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겠어. (5/112)

#5화.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겠어.2020.11.17.

“뭘 이리 많이 했어?”

일요일 저녁. 소란은 놀란 얼굴로 주방을 둘러보았다. 식탁 가득 웬만한 잔칫집에 버금가게 화려한 요리가 차려져 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니까. 나가서 먹을 걸 괜히 오빠만 고생했네.”

“그래도 처음 인사 오는 건데.”

소란의 오빠 성준이 예비 매제를 위해 준비한 상이다.

“어머니 계셨으면 더 잘해주셨을걸.”

“에이, 이보다 어떻게 더 잘해. 상다리 부러지겠네.”

소란은 새우튀김을 하나 입에 물었다.

“너 손 씻었어?”

“씻었어, 씻었어.”

하나뿐인 오빠 앞에서는 언제까지고 어린 여동생이었다.

“헐, 너무 맛있어.”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튀김이 아주 꿀맛이었다. 그뿐일까, 고기면 고기, 생선이면 생선, 채소면 채소. 성준은 모든 재료를 잘 다루는 손맛 좋은 남자다. 예전에 부모님이 하시던 작은 식당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기도 했다.

“이건 뭐야? 설마 동파육이야? 비주얼 미쳤네. 게살 냉채도 했잖아? 히익, 꽃게찜 대박.”

결혼하면 이게 제일 아쉬울 것 같다. 오빠가 해주는 집밥. 소란에겐 보약과도 같다.

“그냥 네가 좋아하는 것들로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잘 먹을 거야. 이렇게 맛있는데.”

사실 소란은 조금 걱정이었다. 딱 봐도 강호는 입맛이 엄청 까다로울 것 같았다. 본가에서 먹은 음식이야 입에 맞는 것만 나왔을 테고, 남의 집에서 밥을 잘 못 먹는 사람들도 많은데 왠지 강호는 좀 가릴 것 같은 이미지였다. 가만히 있어도 무서울 정도로 압도적인 외모인데, 이 좁은 집에 앉아 음식까지 잘 먹지 않으면 셋이 어색해 어쩜 좋지? 어서 오늘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 생각은 생각이고, 소란은 무의식적으로 이것저것 음식을 집어 먹고 있었다.

“배 채우지 마. 이따 먹어야지.”

“이따 또 먹을 수 있어. 그거나 이리 줘. 내가 놓을게.”

성준이 수저를 챙기자 소란이 얼른 빼앗았다. 왼다리를 절면서 다가오던 그가 멈춰 선 채 동생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널 아까워서 어떻게 보내냐.”

눈부신 외모에 따뜻한 미소. 목소리에는 한껏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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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여동생이 곧 결혼하겠다며 갑작스레 선언했다. 그래도 그 사람이 너무 좋다는 동생의 뜻을 어찌 꺾을까.

“아깝긴 뭘 아까워. 늙어서까지 속 안 썩이고 시집가겠다면 감사한 거지.”

“계속 연락 오던 그 남자는 잘 정리한 거야? 작년까지 만나던 남자친구.”

“백진상?”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처지는 듯 소란이 잠시 어깨를 떨었다. 그녀가 스무 살 때부터 작년 말까지 만났던 전남친, 백진상.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그는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가 없는 거머리였다. 머릿속으론 복잡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지만 성준까지 알게 하고 싶진 않았다.

“응, 괜찮아.”

어차피 다 정리될 일이다. 돈도 돈이지만, 거머리를 떼어내기에 백강호와의 결혼은 매우 훌륭한 구실이었다.

“혹시 계속 귀찮게 하면 얘기해. 오빠가 만나볼게.”

절대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 만나면 큰일 나니까. 물론 큰일이 나는 건 백진상 쪽이다. 오빠의 주먹에 아마 뼈도 못 추릴 게 분명했다.

“그런데 너 결혼할 사람도 알지? 그 남자 오래 만났던 거.”

조심스러운 성준의 질문에 소란은 잠시 멍해졌다. 9년을 만났든 10년을 만났든, 이 결혼에 있어 전남친을 얼마나 오래 만났는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가짜 결혼이지 않은가. 실제 결혼이라면 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럼 알지.”

“괜찮다고 한 거지?”

“당연히 괜찮지. 요즘 그런 게 흠이 되나.”

하긴 오빠의 걱정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어떤 얄미운 동창은 얼마 전 만난 자리에서 9년이나 사귀었으면 한 번 갔다 온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비꼬았다. 부자에, 그만하면 훈남에, 학벌도 괜찮은 남자친구를 이제 변호사 되었다고 차버린 거냐, 우소란 대단하다며 깔깔 웃기도 했다. 친구 연희가 먼저 실수인 척 커피를 쏟아버리지 않았더라면 소란의 주먹이 먼저 나갔을지도 모른다. 사람 사정 다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떠들긴.

“결혼할 남자가 너 정말 좋아하나 보네. 이해심도 깊은 거 같고. 짧게 만나고 결혼하는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어어. 그렇지 뭐.”

“결혼할 인연은 따로 있다더니 그 말이 맞네.”

그런 걸로 치자. 어차피 강호는 신경도 안 쓰겠지만. 이를 떠나, 그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너 애인 있잖아, 라고. 제 존재조차 모르리라 생각했는데, 그는 제게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알고 있던 것이다. 물론 진작 헤어졌다는 건 몰랐던 모양이지만.

‘다음에 물어봐야지. 어떻게 아느냐고.’

어쩐지 심장의 울림이 크게만 느껴졌다. ◇ ◆ ◇ 방 두 개짜리 작은 빌라. 소란의 집에 들어선 강호는 아담한 욕실에서 손을 씻고 거실로 나왔다. 그녀와 그녀의 오빠 성준은 밥을 푸고 탕을 데우는 등 식사 준비를 하고 있어 강호는 잠시 거실에 있었다. TV대 위에 액자가 두 개 있다. 한 개는 꼬마 소란과 오빠, 그리고 엄마, 아빠가 사진관에서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다. 서로 닮은 듯 다른 네 식구였다. 또 하나는, 어린 소란이 태권도복을 입고 메달을 단 오빠 옆에서 브이를 하며 웃고 있고, 그 옆엔 꽃다발을 든 아빠가 함께 있는 사진. 역시나 화목한 가족이었다. 다만 눈에 띄는 건 사진 속 건강해 보이는 오빠 성준이었다.

‘운동했었구나.’

아까 들어와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성준은, 다리를 절고 있었다. 호리호리하지만 키가 크고 어깨가 넓어 체격이 좋은 편인 같은데 예전에 운동하다가 다치기라도 한 것인가. 하지만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제가 먼저 물을 순 없다.

“다 됐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주방에서 성준이 친절한 목소리로 불렀다. 강호는 식탁 앞으로 갔다. 소란이 의자를 가리키며 자리를 권했고, 식사가 시작됐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들어요. 입에 맞을지 모르겠는데.”

메뉴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었다. 게다가 전부 맛있어서 강호는 먹을 때마다 멈칫했다. 성준의 솜씨라니 사람이 다시 보일 정도였다.

“밥, 더 드릴까요?”

어느새 한 공기를 다 비웠다. 소란이 조금 놀란 눈치로 그의 밥공기를 보며 물었고, 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밀었다. 그녀가 밥을 더 푸러 간 사이, 강호가 성준에게 말했다.

“정말 맛있습니다, 형님.”

“혀, ……형님?”

“네.”

성준은 예비 매제가 대뜸 부르는 ‘형님’ 소리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성준이 손위처남이고 나이도 두 살이 많으니 강호가 ‘형님’이라 부르는 건 당연했다. 그렇지만 눈앞에 있는, 누구든 분위기로 찍어누를 것 같은 남자가 그 어떤 신경전도 없이 시원하게 올려 부르는 모습이 의외였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네?”

“형님이 편하게 해주셔야 저도 편합니다.”

“아아, 그래.”

성준은 이래도 되나 싶어 조심스럽게 말을 놓았다. 돌아온 밥공기엔 흰 밥이 소복이 담겨 있었다. 마치 첫 끼를 먹는 것처럼 강호는 다시 맛있게 먹었다. 소란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숟가락을 입에 물고서 그를 쳐다볼 뿐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다. 강호가 원래 이런 스타일이었나. 겉모습과 다르다.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그런데 형님, 혹시 이 두부조림 더 있습니까?”

“두부?”

성준이 뜻밖의 질문에 멍하니 되물었다.

“네, 두부조림.”

맵지 않게 간장으로 졸여낸 반찬이었다.

“아아, 더 있지. 잠깐만.”

“오빠 앉아 있어. 내가 가져올게.”

소란이 일어서려고 하는데 강호가 막았다.

“아니.”

“네?”

“이따 좀 싸줄 수 있을까 해서.”

그게 더 의외였다. 지금 백강호가 우리 집에서 밥 먹다 말고 반찬을 포장해달라는 거야?

“왜요?”

“집에 가서 먹으려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듯 강호가 여상하게 대꾸했다.

“아아, 그쵸. 집에 가서 드시려고.”

입에 맞는 걸 넘어서서, 포장까지 요청할 정도로 강호는 성준이 차려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갈비찜도 맛있습니다.”

“이것도 싸줄까?”

“네, 여유가 되신다면 도라지 무침도.”

“아, 그래.”

얼떨떨하지만 제법 흐뭇한 식사 시간이었다.

“사람, 괜찮더라.”

강호가 찬합에 바리바리 싼 음식을 양손에 들고 돌아가고 난 후, 성준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겠어.”

아니, 나도 모르겠는 걸 오빠가 어떻게 알아. 소란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나 연애결혼으로 알고 있는 성준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앉으라면 앉고, 주는 대로 잘 먹고, 말도 잘 들어주고.”

그건 맞다.

“첫인상은 좀 기가 많이 세 보였는데, 같이 있어보니 오히려 순한 스타일인 것 같고.”

순한 것까진 모르겠지만.

“겉만 보곤 무서운 맹수인 줄 알았더니, 몸집만 큰 강아지잖아. 그 차이가 매력적이던데.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 입 다물고 있으면 또 카리스마 장난 아니고.”

“아아, 그렇지. 맞아. 그런 걸 좋아하는 거.”

소란은 냉큼 인정했다. 살벌한 외양과 달리, 정중하고 기품 있으면서도 순순한 태도가 돋보이긴 했다.

“차이가 많이 나서 걱정이 되긴 하는데.”

“말했잖아. 그건 상관없다고. 할아버지께서도 굉장히 호의적이셨고.”

“그렇다면 다행이다, 정말.”

부엌 정리를 마치고 돌아서던 소란은 화병에 꽂힌 꽃을 바라보았다. 아까 강호를 마중 나갔을 때, 차에서 내리던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커다란 꽃다발. 자, 여기. 무심하게 내민 그 꽃을 받아 들었을 때 심장이 쿵쿵 울렸다. 선물이라며 양손 가득 술이며 한우 세트, 과일을 들고 빌라 계단을 오르던 든든한 뒷모습도. 오빠를 보자마자 얼른 짐을 내려놓고 손을 뻗어 악수하던 모습도. 시원시원하게 밥그릇을 비우던 모습도.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말없이 옮기던 모습까지도. 전부 생생했다.

“오빠, 나 그럼 들어가.”

“응, 들어가 쉬어.”

“나 이 꽃, 방에 가지고 간다?”

“그래, 네 거잖아.”

방으로 돌아온 소란은 책상에 화병을 올려두었다. 침대에 앉아 가만히 꽃을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두근두근 소리가 들렸다. 꼭 진짜 같다. 계약서를 쓴 이후로 모든 게 마치, 진짜 결혼 준비처럼 느껴졌다. ◇ ◆ ◇ 강호의 집무실.

“이게 뭐야? 나 용돈 주는 거야?”

‘비욘드 더 테이블’ 공동대표이자 고교 동창인 홍찬규는 강호가 내민 봉투를 싱글싱글 웃으며 열었다. 곧 그 미소는 단숨에 사라졌다. 안에서 흰색 카드를 꺼낸 찬규는 놀란 얼굴로 강호를 보며 다시 물었다.

“이게 뭐야?”

“뭐긴 뭐야.”

강호의 심드렁한 대답에 이어, 저쪽 소파에 앉아 있는 계나린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백강호 결혼한다잖아.”

“누가? 백강호가? 결혼한다고? 내가 모르는 백강호가 여기 또 있어? 어디?”

강호가 건넨 봉투에는 고운 청첩장이 들어 있었다. 찬규의 멘붕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린이 청첩장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요즘 진짜 스피드 시대구나.”

찬규가 황당한 기색으로 물었다.

“너는 알고 있었어? 왜 나한텐 미리 얘기 안 했어?”

“뭘 미리 얘기해, 귀찮게. 어차피 알게 될 거.”

강호는 평소 연애하는지 선을 보는지, 개인적인 얘기는 도통 해주질 않았다. 그건 나린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찬규만이 제 연애와 결혼 생활에 대해 시시콜콜 실황 중계를 했고, 이에 두 사람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게 일상이었다. 강호와 나린은 조부모 대의 친분으로 어린 시절부터 친했고, 찬규는 고등학교에 들어가 두 사람을 만나긴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한텐 얘기도 안 하고 둘이서만 알고 있었다니. 무려 백강호의 결혼을. 이 중대한 사건을! 왠지 모를 배신감에 치를 떨며 찬규가 청첩장을 들여다보았다.

“우소란? 신부가 우소란이라고?”

“얼마 전에 내 개인적인 일로 고용했던 변호사.”

“아, 할아버지 예전 건물인가 땅인가 그 문제 때문에 태석이 형 로펌에 의뢰했던 거 맞지?”

“그래.”

그건 물론 대외적인 이유였다. 로펌에 의뢰할 때도 그 이유를 댔고. 실상은 계나린과의 결혼 계약을 위해서였다. 회사 일이라고 하면 공동대표인 찬규가 모를 수가 없으니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라 둘러대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일종의 파견직으로 계약서를 작성해주던 변호사 우소란이 지금은 예비 신부가 되었다. 그건 다 저 계나린 때문에. ……아니지, 그건 다 저 위대하신 계나린 님 덕분에.

“우리 연희랑 친구잖아. 난 얘기도 못 들었는데. 두 사람 언제부터 사귄 거야? 몰래 연애했어?”

찬규의 아내 연희와 소란은 과 동기이자 지금은 로펌 동료이기도 했다.

“너한테 일일이 보고하면서 연애해야 하냐.”

“아무리 그래도 너네 같이 일한 지 얼마 안 됐잖아. 그런데 갑자기 결혼하게 됐다고? 그사이 무슨 사고라도 쳤냐?”

“그건 내 전문이 아니지.”

강호의 시선이 나린을 향했다. 사고는 저쪽이 쳤고.

“흠.”

나린이 헛기침하며 입을 열었다.

“백강호도 같은 대학 나왔잖아. 안면 있는 사람끼리 일하다 보니 스파크가 튀었나 보네. 이래서 남녀 사이는 모르는 거라니까.”

찔리는 게 많은 나린은 얼른 지원군으로 나서주었다. 제가 폭탄을 던지고 간 전쟁터에 새로운 사랑이 꽃피었으니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함께 수습하는 중이다.

“야, 그래도 청첩장을 이렇게 주는 게 어디 있냐? 소고기라도 사주면서 와주십사 해야지.”

“시끄럽네.”

강호는 주문한 도시락 뚜껑을 열며 찬규의 투정을 시크하게 잘라냈다.

“내가 나가서 파스타 먹고 싶다니까 이렇게 바쁜데 도시락도 감지덕지로 알라며 강호 방으로 끌고 온 게 누구셨더라. 소고기 드실 시간은 있나 봐.”

나린은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은 한으로 찬규를 흘겨보며 거들었다.

“저녁에 파스타 살게.”

강호는 나린이 말한 음식이 마음에 걸렸고, 임신한 그녀의 상황을 알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정말?”

“우와, 뭐냐. 내 소고기는?”

“스테이크도 같이 시키든가.”

그때 강호의 전화벨이 울렸다. ‘우소란’이라는 이름이 액정에 뜨자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스쳤다. 근무시간일 텐데 무슨 일이지?

- 대표님, 저 부탁이 있어서요.

“응, 말해.”

- 업체에서 제 몫으로 보내온 청첩장에다 커피를 잔뜩 쏟는 바람에 다 버리게 됐어요. 상자 열자마자 엎어서요.

소란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대표님은 받으셨어요, 청첩장?

“좀 아까 받았어.”

- 제가 저녁에 동기들이랑 만나서 청첩장을 주기로 했거든요. 약속을 다시 잡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대표님 청첩장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업체에 다시 주문한 건 내일 받기로 했어요.

“그래.”

그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이따가 퀵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픽업 요청해둘게요. 지금은 외근 나가니 들어와서 확인하겠습니다.

“사무실에 몇 시쯤 복귀할 예정이지?”

- 4시 정도예요.

강호는 태블릿에서 스케줄표를 열어보았다. 시간을 어림잡아보니 가능할 것 같다.

“그럼 4시까지 가지고 갈게. 1층 카페로 내려와.”

- 대표님이요? 여기 직접 오신다고요?

“그래.”

보러 갈 건수가 생겼다. 원래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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