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1화 (131/189)

현 장문이 다시 돌아오더니 바닥에 있는 시체를 바라보며 애석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고맹주까지 그런 마공을 수련했을 줄이야.”

“이 사람이 정말 천의맹 맹주예요?”

시하의 물음에 현기가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소사숙님, 혹시 뭘 발견이라도 하신 건가요?”

제공이 시하에게 질문하자 연묵과 단원도 모두 그녀를 바라봤다. 시하가 고개를 흔들며 현기에게 물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현 장문님, 고맹주가 탈사될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현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시하에게 말했다.

“그의 수행 계급은 변함이 없었어요. 탈사를 당한 사람은 정신이 불안정하여, 설사 탈사에 성공했더라도 계급이 대경계나 떨어지게 되어 있죠.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두 본인들이었다는 건데. 그럼 방금 제공이 말한 변장술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설마 세상에 이렇게 이상한 공법이 존재하는 걸까? 근데 ‘침입자’는 또 무슨 뜻이지? 002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경고를 한 건 아닐 텐데.

시하는 계속해서 곧 뭔가를 발견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머릿속에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방금 전에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현기가 감동한 얼굴로 시하에게 말했다. 시하가 그를 밀어내지만 않았으면 제일 처음 재수 없게 당할 사람은 바로 현기였기 때문이다.

“천만에요. 그냥 그동안의 방값을 치렀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동안 오래 머무르긴 했잖아.

“아, 손은 괜찮아요?”

그가 계속해서 오른손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시하가 물었다. 방금 그 검은 촉수가 그의 오른손을 감고 있었지 않은가.

“존자, 걱정하지 마세요. 혈기에 잠깐 장애가 있는 것뿐입니다.”

현기가 한 손으로 법결을 만들어 오른손으로 털어냈다. 그가 법결을 이용하여 그의 오른손을 치유하려는 순간 깜짝 놀라 소리쳤다.

“어?”

그는 다급한 손놀림으로 또다시 몇 번의 법결을 시도했지만 오른손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이어서 몇 번이나 시도해보았지만 그의 법결이 손에 닿기만 하면 아무런 효력도 내지 못했다. 제공과 연묵이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참다못해 손을 내밀었다. 그곳에 있는 몇몇 사람들의 수행 계급으로는 죽은 사람을 살리고 마른 뼈에 살을 붙이는 일이 어렵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현기의 손은 아직 끊어진 것도 아니라서 더욱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 아주 간단하기만 한 그 치유 술법을 몇명이서 여러 번 시도해봐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내, 내 손!”

현기가 황당한 표정으로 크게 소리 질렀다. 시하도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단원이 앞으로 나서더니 현기의 맥박을 짚고 영기를 그의 몸속으로 전달하여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법주(法咒) 같은 것을 외더니 그의 손을 내려놓았다.

“혼체(魂體)의 일부가 찢겨서 사라졌어요.”

제공이 앞으로 나서더니 놀라 소리쳤다.

“혼체는 영혼이잖아요!”

영혼의 일부가 사라졌다고? 그래서 그의 손이 계속 치유되지 않은 건가?

단원이 바닥에 있는 시체의 머리를 보며 다시 한 번 법주를 외우고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 시체의 몸에서 반투명한 그림자가 올라왔다. 그림자는 시체의 사지만 보이고 머리는 보이지 않다가 잠시 공중에 떠 있더니 바로 사라져 버렸다.

“이건 고맹주의 혼백입니까?”

현기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머리가 없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제공이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단원에게 질문했다.

“사람이 죽으면 그의 혼백은 음부로 돌아가요. 그의 몸이 얼마나 처참하든 혼백은 그대로 돌아오죠. 적어도 죽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는 속임수인 겁니다.”

연묵도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단원에게 말했다.

“방금 그 어두운 기운이 영혼까지도 절단하는 건가요?”

단원이 미간을 더욱 깊이 찌푸리며 한 마디씩 힘주어 말했다.

“아니에요. 절단이 아니라 삼키는 겁니다.”

시하의 머릿속에 띵!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동안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일들이 순간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시스템이 보여줬던 그 ‘침입자’라는 빨간 글씨가 뭘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진정한 원흉은 그 네 명의 몸에 붙어 있던 검은 물체였다. 시하도 그것이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물체들은 사람의 몸에 기생하며 그 사람의 기억과 수행 능력까지 얻을 수 있어 그 사람을 모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영혼을 먹고사는 물체로 방금 현기의 손이 사라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이 물체는 다른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듯했다. 지난번에 가체사에 들렀을 때 제진 한 명만 그런 증상을 보였지만 지금은 네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래서 가체사의 정생련이 사라진 거였어. 정생련은 상극이니까. 아마도 그전에 벌써 사라졌겠네. 그리고 휴대폰과 002호가 ‘침입’이라고 했던 것도 바로 이걸 의미하는 거였어. 영혼을 삼키는 이런 물건이 계속 존재했다가는 얼마 가지 않아 이 세상 전체를 삼켜 버릴지도 몰라.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시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자신의 추측을 제공과 나머지 사람들에게 모두 알려 주었다. 그녀의 말을 듣던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멀찍이 물러나 있던 각 파의 장문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그리고 방금 시하가 말했던 말을 큰 소리로 다시 한 번 얘기했다.

직접 경험하고 난 후라 사람들은 시하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감, 걱정, 공포, 의문 등 각종 표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한참 후, 장문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일어났다.

“말씀대로라면 이 세상에 그 촉수를 변별해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그리고 불문의 지보 정생련만이 그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인지요.”

제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밖에는 없어요.”

“그럼 이걸 어떡하죠? 저희는 불수가 아니라서 세상에 널린 것이 정생련이라고 해도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에 감염된 사람이 네 명만이 아니라면 어떡할까요?”

그때 제공이 큰 소리로 외쳤다.

“천의맹으로 갑시다!”

순간 그곳에 있던 수사들이 모두 법기를 반짝이며 천의맹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시하도 검을 부려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하마터면 그 네 명을 잊을 뻔했네. 그들은 자신들의 입으로 천의맹에서 왔다고 했었지. 그리고 그 길을 안내한 사람이 바로 천의맹의 맹주였고.

시하는 영검의 속도를 높여 천의맹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 물체는 영혼을 삼키는 물체이니 늦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원인을 추측해 내긴 했지만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확신이 없었다. 이번 일은 전에 일어났던 일들과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전에 일들은 실패한다고 해도 시하 한 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끝이었지만 이번의 일은 실패하게 되면 모든 세계가 끝장났다. 게다가 시하는 아직 그 허당 오빠도 찾지 못하지 않았는가.

시하가 긴장하고 있는 그때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 무표정한 인사가 갑자기 옆으로 다가오더니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방금까지도 정신없이 두근거리던 그녀의 가슴이 그제야 진정되기 시작했다.

천의맹 맹주의 일로 영악파에 수사들이 모였다. 대부분 장문과 장로들이었다. 큰 무리의 사람들이 격전을 벌일 준비를 하고 천의맹으로 몰려갔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다. 천의맹 전체가 텅텅 비어 있어 사람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나는 조류나 땅에 걸어 다니는 동물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천의맹은 마치 세상과 격리된 곳처럼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어떻게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거죠?”

“설사 천의맹 전체가 이사를 간다고 해도 흔적 하나는 남겼을 텐데, 전송 법진조차 보이질 않네요.”

“천의맹에는 천의맹을 지키는 제자들만 몇천 명이 있죠.”

“사람들이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그들은 한편으로는 사라진 사람들을 걱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무서운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걱정하고 있었다. 시하도 조금 어리둥절했다. 현기의 말대로라면 그 네 명은 천의맹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바로 영악파로 찾아간 것이다. 그 물체가 아무리 영혼을 삼킨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전체 문파를 삼켜 버리지는 못했을 텐데?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옆에 있던 제공의 몸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그의 몸에서 나온 그 밝은 빛은 하얀 새 한 마리로 변신하여 그의 곁을 한 바퀴 날더니 바로 사라져 버렸다.

“큰일 났어요!”

제공은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죠?”

시하가 묻자 그가 손을 흔들어 자신의 본명 법기를 불러내며 말했다.

“호산대진이에요! 바로 방금 전에 가체사의 호산대진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호산대진이요? 무슨 뜻이죠?”

호산대진은 매 문파의 기준이잖아. 근데 왜 이렇게 초조해하는 거지?

“소사숙님, 가체사의 호산대진은 다른 법진들과 달라요. 그 법진은 전에 사부님께서 설치하신 거라 사람에게 해가 가지 않죠. 하지만 유명지해의 천연 봉인처럼 특정인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네 명이 가체사로 돌아갔다는 건가요?”

“네.”

“가체사로 가요!”

시하가 바로 검을 부려 가체사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바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환해가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나서 바다 위에는 사람들의 비행을 가로막는 강풍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 두 시진도 되기 전에 가체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체사에 도착한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그곳은 그녀가 전에 왔었던 그 사찰이 분명했지만 그곳에 비치고 있는 불광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지금의 가체사는 검은 기운에 뒤덮여 있었다. 무거운 음한 기운이 사찰 안으로부터 새어 나와 백 리 밖에서도 그 기운이 느껴졌다. 검은 기운은 거대한 투명 봉인 안에 갇혀 있었고, 봉인은 백 리쯤 되는 곳까지 덮은 채 구름 속까지 높이 솟아 있었다. 그 거대한 봉인 안에 검은 기운이 짙게 느껴졌다. 안에서 가끔 촉수처럼 생긴 검은 물체가 봉인을 공격하며 내는 쾅쾅 소리와 귓전을 자극하는 또 다른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띵! 시스템 업그레이드 성공!]

갑자기 시하의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띵! 긴급한 사태가 발견되어 강제적 미션을 발표함. 불법 침입자를 몰아내십시오!]

미션 기한은 다섯 시간! 미션 진행 시간 측정 중. 4:59:59.

갑자기 그게 무슨 미션인데! 시하가 내시하여 보니 원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가득 차 있던 머릿속에 미션 시간을 나타내는 빨간 숫자만 보였다. 초를 나타내는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면서 규칙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57, 56, 55.

“002호,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강제 미션은 뭐예요? 002호, 002.”

시하가 아무리 그를 호출해보아도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다만 그 빨간 숫자만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을 뿐이었다. 오빠의 휴대전화를 꺼내 보았지만 화면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원 버튼을 아무리 눌러 보아도 반응이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이건 뭐 반드시 미션을 수행하라는 압박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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