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4화 (144/189)

성문 입구 좌측과 우측에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문지기로 보이는 두 사람이 비스듬하게 앉아 있었다. 이제 보니 선계는 복지가 아주 좋은 모양이군. 앉아서도 일을 하고.

그들이 땅에 내려오자 두 사람이 발견하고 바로 일어섰다. 특히 그중에 한 명은 세 사람의 모습을 세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오, 세 명의 풋내기들이군.”

좌측에 있던 마른 체형의 문지기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한 번 훑어보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기 규칙이야. 성에 들어가려면 한 사람당 세 개의 선석을 지불해야 돼.”

선석이 뭔데? 영석은 안 될까?

다행히 선계에 익숙한 소심이 앞으로 나서더니 흰색의 수정석을 건넸다.

“선우님들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 사람이 선석을 세어 보더니 갑자기 옆에 있는 후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사람 건 없는 거요?”

시하가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방금 소심이 그들에게 아홉 개의 선석을 주는 걸 분명 확인했었다. 이건 대체 무슨 셈법이지?

하지만 그곳은 그들의 구역이라 어쩔 수 없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소심이 어쩔 수 없이 다시 아홉 개의 선석을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눈치는 빠르군.”

그 사람이 만족한 듯 열여덟 개의 선석을 소매 안으로 집어넣더니 시하를 바라봤다. 소심이 다시 시하 앞으로 낼 선석을 꺼내려 했다.

“됐어. 저 사람은 낼 필요 없어.”

그가 의외로 소심을 막더니 의미심장한 얼굴로 시하를 한 번 바라보고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됐어. 이제 들어가!”

나는 왜 생략하는 거지? 갑자기 양심에 가책이라도 느낀 걸까? 시하는 마음속에 의문을 안은 채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벽에 비해 성안은 각양각색의 옷차림을 한 선인들이 거닐고 있어 아주 떠들썩한 편이었다. 오는 길에 봤던 그 파란 옷차림의 남수들에 비해 암운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보였다. 거리에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반남반여(半男半女), 그중 절반은 요선과 마선이었다. 하지만 한옥이 얘기했던 그 귀수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낮이라 그런 듯했다.

소심은 각 대륙으로 통하는 그 전송진은 바로 이 성의 중심에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송진은 3일에 한번 운행했다. 그들은 하루 일찍 도착하였는데 전날 전송진이 한번 운행한 뒤였다.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다음 전송진이 운행할 때까지 그곳에서 2일을 기다려야 했다.

제일 일찍 태명파로 떠나는 전송진에 오르기 위해 그들은 전송진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는 객잔에 머물기로 했다. 공교롭게 그 객잔의 주인도 여선이었다. 그녀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더니 허리를 굽히며 다가왔다.

“저희 객잔에 머무시려고요? 아주 괜찮은 방을 갖고 있으니,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

그러고는 시하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옷깃을 매만지며 애매모호한 말을 던졌다.

“혹시 특별한 요청이 있으시다면 그것도 모두 만족해 드릴 수 있어요.”

별안간 자신의 옷깃을 슬쩍 풀어 헤치며 희고 거대한 욕망을 드러내 보였는데, 조금만 고개를 숙여도 시하의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묻힐 듯했다. 시하는 그제야 자신이 지금은 남자의 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하가 대답할 틈도 없이 후지가 그녀를 뒤로 끌어당기더니 차갑게 말했다.

“여기 묵겠습니다.”

그 여주인은 후지를 흘겨보더니 방금 그 친절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위에 있는 방은 하품 선석 열 개에 하룻밤이에요. 방이 몇 개나 필요하죠?”

후지가 하얀 선석 한 뭉치를 꺼내며 말했다.

“세 개.”

여주인이 선석을 받아 들더니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로 나가서 계단을 올라가면 왼쪽에 세 개의 방이 있어요.”

그러다 다시 후지의 뒤에 있는 시하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선우님, 제 방은 바로 그 네 번째 방이에요.”

설마 남장을 한 내 모습이 그렇게 매력적인 걸까?

후지는 개의치 않고 시하를 이끌고 뒤로 걸어갔다. 소심이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따라나서며 아직도 그들의 뒷모습을 아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여주인의 시야를 가려 버렸다.

“하 언니!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속으면 안 돼요. 이 성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까요.”

소심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시하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까 두려웠는지 다시 한 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당신한테 그렇게 친절한 이유는 뭔가 속셈이 있어서일 거예요. 재물을 잃는 것은 별일 아니지만 목숨을 잃게 되면 큰일이잖아요.”

어린애를 가르치는 듯한 이 말투는 뭐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후지, 당신은 뭘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거죠?

“당신들 잊었어요? 저도 여자라고요!”

남자로 변신한 지 이제 이틀밖에 되지 않았거늘, 여주인이 알아보지 못한 건 그렇다 쳐도 두 사람까지 잊고 있는 건 너무하지 않나? 남장을 한 내 모습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걸까?

“아무튼 며칠 지나면 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니까. 하 언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지금 날 위로하는 거 맞아요?”

“사실 하 언니의 이런 모습, 보기 좋거든요!”

뭐가 좋다는 건데? 난 하나도 좋지 않거든요?

“나 욕 좀 해도 돼요?”

“…….”

“됐어요.”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시하는 고개를 돌려 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라버니, 어떻게 선석을 가지고 있어요?”

함께 선계로 올라왔으니 선석이 있을 리가 없는데 어디에서 얻었는지 방금 숙박비를 후지가 지불했다.

“영기를 선기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영석도 선석으로 전환했어.”

후지가 당연한 걸 묻고 있냐는 표정으로 영석을 하나 꺼내 들며 말했다.

“그럼 우리가 아래 세계에서 가져온 영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요?”

시하의 물음에 소심이 후지 대신 대꾸했다.

“맞아요. 사실 영기와 선기는 본질적으로 모두 같아요. 다만 선기가 조금 더 짙어서 영석을 선석으로 전환할 경우 선석의 양이 조금 줄어들 수 있어요. 만약 원래 영석이 갖고 있던 품계가 낮으면 선석으로 전환되는 양이 조금 더 줄어 들 수도 있지요.”

“아.”

“영석을 선석으로 전환하는 건 저도 해봤어요. 하 언니, 혹시 영석이 있으면 제가 도와줄 수 있어요. 너무 낭비하지 않도록 제가 지켜봐 줄게요.”

“낭비요? 전환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가 봐요?”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가끔 상품의 영석이 선석으로 전환되고 나면 중품이나 혹은 하품으로까지 전환되는 경우가 있어서요.”

시하가 예전에 역겁을 하면서 받아 놓았던 제일 큰 영석들을 바닥에 쏟아 냈다.

“이런 것도 선석으로 전환할 수 있어요?”

소심이 사람 키만큼 거대한 영석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영석이라고? 이건 영석 광산이잖아?

“하 언니, 이 영석은 어디에서 발견한 거죠?”

이런 영석은 광산을 얼마나 파야 얻을 수 있는 거지?

“주웠어요!”

당신들 집 밖에는 이렇게 큰 영석이 널려 있는 거야?

소심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시하 언니가 비승한 세계에는 영석이 아주 충족했나 보네. 모든 세계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난 왜 밖에 나가면 어디서나 영석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세계에서 태어나지 못한 걸까?

충격에서 돌아온 소심이 영석을 전환할 때의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그러고는 흥분된 모습으로 손을 떨더니 시하를 도와 영석을 선석으로 전환시켰다. 영석이 비록 전보다 절반이나 줄어들었지만 전체 선계를 돌아다녀도 보기 드문 상급 선석으로 전환되어 있었다.

“이렇게 하시면 되고, 방금 전과 같은 방법으로 전화하시면 돼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천만에요. 다른 영석들도 함께 전환하는 건 어때요?”

“좋아요. 아직 이런 영석이 몇십 개나 더 있어요!”

시하가 말을 하면서 방금 전과 동일한 크기의 영석들을 하나, 하나, 또 하나, 끊임없이 꺼내 놓기 시작했다.

이틀 후, 시하와 세 사람은 성 중앙의 전송 법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무질서하게 규율이라고는 없어 보이던 성안이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수비가 두 줄로 늘어 있었다. 전송 법진 옆은 이미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모두 그 진법을 통해 각 대륙으로 가려는 사람들이었다.

이상하게도 길 한쪽에 또 다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줄은 전송진으로 들어가는 줄보다도 더 긴 듯했다.

시하가 이상한 눈빛으로 그곳을 바라보자 소심이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 언니, 저희 우선 전송진으로 들어가는 표부터 사야 해요. 이 전송진은 매일 2천 명씩만 실어서, 더 늦었다간 타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제 보니 이 줄은 표를 사는 줄이었구나. 전송진도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니, 선계 사람들 상술이 대단한걸.

자세히 보니 진법으로 들어가는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얀 옥패를 들고 있었다.

세 사람은 맨 뒤로 걸어가 줄을 섰다. 표를 사는 줄은 금방 줄어들어 얼마 가지 않아 바로 차례가 돌아왔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바로 앞에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앉아 뭔가 기록하고 있었다. 노인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물었다.

“어디로 가죠?”

뒤에 있던 소심이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저는 소심이라고 해요. 저희 세 사람은 서부에 있는 태명파로 갈 거예요.”

이름은 물어보지 않았는데?

노인이 기록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소심을 바라봤다.

“네가 소심?”

시하가 긴장하며 그들을 바라봤다. 설마 무극전의 통령이 이곳까지 전달된 건 아니겠지?

“맞아요.”

소심이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대답했다. 노인이 소심을 한번 훑어보더니 시하와 후지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시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옆에 있는 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태명파로 가는 표는 1인당 50개의 하품 선석, 아니면 1개의 중품 선석이네.”

50개? 숙박비도 선석 10개밖에 안 되는데 선계의 교통비가 이렇게 비싼 걸까? 하지만 난 부자니까!

시하가 어젯밤에 전환한 따끈따끈한 선석을 막 꺼내려고 하자 소심이 경계하듯 사방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하품 선석 하나를 꺼내 들었다.

“모두 150개예요. 세 명이에요. 한 번 세어 보세요!”

노인이 선석을 받아 세어 보더니 선석을 옆에 있는 상자에 넣어 버렸다.

“됐어. 들어가서 표를 받아 가요. 다음 사람.”

밖으로 나서자 소심이 조용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 언니, 언니가 가지고 있는 선석들은 모두 상품 선석이에요. 다른 곳에서는 괜찮지만 여기 암운성에서는 꺼내지 않는 것이 좋아요.”

“음, 알겠어요.”

재물은 함부로 자랑하면 안 되지. 그건 나도 알아! 다만 돈은 많은데 사용할 수 없는 이 느낌, 뭔가 답답하긴 하네. 이건 마치 천만금을 가지고도 호떡 하나 살 수 없는 거랑 비슷한 신세잖아.

“하 언니, 잠깐만 기다려요. 가서 패를 받아 올게요.”

소심이 한 마디를 남기더니 앞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패를 받으러 세 사람이 함께 갈 필요가 없을 듯해 시하는 따라가지 않고 후지와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제야 그곳이 어느 한 작은 정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닥에는 옥처럼 하얀 석판이 깔려 있고 사이사이에 검고 작은 돌들이 끼어져 있었다. 돌은 둥근 모양과 네모난 모양으로 섞여 있었다. 신기하게도 은은히 선기를 뿜어내고 있어 아주 귀한 돌처럼 보였다. 옆에 심은 선초들마저 특별히 더 푸르고 싱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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