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8화 (168/189)

시하가 그들의 말을 듣고 난 후 생각에 잠겼다가 장홍에게 물었다.

“저기 장홍, 그 북쪽에 있다던 구멍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 건지 알려줄래요?”

“바로 여기 정북 방향이에요!”

장홍이 천막 밖에 있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역시나 그들이 들어온 그 방향이었다. 순간 시하의 머릿속에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왔어요! 그 괴물들이 또 왔어요.”

한 수사가 다급히 천막 안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소리쳤다. 장홍이 놀라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이렇게 빨리! 3일은 걸려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 괴물들이 확실해요. 방금 길을 찾으러 갔던 도우들도 그들에게 중상을 입고 겨우 돌아왔어요.”

“어서 싸울 준비를 해야겠어!”

장홍이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더니 다시 시하와 흑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함께 가요!”

시하는 불안한 마음을 이끌고 흑룡과 함께 천막을 나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던 수사들이 검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수사들은 이미 검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래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중상을 입은 수사들뿐이었다.

시하는 걱정은 되면서도 대체 어떤 괴물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하여 그들과 함께 검을 부려 앞으로 날아갔다. 앞으로 날아갈수록 주변의 환경이 뭔가 익숙했다.

“우리 여긴 왜 또 온 거야?”

흑룡이 숲을 살펴보다가 물었다. 분명 오행서천진을 뚫고 나왔던 그곳이었다. 하지만 전에는 하얀 안개로 가려져 있던 진 입구가 까맣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어디부터 뚫린 건지 안에서 별의별 동물들이 끊임없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했던 괴물이 바로 이 요수였어?

그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계급이 높은 요수와 낮은 요수로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요수들은 삼사 단계의 어린 요수였고, 어떤 요수들은 선계 이상의 요수들도 있었다. 모두 마치 누군가가 밖에서 그들을 이끌고 있기라도 한 듯 끊임없이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빠져나온 요수들이 이미 엄청난 무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마도 저희가 나오면서 진법에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한옥이 시스템의 자료를 뒤지며 그녀에게 설명했다.

젠장, 방금 장홍이 올해 들어 이상하게 북쪽으로 들어오는 괴물들의 수가 증가했다고 하더니, 그게 다 우리 때문이었어!

“이상하네. 이렇게 강한 진법은 자동으로 구멍을 복구할 수 있는 건데.”

한옥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런 현상은 없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어찌됐든 이건 다 우리가 만든 문제들이야. 그러니 우리가 책임져야 해. 우선 저 요수들부터 해결해야겠어. 한옥, 넌 저 구멍을 어떻게 복구할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고 있어.”

“알겠어요. 작은 주인님!”

한옥이 시하에게 대답하더니 바로 돌아서서 시스템의 자료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시하의 신식 속에서 가끔 치직거리며 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하는 검을 꽉 부여잡고 요수들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했다. 우선 저 무리들부터 물리쳐야겠어.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장홍에게 막히고 말았다.

“상신님, 잠깐만요!”

“왜죠?”

도움이 필요해서 데리고 온 거 아니었어?

“저들은 보통의 괴물들이라 상신께서 나서실 필요 없으세요.”

장홍이 엄숙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저 괴물들은 저희도 상대할 수 있어요. 괜히 법력을 낭비하실 필요 없죠. 기다렸다가 높은 계급의 괴물이 나타나면 그때 도와주셔도 돼요.”

우선 구경이나 하라 그 말인가? 장홍, 당신은 다른 지도자들하고는 좀 다르군요? 보통은 제일 강한 사람을 앞에 세우고, 죽기 살기로 싸우다 같이 죽고 그러는 거 아니었어? 우리 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냐?

장홍이 출동 명령을 내리자 사람들이 바로 무기를 들고 요수들을 향해 진격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가끔 시하에게 한 마디씩 했다.

“상신님, 뒤로 조금 더 물러나 계세요. 저 괴물들은 저희가 상대하면 돼요.”

“맞아요. 저런 어린 요수들을 상대하게 할 순 없죠.”

시하는 그들이 자신과 흑룡의 수행 계급을 보고 도움을 받고자 그들에게 잘해주는 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아부와는 다른 듯했다. 그들은 그녀를 단순히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정말로 비장의 무기로, 최후의 보루로 아주 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 시하는 마음에 뭔가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정말로 그렇게 단순한 건지 아니면 어리석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수사들 중에도 이렇게, 단순하고 꾸밈이 없는 사람들이 있었나.

“이왕 왔는데 어떻게 싸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시하가 검을 들어 올리며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낙성진을 불러내 공격했다. 잠시 후, 수천수만 개의 검광이 별똥별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날카로운 칼날처럼 순식간에 요수들의 몸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상, 상신님!”

장홍과 그 일행들이 모두 깜짝 놀란 눈으로 시하를 바라봤다. 시하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내가 있으니까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잠시 놀란 듯하더니 갑자기 환호성을 터뜨렸다.

“역시 상신님이세요. 대단하세요.”

“별거 아니에요!”

시하가 바로 바닥으로 내려와 사람들 앞에 섰다. 그리고 진지하게 흥분된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조심하세요. 다음 무리가 바로 몰려올 거예요.”

역시나 잠시 후, 앞에 새로운 요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요수들은 그녀의 공격으로 쓰러진 요수들의 시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성을 잃은 무리들처럼 그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수사들은 다시 공격에 집중했다. 가끔 그녀의 주변으로 몇몇 수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이 아까 그녀를 공경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는 아주 열렬히 숭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하가 그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싸움에서의 그러한 신앙은 확실히 도움이 되는 듯했다. 다소 고조된 그녀의 태도가 모두에게 전염이 되어 영향을 주고 있었다. 시하가 자기도 모르게 구호를 외쳤다.

“부, 아니, 성천경을 위하여!”

하마터면 부족이라고 외칠 뻔했다. 하지만 구호는 역시 사람들의 열정을 끌어올리기에 좋은 방법인 듯했다.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따라 구호를 외쳤다. 사람들이 우르르 요수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몰려갔다.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기 시작했다.

“상신님께서 계시니 우리가 분명 이길 거예요.”

“상신님께서 돕고 계시니 이 북방을 지킬 수 있을 거예요.”

“단번에 수천수만의 요수를 물리치다니, 방금 그것은 분명 기적이었어. 역시 상신님이세요.”

얼마 있지 않아 시하는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치켜세웠는지 알 수 있을 듯했다. 시하가 봤을 때 그들은 어딘가 좀 이상했다. 모두 현선 이상의 수행 계급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화려한 술법은 어디 가고 그 어린 요수들에게 깔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을 들고 달려가 요수들의 등에 칼을 흔들어 작은 흔적 하나 남기는 정도였다. 수사들이 요수를 굴복시킨다고 달려가긴 했지만, 그 장면은 일반인과 요수들이 싸우고 있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듯했다.

시하는 마치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듯해 멍한 표정이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왜 법술을 쓰지 않는 거지? 왜 맨주먹으로 싸우고 있는 거지? 심지어 검법도 쓰지 않고 있잖아?

시하의 마음속에 솟아올랐던 감동이 갑자기 와장창 무너졌다.

지금 원숭이들을 데려다 놓고 서로 재주라도 부리는 걸까?

“장홍.”

시하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요수의 공격에 쓰러진 장홍을 바라봤다. 그가 다시 일어나 검을 들고 달려가려 하자 시하가 급히 잡고 물었다.

“잠깐만요. 당신들 수사 아니에요? 왜 법술을 사용하지 않는 거죠?”

“법술이요?”

장홍은 시하가 그에게 외국어라도 얘기한 듯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뭐예요? 법술이 뭐죠?”

“당신들 선력이요. 수사 맞죠? 몸속에 선력이 있는데 왜 법술을 이용하여 요수를 물리치지 않는 거죠?”

왜 육박전을 하냐고요. 선신(仙身)이 아무리 폭력에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서로 치고 받으면 어지럽지 않아요? 설마 지금까지 그 수많은 전투들을 이런 식으로 이겨 낸 건가요?

“선력이요?”

장홍이 놀라더니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신님 고마워요. 이제 알 것 같아요!”

그가 순간 몸에서 선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주변에 붉은 노을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상선에게서 볼 수 있는 선력이었다. 그 선력이 점점 그의 검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시하가 그제야 안심했다. 검을 들어 올린 그가 이번에는 엄청난 검기를 드러낼 줄 알고 기대했지만 뜻밖에도 그는 검을 들고 다시 그 요수들에게로 달려갔다. 다행인 건 선력이 더해진 검을 들고 공격하자 이번에는 요수들에게 밀려 쓰러지지는 않고 있었다. 드디어 그가 휘두른 검에 4계급의 요수의 몸이 두 동강이 나 버렸다.

젠장, 아직도 칼부림이나 하고 있잖아. 대체 뭘 알았다는 거야? 설명 좀 해줄래? 당신이 말한 선력은 그 검에 힘을 조금 더 세게 보태는 건가요?

주변을 바라보자 모든 사람이 선력을 이용하지 않고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선력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장홍처럼 검의 힘을 조금 더 강하게 하여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통쾌하게 요수들의 몸을 베고 있는 정도였다.

시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웠다. 이건 절대로 수사들이 벌이는 전투가 아니야. 이건 그냥 종족 전쟁일 뿐이야.

시하의 마음속에 의심이 점점 더 깊어졌다. 뭔가 머릿속에 잡힐 듯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 잡히지 않고 있었다.

“애벌레들이 제법 잘 싸우는데!”

흑룡이 그들의 육박전을 흐뭇하게 바라보자, 시하가 그를 노려봤다. 대체 어딜 봐서 잘 싸우고 있다는 건데?

“근데 선계에도 오르지 못한 요수들과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싸워?”

그가 몸에서 붉은빛을 내기 시작했다. 시하가 깜짝 놀라며 순간 그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닫고 바로 막아섰다.

“안 돼!”

죽으려고 작정했어? 어렵게 사람으로 변신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우린 끝장이라고!

“지금 뭐 하는 거지?”

시하에게 잡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에 실패한 그가 불만을 표하며 몸을 힘껏 움직였다.

“잠깐만, 지금은 안 돼.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

“왜 그러는 건데? 저 요수들은 힘이 개미보다도 못해. 내가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데 왜 날 막는 거야?”

네가 변신하면 너도 공격을 당하니까!

시하는 그곳의 사람들이 왜 요수들에게 그렇게 한을 품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 지금 보니 매년 이렇게 몰려오는 요수의 무리 때문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안 돼. 넌 방금 날 업고 오느라 너무 고생했으니까 휴식이 필요해. 내가 마음이 아파서 그래.”

그가 시하의 말을 듣더니 눈썹을 들썩거리며 말했다.

“그래! 난 조금 더 지켜보지 뭐.”

그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돌 위에 앉더니 다시 그들의 싸움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시하는 그제야 안심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성질 급한 애를 데리고 다니려니, 오빠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 어렵잖아.

시하는 흑룡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변신할 마음을 보이지 않자 그제야 안심하고 다시 싸움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마치 고무공을 차고 있는 듯했다. 서로 차고 채이며 이리저리 튕겨 다니고 있었다. 다행히도 다들 탄성은 좋아 매번 다시 일어나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 갔다. 시하는 빨리 그 희극을 끝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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