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6화 (136/189)

탑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지만 불광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고, 원래 환영진 안에 있던 그 불광의 양을 넘어서고 있었다. 불광이 순식간에 백 리 밖까지 퍼져 나갔다. 캄캄하던 하늘이 뚫리더니 파란 하늘을 드러내었고, 사방의 검은 기운은 모두 사라졌다. 순식간에 불광이 온 하늘을 덮자 하늘에서 희미한 범음이 울려 퍼졌다. 진법을 힘겹게 버티고 있던 사람들도 그제야 안심하며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기이한 풍경을 지켜봤다.

하늘에 가득한 금빛 불광은 몇 분간 계속되었다. 목영기를 이용하여 강제로 피워 낸 정생련은 진정한 정생련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 버텨 낸 것도 이미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불광이 사라지자 탑 아래 가득하던 연꽃들이 반짝거리는 별빛으로 변하며 모두 사라져 버렸다.

“병아리!”

불탑이 무너진 폐허 속에서 나온 시하가 바로 노란 병아리를 찾기 시작했다.

“삐약, 삐약!”

병아리는 거대한 돌 위에 앉아 있다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날개를 흔들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몸에서 반짝이던 불빛마저 희미해져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상처 입은 곳은 없는 듯했다. 그 거대한 검은 촉수는 이제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불광에 의해 모두 사라져 버린 모양이었다.

시하가 그제야 안심하며 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병아리는 순식간에 다시 그 귀여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힘없이 그녀를 향해 두 손을 들더니 앞으로 쓰러지려 했다.

시하가 놀라 얼른 그를 품 안에 안았다. 그러고는 자세히 살피려고 하는데, 희미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이 든 것이었다.

그래. 많이 피곤했지.

시하는 그를 다시 영수대로 돌려보내지 않고 품에 안은 채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두드려 주었다. 그리고 후지와 사람들을 따라나섰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만 있을 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형식적인 인사조차 생략한 채 지친 모습으로 크게 한숨만 내쉬었다.

“언니!”

그때 밖에서 진을 펼치고 있던 유유가 몇 사람과 함께 다가왔다.

“언니, 괜찮아요?”

“소사숙님?”

제공과 유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줄곧 오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연묵마저 사람들이 걱정되었는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

다리가 좀 나른한 것 빼고는.

“어? 이건 누구죠?”

제공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가 손을 내밀어 아이의 볼을 만지려는 순간, 옆에 하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갑자기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 그가 손을 들어 제공의 손을 내리치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꺼져. 내 동생이라고!

제공은 깜짝 놀라 시하와 후지를 번갈아 보다가 물었다.

“소사숙님, 설마 아니죠?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설마 두 분 사이에 애까지 생긴 거예요?”

“병아리예요!”

제공은 시하의 품에 안긴 토실토실한 어린아이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제야 그가 바로 그 알에서 나온 어린 봉황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때, 갑자기 조용하던 하늘에서 범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전에 있던 그 불광과 다르게 누군가 하늘에서 범음을 틀어놓은 것처럼 소리가 귓가에 뚜렷하게 울려 퍼졌다. 시하가 또다시 긴장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또 무슨 일이지?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노래 같기도 했고, 염불을 읊는 소리 같기도 했다.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소리에 자비로운 마음이 가득 느껴져서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경외감에 빠져들게 했다.

잠시 후, 세 줄기의 금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시하의 앞에 서 있던 세 사람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유유, 제공, 연묵 세 사람의 몸이 금빛으로 휘감겼다.

“이건?”

시하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세 사람은 오히려 기쁜 얼굴을 했다.

“공덕금광(功德金光)! 소사숙님, 이건 공덕금광이에요! 저의 수행 계급이…….”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시하는 주위에 영기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금빛에 둘러싸인 세 사람의 수행 계급이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유유는 대승에서 도겁기, 다시 출규기에 오르더니 아예 비승기에까지 올랐지만 계속해서 멈추지 않았다.

불수들은 공덕으로 수행하니까, 그럼 이 금빛은 세상을 구한 그 공덕?

그 어마어마한 공덕으로 순식간에 세 사람의 수행 계급은 비승기 대원만에 이르러 더는 올라갈 곳이 없게 되었다.

“하늘 문이 열렸어요.”

연묵이 갑자기 소리치자,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잠시 후, 하늘에서 울려 퍼지던 범음이 더욱 커지더니 파란 하늘에 둥근 원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점점 확대되었고 원 안에 끝없이 하얀 공간이 나타났다. 그 빛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그 빛의 기세에 눌려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따뜻한 햇살이 하늘 가득 비치고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폐허로 변해 버렸던 가체사에 또다시 봄기운이 불어오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비가 쏟아졌다.

와아, 이 특수효과는 분명 엄청 비싼 걸 거야!

“이건 하늘 문이에요. 하늘로 올라가는 그 하늘 문이요!”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세 사람이 하늘로 올라가려는 듯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흥분하며 모두 다리를 틀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문틈으로 희미하게 나오는 천도(天道)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공덕의 빛에 휩싸인 그 세 사람은 마치 뭔가에 끌린 것처럼 서서히 하늘로 올라갔다.

“언니!”

유유가 다급히 손을 내밀어 시하를 잡았다. 시하도 초조한 마음에 유유의 손을 잡았지만 하늘로 올라가는 그 힘을 막지 못했다.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 신선이 된 것을 축하해.”

“하지만!”

유유가 얼굴을 찌푸리며 뭔가 망설이는 듯 여전히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걱정하지 마. 언니도 네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도록 노력할 거야.”

그제야 유유의 얼굴이 서서히 밝아지더니 시하를 향해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소사숙님.”

제공이 마치 혼백이라도 부르듯 시하를 부르더니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떠나야 해요. 사부님을 잊으시면 안 돼요. 반드시 그를 찾으셔야 해요!”

“그건 당신이 걱정 안 해도 돼요.”

친오빠인데 당연히 내가 찾지, 그럼.

“사숙님께서 저를 대신해 사부님께 전달해 주세요. 저는 영원히 사부님의 제자라고요.”

“알았어요.”

솔직히 우리 오빠 좋아하는 거 맞지, 너.

“제가 없더라도 소사숙님 혼자 잘 지내셔야 돼요.”

“알았어요.”

“제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그 말은 좀 무서운데.

“세상이 험악하니, 옆에 있는 사람을 조심하셔야 해요. 특히, 그 사람요!”

“네?”

그 사람인 후지는 당장 저자를 끌고 내려올까 고민했다. 하지만 제공은 아랑곳하지 않고 코를 삼키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숙! 당신과 헤어지기 너무 싫어요.”

“그럼 지금이라도 내려오든가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부탁할게요. 만약 사부님을 찾으면 저에게…….”

“죽여 버릴 거야!”

“네, 네?”

시하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갑자기 이건 뭐지?

고개를 돌려 보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연묵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화가 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제야 생각났네. 내가 아직 당신한테 따지지 못한 게 있었어! 당신 도대체 시동이랑 무슨 관계지? 똑바로 말해. 이걸로 끝난 줄 알아? 내가 하늘로 올라가고 나서도 반드시…….”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다 되어 뒤의 말은 더 들리지 않았다. 세 사람이 하늘 문 속으로 들어가더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시하가 조용히 연묵을 향해 기도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나와 함께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그거 하나 따지지 못하고 있었다니. 쯧쯧.

하늘 문이 완전히 닫히고 그 하얀 원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세 사람은 운이 참 좋았다. 특히 유유는 불수도 아니었지만 제공에게 배운 불법과 정생련을 사용하면서 얻은 불성(佛性, 중생이 본디 가지고 있는 부처가 될 성질)으로 두 사람과 함께 하늘로 올라갈 수 있었다.

세상을 구한 공덕이라고 하면 전에 제진은 병아리에게 상처를 입히는 바람에, 천도에 의해 10대에 이르는 공덕을 날려 버렸다. 그러니 제공은 동일한 공덕으로 하늘로 올랐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기에 누가 불수를 하래? 근데 다른 사람들은…….

시하가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모두 부러움과 경외감에 찬 모습으로 당장이라도 머리를 깎고 불수로 전환이라도 할 표정으로 깊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엄격히 말하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똑같이 세상을 구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뭔가 홀대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하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맑게 갠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올라가면서 모였던 영기가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빛줄기와 함께 쏟아지고 있었다.

“이건 설마, 영우(靈雨)!”

“말도 안 돼요. 영우는 전설 속에나 나오는 것 아닌가요?”

사람들이 놀라며 방어진을 치는 것도 잊은 채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았다.

“전설 속의 영우는 번뇌를 없애 주고 세간의 모든 상처를 치유해 주고 수행의 장벽들을 감소시킨다고 했어요.”

“어! 내 손!”

한 중년의 수행자가 갑자기 자신의 오른손을 쳐들고 몸을 덜덜 떨며 소리쳤다.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방금까지 아무 반응도 없었는데.”

“제 다리도 괜찮아졌어요. 분명 그 괴물에게 먹혔었는데!”

“저도요!”

“저도 그래요.”

방금 그 검은 기운에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기뻐했다.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상처들이 기적처럼 모두 치유되고 있었다.

“천의맹의 사람들이 깼어요.”

검은 기운이 사라지고 난 후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람들이 이제야 반응을 보이며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표정들이었다.

갑자기 쏟아지던 비가 다시 멈췄다. 그 영우의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러분, 혹시 수행 계급이 오른 듯하지 않아요? 착각인가요?”

“착각이 아니에요. 저도 그래요. 대경계는 오른 듯해요.”

“세상에, 제 수행 계급은 오백 년 동안이나 오르지 않고 있었는데.”

“역시 영우였네요. 여러분 모두 앉아서 경계부터 안정시켜요.”

그리하여 일어섰던 사람들이 또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깨어난 천의맹의 사람들과 가체사의 제자들 외에 그곳으로 들어온 모든 사람들의 수행 계급이 오르고 있었다. 뇌겁이나 그 어떤 장애도 없이 사람들의 계급이 눈에 띄게 올라 있었다.

시하도 본인의 계급이 이미 출규기를 넘어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까지 불공평하다고 느꼈던 마음이 모두 사라지고, 역시 천도는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내린 그 영우는 천도가 내리는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세상을 구했으니 모두가 함께 나눠야지. ……잠깐만! 천도? 만약 이번에 내린 이 영우가 천도가 내린 상이라면, 그럼 나에게 강제로 세상을 구하도록 한 그 시스템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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