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여기 안에 몸에 들러붙는 그 괴물들이 가득해요!”
누군가가 봉인 안에 있는 그 검은 촉수를 발견하고 놀라 소리쳤다.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모두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보세요. 안에 사람이 있어요!”
한 수사가 봉인 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자세히 보니 안에는 하늘 가득 날아다니는 그 검은 촉수 외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모두 상실한 유혼들처럼 사방으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
“천의맹의 사람들이에요!”
누군가가 그들을 알아보고 안으로 들어가 구하려고 했다. 시하가 그를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잠깐만요! 지금 누군가에게 제압당하고 있어요.”
봉인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은 몸의 일부분이 모두 검은 기운에 휘감겨 있었다. 어떤 사람은 손이, 어떤 사람은 발이, 어떤 사람들은 가슴이 그랬다. 그들은 모두 고맹주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확인한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현기가 울상이 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괴물은 찾았는데 근데 이렇게 많다니. 어떡하죠?”
“맞아요. 저희는 불수가 아니라서 이 물건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때 장로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정생련이 있다고 해도 괴물의 수가 많아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군요. 이 봉인이 얼마나 버틸지도 모르고, 안에 있는 괴물들이 모두 밖으로 뛰쳐나오면 아마.”
그가 더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사람들이 두려운 기색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다.
“너무 중대한 일이니,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아무래도 방법을 생각한 다음 다시 찾아오는 것이 좋을 듯해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이곳까지 쫒아온 사람들이 놀란 나머지 이제 모두 도망가려 했다. 시하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이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아! 시하가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어디선가 그들을 비웃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터무니없는 소리!”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니 오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유유가 사람들을 향해 호통을 치고 있었다. 역시 내 맘을 알아주는 건 유유밖에 없어. 유유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사람들을 차갑게 한 번 둘러보더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요? 당신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이 봉인이 곧 해제되려고 하잖아요. 세 시진 정도 후에 봉인이 파괴되고 그 안에 있던 괴물들이 밖으로 나와 천하를 뒤덮으면 숨을 곳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을 모두 삼키고도 남을 숫자예요. 지금 도망가도 늦게 죽는다는 차이밖에 없죠.”
“하지만 저희는 불수도 아니고 정생련도 없는데 어떻게 저들을 상대하죠?”
누군가가 작은 소리로 반문하자, 유유가 코웃음을 치더니 그를 비웃었다.
“흥! 제가 보기에 당신은 정생련뿐만 아니라 배알도 없으신 것 같은데요?”
“당신!”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자, 시하가 손을 흔들며 싸움을 저지했다.
“쓸데없는 소린 이제 그만해요! 괴물들과 맞서 싸워야죠!”
침묵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감돌았다. 그중 현기가 제일 먼저 그녀의 말에 반응을 보였다.
“하 소저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 수사들에게 후퇴란 없죠.”
또다시 누군가 소리쳤다.
“맞아요. 괴물들과 끝까지 싸워 봐야죠.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데 그래도 싸우다가 죽는 것이 훨씬 명예롭지 않겠습니까.”
“지금 도망가 봤자 끝내는 괴물에게 몸이 휘감겨 죽을 건데, 한 번 싸워는 봐야죠.”
“그래요. 싸워 봐요! 저는 남을 거예요.”
“저도 남을게요.”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더니 전의에 불타올랐다. 현기가 사람들을 진정시킨 후 제공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
“상사, 오늘은 우선 적을 물리칠 방법을 생각하고 선발대를 뽑아주시지요.”
오는 길 내내 제공이 안내해서인지 사람들은 그를 우두머리로 세우려고 하는 듯했다.
“상사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저희가 바로 따르겠습니다.”
제공이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두 네 개밖에 되지 않는 정생련으로 이렇게 많은 괴물을 물리칠 방법은 정말 없어 보였다. 현기가 다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무슨 방법 없을까요?”
그의 말에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방금까지 불타오르던 전의가 또다시 사라져 버렸다. 시하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엔…….”
“좋아요!”
시하가 아직 말을 마치기도 전에 현기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존상께 맡기겠습니다. 분부만 내리시죠!”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시선들이 시하에게로 향했다. 유유도 그들과 함께 시하를 바라봤다. 난 무리를 이끈다는 말은 한 적 없는데, 이렇게 빨리 떠넘기는 거야?
시하가 고개를 들어 봉인 안에 있는 검은 기운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머릿속으로 점점 영에 가까워져 가는 그 숫자들을 바라봤다. 그 숫자가 영이 되는 순간 뭔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듯했다. 그리하여 시하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를 떠맡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는 옆에 있던 제공에게 말했다.
“자, 저희 상의 좀 해봐요. 제공, 방금 이 봉인이 전에 유명지해의 천연 봉인과 똑같다고 했죠?”
“전에 사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때는 저도 사부님께서 왜 사찰에 이렇게 큰 진법을 세우는 건지 몰랐습니다.”
모두 시스템이 이곳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겠지. 오빠의 모든 행동은 시스템과 연관이 있었으리라. 아마 그것 또한 시스템이 시킨 미션 중 하나였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은 일찍이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에야 시하는 유명지해에 뭘 봉인한 건지 알 듯했다. 전에 상고의 지역에 있을 때 오빠는 통화로 그녀에게 몇 번이고 그곳으로 오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마도 그가 마주친 것이 바로 이 물건인 모양이었다. 그는 시하가 다칠 것을 염려하여 그곳에 오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그도 이를 해결할 방법을 강구했던 듯하다. 어쩌면 단원에게 칼로 그를 찌르라고 했던 것도 그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지금 가체사에 나타난 이 침입자는 그녀의 오빠가 유명지해에 봉인한 그것과 동일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해결했으니, 반드시 두 번째 해결 방법도 있으리라.
“그때 이런 봉인은 천 년에 한 번 복구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무슨 이유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제공은 그녀가 묻는 질문에 모두 대답했다.
“천연 봉인은 이것보다 광대해서 전체 유명지해를 모두 덮을 수 있습니다. 천년에 한 번 영력이 쇠해질 즈음 진안을 통해 대량의 영기를 진법 안으로 채워 넣어야 하죠. 그 일은 선검문의 도우들과 단원 존자가 제일 익숙할 거예요.”
선검문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의 영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매번 천연지일이 되면 선검문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함께 그 일을 진행했었다.
“소사숙님, 이 봉인을 보강시켜 안에 있는 물건을 나오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요?”
“네.”
시하가 생각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지만, 제공은 칠흑처럼 어두운 가체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아마도 아주 어려울 겁니다. 유명지해의 봉인은 괴물을 진법 안에 가두고 있죠. 하지만 이곳은 이미 밖으로 나왔습니다. 때문에 지금의 이 진법도 잠시 그 물건을 가두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봉인의 진안은 사찰의 정중앙에 있답니다.”
진법을 보강하려면 반드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술법을 사용하는 동시에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됩니다. 진법이 필요로 하는 영력이 커서,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기술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시하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당신과 연묵, 두 사람에게 모두 네 송이의 정생련이 있죠? 저에게 한 송이를 주면 제가 들고 안으로 들어갈게요!”
제공과 연묵,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을 짓더니 눈을 반짝이며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환영진(環靈陳).”
“환영진(環靈陳)!”
“네!”
이 진법은 그녀에게 유일하게 익숙한 진법이자 또한 유일하게 사용 방법을 알고 있는 진법이기도 했다. 환영진은 아주 작은 힘을 가진 진법으로, 고작 영기를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정생련이 있다면 그 힘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 만약 정생련을 봉인 안에 있는 진안 위에 올려놓고 영기를 봉인 안으로 끌어들인다면 불광을 어느 정도는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때, 제공과 사람들이 밖에서 똑같이 정생련을 이용해 환영진을 설치하면 두 진법의 불광이 서로 상응하면서 봉인 법진이 자연스럽게 모든 곳으로 퍼져 반복적으로 순환할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도 당당히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제공이 이 방법에 대해 말하자 어둡기만 하던 사람들의 안색이 생기를 회복했다. 현기가 그의 말에 바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어서 존상의 말대로 시작합시다.”
그때 연묵이 얼굴을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잠깐만요! 그렇다 해도 이렇게 큰 환영진을 버티려면 적어도 세 명의 힘은 합쳐야 해요. 하지만 여기엔 정생련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두 명밖에 없잖아! 순간 시하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고 보니 세 사람을 제외하면 정생련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어떡하지?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제가 할게요! 제가 정생련으로 환영진을 설치할게요.”
시하가 놀라며 그녀에게 말했다.
“유유! 네가 정생련을 사용할 수 있다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요즘 불법(佛法)을 좀 배웠거든요. 그러니까 환영진도 문제없어요.”
불법? 시하가 옆에 있는 제공을 노려봤다. 그 못생긴 얼굴로 내 동생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순간 제공이 움찔하더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 하나를 펴고 시하에게 말했다.
“그냥 조금만,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하옥심은 급히 자신의 실력을 올리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제공은 그녀가 어설프게 나섰다가 마도에 들어서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자진하여 불문 공법을 조금 가르쳤다.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시하가 그를 노려보다가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이를 앙다문 채 말했다.
“내가 당신들 둘을 항상 지켜볼 순 없지만, 이번 일은 잘했어요! 제공, 연묵, 유유, 당신들 세 명은 밖에서 진을 설치해요. 다른 사람들은 저랑 함께 안으로 들어가 진 안에 영력을 공급하죠.”
“저, 저희 모두 들어가야 하나요?”
시하가 말을 마치자 무리 중 한 명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물었다. 그 검은 기운을 보더니 다시 망설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문으로 보이는 노인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존상, 늙은이가 할 말이 있는데 이걸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소.”
“그럼 그냥 얘기하지 마세요!”
시하가 바로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다시 우물쭈물 망설였다가는 어렵게 끌어올린 사기가 다시 떨어질지도 몰랐다. 용기라는 것은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 거라 빨리 일을 끝내 놓고 봐야 했다.
“출발!”
시하가 제공에게서 정생련을 받아 들고 바로 봉인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음한 기운이 사방팔방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칼들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듯했다. 그 오싹한 기운에 시하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후 손가락 사이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녀의 눈앞에 눈처럼 하얀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하가 고개를 들어 그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가 아무 말 없이 습관적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갑자기 반달눈을 만들며 따뜻한 미소를 건넸다. 잠시 후, 다른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라 진 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의 검은 기운이 그곳의 움직임을 눈치챘는지 엄청난 양의 촉수들이 사람들을 향해 몰려왔다.
사람들이 법기를 불러내기 시작했고, 시하도 영검을 불러내 공격할 준비를 했다. 순간 옆에 있던 단원이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기고는 결인을 했다. 순간 진법 하나가 나타나더니 그의 손에 순백의 검 하나가 쥐여졌다. 잠시 후, 그 검이 또다시 용으로 변신하더니 몰려오는 검은 기운을 향해 공격했다. 순간 그 용이 지나간 자리에 깨끗한 통로 하나가 나타났다. 단원이 돌아서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서 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