요.”

소란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녀가 마냥 사랑스러운 강호는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잔을 부딪쳤다.

“축하해!”

“잘 살아! 축하해!”

밝은 음성들이 흩어지던 그때.

“……우웁.”

잔에 든 주스를 마시려던 소란이 헛구역질하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다시 소란이 우웁, 하며 현관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모든 이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맞지? 우리 생각하는 그거 맞지? 얼떨떨하게 눈을 맞추는 가운데 잠시 멍하게 서 있던 강호가 재빨리 그녀를 쫓아갔다. 현관을 열고 뛰어든 강호는 가장 가까운 욕실로 향했다. 더 이상 올라오는 게 없는지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는 소란이 보였다.

“괜찮아?”

“아, 괜찮아요.”

“계산해봐.”

“네?”

대뜸 이어진 말에 소란이 눈을 깜빡였다.

“날짜 계산, 어서 해보라고. 언제야. 아니, 나한테 얘기해, 내가 계산할게.”

강호의 말이 이렇게 빨랐나. 그는 다급한 얼굴이다.

“아니다.”

잠깐, 하더니 그가 침실로 뛰어갔다. 소란은 그런 강호가 신기할 정도라 흥미로운 얼굴로 따라갔다. 강호는 드레스룸 서랍장의 한 서랍을 열더니 납작한 박스를 여러 개 꺼내 건넸다.

“테스트. 지금 해볼 수 있어?”

임신테스트기가 회사 종류별로 다 있다.

“아니, 이런 건 언제…….”

“나 지금 진지한데. 숨넘어갈 수도 있어.”

다른 남자들 다 그래도 백강호만은 안 그럴 줄 알았다. 아무리 거센 태풍이 몰아쳐도 고고하고 초연하게 서 있는 남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전혀 아니었다.

“혹시 강호 씨 바라는 게, 이런 거예요?”

소란이 여유 있는 말투로 물으며, 다른 쪽 서랍을 열었다. 그녀가 꺼내 보인 건 이미 사용한 임신테스트기였다. 이를 본 강호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두 줄. 너무도 선명한 두 줄이 그 안에 새겨 있다.

“이거 지금. ……그러니까 이거, ……이거 우리…….”

소란이 조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아기요.”

아직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은 배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면서.

“하아!”

강호가 감탄 섞인 숨을 내뱉으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기를 가져도 좋겠다고 피임기구 사용을 하지 않은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이렇게 빨리 와준 아기천사가 믿기지 않았다.

“왜 얘기 안 했어. 언제 확인한 거야.”

“오늘 아침에요. 날짜 보니까 겨우 6주 정도인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 가보고 확실해지면 그때 얘기해주려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강호가 와락 그녀를 껴안았다. 감동이 물밀 듯 밀려들었다. 너와 나의 아기라니. 우리 사이에, 아기라니. 그에게 안긴 채 소란이 말했다.

“그때였던 거 같아요. 강호 씨 의천 내려가기 전날. 나 머물던 호텔에 왔을 때.”

“……그랬구나.”

모든 밤이 특별하지만, 더더욱 특별한 밤이었다. 어쩌면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 속에서 그녀를 안고 또 안았었다. 그녀까지 불안하게 할 순 없기에 겉으로는 의연하려 했지만 실은 강호도 두려웠다.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죽고 나면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눈에 닿는 아름다움, 손에 닿는 감촉, 숨에 닿는 아찔함까지, 그 모든 것이 생에 간절히 매달리게 했다.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제가 떠남으로써 그녀를 놓아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좀 더 오래, 좀 더 많이 사랑하고 싶었다. 그 힘으로 견뎠다. 피주머니를 물어 터뜨리고 쓰러진 척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불길이 솟구치고 끔찍한 화재 속에 다시금 갇혔던 순간에도, 간신히 빠져나와 그들의 눈을 피해 겨우 병원으로 향하던 바로 그 순간에도. 강호는 오직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텨냈다. 그때 이미 와주었구나. 우리의 사랑이, 우리를 지켜내며 와주었구나. 이내 모든 걸 확인한 그가 소란의 입술을 찾아 머금었다. 깊고도 진득한 얽힘이 다른 날보다 농밀했다. 웃음으로 시끌시끌한 정원과는 다른 차원에 놓인 듯, 사랑으로 완벽해진 두 사람의 키스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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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소란의 안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쑥쑥 자란 ‘사랑’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태어났다. 증손주의 탄생을 애타게 기다려온 백 회장의 기쁨이 컸던 건 말할 것도 없다. 선물처럼 얻게 된 일상에 귀여운 증손녀 사랑까지 품에 안게 된 삶이 벅차게 감사할 따름이다. 소란의 슬픈 크리스마스 징크스도 완벽하게 깨어졌다. 사랑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세상에 온 아이였다. 조리원에서 지낸 후 마침내 그들의 집으로 처음 온 날은 축제 분위기였다. 오두막도, 잔디밭도, 루프톱 수영장도, 다락 같은 놀이방도, 전부 다 사랑의 차지다. 강호의 아버지가 그렸던 그림 속으로 강호가 딸과 함께 들어가게 된 것이다. 더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다. 두 돌이 가까워져 제법 오빠 티가 나는 서후와, 동갑이지만 사랑보다 일찍 태어나 사방팔방 열심히 기어다니는 열무 은우, 그리고 갓 태어난 신생아인 사랑까지. 어느덧 아이가 셋이나 있는 모임이라 어수선한 거야 어쩔 수 없다. 이에 강호, 찬규, 성준은 유례없는 도치파파 경쟁을 벌였고, 민망함은 아내들의 몫이다. 게다가 결혼을 앞둔 태석과 서윤도 있어, 앞으로 어쩌면 더욱 정신없는 모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와중에 성준의 다리는 완전히 좋아져서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정확하게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다 같이 사랑이 집에 온 날을 축하해주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밤. 눈이 소복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거실 통유리창 앞. 강호는 속싸개에 싸여 잠든 사랑을 안고 섰고, 그 옆엔 소란이 나란히 서서 머리를 기댄 채 바깥을 바라보았다.

“나중엔 잔디밭에서 사랑이랑 눈싸움하자.”

“오두막에 크레파스랑 스케치북을 가지고 올라가 그림도 그릴 거예요.”

“여름엔 수영장에 큰 튜브를 띄우고.”

“같이 상추도 심고 꽃도 심을래요.”

“미끄럼틀을 하나 놓을까? 트램펄린도 있어야겠다.”

두 사람은 사랑과 함께할 날들의 단꿈에 젖어 주거니 받거니 로망을 말했다. 나누고 또 나누어도 얘기하다 보면 늘 새로운 게 나온다. 아이와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다. 넘치게 행복한 순간. 두 사람의 다정한 시선이 맞닿았다. 강호는 1년 전 그녀가 선물해준 터틀넥을 입고 있다. 이제는 터틀넥도, 깃이 올라온 옷도, 머플러도, 그 모든 것도 전부 익숙해졌다. 서로가 사랑으로 변하게 하고, 사랑으로 또 채운 삶이다.

“사랑해.”

아무리 말해도 가장 좋은 말.

“나도 사랑해요.”

당신과 나를 잇는, 제일 특별하고 또 당연한 말. 너무도 아름다운 말, 사랑을 말하며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촉촉이 머금은 입술 사이로 열기와 온기가 동시에 퍼지려는 때, 그것도 잠시.

“으애애애앵!”

강호의 품에 안겨 있던 아기 사랑이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초보 엄마, 아빠의 현실 육아가 시작되었다. 고될수록 달콤한 열매. 넘치도록 행복한 그 이름, 사랑이다. 외전 마침. <내겐 너무 소란한 결혼>과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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