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7화 (177/189)

“수신! 저는 못하잖아요.”

그가 가지고 있는 비적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선계에 이르는 것들뿐이었다.

“괜찮아요. 제가 갖고 있어요!”

시하가 신식 속에 있는 한옥에게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 십여 개의 신계공법 옥패들이 나타났다.

“부족하면 얘기해요.”

공양은 돈벼락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있는 공법들은 모두 달라요. 이건 빙계(氷系), 이건 화계(火系), 이건 목계(木系).”

시하가 그에게 공법들을 소개하며 공법 책들을 안겨주었다.

“걱정 마요. 이 공법들은 저희 오라버니와 후지도 모두 수련한 것들이니 문제없어요.”

그 두 사람은 몇 개월 전에 이미 신이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매일 쉬지 않고 싸우면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실전에 옮기고 있었다. 현재 그들의 수행 계급은 그녀보다 한참 위에 있었다.

“여기 위에 구분해 놓은 영근 구분에 따라 가르치면 될 거예요.”

하지만 공양은 그녀에게서 받은 공법 책들을 돌려주며 말했다.

“안 돼요. 아무래도 당신이 가르치는 게 좋겠어요. 이건 수신이에요. 저는 아직도 현선에 머물고 있는데, 만약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공법을 복원하는 일도 어려운데 수신을 가르치라는 건 무리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확실히 어려우리라.

“좋아요. 제가 옆에서 봐줄게요. 먼저 한 명을 가르칠 테니까 옆에서 보고 그대로 가르치세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시하는 무료하던 참이었다. 어차피 상선 계급에 오른 사람도 몇 명 안 되고 방과 후 반을 가르친다 생각하면 되니, 공양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했다.

“너무 잘됐어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오늘 바로 시작해요.”

공양이 기뻐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아마 지금쯤 이미 도착했을 거예요. 함께 전당으로 가요!”

공양이 검 두 개를 불러내더니 시하가 마음을 바꾸기라도 할세라 서둘러 그녀를 데리고 전당으로 향했다.

“하 동생, 맘껏 가르쳐도 돼요. 그 사람들 정말 가르치기 쉽거든요. 자랑은 아닌데, 그 사람들 자질이면 자질, 오성이면 오성, 어느 거 하나 빠지는 데가 없어요. 조금만 가르치면 바로 이해할 거예요. 예의도 좋아서, 한 번도 예의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었어요. 범계에 있는 그 어린 녀석들하고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성적도 좋고 아주 근면한 데다가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죠. 심지어 지각도 없었어요. 매일 수업 시작 30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하지만 시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텅텅 비어 있는 전당 안을 가리켰다.

“이게 당신이 말했던 그 근면하고 성실한 모습인가요?”

이렇게 텅텅 비어 있는데? 수업 시작 30분 전에 도착한다면서요?

“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공양이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입구 쪽으로 가 닫혀 있던 문을 다시 열었다. 공양이 납득할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간 거죠?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었던 사람들인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죠?”

그 순진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단체로 결석하진 않을 텐데.

“장홍의 동부가 바로 옆에 있으니 제가 한 번 가 봐야겠어요.”

그가 말을 마치고 장홍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문을 나서자 별안간 금색 종이학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이건, 소식을 전하는 학이에요!”

공양이 깜짝 놀라며 손을 내밀자 종이학이 그의 손 위에 내려앉았다. 잠시 후, 종이학 속에서 장홍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뭔가 신경 쓰고 있는 듯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사님, 어젯밤 상원신존의 부름을 받고 지금은 상원궁에서 그의 도를 듣고 있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시간에 맞춰 도착하긴 어려울 듯해요. 양해 부탁드려요!”

그의 말이 끝나자 종이학이 바로 재가 되어 버렸다. 시하와 공양이 서로 마주 보며 그제야 안심했다.

아무 일도 없으면 됐어. 근데.

“상원신존은 누구죠?”

“백 년 전에 야진궁에 갔다가 살아서 돌아온 그분이래요. 이곳에 있는 수사들의 어검 법은 모두 그 사람이 가르친 거라더군요. 이곳에서는 아주 성망 높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무슨 일인지 50년 넘게 사람들을 가르치지 않고 있었다는데, 왜 갑자기 사람들을 부른 걸까요?”

“왜긴 왜겠어요.”

시하가 눈을 흘기며 텅텅 비어 있는 전당 안을 가리켰다.

“사람들을 빼앗아 가려는 거죠! 사람들이 모두 이곳에 와서 수업을 들으니 자신의 지위에 위협을 느꼈던 거지. 그래서 급히 사람들을 부른 거 아니겠어요?”

“그럼 이제 어떡하면 좋죠?”

공양이 얼굴을 찌푸리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사람들이 이제 공법을 절반이나 배웠는데 만약 그 상원이 다른 공법이라도 가르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요.”

시하가 그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수신 외에 중도에 다른 공법을 배우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보통 수선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공법을 배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진한 사람들이 이를 알 가능성은 낮았다. 전에 시하가 흑룡과 함께 그들을 지원하러 온 지원군이라고 속였을 때에도 그들은 순순히 믿지 않았었나. 전장에서 목숨 걸고 그들을 보호하기까지 했다. 순수한 그들은 상원신존이 한 마디만 하면 바로 따를지도 몰랐다.

“공양, 혹시 그 상원궁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그건 저도 잘 몰라요.”

공양은 그곳으로 올라온 후 끊임없이 사람들을 가르치느라 성천경을 제대로 살펴볼 겨를도 없었다. 시하는 어쩔 수 없이 신식 속에 있는 도표를 쿡쿡 찔렀다.

“한옥, 길을 좀 안내해야겠어.”

“알겠어요!”

한옥이 가지를 흔들며 대답했다. 잠시 후, 그녀의 앞에 초록색 화살표가 나타났다.

[앞으로 25km 직진하십시오.]

시하가 검을 불러내며 공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자. 싸우러 가요!”

시하는 한옥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검을 날려 상원궁이라고 하는 곳에 도착했다. 멀리 우뚝 솟은 궁전은 공양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 궁전과 모습이 똑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누구의 솜씨인지 알 듯했다.

시하는 성천경 주민들의 건축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이 한 가지 모양으로만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시하가 산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영검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더니 두 사람의 발 앞에 꽂혔다.

“감히 어떤 사람이 상원궁으로 난입한 거지?”

흰옷을 입은 남자가 그들 앞으로 날아오더니 손에 뇌광이 번쩍이는 긴 검을 들고 말했다.

“오늘 강의는 이미 끝났습니다. 늦었으니까 나중에 다시 오시죠.”

“우리는 강의를 들으러 온 게 아니에요.”

공양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포권을 하며 그에게 말했다.

“저는 제일 학원의 공양이라고 합니다.”

“공양이라고?”

그 사람이 공양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갑자기 분노하며 소리쳤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그 사기꾼이군!”

시하와 공양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기꾼?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사부님의 말씀이 맞았어. 그들이 정말 이곳에 왔어.”

“역시 사람들을 속여 명예나 훔치는 그런 사람들이야. 오늘 이 옥화(玉華)가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이 더욱 분노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검을 그들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엄청난 양의 천둥 번개가 쏟아지며 두 사람을 공격했다.

우리가 갑자기 쳐들어온 건 맞지만, 이 사람은 도가 지나친데?

시하가 공양을 끌어당기며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그들 앞에 진법 하나가 설치되며 그 천둥 번개를 막아섰다.

“멈춰요!”

장홍과 수사들의 솜씨였다. 바로 오늘 공양의 수업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옥화 존자, 지금 뭐 하는 거죠?”

장홍이 다급히 돌아서서 두 사람에게 예를 갖췄다.

“상사님, 상신님, 죄송해요! 옥화 존자는 상원궁에만 있다 보니 두 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나 봐요. 용서해주세요.”

그가 말을 마치자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도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그들의 안색이 전하고는 조금 다르게 다소 흥분되어 있었다. 뭔가 기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모두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때문에 공격을 멈춘 옥화는 더욱 화를 내며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당신들 저 사람들에게 미혹되면 안 돼요! 저 사람들은 야진궁에서 돌아온 것이 아니에요. 모두 거짓말이라고요!”

“옥화 존자, 함부로 말하지 마요!”

장홍이 얼굴을 붉히며 그에게 소리치더니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상사님과 상신님은 저희를 아주 많이 도와주셨어요. 상원 존자의 제자라고 그렇게 함부로 사람을 중상모략해도 되는 거예요?”

뒤에 있던 사람들도 장홍의 말에 동의하며 분노에 찬 얼굴로 그 옥화라고 하는 수사를 바라봤다. 그들이 진심을 다해 옹호하자,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던 공양의 얼굴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자식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가장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옥화는 여전히 사람들을 질책하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들입니다. 저의 사부, 상원신존께서 직접 말씀해주신 거라고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원존상께서?

옥화가 이어서 그들에게 말했다.

“사부님께서 당신들이 쉽게 속는 걸 알고, 오늘 오랜만에 다시 당신들더러 모이라고 하신 거예요.”

“혹시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사람은 그들이 믿고 따르는 상사고, 다른 한 사람은 덕망 높은 신존이었다.

“오해가 있든 없는 저들은 사기꾼이 분명합니다.”

“잠깐만요!”

시하가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당신 사부가 누군데요? 그가 그렇다고 하면 다 그런 거예요? 그 사람을 만나야겠어요.”

그가 시하를 한 번 훑어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당신 같은 사람이 감히 저희 사부님을 만나겠다고?”

도저히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네. 시하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그에게 다가섰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갑자기 위엄 있는 목소리가 하늘 꼭대기에서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 위압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모두 산꼭대기를 바라봤다.

시하와 공양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보아하니 그 사람이 바로 상원 신존인 듯했다.

옥화라고 하는 그 소년 수사가 갑자기 자기편이 생겨서인지 더욱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의 말씀이 맞았어요. 제일 학원의 그 사기꾼들이 정말 이곳으로 찾아왔어요. 하지만 저들은 자기들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계속 부인하며 사부님을 만나 뵙기를 청하고 있어요.”

산 정상에서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 더욱 무거운 위압이 느껴졌다.

“세상을 속이고 명예나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감히 상원궁까지 쫓아오다니. 정말 겁도 없군.”

시하는 그제야 그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뜻밖에도 그는 젊은 청년이었다. 보아하니 나이가 많아 봤자 그 옥화라고 하는 소년보다 한두 살 정도 더 많아 보였다. 그도 흰옷을 입고 있었고 수행 계급은 상선이었다.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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