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6화 (156/189)

“당신이 나타난 첫날, 우리는 당신이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바로 알고 있었어.”

소심은 뭔가 떠오른 듯 두 손을 불끈 쥐더니 핏대를 곤두세우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소근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제야 소심이 분노를 가라앉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영수, 이제 당신이 죽을 때야. 도대체 어떤 악한 공법을 수련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모든 순양 기운의 원혼들이 지옥에서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녀의 말을 들은 시하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시하도 일찍이 영수가 시스템이 말한 그 위험 대상인 줄은 알고 있어서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제거해야 할 위험인물인 것은 아마도 소심이 말한 그 악한 공법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갑자기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진동하자 시하는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뭔가를 떠올리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대체 여기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죽여야 이런 냄새가 나는 거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영수가 차갑게 콧방귀를 끼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몸을 휘청거리며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에게 소리쳤다.

“당신들, 뭘 한 거지?”

그의 몸 주변에서 갑자기 선기가 밖으로 흘러나오더니 수행 계급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상선에서 중선 후기, 중기, 전기, 이미 금선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암운성 성주의 소혼저(銷魂杵)인데 영수 장문도 익숙하죠?”

소심이 웃으면서 여전히 그의 등에 꽂혀 있는 법기를 보며 말했다.

“선인의 정혈과 수행 계급을 흡입하는 이 보물을 찾기 위해 전체 무극전을 다 뒤지고 돌아다녔었지.”

“소혼저, 당신.”

영수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당신 목숨은 살려 줄 테니까. 다만 당신 수행 계급은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 당신이 우리 자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죽게 할 순 없지.”

“하하, 이제 보니 무극전에 가서 태극검을 도둑질한 것은 수단에 불과하고, 진정한 목표는 암운성으로 가기 위해서였군.”

“그래 맞아! 그 성주가 태극검을 원하지 않았다면 거기까지 가서 검을 도둑질할 이유도 없었을 거야.”

그녀가 미안한 얼굴로 시하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계속해서 영수에게 말했다.

“설마 우리 자매가 당신에게 진심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소심이 구역질 나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하하하하.”

영수가 크게 웃기 시작하더니 서로 부축하고 있는 두 자매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영수가 너희들같이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농락을 다 당하다니, 어떻게든 다 갚아 주지.”

“오빠!”

그때, 시하가 소리치자 시동이 바로 검을 들고 달려갔다. 하지만 영수가 몸을 피하지도 않은 채 갑자기 흰색의 구슬을 하나 꺼내 시동을 향해 던졌다.

순식간에 밝은 빛이 가득 비치더니 시동의 몸이 밖으로 튕겨 나왔다. 시동이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했다.

“오빠!”

시하가 다급히 소리쳤다. 영수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등에 꽂혀 있던 소혼저를 뽑아냈다. 그가 등에 흐르는 피는 개의치 않고 소심과 소근을 향해 손을 흔들자 두 사람의 몸이 그가 있는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가 두 손으로 두 사람의 목을 꽉 조이며 말했다.

“이미 너희들에게 들켰으니 너희 두 사람의 수행 계급이나 가져가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너무 낭비하는 거잖아.”

영수가 무슨 짓을 했는지 소심과 소근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몸은 선기와 피를 흘리더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기력을 잃고 있던 영수는 수행 계급이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어서 금선 초기에서 중기 그리고 후기, 다시 중선에까지 오르고 있었다.

다시 수행 계급을 회복하도록 두면 안 돼.

“후지!”

시하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후지를 바라봤다. 후지가 시하를 바라보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잠시 망설였다.

“전 이제 괜찮아요.”

어서 가서 도와줘요.

후지가 그제야 시스템을 누르고 있던 손을 떼며 몸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후지와 시동이 동시에 공격을 시작하며 영수를 향해 영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이번에도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들의 공격이 그 흰색 구슬이 내뿜는 빛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영수는 그 흰색의 빛에 온몸이 둘러싸여 있었다. 그의 수행 계급은 아직도 미친 듯이 오르고 있어서 이미 중선 초기, 중기, 후기, 곧 대원만(大圓滿)을 돌파할 듯했다.

시하는 초조해졌다. 구슬이 막고 있는 한 오빠와 후지가 영수의 근처로 접근할 수 없으리라. 소심과 소근이 그토록 어렵게 얻어 온 기회가 설마 이렇게 사라지는 걸까?

영수의 공법은 무시무시했다. 도대체 어떤 공법을 쓰는 것인지 소심과 소근의 온몸은 이미 피로 범벅되어 있었다. 마치 선기가 뭔가에 의해 폭발한 듯한 모습이었다. 계속 그렇게 가다가는 두 사람 모두 죽을 듯했다.

저 구슬은 대체 무슨 법기일까? 후지와 오빠가 협공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크기는 별로 크지 않아 보이는데. 근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하고. 잠깐만! 어디서 봤지?

시하가 눈을 크게 뜨고 그 구슬을 살펴봤다. 이건 내가 택배를 배달할 때, 구걸하고 있던 한 어린아이에게 전해 줬던 구슬이잖아? 그때 시스템이 나에게 그 구슬은…….

“오빠, 그 구슬을 공격해! 그건 법기가 아니고 공간이야!”

그 구슬 안에는 작은 세계가 있었고 선기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시하는 후지와 오빠가 그 작은 세계의 선기와 맞서 싸울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고.”

영수가 놀란 표정으로 시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뭔가 놀라운 물건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이었어!”

후지와 시동이 망설이지 않고 위에 있는 그 구슬을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 밝은 불빛을 반짝이며 빙룡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흰색 구슬을 향해 달려들었다. 찰칵 소리와 함께 구슬에 균열이 생기더니 주변의 영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계속 오르던 영수의 수행 계급도 멈췄다. 근데 잠시 후, 구슬이 요동쳤다. 젠장, 구슬이 폭발하려고 하고 있어.

“어서 물러서요!”

시하가 큰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 진동 소리와 함께 엄청난 힘이 구슬로부터 터져 나오며 주변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하늘과 땅이 진동하면서 흔들리더니 거대한 힘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 어마어마한 힘이 그들이 있는 그곳 지하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며 엄청난 먼지를 휘날렸다.

“오빠, 후지!”

시하가 방어 결계를 하고 서둘러 두 사람의 모습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멀리 두 사람이 무사한 모습을 발견하고 그제야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때에 상황을 알아차리고 피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고, 소심과 소근 두 자매도 구할 수 있었다.

아무 일 없으니 다행이야. 근데 영수는 어디에 있는 거지?

“당신이었어!”

갑자기 시하의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시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그로부터 도망가려고 하는 순간 차가운 손이 시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시하가 영기를 움직여 반격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신식 속에서 갑자기 익숙한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시스템이야!

“작은 주인님.”

신식 속에서 한옥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미안해요. 제가 막지 못했어요.”

아니야, 넌 이미 최선을 다했어.

“하하하, 내가 당신을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

영수가 붉은 눈으로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으로 시하의 목을 더 힘껏 조였다.

“하하(夏夏)!”

후지와 시동이 놀라더니, 소심과 소근의 상처를 돌보는 것을 뒤로하고 시하에게로 달려왔다.

영수는 자신의 손으로 제 가슴을 찌르며 결결진(訣結陳)을 만들어 냈다. 주변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지면에서 붉은 핏줄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핏줄기가 마치 살아 있는 물체처럼 모습을 바꾸더니 갑자기 장벽으로 변신했다. 잠시 후, 더 많은 피들이 솟구쳐 오르며 모두 붉은 칼날로 변신해 시동과 후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영혈제(靈血祭)!”

시하는 영수가 그 방법을 쓰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영혈제는 자신의 혈흔을 끌어내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그러한 술법으로 상대를 공격하다가 본인의 정혈이 모두 쇠하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건 그야말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주술인 셈이었다.

“당신을 다시 만나게 한 걸 보면 하늘은 역시 날 버리지 않았어. 여기서 당신을 다시 만날 줄이야!”

영수가 두 눈을 부릅뜨더니 극도로 흥분한 모습으로 시하를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또 만나? 무슨 뜻이지?

“하하하하, 내가 이곳에 올라온 후로는 다시 저 공간을 열 수 없었어.”

영수가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을 상대를 만난 듯 흥분하며 시하에게 말했다.

“나는 순양기의 체질을 가진 여자의 피가 있어야만 비로소 저 공간으로부터 선기를 공급받아 내 수행 계급을 올릴 수 있거든.”

이제 보니 소심과 소근을 속이고 그들의 혈액을 채취한 후 그 공간을 열어 자신의 계급을 올리려고 한 거였잖아.

“이제 공간도 파괴되었지만 괜찮아. 당신이 왔으니까! 그 공간은 당신 거였고, 당신 몸에 구슬을 열 수 있는 뭔가가 숨겨져 있을 거야. 전에도 날 도와 비승할 수 있게 해줬으니까 이번에도 내가 신선이 될 수 있게 도와줄 거지? 그렇지? 은인님!”

이제 보니 전에 나한테서 택배를 받았던 그 어린 거지잖아.

그는 비승한 후 공간을 더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금수지의 효능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순양기 체질의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피를 이용하여 금수지에서 수행 능력을 받아 내려고 했던 걸까? 시스템이 나한테 대체 무슨 일을 시킨 거지?

시하는 더 이상 시스템을 의심할 시간도 없었다. 영수가 그녀에게 무슨 술법을 쓴 건지 그녀의 온몸에서 선기가 급속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지가 마비되고 의식도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시동과 후지가 미친 듯이 그 영혈제를 공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시하는 수행 계급이 지선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 갖고 있던 선력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영수가 그녀의 선력을 흡인한 후 그녀의 신식 속으로 들어왔다.

“작은 주인님.”

아직도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감싸 안고 있던 한옥이 새로 신식 속으로 들어온 그를 향해 자신의 가지를 흔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미 모든 힘을 소진한 한옥은 영수에게 상대도 되지 못하고 있었다. 영수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한옥이 바로 그 애플리케이션에서 떨어져 나왔다.

“하하하하, 역시, 당신은 역시 뭔가 다르군.”

신식 속에서 영수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당신의 비밀이었군. 이게 바로 신이 될 수 있는 비밀이었어.”

신? 혹시 날 신으로 보는 건 아니겠지?

영수가 점점 더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반면 시하는 신식으로부터 몰려오는 통증에 그를 막을 힘은커녕 말할 힘도 없어 보였다.

갑자기 신식 속에서 진동 소리가 들려오며 거대한 흡입력이 느껴졌다. 영수가 미친 듯이 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삼켜 버렸다.

그걸 가져가려고 내 신식 속으로 들어온 거였어. 이제 보니 고마워해야겠네!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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