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2화 (172/189)

“수행 계급이 왜 그래요?”

그가 시하를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백 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아직도 수행 능력이 없는 거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네, 그럼 백 년간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일반인의 수명도 백 년은 넘기기 어렵지 않았나?

“잠시 수행 능력을 막은 것뿐이에요.”

“뭐라고요? 누가 당신의 수행 능력을 떨어뜨렸어요?”

그가 화를 내면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누군지 얘기해 봐요. 가서 죽여 버리게!”

그가 말을 마치더니 검을 불러냈다.

“여기에서 나갈 순 있어요?”

“……아니요.”

그가 조용히 검을 거두더니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저에게 공법이 아주 많아요. 제가 그 사람을 어떻게 죽일지 가르쳐줄게요!”

“됐어요. 말이라도 고맙네요. 제 수행 계급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시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식 속에 있던 한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작은 주인님, 느꼈어요. 제가 주인님의 기운을 느꼈어요.”

“뭐라고?”

시하가 놀라며 공양이 옆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한옥에게 물었다.

“거기가 어딘데?”

“아직도 선계에 계세요.”

“그럼 후지는?”

“같이 있어요!”

“연락은 할 수 있어?”

“주인님이 계신 그곳에서 아주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져서 느낄 수 있었던 거예요. 그곳에 영기가 아주 혼란스러워 소리를 전달할 수는 없어요.”

시하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마 다시 비승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제가 신기를 전달해 주인님을 데려올 수 있어요.”

“……다음부턴 말을 하려면 끝까지 좀 얘기해줄래?”

젠장, 데려올 수 있으면 그것부터 얘기했어야지!

“알겠어요. 작은 주인님, 그럼 전달할까요?”

“전달해, 어서 전달해!”

내가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그 어려움들을 견뎠는데, 그게 모두 오빠랑 만나려고 그런 거잖아.

“네, 작은 주인님, 우선 전송진부터 만들어주세요. 저는 신기를 찾아볼게요.”

머릿속에서 또다시 우당탕 시끄럽게 상자들을 뒤집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동생, 지금 누구랑 얘기하는 거예요?”

공양이 시하의 말을 듣고 사색이 되어 물었다. 주위에 나 말고 사람은 없는데? 수행 계급이 떨어지면서 정신에 문제라도 온 걸까?

그가 갑자기 동정하는 얼굴로 시하를 바라봤다. 전에는 그렇게 멀쩡하던 동생이 불과 백 년 사이에 이렇게 되다니. 바깥세계는 역시나 무서워.

“잠시 후에 설명할게요. 저는 우선 저희 오라버니를 데리고 와야 해서요. 괜찮죠?”

“괜찮은 건 괜찮은데, 당신 오라버니가 있었어요?”

공양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하가 서둘러서 한옥의 말대로 전송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하가 진을 거의 완성해 가자 시끄럽게 상자를 뒤지던 한옥의 소리도 멈췄다. 한옥이 어디에서 갖고 왔는지 네모난 도표를 들고 흥분하여 소리쳤다.

“찾았어요. 바로 이 신기예요.”

노란 도표 위에 ‘도(淘)’ 자가 눈에 띄게 들어왔다. 시하가 깜짝 놀라 그 도표를 바라봤다.

왜 하필이면 ‘도보(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거야! 이게 바로 그 신기인 건가? 넌 대체 그 마 회장님께 광고료를 얼마나 받은 거야?

“작은 주인님, 바로 이 신기예요.”

한옥이 애플리케이션을 들어 올리며 흥분하며 소리쳤다.

“전에 시스템 창고에서 발견한 거예요. 아주 강력한 신기죠. 주인님과 후지를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어요!”

그가 말을 마치더니 뭘 건드린 건지 갑자기 시하의 귓가에 띵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갑자기 시하의 눈앞에 뭔가 반짝거리더니 글씨들이 나타났다.

[오라버니*2, 이미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으셨습니다. 결제하시겠습니까?]

시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작은 주인님? 이제 신기를 가동하실 수 있어요.”

결국 그녀는 바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동시 다발적으로 문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객님의 상품이 확인되었습니다. 판매자가 상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의 상품이 택배 회사에 전달되어 배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의 상품이 이미 선계 환승역에 도착하여 수선계로 배송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습니다.]

드디어 그녀 앞에 [고객님의 상품이 도착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잠시 후, 그녀가 설치한 전송진에 밝은 빛이 들어왔다. 시하는 긴장된 모습으로 전송진을 바라봤다.

정말 소용이 있는 걸까?

시하가 긴장된 표정으로 진을 노려봤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텅텅 비어 있던 전송진 안에 쿵쾅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의 몸은 아래위로 겹쳐있었고, 한 사람은 검은색, 다른 한 사람은 흰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한 모습이었다.

위에 있는 사람은 상대의 몸 위에 올라타고 있었고, 손으로 상대방의 옷을 잡고 있었다. 급하게 상대방의 옷을 움켜잡은 바람에 상대방의 맨살이 다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사람은 한 손으로는 상대의 허리띠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상대방의 손을 쥔 채 화가 난 듯 소리치고 있었다.

“죽여 버릴 거야!”

순간 시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 뭐 하는 거죠?”

서로를 뜨거운 눈빛으로 응시하던 두 사람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동생!”

시동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흔들어 풍인을 내뿜었다. 그리고 아래에 깔려 있던 후지를 밀치더니 두 팔을 벌리고 시하를 향해 달려왔다.

“드디어 찾았, 아!”

그가 말을 마치기 전에 갑자기 그의 등 뒤에 있던 누군가가 발을 날렸다. 잠시 후, 시하는 차가운 기운을 가득 풍기고 있는 누군가의 품속에 안기고 말았다.

“하하(夏夏).”

후지가 넓은 가슴에 꼭 껴안는 바람에 시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시하의 귓가에 두근두근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무사하다니 다행이야.”

“후지.”

시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그의 품에 안겼다.

“죽일 놈, 내 동생을 이리 놓지 못해!”

시동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시하만 아니었어도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후지의 얼굴로 날릴 듯했다. 후지가 보란 듯이 시하를 더욱 힘껏 껴안았다.

“이런 변태 같은 자식. 천만 년을 묵은 늙은 요괴 주제에, 네놈은 양심도 없냐?”

그의 말이 아픈 곳을 건드린 듯 후지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서 그 손을 풀지 못해. 안 그러면 내가 네놈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수도 있어!”

후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오히려 검을 들어 시동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디 한번 덤벼 봐!”

공격하려면 하라지. 누가 무서워할 것 같아!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시하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순간 시동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바로 그에게로 달려갔다.

“이 금수 같은 놈, 죽여 버릴 거야!”

잠시 후, 그곳에 각종 진동 소리가 들리며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시하는 그제야 그들의 손에 모두 무기가 들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방금 두 사람은 싸우고 있었던 걸까? 그동안 둘이 계속 싸우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대체 얼마나 싸우고 있었던 거지?

“하 동생.”

공양이 공중에 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 사람들이 당신의 오라버니?”

시하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이런 모습을 보여 드리다니, 부끄럽네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가 이미 여기저기 움푹움푹 패인 산골짜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계속 저렇게 싸우다가는 저의 집이 사라지겠죠?”

“…….”

후지와 시동은 천성적으로 뭔가 맞지 않는 듯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둘은 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싸움에 시하의 마음도 지쳐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계곡을 무너뜨리기 직전, 시하가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아직 화가 덜 풀린 두 사람을 한 손에 한 명씩 잡고 석실로 끌고 왔다.

“이 녀석은 누구야?”

시동이 그제야 옆에 있던 공양을 발견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바라보더니 뭔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놀란 모습으로 시하를 한번 바라보고는 시하의 신식에 소리쳤다.

“동생, 설마 우리 동네에 있던 그 뚱보 왕 씨 녀석을 잊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 녀석이 너의 첫사랑이긴 했지만 그건 유치원 때 일이잖아.”

“꺼져!”

시하는 그가 전하는 소리를 끊어 버렸다. 오빠라고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여기는 공양이라고 해. 내 친구야.”

시하가 시동에게 공양이 전에 그녀를 도와주었던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었다.

“아, 친구.”

시동이 그제야 한시름 놓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갑자기 후지가 공양을 한참 살피더니 무엇 때문인지 눈빛을 반짝이며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공양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이 공양?”

“네, 맞아요.”

후지가 자신을 노려보자 공양이 긴장하며 대답했다.

두 사람은 그냥 보기에도 수행 계급이 엄청 높아 보였다. 지금까지 이곳으로 떨어진 선인들이 많긴 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선인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방금 그 싸움을 보니 몸이 다 덜덜 떨릴 정도였다.

“그렇군.”

후지가 눈썹을 치켜세우고 무엇 때문인지 고민에 잠긴 듯하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혹시 사문(師門)은 있나?”

“아니요.”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스승은 있고?”

“그것도 없어요.”

“그럼 날 스승으로 모실 생각은 없나?”

음, 둥글둥글하니 딱 좋은 제자가 될 감이야.

“네?”

순간 시하의 머릿속에 필홍과 청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뚱뚱한 남자만 보면 제자로 삼고 싶은 걸까?

“공양은 자수성가형이라 스승이 필요 없어요.”

후지가 그제야 아쉬운 듯 고개를 돌리더니, 아쉬운 대로 시하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잠시 후, 누군가가 그의 손을 치며 소리쳤다.

“손 저리 치워! 지금 뭐 하는 거야?”

시동이 시하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더니 그녀의 손에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듯 닦아 주었다. 그리고 가슴 아픈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동생,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넌 영수에게 잡혀 신계로 간 거 아니었어? 여기는 범계(凡界)잖아.”

시하가 그제야 뭔가 떠오른 듯 그의 손을 잡고 흥분하며 말했다.

“내가 돌아갈 방법을 찾았어.”

“뭐라고?”

시동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후지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시하는 신계에 도착한 후에 일어난 일을 그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그 파정 신존과 야진궁에 대해서도 말이다.

“네 말은 그 시스템이 아직도 네 몸속에 있다는 거야? 그리고 지금은 그 꽃 요괴로 바뀌었고?”

시동이 시하에게 물었다.

“응.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스템의 힘이 약해졌을 때 한옥이 그걸 이어받은 거야.”

“아직 너의 신식 속에 있어?”

시하가 아직 말을 마치기도 전에 후지가 그녀에게 물었다.

“네.”

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두 사람이 차가운 시선으로 시하의 신식을 노려봤다.

대체 왜 그러는 거지?

시하가 아직 그들에게 질문을 하기도 전에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섭혼술(攝魂術)이 좋겠어.”

“안 돼. 그럼 하하를 다치게 할 수도 있어. 아무래도 멸식인(滅識印)을 사용해야겠어.”

“미쳤어? 멸식인은 신식 안에 사용자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감히 내 동생에게 흔적을 남기려고? 꿈도 꾸지 마. 수혼(搜魂)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어. 그것만 끄집어내면 끝나잖아.”

“견식진(牽識陳)이 좋겠어. 영원히 멸절시키면서도 몸은 상하지 않게 할 수 있지.”

“그럼 주혼인(誅魂印)이 더 낫지. 신식 속에서 아주 깨끗하게 사라지게 할 수 있으니까. 일도 덜 수 있잖아.”

“아무래도 숨을 멈추게 하는 게…….”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니, 신식 속에서 한옥이 애플리케이션을 부여잡고 몸을 덜덜 떨었다.

“작은, 작은 주인님. 제 생각에는 주인님께서 어떻게 하면 저를 죽일 수 있을지 상의하고 있는 듯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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