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십 년 동안 마음에 몰래 담은 죄2021.01.09.
“어딜 가는…….”
강호의 말을 뒤로하고 소란은 서둘러 문을 닫았다. 후우, 겨우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만날 사람이 있긴 개뿔. 아무 계획 없이 일단 나왔다. 룸서비스로 점심을 주문해 먹었는데 둘이 마주 앉아 먹자니 체할 것만 같았다. 전날 저녁에도 그랬다. 그건 다 본인 탓임을 알았다. 자꾸만 강호의 얼굴과 손의 움직임에 시선이 가는데 억지로 참아내야 하니 얹힐 것 같았다. 제 속에 까맣게 들어찬 흑심을 그가 안다면 얼마나 질려 할까.
‘어휴. 그런 여자가 좀 많았냐고.’
백강호의 주변을 맴돌고, 또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쓰는 여자들이 대학 시절부터 차고 넘쳤다는 건 소란도 잘 안다. 그는 한 번도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준 적이 없다고도 했다. 심지어 차갑고 거칠게 내치는 그에게 더 큰 매력을 느껴 매달리는 여자들도 있었다.
‘내가 그 사람들이랑 뭐가 달라…….’
백강호와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이 없으며 절대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 이성으로서 반응하는 제 마음이 얼마나 구차한가.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아야만 이 결혼을 유지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
‘잘할 수 있어. 난 진짜, 잘해낼 수 있어.’
소란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그와 부딪치는 일을 최소화하는 걸 택했다. 가게를 하나 열어도 ‘오픈발’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처음 오픈했을 때의 화력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솟구치는 욕망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그와 막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서, 이 결혼에도 ‘오픈발’이라는 게 작용하는 것뿐이다.
‘일단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돼. 조금만 지나면 소 닭 보듯 할 수 있어.’
설령 그가 집에서 벗고 돌아다닌다고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아니지, 아예 1, 2층으로 주거 공간을 나누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면 더더욱 만날 일이 없을 터다. 잘됐다. 신혼여행의 탈을 쓴 이 호텔 숙박만 잘 넘기면 된다. 오늘만 지나면 내일 집으로 돌아가니 잘 버티자. 그래서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소란은 대충 준비하고서 룸에서 나온 것이다.
“어디 가지…….”
일단 풀 스위트룸이 있는 별관에서 나와 터벅터벅 걸었다. 밖으로 나가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올까.
“아니지, 그러다 누구랑 만나기라도 하면.”
신혼여행을 대신한 호텔 숙박 중에 혼자 영화 보고 밥 먹는 건 역시나 이상해 보일 것이다.
“어디 조용한 데 없나.”
그 어디라도 백강호가 있는 스위트룸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강호가 잠들었을 무렵에 조용히 들어가면 되겠다. 그리고 내일 늦잠을 자고 나면 체크아웃 시간일 테지. 좋아. 완벽해.
“꼭대기에 바가 있다고 했지. 거긴 좀 조용하고 사람도 많지 않겠다.”
소란은 본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달 뜨는 밥집’. 성준이 동네에서 운영하는 조그마한 식당이다. 어제는 여동생 소란의 결혼식을 치르느라 식당 문을 닫았다. 오늘까지 쉴 순 없기에 점심 장사를 하고 난 참이다.
“동생 식 치르느라 힘들었을 텐데 하루 더 쉬지 뭐 한다고 장사를 또 했대.”
성준이 문밖에 나와 입간판을 정리하고 있자, 옆집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귤을 하나 까서 내밀었다.
“모르고 오시는 분들 괜히 헛걸음하실까 봐요.”
그는 받아 든 귤을 쪼개어 한입에 넣으며 환히 웃었다. 딱 점심때만 여는 곳이라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단골이 대부분이다. 젊은 사람의 가게답지 않게 그 흔한 마케팅 한번 하지 않은 이곳은, 성준과 소란의 부모가 오랫동안 운영했던 밥집이다. 13년 전, 아버지가 혈액암으로 쓰러진 후 성준은 휴학하고 가게 문을 열어 영업을 시작했다. 8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아버지는 힘든 투병 생활을 했고, 결국 성준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포기가 처음은 아니었다. 첫 번째는 고2 때, 청소년 국가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태권도 유망주였으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운동을 포기해야만 했고. 두 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성준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모든 건 자신의 선택이라 믿는다.
“소란이 어제 너무 예쁘더라. 진짜 오빠 공으로 그렇게 잘 컸지. 둘이 번듯하게 커서 그렇게 있는 거 보니 내가 다 눈물이 나더라고.”
동네 친한 상인들까지 소란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 왔더랬다. 이 동네에서 남매가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내내 보아 아는 사람들은 남몰래 훌쩍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이제 동생 어엿한 변호사 만들고, 좋은 데 시집까지 보내고, 성준이 할 일 다 했네. 정말 애썼다, 애썼어.”
보통의 부모가 들을 법한 소리를 성준이 듣고 있다. 그만큼 성준에게 있어 소란은 딸처럼 키우다시피 한 동생이다. 소란만큼은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변호사가 되고 싶어 했던 소란이 학부를 졸업하고 일반 회사에 입사했을 땐 성준의 가슴이 미어졌다. 아버지는 아직 병석에 있고, 병원비와 생활비는 끝도 없이 들어갔다. 성준이 휴학하고 가게를 운영했던 것처럼 소란도 중도에 학업을 몇 번이나 포기하려는 걸 애써 말렸다. 겨우 졸업은 시켰지만, 동생은 변호사의 꿈을 접은 후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8년간의 투병 끝에 아버지가 가시고 난 후, 세상 아래 정말 남매 둘만 남게 되어버렸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픔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기만 했다. 소란이 1년 넘게 회사 생활을 했을 때, 성준은 로스쿨 입학을 권유했다. 자신의 꿈이야 신체 부상으로 인해 더 이어갈 수조차 없다. 하지만 소란은 다르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네가 꿈을 이루어야만 내 삶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마음을 굳힌 소란은 로스쿨 입학을 준비한 후로 변호사 시험을 볼 때까지 내내 악착같이 공부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아가며 졸업한 소란은 마침내 변호사가 되었고 성준의 기쁨이요 행복이 되어주었다. 착하디착한 내 동생. 사랑스러운, 내 하나뿐인 동생. 성준과 소란은 피보다 훨씬 진한 사랑으로 맺어진 사이다.
“이제 성준이도 좋은 여자 만나서 가정 이루고 해야지?”
“저야 뭐. 그럴 일이 있겠나요.”
“아니, 이렇게 잘생기고 잘났는데 왜 그럴 일이 없어? 어제 식장에서도 아휴, 저 훤칠한 남자는 누구냐고, 모델이냐고, 다들 난리더만.”
“그야 아주머니께서 예쁘게 봐주시니까 그렇죠.”
“이 답답이, 답답이. 지 잘난 걸 몰라요, 저렇게.”
다리가 불편해 오래 서 있을 수도, 힘든 일을 많이 할 수도 없다. 오직 점심 장사만 하고 금세 밥집 문을 닫는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 자신이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고 그 인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짐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저 그럼 들어가볼게요.”
성준은 웃으며 바깥에서 정리한 물품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 저쪽 약국 문 옆으로 누군가의 뒷모습이 사라졌다.
“……또 그러네.”
자조 섞인 말.
“그만할 때도 됐잖아.”
헛것을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는데 이 정도면 중증이다. 심지어 어제 소란의 결혼식에서조차 멀리 스치는 헛것을 보지 않았던가. 그 호텔이라 생각났던 걸까. 사실 소란이 강호와 결혼한다는 장소를 들었을 때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서울 시내 많은 특급호텔 중 하필이면 왜 그곳인지, 운명의 장난이 우습게도 느껴졌다. 감히 가슴에 품지도 말아야 할 사람이 어째서 자꾸 심장을 짓누르는지 모를 일이다. 이미 그녀를 떠나보냈는데. 애써 돌아섰는데. 이젠 다 끝난 일인데. 성준은 쓴 숨을 토해내며 식당에 들어갔다. ◇ ◆ ◇ 호텔 본관 최상층에 서울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가 있다. 요기를 할 만한 안주를 하나 시키고 도수가 약한 술도 한잔 시켜서 적당히 먹다 보면 시간이 잘 가겠지.
“제일 안쪽, 눈에 안 띄는 자리로 부탁드려요.”
소란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구석진 창가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그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어?”
일행인 듯한 모습에 직원은 다시 그쪽으로 안내했고, 소란은 일단 테이블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언니.”
고개를 숙인 채 가늘게 빠진 술잔 다리를 잡고 있던 여자가 올려다보았다. 계나린이다. 적어도 나린에게만큼은 혼자 바에 왔다는 사실을 들켜도 안심이다. 사정을 전부 다 아는 유일한 한 사람이니까.
“우소란 변호사?”
“헐?”
처음이다. 나린이 이름을 정확히 불러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 네. 우소란입니다.”
이게 뭐라고 감동까지 받을 일인가. 계나린이 제 이름을 불러준 순간 소란은 그녀에게로 가서 꽃이 된 느낌이었다.
“저 우소란, 여기 앉아도 될까요? 혼자 오셨어요?”
“음, 앉아.”
나린은 한 손으로 턱을 받친 채 요염한 눈을 들어 허락했다. 너무 예쁘네. 성격만 아니면 반하겠다, 정말. 그러다 문득 소란은 나린 앞에 놓인 게 칵테일잔이란 걸 알고 화들짝 놀라 빼앗듯 집었다.
“아니, 이런 걸 드시면 어떡해요!”
큰일 날 사람이네!
“왜 이러시는 거예요!”
소란은 임신부에게 절대적으로 위험한 이 액체를 마셔서 없애버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단숨에 입에다 털어 넣었다. 나린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음……?”
술을 들이켠 소란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잔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지금 술이 땡겨서 그런가? 뭐가 이렇게 달아.
“논알코올이야.”
“아.”
“나 그 정도로 막장은 아니거든?”
나린이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 다시 무알코올 칵테일을 한 잔 더 주문했다.
“뭐 마실래?”
“아, 저는 그럼 이거. 핑크 레이디요.”
소란도 칵테일을 골랐다. 저는 무알코올을 마실 필요가 없기에 알코올로 하되 이름부터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것으로 했다.
“이것도, 그리고 이것도요.”
물론 안주도 야무지게 주문했다.
“칵테일에 무슨 안주를 이렇게 시켜.”
“제가 배가 고파서요.”
소란은 생긋 웃으며 주문을 마치고 고쳐 앉았다. 아무렴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계나린과 함께 있으니 시간은 잘 가겠다 싶었다.
“나 안 불편해?”
“불편하긴요. 사람이 불편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전에도 느꼈지만 우 변호사 정말 성격 좋다.”
“칭찬 감사해요.”
소란은 분란을 싫어했다. 안 그래도 힘들게 사는 인생에 장애물까지 만들어선 안 되었다. 이 삶이 조용히 이어질 수만 있다면. 무탈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누구의 비위도 맞출 수 있고, 그 어떤 불이익도 참아낼 수 있다. 소란은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마음으로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지켜온 삶이다. 무색무취의 하루하루일지언정 상처를 받지 않고 무뎌지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런데 혼자 왜 나왔어? 여기서 숙박하는 거 아니야?”
“아, 네. 살짝 답답해서요.”
“강호는?”
“룸에 있고요.”
대답하던 소란은 조금 의아했다. 계나린이 언제 제게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한 적이 있었나 하고.
“하긴, 단둘이 있기 어색하기도 하겠지.”
“역시 제 마음 알아주시는 건 언니뿐이네요.”
주문한 칵테일이 나왔고, 건배 없이 나린은 먼저 과일주스처럼 보이는 무알코올 칵테일을 마셨다. 소란은 제 앞에 놓인 칵테일을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진짜 예쁘네요, 이거.”
컬러감이 예술이다. 연한 분홍빛이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맛은 안 예쁠 텐데.”
나린의 중얼거리는 소리도 흘려넘기며 소란은 잔을 들었다. 다소 술맛이 세게 느껴지긴 하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이 나쁘지 않았다.
“오, 괜찮은데요?”
소란은 술이 센 편은 아니다. 게다가 골치 아픈 술버릇이 하나 있다. 그래서 취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조절해 마시고는 했다. 어제 강호와 저녁을 먹을 때는 제 와인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 몸을 사렸다. 그렇지 않았으면 조금 더 마셨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 그와 함께 있는 동안 술에 취하면 절대 안 된다.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 되었다. 오늘 ‘핑크 레이디’란 칵테일을 주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가벼운 술로 골라 적당히 마시고 절대 취하지 말아야지, 하고. 소란은 ‘핑크 레이디’라는 샤방샤방한 이름과 빛깔에 홀려 마냥 마셨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건 도수가 꽤 높은 편인 칵테일이었다. 안주까지 다 나오자 소란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니 어제 결혼식에서 못 뵌 거 같은데. 혹시 몸이 또 안 좋으셨어요?”
“아니, 갔어.”
“정말요? 인사도 못 했는데.”
하도 하객이 많아 제대로 인사 나누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사정이 있어서 금방 돌아갔거든.”
“아, 그러셨구나.”
소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왜 혼자 와 계셨어요?”
“범죄자가 현장을 다시 찾는 심리랄까.”
“네?”
“추억이 있는 곳이라서, 종종 와.”
뭐라는 거야. 왜 이렇게 사연이 깊은 얼굴을 하고 있지. 소란은 의아한 얼굴로 나린을 마주 보았지만, 더 캐물을 수는 없다. 혹시 지금 그 아기, 아빠와의 추억일지 몰라서.
“몸은 좀 괜찮으세요? 입덧 그거 사람이 할 게 못 된다는데. 너무 고생이라 어떡해요.”
“갈수록 나아지겠지. 오늘은 좀 낫네.”
“제가 도와드릴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소란 씨는 왜 그렇게 착해?”
“저요? 저 안 착해요.”
“아니야, 착해.”
나린은 단정했다.
“착한 것도 유전인가.”
“네?”
“아니야.”
◇ ◆ ◇ 그 시각. 룸에 혼자 남겨진 강호는 일 분을 한 시간처럼 보내고 있었다. 시계를 보고, 또 보고. 괜히 휴대전화를 열어보았다가, 나가서 문도 한번 열어봤다. 혹시 카드키를 안 가져갔다가 문이 잠겨 못 들어오면 어쩌나 괜히 초인종도 눌러봤다. 별별 짓을 다 해도 시간은 가지 않고 소란은 오지 않는다.
“아…… 진짜. 지능적으로 애태우네.”
노린 거면 정말 인정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수가 이렇게나 뛰어난 거라면 당연히 패배를 선언해야겠다. 그러나 소란은 애초에 제게 관심이 없질 않은가. 저만 미치고 팔짝 뛰다 다리가 부러져도, ‘그러셨어요?’ 하고 말겠지.
“하아.”
분하다. 10년 동안 마음에 몰래 담은 게 죄인가. 왜 이렇게 죗값을 빡세게 치러야 한단 말인가.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대체 어디 가서 누굴 만난다는 건지 알 턱이 없고. 그렇다고 전화하자니 모양새가 우스워질 것 같고.
“상식적으로 지금 누굴 만나는 건 말이 안 되긴 하지.”
이성을 되찾아 찬찬히 추리했다. 다들 신혼여행을 대신한 호텔 숙박 중이라고 알고 있을 텐데, 대체 누가 아무 의심 없이 소란과 만나준단 말인가. 그것도 한창 신혼부부가 함께 있어야 할 저녁 시간에.
“아, 있지.”
딱 한 사람. 모든 걸 아는 유일한 인물.
“……계나린.”
강호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신호가 가고 상대가 전화를 받자 인사도 생략하고 물었다.
“너 지금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