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189)

“아. 영수.”

소심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시하와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육 장로가 바로 전에 당신을 해치려 했던 그 마선일 거예요.”

이런 나쁜 계집애! 눈 깜짝할 사이에 또 얼굴을 바꾸잖아. 아예 구해 주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런 거였군!”

영수가 눈을 가늘게 뜨며 시동을 바라봤다.

“어쩐지 내가 고의로 마선을 잡았다고 소문을 퍼뜨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했어. 이제 보니 이미 태명파에 잠복하고 있었군.”

“아이고, 이렇게 빨리 폭로될 줄은 몰랐네.”

시동이 웃으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들어 올렸다.

“내가 아직도 전에 봤던 그 모습인 줄 알아?”

영수의 온몸에서 선기가 가득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그곳은 그의 위압으로 가득 찼다. 이건 중선의 위압이 아니었다. 혹시 상선에 오른 걸까? 그럼 너무 빠르잖아! 전에 대전에서 봤을 때만 해도 분명 중선 초기였는데.

시동과 후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려 영수를 공격했다. 시하는 시동에게 물은 적은 없었지만 전에 시동이 태명파에 잠입하여 영수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걸 보면, 시동의 수행 계급도 중선인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후지가 함께 싸우고 있다고 해도 상선에 오른 영수를 대적하기는 아주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시하가 정신을 차리고 영검을 불러내 공중에 있는 세 사람을 노려봤다. 원래는 기회를 엿보다가 틈을 노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 속으로 끼어들 수 없었다.

“흥, 너도 오늘 같은 날이 있구나.”

소심이 서슬 퍼런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근을 바라봤다.

“내가 왜 너의 비승을 도운 건지 정말 후회돼. 넌 진작 죽었어야 했어!”

순간 시하의 머릿속에 갑자기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띵!]

[제어에 실패했던 목표물 발견, 목표물에 대한 위험성 검사.]

[검사 결과: 매우 위험함! 바로 제거 바람, 바로 제거 바람!]

시스템? 시스템은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 왜 내 건 아직 살아 있는 거지? 그리고 제어에 실패했던 목표물은 뭐지? 설마.

시하가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역시 영수 주변에 네다섯 개의 붉은 화살표가 나타나 있었다. 화살표가 그의 주변에서 깜박거렸다.

[바로 제거 바람! 바로 제거 바람! 지금부터 5분 내에 미션을 완성하지 못하면 강제로 집행할 것임!]

[4:59,4:58…….]

젠장, 시간을 좀 줘야 할 것 아니야!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면 어떡할 건데?

[집행자가 집행을 거부함, 처벌 시스템 가동!]

귓가에 갑자기 치지직 전자음이 들려왔다. 잠시 후, 신식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통증이 순식간에 온몸을 덮었다. 순간 시하는 입으로 피를 토해 내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작은 주인님!”

한옥이 제일 먼저 시하가 이상하다는 걸 발견하고 다가왔다.

“왜 그러시는 거예요?”

너무 아파!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통증이었다. 마치 신식이 누군가에게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한 통증이었다. 통증은 그 어떤 몸의 통증보다도 더욱 강렬해서 마치 그녀의 영혼에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작은 주인님, 왜 그러시는 거예요!”

한옥이 다급히 주변을 맴돌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대체 어디에 상처를 입으신 거예요?”

시하가 당장에라도 터질 듯한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피를 토했다.

“동생!”

시동이 시하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순간 영수의 검이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그를 위협했지만 다행히 그의 옆에 있던 후지가 그 검을 막았다.

“하하(夏夏)!”

후지도 놀란 표정으로 시하의 이름을 불렀다. 그도 시하에게 다가와 그녀를 살피고 싶었지만 영수와 대결하고 있는 상황이라 몸을 뺄 수가 없었다.

“동생, 왜 그러는 거야? 어서 대답해 봐.”

시동이 큰소리로 소리쳤지만 시하는 통증 때문에 주변의 소리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저 무의식중에 머리를 감싸고 통증만 호소했다.

“머리, 너무 아파!”

“머리? 신식!”

한옥이 놀라더니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흥분하며 자신의 가지를 흔들었다.

“작은 주인님, 무서워하지 마세요. 제가 바로 구해 드릴게요.”

한옥이 가지를 흔들며 몸에서 초록색의 기운을 뿜어내자 잠시 후, 한옥의 몸이 시들기 시작했다.

시하의 신식에 뭔가 청량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통증이 조금씩 사라졌다. 잠시 후, 한옥이 그녀의 신식 속에 나타났다.

“이, 이게 뭐죠?”

한옥이 시하의 신식 속에 나타나더니 깜짝 놀란 눈으로 애플리케이션들을 바라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한옥.”

시하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제일 중간에 있는 붉은색 그거, 그게 바로 시스템의 진짜 몸통이야.”

한옥이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가지를 긴 넝쿨처럼 늘어뜨리더니 중간에 있는 그 ‘선인’을 감싸기 시작했다. 한옥이 자신의 줄기를 이용해 붉은빛을 깜박이는 도표를 단단히 둘러쌌다.

잠시 후, 마치 모든 연락이 끊어진 것처럼, 그녀의 신식 속에 미친 듯이 떠돌던 애플리케이션들이 어두워졌다. 신식 속의 애플리케이션들이 갑자기 회색으로 변하더니 모두 비활성화 모드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괴롭히던 그 통증도 마치 썰물처럼 물러갔다.

“동생!”

“하하(夏夏)!”

후지와 시동이 겨우 기회를 잡아 영수를 막고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어떻게 된 일이야?”

시동이 마치 금방 물에서 건져 낸 듯 바닥에 축 늘어져 있던 시하를 부축하며 물었다.

“방금 왜 그런 거야?”

시하의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시하가 숨을 헐떡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시스템이었어!”

시동이 놀라며 눈을 부릅떴다.

“젠장, 그 나쁜 놈이 아직 살아 있었어?”

젠장, 처음부터 이런 상황이 올까 두려웠는데. 그래서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시스템을 떼어 내려고 했던 거고.

시스템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시동은 자신의 몸에 있는 그 본체를 떼어 내면 시하의 몸에서도 자연스럽게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부활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미션이었어?”

시하가 대답 없이 고개를 돌리더니 이미 그들이 있는 그 지면으로 내려와 있는 영수를 가리켰다.

“영수?”

시동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전에 자신이 그에게서 느꼈던 그 위화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수의 수행 계급은 뭔가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오른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그를 목표로 삼을 이유가 없었다.

“지금 몸은 괜찮아?”

“한옥의 영혼이 내 신식 속으로 들어와 잠시 시스템을 누르고 있어. 하지만 얼마 버티지는 못할 듯해.”

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감싸고 있는 한옥의 넝쿨이 조금씩 갈라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5분까지 초읽기에 들어갔던 그 시계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후지가 다리를 접고 앉아 결계를 하더니 시하의 신식 속에 있는 한옥에게 선기를 전달하며 말했다.

“저자를 막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알아!”

시동이 검을 잡더니 근엄한 표정으로 그의 앞에 있는 영수를 바라봤다.

“보아하니, 당신들 모두 이곳에서 죽을 운명인가 보군.”

영수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하를 바라보더니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

“육 장로, 내가 보기엔 빨리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좋을 듯해요. 혹시 알아요? 내가 기분이 좋아서 당신을 봐줄 수도 있잖아요.”

“공격할 능력이 있으면 그냥 덤벼 봐.”

시동이 기다란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린 왜 하는 거지?”

영수가 어두운 안색으로 뭔가 말하려고 하는 순간 그의 뒤에 서 있던 소심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흥, 겁도 없는 마선의 첩자가 감히 우리 태명파로 숨어들어 와? 그러고도 감히 여기서 무사히 도망갈 줄 알았어? 패배를 인정하면 혹시 영수가 넓은 마음으로 당신의 동생을 살려 줄지도 모르는데 배짱을 부리다니.”

“내가 도망간다고 누가 그래? 내가 가더라도 네놈들을 죽이고 갈 거야. 이런 나쁜 놈들!”

“당신!”

소심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소심, 저 사람과 싸울 필요 없어.”

영수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지 뭐.”

소심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그의 앞에서 물러섰다. 영수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검을 들어 올렸다. 잠시 후, 그의 주변에 수천수만의 검기가 나타나 시동의 앞에 있던 영수를 공격했다.

“오늘 네놈들 중 한 사람도 살아서 여길 떠날……!”

시동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변고가 발생했다.

돌아서던 소심이 갑자기 영수의 가슴에 검을 꽂은 것이다.

영수는 눈이 휘둥그레져 멍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소심이 그의 뒤에서 큰소리로 소리쳤다.

“언니!”

바닥에 있던 진법이 밝게 빛나더니 이미 숨이 멈췄던 소근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소심이 입을 여는 그 순간 그녀가 들고 있던 법기가 이미 영수의 단전을 관통했다. 영수가 눈 깜빡할 사이에 가슴에 칼을 맞고 쓰러졌다.

“영수, 이제 당신이 죽을 차례야!”

소심이 한 마디씩 힘주어 말했다.

“당, 당신들.”

영수가 눈을 부릅뜨고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흥, 우리 자매가 당신의 속셈을 모르고 있을 줄 알았어?”

소심이 차갑게 웃으며 그의 가슴에 꽂혀 있는 검을 힘껏 뽑아냈다. 그녀의 얼굴에 복수에 대한 쾌감이 가득했다.

“우리 언니가 당신 같은 사람을 정말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건 모두 날 위해서였어. 날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렇지 않았으면 금수만도 못한 당신한테 우리 언니가 접근할 일은 없었어.”

소심은 발로 영수를 걷어찼다. 영수가 손으로 소심의 공격을 막다가 몇 걸음 밖으로 밀려났다. 소심은 개의치 않고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더니 옆에서 간신히 몸을 가누고 있는 소근을 부축하며 물었다.

“언니, 괜찮아?”

“난 괜찮아.”

소근이 머리를 흔들더니 기침을 참으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복수심은 모두 사라지고 자매의 깊은 정만 넘쳐나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 영수는 말할 것도 없고 시하마저도 그들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들, 지금까지 날 속인 거였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가 한 손으로는 상처를 막고 눈으로는 그곳에 있는 두 자매를 쏘아봤다.

“속여? 당신은 왜 처음부터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지? 우리 두 사람이 순양 기질을 가진 몸이라는 걸 알고 접근한 거였잖아.”

소심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비꼬듯이 말했다.

“우리 자매가 여기까지 비승하면서 당신의 그 거짓된 모습조차 알아보지 못할 줄 알았어?”

여기까지 올라온 사람들 중에 바보가 몇 명이나 될까? 두 자매는 함께 이곳까지 비승을 했다. 그건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아주 깊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 남자를 놓고 싸울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었다.

“우리 자매는 체질이 독특하여 아래 세계에 있을 때도 당신 같은 위선자들을 많이 봤어.”

소심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순양기의 체질은 향로를 하기에 아주 좋은 체질이었다. 아래 세계에 있을 때에도 두 자매는 아주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런 일은 셀 수조차 없이 많을 정도였다. 모두가 처음에는 진실된 사랑을 빙자하여 접근했지만 결국에는 모두 그들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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