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말해봐.”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인님도 아주 열심히 미션에 임하셨어요. 하지만 나중에는 주인님께서도 뭔가 발견하신 건지 점점 시스템의 제어에서 벗어나려고 했죠.”
그 일은 시동도 시하에게 얘기했었지만 시스템도 일찍이 그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계속해서 구멍을 막기 위해 시스템은 주인님의 혈연관계를 이용하기로 했어요. 시스템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작은 주인님을 이 세계로 불러들였죠. 그리고 분신을 만들어 주인님의 몸에 붙어 있던 자신의 몸을 서서히 작은 주인님의 몸으로 옮기려고 했어요.”
젠장, 이제 보니 1호니, 2호니 구분할 필요도 없이 모두 한 시스템이 만들어 낸 것들이었잖아. 정말 갈수록 태산이네. 오빠는 시스템을 제거하려고 했고, 시스템은 미리 그걸 알고 내 몸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던 거네.
“시스템은 이미 자신이 이동할 시기를 계산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주인님이 그렇게 빨리 행동할지는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어요.”
“시스템이 일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왜 시스템은 오빠가 자신을 제거할 시기를 모르고 있었던 거지?”
“시스템은 삼천세계의 일을 예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인님과 작은 주인님은 삼천세계의 사람이 아니시잖아요.”
그런 거였군.
“주인님의 공격으로 시스템은 제일 중요한 부분에 상처를 입었어요.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강제로 꺼져 버렸죠.”
어쩐지 전에 시하가 오빠를 만난 후, 2호가 조금 더 어색해진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거의 사람처럼 그녀와 대화도 나누었는데 나중에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동 쪽에 있던 시스템의 영향으로 잠시 휴면 상태에 들어간 것이었고 나중에 영수가 나타나 자극하는 바람에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
잠깐만!
“아니잖아!”
시하가 지금까지의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만약 오빠가 나보다 늦게 이 세계에 왔다면 그럼 방금 내가 이곳으로 올 때 배송했던 그 택배들은, 그 도구들은 어떻게 된 것이지? 그 일은 시스템이 오빠를 부르기 전에 일어난 일 아니었어?”
그렇게 보면 시간이 전혀 맞지 않잖아?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시스템의 기억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정리할 수 있었거든요. 시간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듯했는데. 시스템이 제일 먼저 붙은 사람은 주인님이었고, 나중에 작은 주인님께 그 택배들을 배송하도록 한 것도 시스템이었어요. 하지만 마치 당신이 외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걸 잊었는지 계획에 실패하자 다시 주인님을 불러들였고요.”
한옥도 말을 하면서 점점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듯 의아해했다.
“그리고 그때에는 시스템이 아직 상처를 입기 전인데, 주인님을 불러들인 다음에야…….”
시하가 놀라며 잠시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2호라고 하는 시스템은 그녀가 천택대륙으로 간 후에야 나타났었다. 그전에 그녀의 휴대전화에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전에는 시하도 그 한 가지 미션만 수행했었다. 바로 그 오두방정 용오천과 함께 막았던 그 구멍이었다.
“한옥, 그 말은 시스템이 오빠를 부른 다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거지? 그래서 시공간도 혼란스럽게 된 거고?”
“맞아요!”
당시에 시스템이 그들을 불러들이면서 일으킨 시공간의 혼란은 원래는 나중에 나타났어야 하는 그녀가 뜻밖에 시동 먼저 그곳에 도착하면서 일으킨 것이었다. 그리고 시스템은 자신이 기생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인 그녀의 휴대전화에 붙어 금수지를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시스템은 시하가 삼천계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녀가 외계에서 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제일 처음에 수행했던 그 미션들은 단지 그 도구들이 자신이 예측한 대로 효과를 발효하고 있는지 시스템이 확인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그 결과는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그리하여 시스템은 오빠를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그녀가 수선계에 있을 때 왜 그곳에도 시동이 존재하고 있었는지, 왜 백 년이나 앞서 그곳에 있었는지는 아마도 그 시공간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영향을 미친 듯했다.
나중에 시하가 그 천택대륙에서 온 수사와 혈투를 벌이다가 은하수로 밀려들어 갔고, 그때에야 비로소 시간이 정상적인 궤도에 들어서면서 2호가 시하의 신식 속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후지가 나보다 천택대륙에 만 년이나 먼저 도착한 거였네. 그리고 그는 시공간의 그 혼란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거였어. 젠장! 뭐 이렇게 복잡하지?
“한옥.”
하지만 그래도 청산할 건 해야지. 이제 제일 중요한 한 가지 문제만 남았네.
“한옥, 방금 시스템은 이 삼천세계를 감독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했었지? 그럼 그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누구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한옥이 당황스러운 듯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스템 안에 그와 관련된 자료들은 모두 비밀문서로 잠겨 있어서 볼 수 없었어요.”
“그럼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확실히 있다는 거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느낌이 좀.”
“뭐 생각나는 거 있어?”
한옥이 한참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작은 주인님, 제가 시스템을 삼킬 때 발견한 건데, 그것들은 모두 어떤 어마어마한 역량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어요. 그의 몸에 천지의 위압이 느껴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러는데 혹시 시스템을 만든 사람은 천도가 아닐까요?”
“천도!”
젠장, 만약 정말 천도라고 하면 난 상대도 할 수 없는 거잖아! 그건 내가 삼천계를 상대로 싸우는 건데.
“작은 주인님, 저는 시스템과 같은 이런 힘은 처음 봤어요. 이런 힘으로는 언제든 삼계를 장악할 수 있을 듯했어요. 저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천도 외에는 없다고 봐요.”
그것도 맞는 말이네! 천도 외에 누가 또 삼계를 장악할 수 있겠어.
시하는 커다란 좌절감과 무거운 압력에 머리조차 들 수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반짝거리던 희망의 불씨가 순식간에 소멸된 기분이었다.
“작은 주인님, 만약 시스템이 정말 천도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면 주인님과 작은 주인님은 정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 내가 무슨 능력으로 천도와 싸울 수 있겠어? 수행 능력이나 공법 그 어느 것 하나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 몸 외에는 천도에 속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잖아. 한옥이 시스템을 이기면 뭐해. 제아무리 삼천계를 구하고 세계를 구한 공덕이 크다 해도 천도 아래 모든 중생은 개미에 불과할 뿐이지. 그리고 나와 오빠는 아마도 작은 바둑알 하나에 불과할걸. 원래 이 세계에 속하지도 않은 몸이니 다 쓰고 난 다음 버려도 아까울 게 없지.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 거지? 우리 남매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왜 하필 이곳으로 끌려와야 했던 거지? 이 세계와 우리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천도에게 자비가 많아서 중생들의 고통을 그냥 보고만 있지 못해 사람들을 이곳까지 끌고 와 그 구멍을 막았다 치자. 그럼 우리는 왜 그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거지?
시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옥,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 무엇이든 난 반드시 그걸 찾아서 따져야겠어! 백번 양보해서 천도가 그렇게 불공평하다면 이 목숨을 잃더라도 따질 건 따져 봐야겠어. 이 세계에만 천도가 있고 다른 세계에는 없는 줄 알아? 천도 위에 더 큰 대도(大道)도 있다고. 만약 천도가 여전히 나에게 그렇게 불공평하게 나오겠다면 난 대도를 찾아서라도 따져 볼 거야!”
“좋아요! 저는 작은 주인님의 말에 따를게요. 그놈부터 찾아봐요.”
“그래.”
생각을 정리한 시하가 그제야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았다.
“한옥, 여기 정말 신계가 맞아?”
“맞아요. 작은 주인님, 여기는 확실히 신계가 맞아요. 하지만 신계라고 하기엔 만황계(蠻荒界)보다도 못하네요.”
“그게 무슨 뜻이야?”
“이곳은 삼천계가 시작된 기원지예요. 삼천계는 원래 하나였는데, 천지가 시작될 때 그 혼돈의 영향으로 만황의 종족들이 자신의 능력을 온 세상에 뽐내었죠. 그리하여 생령들이 도탄에 빠지고 종족들이 멸절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어요. 천도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의롭지 못한 곳에 사용하는 것을 보고 세계의 화평을 유지하기 위해 만항을 삼천으로 나누게 되었죠.”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좀 얘기해줄 수 있어?”
시스템을 삼키더니 무슨 박사학위라도 딴 걸까? 점점 더 어려운 말들만 사용하잖아.
“예를 들자면 어느 한 가정에 아주 많은 아이들이 있었어요. 근데 그 아이들이 매일 치고받고 싸우자 그들이 그렇게 싸우다가는 모두 죽어 버릴까 걱정된 거죠. 그리하여 모든 자녀가 화목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이 세계를 삼천 조각으로 나누어 준 거예요. 하지만 제일 센 아이들은 원래의 그 자리에 남겨 두었다는 그런 얘기죠.”
“그럼 이곳은 그 상고의 만황? 네 말대로라면 삼천계에 제일 강한 인물이 이곳에 살고 있는 거겠네?”
대신(大神)들만 모여 있는 그런 곳인가?
“이론상으로는 그래요. 삼천계 사이에는 모두 규칙들이 제한되어 있어서 함부로 넘어갈 수 없어요.”
마치 전에 선계에 있을 때처럼 선계에 있는 사람들이 일반계로 내려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론인 듯했다. 만약 각계끼리 서로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다면 애초에 천도가 이 세계를 삼천계로 나눈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만황은 삼천계 중에 선기가 가장 짙은 곳이에요.”
“그렇다면 시스템을 만든 사람도 분명 이곳에 있을 거야.”
“맞아요.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 이곳에 있을 거예요.”
한옥이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다급히 소리쳤다.
“작은 주인님, 저 생각났어요. 여기 지도가 있는데 한 번 보실래요?”
“열어 봐!”
잠시 후, 반투명한 모습의 지도 하나가 나타났다. 심지어 3D형의 입체적인 지도로 산과 내천까지 아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도가 너무 커서 끝까지 보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시하는 그제야 어떻게 만항을 삼천으로 나눌 수 있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건 커도 너무 크잖아.
지도 위에는 붉은색과 초록색의 작은 점들이 보였는데 어떤 것은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고 어떤 것은 아주 어두웠다.
“작은 주인님, 위에 있는 불빛은 이 세계에 있는 생물들의 선기의 세기를 나타내는 거예요. 불빛이 밝을수록 수행 계급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
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그 불빛을 자세히 살펴보며 제일 밝게 반짝이는 것을 찾았다. 하지만 한참을 찾아도 모두 비슷한 밝기로 반짝이고 있었고, 뭔가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도 시스템을 창조해 낼 만한 인물도 발견할 수 없었다.
“잠깐만, 여기가 어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