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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네 입술에 닿는 공기까지 (81/112)

#81화. 네 입술에 닿는 공기까지2021.08.10.

“이걸 백강호 대표가 가져다주라고 했단 말이죠?”

“네. 방금 메일로 보내주셔서 뽑아오는 길이에요.”

“……알겠어요. 이만 가보세요.”

직원이 아쉬움 속에 물러간 후, 나린은 미팅 상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자료를 보며 물었다.

“이 채널 운영자가 성준 씨인 거, 백강호가 알고서 우리 회사 기획에 참여해달라고 한 거 맞죠?”

“맞아요.”

어제였다. 밤늦게 강호가 성준을 찾아왔다.  

“형님. 저한테 고맙다고 하셨죠.”

“당연히 그렇지.”

“그럼 제 방식대로 은혜도 갚아주셨으면 합니다.”

  강호의 반깁스는 시각적으로 매우 강력한 효과를 주었다. 생명의 은인임을 증명하는 반깁스를 마주한 이상 성준은 그 무엇이라도 거절할 수 없었으니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강호는 참으로 영리하다.  

“‘준의 부엌’ 채널 운영자가 형님이신 거 알고 있습니다.”

“……매제가 어떻게 알아?”

“아는 거야 어렵지 않았고, 그 이름으로 저희 회사 기획에 참여해주셨으면 하는데. 물론 저희 쪽 영상에선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서요.”

  이야기를 들은 나린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이놈의 백싸가지가 감히.

“그러니까, 협박당한 거네요?”

“협박이라 하기엔 매제가 제시한 조건이 지나치게 좋았어요.”

백강호, 이…… 악마 같은 착한 놈. 아니, 천사 같은 악마 놈인가. 망하면 안 되는 망할 놈 같으니. 은혜 운운하며 사람을 이용해먹는 게 분명한데 그게 또 이쪽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마냥 항의할 수도 없다. 하필 회사로 끌어들였으니, 성준이 아기 아빠라는 사실은 삽시간에 퍼질 게 분명하다. 시끄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는 나린은 일단 휴대전화부터 들었다.

“잠깐만요. 백강호한테 전화 좀 할게요.”

“해요.”

성준에게 양해를 구하고 강호에게 전화했다.

- 미팅 중이면서 전화는 왜.

강호는 기다렸다는 듯 받아서는 불퉁하게 대답했다.

“일부러 이런 거야?”

- 알면서 왜.

“너야말로 왜?”

강호의 낮은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그가 말했다.

- 네가 제출한 리스트에는 홍찬규가 얘기했던 채널 운영자가 없길래, 찾아서 들어가봤거든. 보니까 네가 왜 제외했는지 알겠더라고.

백강호도 단번에 알았던 것이다. ‘준의 부엌’의 ‘준’이 바로 성준이라는 것을.

- 일에 사심을 섞으면 되나.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지.

기획에 적임자라는 건 진작 나린도 생각했던 바다. 다만 그게 성준이라서 일부러 배제했던 것뿐. 실은 어떻게든 섭외했어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그간의 고민과 시름을 한 방에 날려줄 A급이 분명했다. 강호는 돌고 도는 인연을 붙들어 제자리에 놓아준 것만이 아니라, 얽히고 꼬인 실까지 풀어주었다. 이제는 피할 필요 없다고. 두 사람, 얼마든지 엮여도 앞으론 좋은 날들만 있을 거라고. 은혜 갚으라고 시킨 일에, 다시 은혜를 갚아야 할 지경이다.

- 시간 없으니까 오늘 미팅으로 계약 전 단계까지 마무리해줘. 계약은 이번 주중으로 조율할 거니까. 그럼, 계 팀장 수고해.

강호가 먼저 전화를 툭 끊었다. 나린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가만히 있자, 성준은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여기 오게 된 것 때문에 나린 씨가 곤란해진 상황이라면, 하지 않는 게 낫겠어요. 일단 매제한테는 내가 얘기해서…….”

“아니.”

나린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잠깐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인데도 성준은 오로지 저를 우선해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래서가 아니라. ……사실 알고 있었거든요. ‘준의 부엌’ 운영자가 성준 씨인 거.”

“……누가요? 나린 씨가요?”

“네. 추천받아서 봤는데. 보자마자 알겠더라고요.”

성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몇 달 사이에 제게 일어난 변화치고는 너무나 엄청나서 믿기 어렵기도 했다. 제 채널을 수많은 사람이 봐주는 것도 신기한데, 하물며 나린마저 본 적이 있다니. 게다가, ……자신을 알아보았다니. 그건 더욱 감사하고 놀라운 기적이다.

“그땐 무조건 피하려고 할 때라서 성준 씨를 리스트에 넣지 않았는데. 제가 일부러 제외시켰다는 걸 알고 백강호가 자리를 만든 거예요.”

이렇게 회사 안에 마주 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백강호가 아니었다면 이런 날을 맞이하지 못했겠지. 사실 성준과 재회한 후에도, ‘준의 부엌’에 콘택트할 생각은 못 했다. 이번엔 저와 결혼할 사람이라고 일부러 기획에 넣으려는 그림이 될까 봐 조심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강호가 ‘대표 픽’이라 대대적으로 광고해댔으니 그럴 걱정은 덜었다. 여러모로 망하면 안 되는 망할 놈이 분명했다. 얄밉고도, 고맙다.

“실은 성준 씨랑 이 기획, ……같이하고 싶었어요, 나도.”

나린이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고운 눈에 자신만 담고 있는 성준 앞에서, 나린 역시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성준은 강호가 설명하는 기획에 대해 들을 때만 해도 내가 과연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채널에선 일부러 얼굴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젠 드러내야 한다니 괜찮을까, 많은 걱정이 앞섰었다. 하지만 나린과 마주한 순간 그런 고민은 녹아버리고 말았다. 열심히 살 이유가 너무도 많이 생겼다. 눈앞에 있는 나린, 그리고 그녀의 안에 있는 아기, 열무까지. 성준은 테이블 위로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그 위로 손을 얹었다. 맞닿은 손의 온기가 온몸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렇게 좋은데. 너무 좋아 죽겠는데 우린 왜 행복을 외면하고 있었을까요.

“내가 채널을 시작한 이유도, 나린 씨 때문이었어요.”

나린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음알음으로 겨우 찾는 조그만 식당에 갇혀 있기엔 너무 환히 빛나는 사람이라서, 그 빛을 퍼뜨려보라 권한 건 자신이다. 결과는 훌륭했다. 그는 생각보다 너무 잘해냈다.

“거봐요, 내가 뭐랬어. 잘될 거랬잖아요.”

나린의 말에 성준의 웃음이 낮게 터졌다.

“뭐야, 왜 웃어요.”

“딱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서로가 곁에 없던 시간에도 끝없이 서로를 그리던 이들이 만났으니, 온 하루가 환해졌다.

“나린 씨, 나 열심히 해볼게요.”

계약 전 단계. 달콤한 합의에 이르던 바로 그때였다.

“와! ‘준의 부엌’이 소란 씨 오빠분이시라고요!”

찬규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미팅 중에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이렇게 왔…….”

순식간에 테이블 앞으로 다가든 찬규가 우뚝 멈춰 섰다.

“노, 놀라서 오긴 왔는데…….”

짧은 시간에 기습을 당한 터라, 나린과 성준은 미처 손을 떼지 못한 상태였다. 다정하고 애틋하게 잡은 손을 본 찬규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준의 부엌’ 운영자가 성준이라는 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두, 둘이 왜……, 손을 왜…….”

더듬거리며 사태를 파악해나가던 찬규가 벼락처럼 깨달은 사실에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외쳤다.

“설마, 열무 아빠세요?!”

이제 회사에 소문이 퍼지는 건 순간일 터다.

  ◇ ◆ ◇ 사내는 물론, 회사 밖까지 발 없는 말이 천 리 가는 중이다.

- 와, 형. 틀렸어.

“뭐가?”

태석은 한정식집에 들어서서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가 앉자마자, 찬규로부터의 전화를 받았다. 함께 밥 먹을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아 편하게 받았는데, 찬규는 대뜸 틀렸다는 소리부터 해댔다.

“내가 뭘 틀렸는데.”

- 형 촉 틀렸다고. 아니, 촉이 아니고, 논리적 유추 뭐 어쩌고, 그거 완전히 엇나갔다니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야지.”

- 계나린 아기 아빠, 소란 씨네 오빠분이 맞대.

그토록 자신했던 태석은 뒤통수를 망치로 꽝 때려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뭐?”

나린과 성준은 절대 연인일 리 없다고, 얼마나 잘난 척해대면서 말했던가.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벌써 애까지 있다고? 세상이 흔들리는 기분이다.

- 지금 우리 회사 난리 났거든. 계나린 남친이나 남편 될 사람은 어마어마한 카리스마에, 성격도 엄청 강한 남자일 거다, 다들 그랬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찬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성준의 안위를 걱정했다.

- 소란 씨 오빠분이 계나린한테 뭔가 약점이 잡히셨을까? 납치를 당한 건 아닐까?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뭐, 남녀가 어떻게든 엮일 수 있는 거지.”

- 형, 그때랑 말이 다르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이론은 계속 등장하는데, 과거에만 갇혀 있어서야 되겠냐?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여, 이 꼰대야.”

연장자답게 찬규에게 묵직한 충고를 건네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래, 만나지 말란 법은 없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든 사랑은 얼마든지 피어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더 아름다운 거니까.

“후우…….”

어질어질한 충격을 이겨내며 태석은 두꺼운 도자기 잔에 담긴 따뜻한 보리차를 마셨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한서윤이 들어왔다. 점심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표정이 왜 그래?”

서윤은 오자마자 태석의 멍한 얼굴을 보고 지적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점심식사를 같이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내일도 함께 먹을 것 같다. ‘원진조경’과 ‘제풍코퍼레이션’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며칠 밤은 거뜬하게 새울 수 있을 듯했다.

“아니야, 너무 충격적인 얘기를 들어서.”

“무슨 얘긴데?”

서윤은 따뜻하게 데운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인간관계나 심리 이런 거에 좀 빠삭하잖냐. 척 보면 누가 누굴 좋아하고 이런 거 다 안단 말이야.”

“…….”

“그런데 내 예상에서 빗나간 커플이 또 나왔단 말이지.”

‘또’라고 한 건 이번이 두 번째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소란과 강호였다. 절대 엮일 일이 없던 두 사람이 결혼한단 사실에 얼마나 놀랐던가. 그건 가짜였단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됐다. 역시 제 예상을 벗어날 순 없었던 거다.

“네가 그렇게 정확해?”

“그럼. 내가 소개해 결혼한 커플만 몇 쌍인데. 어떤 자리에서 미묘하게 썸을 탄다?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 이런 거 내가 바로바로 캐치하거든.”

“그럼 나 좀 볼래?”

서윤이 어깨를 똑바로 펴고 태석을 보았다.

“난 누굴 좋아하는 거 같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뭐야, 다 안다며.”

“내가 눈빛을 읽는 거지,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건 아니잖아.”

태석은 대충 대답하고는 테이블에 손가락 끝을 딱딱 두드리며 성준과 나린의 인연이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가늠했다. 숨겨진 사연을 듣게 되면 철저히 분석해보리라, 세상의 이면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리라, 생각하면서. 오류를 받아들여야만 발전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거, 맞네.”

맞은편의 서윤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리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 ◆ ◇ 시간은 흘러, 금요일 밤. 하아, 소란의 입에선 하얀 입김이 나왔다. 따뜻한 물속에 담근 몸은 뜨끈뜨끈하고, 물 위로 드러난 어깨와 얼굴은 겨울밤 시린 공기에 닿아 서늘했다. 그 온도 차이에 상쾌함마저 느끼며 소란은 강호의 품에 안겨 있다. 강호와 소란의 신혼집 루프톱. 편백나무로 만든 자쿠지 주변으론 밤을 수놓은 조명이 은은히 빛나고, 물 위엔 흩뿌려놓은 꽃잎까지, 완벽한 스파였다.

“너무 좋다…….”

소란은 감탄 어린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앞쪽으론 비어 있는 풀장으로 나풀나풀 눈이 내리는 중이다. 까만 밤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눈이 그림 같았다. 자쿠지 위쪽으론 넓게 떨어지는 지붕이 있어 눈을 맞지 않으면서도 야외 스파의 기분을 한껏 누릴 수 있다. 퇴근 후 강호와 저녁을 먹고 났을 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소란이 이렇게 추운 겨울날 눈 보며 노천 온천 가보고 싶었는데, 라고 중얼거렸다. 그럼, 가면 되지. 강호가 여상하게 하는 말끝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소란은 물속이었다. 맞다. 이 집엔 루프톱과 자쿠지가 있지. 꼭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뒤로는 넓고 단단한 품에 자신을 가두어 안은 강호가 있고, 앞으로는 평화롭게 눈이 내리는 밤이 있다. 배산임수보다 훨씬 더 이상적인 환경에서 소란은 제대로 힐링 중이다. 이제 제법 나아진 갈비뼈도 따끈한 물속에 있으니 상태가 더 좋아지는 것만 같고. 이 집에서의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채워지고 있다.

“나린 언니랑, 성준 오빠랑 잘돼서 너무 다행이에요. 다 강호 씨 덕이고요.”

강호의 품에 완전히 안겨 뒤로 살짝 기댄 채 소란이 말했다.

“그래, 잘된 일이지.”

내일이면 훈장처럼 느껴지던 강호의 반깁스도 푼다. 이번 주말은 소란의 생일이기도 해서, 강호와 소란, 성준과 나린, 네 사람이 집에 모여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식사 전엔 성준과 나린은 산부인과에, 강호는 반깁스를 풀러 병원에, 그리고 소란은 할아버지의 호출을 받아 다녀오기로 했다. 줄 선물이 있다고 하셨다. 내일도 바쁜 주말이 될 것 같으니 오늘의 평화를 한껏 만끽하고 싶다. 나른한 분위기에 실어 속마음도 좀 내보이고.

“사실은요, 강호 씨한테 얘기한 적이 없긴 한데……, 음, 말해도 웃으면 안 돼요.”

“뭔데.”

“강호 씨랑 나린 언니랑 워낙 아기 때부터 친구였다고 하고, ……너무 가까워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살짝 질투 났었어요. 가짜긴 해도 선뜻 결혼까지 하려고도 했고.”

“안 친하니까 하려고 했던 거야.”

“나하고도 안 친해서 결혼한 거예요?”

소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표정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듯 강호가 대답했다.

“넌 다르지.”

내가 이미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그랬어요. 혹시나 좁쌀만큼이라도 마음이 있진 않았을까,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던데, 하고요. 옆에서 보니 두 사람이 워낙 참우정이라 그런 생각 안 하려고는 했지만요. 물론 언니한텐 아기가 있기도 했고.”

“쓸데없는 생각 안 해도 돼. 보는 그대로야.”

“네, 그런데 나린 언니가 우리 오빠를 그렇게 좋아했다니, 놀랍고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도 됐어요. 웃기죠.”

소란이 풋, 웃는데 뒤에서 더없이 진지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야말로.”

“……?”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그가 반깁스하지 않은 손으로 살며시 뺨을 감쌌다. 아찔하게 잘생긴 얼굴이 금방이라도 키스할 듯 다가왔다.

“너와 형님 사이가 너무 가까운 거.”

“……설마, 질투했어요?”

소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는 언제나 초연한 모습이었는데. 더없이 당당해 보였고. 단 한 번도 성준과 자신이 의붓남매라는 사실에 불편해하는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다.

“했어, 질투.”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호는 절대 질투는 하지 않을 사람처럼 보였다. 늘 여유로워서, 모든 감정의 우위에 선 남자처럼 느껴졌는데.

“지금도 하고 있어.”

“…….”

“네 입술에 닿는 공기까지, 전부 다.”

강호는 고개를 기울여 소란에게 깊숙이 입을 맞추었다. 세상 무엇과도 그녀를 나누지 않고 온전히 독식하고야 말겠다는 듯. 짙은 소유욕이 어린 키스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열린 틈새로 달뜬 숨이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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