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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결혼식에서 (3) (18/112)

#18화. 결혼식에서 (3)2021.01.02.

“백진상?”

“네, 지금 식장에 들어갔어요. 가족 다 같이 온 것 같던데요? 와, 그 새끼는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예요? 진짜 대가리에 총을 맞았나.”

강호를 조용한 곳으로 끌고 온 연희가 흥분해서 씩씩거렸다. 강호는 날카로운 눈으로 식장 쪽을 바라보았다. 인파에 섞여 보지 못했다. 박 여사야 당연히 오겠거니 했지만 설마 백진상이 결혼식에 왔을 줄이야.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아시다시피 진상 새끼랑 그 모친이 상식적인 사람은 아니잖아요. 혹시 하객들 앞에서 엉뚱한 소리라도 한다든가 아니면 회장님께 이상한 얘길……, 어, 어디 가세요?”

연희의 걱정 어린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호는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진상 부리면 끌어내야지.”

이 결혼이 어떤 결혼인데. 감히 그걸 망쳐.

“가, 강호 오빠. 잠깐만요. 같이 가요!”

다만 강호의 눈빛이 너무도 살기등등했기에, 백진상은 진상을 부리기도 전에 척추 하나가 부러질 것 같다. 연희가 당황해 얼른 그를 뒤쫓았다. 백진상과 그 모친이 진상짓 하는 것도 문제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이 사고라도 칠까 봐 조마조마했다.

“너네 어디 가?”

화환 앞에서 아기를 안고 꽃을 보여주던 찬규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강호와 연희를 보고 어리둥절해했다. 연희는 강호를 말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바짝 뒤쫓으며 말했다.

“지금 저 안에 진상 새ㄲ……, 아니 백진상이 와 있거든.”

“어? 백진상? 소란 씨 전남……?”

“쉿.”

연희가 말을 말라며 강호를 쫓고, 아기를 안은 찬규는 그런 연희를 쫓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던 태석도 이들을 보고 따라갔다. 앞장선 강호는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된 듯한 모습으로 백진상을 찾아 성큼성큼 들어갔다. 성대한 결혼식장 안. 화려한 원탁, 아름다운 조명과 꽃장식, 저마다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하객들이 보였다. 그리고 백 회장과 지인들이 앉은 가장 앞쪽 테이블. 그 앞에 묘한 표정으로 웃으며 서 있는 박 여사,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삐딱하게 선 백진상, 그들의 가족. 강호는 지체하지 않고 걸어갔다. 그들의 표정과 분위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백 회장에게 그저 축하한다는 인사만 전한 건 아닐 터다.

“와, 죽었다…….”

상황을 잽싸게 파악한 연희가 큰일 났단 표정으로 그를 따라갔다. 혹시 백 회장님이 소란의 사정을 오해하거나 안 좋게 생각하시면 어쩌나. 괜히 저 백진상 모자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아아, 어떡해. 걱정하면서 강호를 따라 그쪽으로 다가갔을 때다.

“썩 꺼지게.”

백 회장의 나직하고도 분명한 음성이 공기를 매섭게 갈랐다.

“……회, 회장님?”

“내 손주며느리에 대해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 못 참겠으니, 좋은 날 이 자리의 불청객은 썩 꺼지라는 소리야.”

오해는 없었다. 백 회장은 이미 소란의 든든한 아군이었다.

  ◇ ◆ ◇

“그 애 예쁘고 똑똑한 거야 제가 제일 잘 알죠. 우리 진상이랑 워낙 오래 만났으니까요.”

박 여사가 늘어놓는 말에 테이블 앞 모든 이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백 회장만 빼고.

“아휴, 너무나 아깝지 뭐예요. 며느리가 되면 아무리 부족한 게 많다지만 제가 다 참고서 정말 아끼고 사랑해줘야지, 전 늘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말이 9년이지 그만큼 사귀었으니 오죽 서로 마음이 깊었겠어요.”

“엄마.”

억지로 끌려온 듯 탐탁지 않은 얼굴로 서 있던 진상이 불러도 박 여사는 막무가내였다. 교양 있는 척 꾸며낸 얼굴로 말을 이었다.

“워낙에 집이 어려운 애다 보니 저희가 도움도 많이 주고 그랬는데. 점점 고마운 것도 모르는가 싶더니 에휴, 결국 갈라서더라고요. 그런데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일부러 육촌인 강호한테 붙어서는 기어이 결혼을…….”

복잡한 사정까지는 몰랐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박 여사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놀란 눈치였다. 주변에 있던 하객들마저 귀를 기울이더니 점점 모여들었다. 박 여사는 내심 더욱 흥이 올랐다.

“그래도 이것도 인연인가 봐요. 이렇게 한집안 사람으로 만나다니요. 강호가 어련히 알아보고 결혼하기로 했을까마는, 그래도 회장님께선 그 애 속셈을 알고 계셔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호호, 웃으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소란이 그 애가 보통 영악한 게 아니라서, 아마 똑소리 나게 잘 살긴 할 거예요. 제 며느리가 될 줄 알았는데 조카며느리가 되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강호는 부디 뒤통수 맞는 일 없이 행복하게…….”

“썩 꺼지게.”

가만히 듣고 있던 백 회장이 무섭게 내뱉는 말에 공기가 싸늘히 식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성정을 익히 아는 계 박사와 고 여사 내외만 빼고, 백 회장이 보인 뜻밖의 반응에 모두가 경악했다. 사실 박 여사의 말 내용만 들어보면 기가 찬 상황이긴 했다. 9년이나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자마자 그의 육촌과 결혼하는 여자라니. 의도적인 접근이라 해도 믿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백 회장도 당황하거나 노여워하리라 생각해 사람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전개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지만.

“……회, 회장님?”

“내 손주며느리에 대해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 못 참겠으니, 좋은 날 이 자리의 불청객은 썩 꺼지라는 소리야.”

백 회장이 ‘꺼지라’고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인자하고 자상한 성품에 평소 심한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니까. 신경 거슬리게 하는 이도 잘 참아내다가 차라리 인연을 끊는 편을 택하는 백 회장은 어떤 면으론 더 무서운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박 여사의 면전에 대고 ‘심한 말’ 중이다.

“내 귀한 손주며느리는 영악한 게 아니라 능동적이고 영리한 사람이야. 자네 집안에서 벗어난 건 칭찬해줘야 할 일일세.”

“네? 치, 칭찬이요?”

박 여사가 어이없어하며 되물어도 백 회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 지금,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네.”

“회장님!”

“진상 애비 회사라도 보전하고 싶으면 이리저리 머리 굴리지 말고 조용히 살아. 자네들 앞으로 더 떼어줄 몫 같은 건 없으니 바라지 말고.”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하객들의 관심사는 더 이상 신부가 아니었다. 특히나 동문 대부분은 백강호와 백진상이 친척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놀랐다.

“와, 백강호가 백화푸드 회장 손자인 것도 여기 와서 알았는데.”

“백진상이랑 사촌이야?”

“육촌이라는 거 같은데?”

“백진상이랑 우소란이랑 헤어진 지 좀 되지 않았어? 백진상이 바람 엄청 피웠잖아. 나쁜 새끼.”

“뭐야, 근데 저 엄마는 결혼식 깽판이라도 치려고 온 거야?”

“본인 아들 잘못은 생각도 안 하고 방금 신랑 할아버지 앞에서 신부 모함한 거지?”

소란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려 백 회장이 노하는 꼴을 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던 박 여사는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제 무덤 자리를 정성껏 판 꼴이 되어버렸다.

“거봐, 오지 말자고 했잖아!”

진상의 여동생 진혜는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 지르곤 휙 돌아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와, 우리 소란이 좋은 구경 놓쳤네.”

뜻밖의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연희가 중얼거렸다. 백진상 무리에게서 손주며느리를 지켜낸 할아버지가 이 순간 히어로로 보이는 건 당연했다. ◇ ◆ ◇ 우여곡절 끝에 입장하는 길 앞에 선 소란과 강호. 원래는 성준의 손을 잡고 들어가려 했지만, 오빠인 성준이 너무 젊어 자칫 신랑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연희의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성준은 혼주석에 앉아 있고 두 사람이 동시 입장하기로 했다.

“후우…….”

긴장한 소란이 숨을 내쉬었다. 강호의 팔에 한 손을 얹어 팔짱을 끼고, 또 한 손으로는 부케와 드레스 앞자락을 같이 쥐었다. 왜인지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할아버님은…… 괜찮으시죠?”

입장 대기 중에 소란은 긴장을 풀기 위해 강호에게 조그맣게 물었다. 그녀도 조금 전 있었던 소동에 대해선 간략하게 전해 들었다. 혹시 진상이 결혼식에 나타나면, 부케를 쥔 채 가운뎃손가락이라도 야무지게 들어줘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당연히 괜찮으시지.”

백 회장이 오해하고 노엽게 여겨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전에 있었던 진상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강호와 천천히 말씀드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에 쳐들어와 백 회장 앞에서 떠들어댈 줄이야. 그러다 망신만 톡톡히 당하고 돌아갔지만. 백진상이 여러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헤어졌단 사실이, 모르던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백 회장은 전후 사정 가리지 않고 무조건 소란을 믿어주었다. 썩 꺼지라고 할 때 얼마나 멋있으셨는지 아느냐며 연희가 통쾌해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할아버지는…….”

“…….”

“우리 편이셔.”

소란은 네 편, 내 편, 편 가르는 걸 좋아하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편’이라는 말은 좀 다르게 들려왔다. 이 얼마나 든든한 말인가. 우리는, 가족이야. 우리는, 같은 편이야.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이보다 더한 위안은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소란은 애써 눈을 크게 뜨고 입장길 끝 양쪽에 앉아 있는 백 회장, 그리고 자신의 오빠 성준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또 한 번, 피 한 방울 안 섞인 가족이 생겼다. 소란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아버님, 감사합니다.’

백 회장을 향해 속으로 인사하고, 성준을 보며 먹먹한 마음으로 말했다.

‘오빠……. 나 잘 살게. 오빠가 내게 어떤 존재인지, 잊지 않을게.’

고맙고 또 고마운 사람. 소란은 그로 인해 빛을 잃지 않고, 지금껏 버티며 살 수 있었다. 이제 제가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고 결혼까지 하게 됐으니, 성준의 고단한 삶도 조금은 숨통이 트이리라. 진상을 떼어내겠다는 목적이 가장 컸지만, 성준의 짐을 덜어주는 면으로 봐도 이 결혼은 좋은 결정이었다. 결혼에 임하는 소란의 마음 역시 한결 가벼워졌다.

“나한테 잘해주겠다고 했었지.”

강호는 아까 신부대기실에서 소란이 한 말을 되짚었다.

“아, 네.”

그때 강호는 화가 난 듯 바로 대기실에서 나가버렸다. 왜 그랬는지 궁금했는데.

“잘해줄 필요 없어.”

호의를 거절하다니. 그것도 식 올리기 바로 직전에. 살짝 마음 상하려던 때, 강호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

“내가 잘해줄 거니까.”

“…….”

“너는 받기만 해. 그게 뭐가 됐든.”

쿵. 그 말과, 그 눈빛에, 심장이 무거운 추처럼 뚝 떨어졌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인간관계가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이라 상호 도움을 주고받는 게 당연한데, 뭐가 됐든 받기만 하라니 그건 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심장이 이번엔 멋대로 날뛰기 시작하니 소란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고. 강호는 희미하게 웃으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저기요? 저기, 제가 더 잘하면 안 될까요? 받기만 하는 건 아무래도 제가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자,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신랑 신부 두 분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촥 떨어지는 조명. 사회자의 입장 멘트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소란은 다 내뱉지 못한 말을 입안으로 삼켰다.

“모두 박수로 두 사람을 축하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란은 심호흡하며 자세를 고쳤다.

“신랑 신부, 입장!”

쏟아지는 조명 아래 우아한 선율이 흐르고, 소란과 강호는 걸음을 맞추어 천천히 나아갔다. 가짜가 아닌. 진짜 시작의 첫걸음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하아아암.”

소란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어우, 뭐야. 이 호텔 매트리스 끝내주네.”

이불은 또 어떻고. 구름 위에서 잔 것처럼 사뿐사뿐 날아가게 생겼다. 어제 결혼식을 모두 마치고, 소란과 강호는 호텔에서 밤을 보냈다. 두 사람 모두 지독하게 바쁜 시기라 결혼식도 간신히 치렀기에 신혼여행은 생략하기로 했다. 다만 남들 이목이 있기에,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이곳 호텔에서 2박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일요일을 포함하니 휴가는 하루만 더 내면 되었다.

“아침에 봐도 좋긴 좋네. 하긴, 숙박비가 얼만데.”

개인 풀이 딸린 빌라형 스위트룸이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에서의 숙박은 처음이다. 어젯밤 식탁 가득 차려진 로맨틱한 식사도, 혀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던 와인도. 이런 별천지가 있었나 싶도록 아름다운 조명들도. 모든 게 완벽하고 근사했다.

“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침대 옆에 놓인 디지털시계를 보니 오전 11시다. 아무리 휴일이라 해도 이 시간까지 늦잠을 잔 건 처음이다. 하도 힘들었기에 기절하듯 잠들긴 했는데.

“진짜 잘 잤다.”

만족스럽게 숙면을 취한 소란은 침대에서 내려와 부드러운 슬리퍼를 신었다. 좋다, 진짜 너무 좋다. 여기서 내일까지 맛있는 거 먹고 잘 자고 푹 쉬면 된다는 거지. 다행히 침실도 두 개다. 강호와는 떨어져 지낼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근데 일어났으려나…….”

물론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소란은 안쪽 욕실에서 세수와 양치 후 대충 머리를 가다듬었다. 어느 정도 사람다운 행색이 갖춰지자 소란은 육중한 침실 문을 열고 빼꼼 밖을 보았다. 바깥이 조용한 걸 보니 강호는 아무래도 나갔나 보다. 정돈된 거실. 역시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후아아아. 길게 숨을 내쉬며 소란은 침실에서 나왔다. 바깥으로 이어진 공간엔 담 아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풀장이 있었다.

“와, 예쁘다 정말.”

도심 한복판에 이런 데가 있다니. 마치 뚝 떨어져 있는 휴양지에 온 것처럼 설렜다. 이 큰 풀장을 이 스위트룸 투숙객만 온전히 쓸 수 있다니 무슨 호강인가 싶기도 했다.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지는 시간. 베이지색 얇은 파자마를 입은 소란은 추운 줄도 모르고 풀장 끄트머리로 다가갔다. 물 온도가 어느 정도지? 온수풀이겠지? 대표님도 없는데 얼른 씻고 와서 한번 들어가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리를 굽혀 앉아 손을 담그고 물 온도를 확인해보려던 그때. 촤아아악. 그녀의 바로 앞으로 물을 가르며 튀어 올라온 물체는, 돌고래가 아니라…….

“꺄아악.”

수면 아래에서 잠영하다가 물 밖으로 긴 숨을 내뱉으며 나온 남자, 바로 강호였다. 물이 꿀렁거릴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파도도 아니고 풀장 물이 왜 움직이겠나. 그건 물 아래에서 유려하게 헤엄치는 강호로 인해 요동치는 물결이었다. 멀찍이 내다보느라 풀장 아래는 미처 보지 못했다. 강호가 물속에 사는 남신처럼 우아한 자태로 올라온 순간, 중심을 잃은 소란이 풀장 속으로 거센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강호가 물속으로 떨어진 그녀를 단번에 안아 들었다.

“하아…….”

잔뜩 젖은 소란은 풀장 안에서 강호 품에 안겨 숨을 내뱉었다.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잘생긴 얼굴. 너른 어깨와 단단한 가슴……, 눈에 보이는 건 온통 살색이다. 맨살의 그가 자신을 공주님처럼 안은 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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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려주세요.”

제 품에 안은 소란을 빤히 내려보며 강호가 말했다.

“키스도 한 사이에 이런 게 뭐 별거라고, 귀까지 빨개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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