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4화 (174/189)

“그만해!”

시하가 손을 들어 시동의 머리를 때렸다.

“밖에 있는 저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말 설교라도 해야 되나?”

“못할 것도 없잖아? 여기 사람들은 한 번도 수련해본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 법술도 배우지 못해 맨몸으로 싸운다며? 우리가 술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이참에 아예 문파를 세우는 것도 괜찮겠어! 다시 말해서, 야진궁은 90년을 기다려야 다시 열린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우린 급할 것도 없고 얼마나 좋아.”

“그럼 누가 가르칠 건데? 나는 제자를 가르친 경험도 없고, 영근도 특수해서 내 수련 방법은 저 사람들에게 맞지도 않을 거야.”

“수릉봉의 공법하고도 맞지 않을 거고.”

후지가 고개를 저으며 끼어들었다. 시하가 어쩔 수 없이 시동을 바라봤다.

“날 쳐다보지 마!”

시동이 어깨를 으쓱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공법이 많긴 하지만 난 마수야. 설마 저 사람들도 모두 마수가 되길 바라는 거야?”

그런 건 배우지 않아도 돼!

“사람들이 정규적인 수련을 시작하려고 하면 공법만 가르쳐서는 안 돼.”

후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것 외에도 검법, 부법, 진법, 연기, 단약 등 이 모든 것들을 가르쳐야만 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고 그중에 하나를 제대로 배우려고 해도 골치가 아플 거야.”

확실히 그의 말이 맞았다. 수행 계급만 올라가고 그것을 제어할 방법이 없거나 치료할 수단이 없으면 더 큰 모순들이 일어날 수 있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순진무구하던 그들의 모습 그대로 지내는 것이 더 나으리라.

“그걸 누가 몰라.”

시동이 눈을 흘기며 후지에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도 수련하는 것 외에는 다른 건 조금밖에 모르잖아. 어딜 가서 술부진기약(술법, 부법, 진법, 연기, 단약) 이 모든 것에 능통한 사람을 찾아? 수행은 어려워서 그저 기본적인 생활 수행 능력을 깨우치는 것도 쉽지 않잖아. 근데 누가 하릴없이 그런 공법을 보고 있겠어?”

그래, 어떤 미친 사람이 그렇게 살겠…… 어?

시하의 머릿속에 순간 뭔가 번뜩 떠올랐다. 세 사람이 동시에 반응을 보이며 누군가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 있었잖아!

땅에 솟아난 버섯처럼 바닥에 조용히 앉아 있던 공양이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왜, 왜 그러는 거죠?”

“하하하, 공양! 교장선생님이 되어 볼 생각 없어요?”

시하는 공양이 이 일에 제일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계곡 아래에서 집돌이로 지내면서 하릴없이 각종 공법들을 많이 봐 왔었다. 때문에 그곳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완벽한 적임자였다. 게다가 그는 물건을 수집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신계에 올라오기 전, 동부 안에 있던 비적공법들을 모두 통달하고 있었으니까. 마침 그러한 것들이 그에게 살아 있는 교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비록 그의 수행 계급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 중 제일 낮고 신계로 올라온 후에도 기껏해야 지신에 오를 수 있었지만, 술법부진 방면에서는 육박전을 벌이던 그 신계의 수사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리고 공양 외에 그들 중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하는 말할 것도 없고 시동은 마수였고, 후지는 두 명의 제자를 거두었던 경험이 있지만 순수하게 방임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관리하기에는 더더욱 부적합했다. 왜냐하면 후지는 전에 옥화파에서도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저 상징적인 인물에 불과했으니까.

세 사람의 만장일치로 공양은 그곳의 교장으로 선출되었다. ‘신계제일수행학원’은 그렇게 순조롭게 개학을 맞이했다.

신계의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을 아주 잘 받았다. 그들은 진지한 모습으로 공양이 가르치는 술법들을 배웠다. 그들이 학업에 빠져들면서 공양을 부르는 호칭도 바뀌었다. 사람들은 그를 상사(上師)라고 불렀다. 공양은 자신의 수행 계급이 낮은 것 때문에 전전긍긍하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자신의 역할에 빠져들면서 완벽한 교육인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혼자 오랫동안 계곡에 머물면서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어서였는지 그의 강의는 아주 세심했다. 심지어 그는 특별히 단부진기수(단약, 부법, 진법, 연기, 요수) 등 이 다섯 가지 생활 기능의 훈련반을 개설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하도 몇 번 그의 수업에 들어가 보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금방 빠져들었다. 배움에 갈급한 신계 주민들이 그의 수업에 빠져드는 이유가 있는 듯했다. 공양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은 비교적 한가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가한 사람은 바로 시하였다.

시동은 원래부터 말에 능통했던 터라 다시 예전에 사업을 하던 그 기질이 발동하여 그곳 신계 주민들과 빠르게 어울렸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과 이미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무슨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 건지 짧은 기간 동안 그곳의 수사들은 그를 우두머리로 생각하고 존상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이제 막 술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망정이니, 그렇지 않으면 그 마을의 절반 이상이 마수로 돌아설 수도 있을 듯했다.

사람들이 시하를 부르는 호칭도 바뀌었다. 원래는 공경의 뜻을 담아 그녀를 ‘상신’이라고 부르던 그들이 이제는 ‘소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갑자기 강직당한 기분이 드는 것인가. 난 분명 네 사람 중에서도 수행 계급이 제일 높은데. 왜 갑자기 시동의 뒤로 밀려난 거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야진궁의 입구를 찾을지에 대한 걱정도 간단하게 해결됐다. 시동의 뒤를 따르는 그의 추종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소식을 전해 왔다. 그는 심지어 문 밖을 나서지 않아도 전체 성천경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모두 알 수 있었다.

후지도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시동과 싸우느라. 그들은 만나기만 하면 폭탄처럼 폭발했다. 신계는 땅이 넓어 두 사람이 싸우기에는 아주 적합했다. 두 사람의 수행 계급이 상당하기 때문에 매번 싸우기 시작하면 산봉우리 몇 개가 파괴되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시하도 이제 그들의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했다.

두 사람의 수행 계급은 떨어지지 않고 이상하게도 싸우면 싸울수록 점점 더 위로 올라갔다. 이제 상선에 올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그녀와 동등한 계급이었다. 시하는 본인이 어렵게 수행하던 생각을 떠올리자 배가 아파 왔다.

그저 그렇게 한가로이 진정한 야진궁 통로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걱정되는 건 바로 흑룡이었다.

혼돈 입구에서 돌아온 후 흑룡은 여전히 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그녀의 휴대전화에는 예비 기능이 있었다. 시하는 신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 예비 기능을 회복시켰지만 그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하는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용족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어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옥이 그 알 속에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벌써 시원하게 알을 깼으리라.

“설마 정말 새로 부화하려나?”

시하가 희미한 빛을 반짝이고 있는 알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근데 중요한 건 내가 어딜 가야 널 품어줄 어미용을 찾을 수 있냐는 거야!”

“용족들은 원래 땅에서 자라. 부화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시동이 그녀에게로 다가오더니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디에서 갖고 온 건지 빨간 과일을 들고 오더니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주과(朱果)라고 하는 건데 몇만 년에 두 개밖에 나지 않는대. 내가 운허(韻虛) 영감네에서 따 왔어.”

시하가 과일을 받아 들고 한입 물려고 하는 순간, 시동이 갑자기 또 다른 주과 한 개를 꺼내 아작 소리를 내며 베어 물었다.

두 개밖에 없는 걸 모두 따 온 거야? 운허라는 노인을 위해 위로의 촛불이라도 들어야 하나?

시하도 고개를 숙이고 과일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러자 향기롭고 풍부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입속으로 들어온 과육이 부드럽게 녹았다.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과일보다도 맛있는 듯했다. 그리고 과육이 배 속으로 들어가자 아주 익숙한 힘이 사지와 경맥으로 퍼지면서 그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던 많은 경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이거 좋은 거 맞아?”

“들어보니까 몇 년 후에 금방 두 개가 또 익는다고 하더라고. 그때 가서 또 따다 줄게.”

이거 몰래 훔쳐 온 거 아니었어? 근데 그렇게 당당해도 되는 거야?

“아, 방금 용의 알은 부화 과정이 필요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오빠는 흑룡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거야?”

“조금은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지.”

그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거대한 용의 알을 살피더니 손에 들고 있던 과일을 우걱우걱 마저 먹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러워, 지금 머리에 손을 닦는 거야?”

시동은 자신의 장난이 들통 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옷에 또다시 두 번이나 손을 비볐다. 그녀의 옷에 그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것을 보더니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시하가 화가 난 표정을 보이자 바로 거진결을 이용해 옷의 흔적을 깨끗하게 지우며 설명했다.

“전에 미션을 수행하면서 나도 신족들을 몇 번 만났었어.”

그가 알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이나 봉황의 알은 모두 천지의 영기를 받아 자연적으로 부화하게 되어 있어. 영기가 다 차면 자연스럽게 알을 깨고 나올 거야.”

“하지만 흑룡은 어린 용이 아니야.”

내가 흑룡을 만났을 땐 이미 다 자란 용이었다고. 공장 설정을 해제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정상인 거잖아.

“나도 어린 용이 아니라는 걸 알아. 하지만 용의 알은 그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밖에 있는 공격들을 방어해주고 있는 거야. 그래야 안에서 몸을 보양할 수 있거든. 만약 이 안에 있는 것이 정말 다 자란 용이라면 알을 깨고 나오는 건 문제될 것 없어. 다만 계속 알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가 원하지 않아서일 거야.”

“나오기 싫은 거라고? 왜?”

“곰곰이 생각해봐. 들어가기 전에 혹시 상처를 입었던 적은 없었어?”

시하가 얼굴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흑룡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무리해서 혼돈지기 속으로 들어왔었고 신족인 탓에 몸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었다.

“그럼 됐네. 그가 아직 알 속에 있는 건 상처를 치유하고 있기 때문이야. 상처가 다 나으면 알아서 나올 거야.”

그런 거였구나. 시하는 그제야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급해도 참고 기다리길 잘했네. 하마터면 알을 깰 뻔했잖아.

시하는 마음의 근심을 내려놓고는 걸핏하면 나쁜 짓만 벌이고 다니는 시동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혼자 있어? 후지는?”

맨날 붙어 다니면서 싸우더니 웬일이지?

“쳇, 어디 가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겠지.”

시동이 콧방귀를 뀌며 건방지게 다리를 떨더니 시하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그 변태 같은 자식을 좋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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