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무슨 상황이지?
시하가 곰곰이 생각할 틈도 없이 뜻밖에도 칠흑처럼 검은 촉수가 연묵을 향해 뻗어 갔다. 그 검은 촉수는 네 명의 등 뒤에서 뱀처럼 계속 꿈틀대던 그 물질이었다. 이제 보니 그냥 장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연묵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법기를 들고 앞으로 다가가려 했다.
“앞에 조심해요!”
시하가 급하게 그녀를 불러 보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그 검은 촉수가 재빠르게 연묵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촉수에 찔린 그 부분은 마치 물감처럼 검게 물들었고, 그 검은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갔다.
“이게 뭐죠?”
연묵이 그제야 몸의 이상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고는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서둘러 자신의 몸을 휘감고 있는 그 넝쿨 같은 물체를 뜯어내려 했다.
“아!”
순식간에 그녀의 몸이 검은 넝쿨에 꽁꽁 묶여 버렸고, 얼굴도 검은 줄무늬로 얼룩지기 시작했다. 네 명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연묵!”
시하가 제공과 함께 날아갔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몰라 그 검은 넝쿨에 삼켜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갑자기 연묵의 몸에서 눈부신 밝은 빛이 나오더니 그녀를 감싸고 있던 넝쿨이 물러났다. 그녀의 가슴을 찔렀던 촉수마저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연묵이 몸에 지니고 있던 주머니 안에서 무지갯빛 불광을 비추는 연꽃이 떠올랐다. 이건 잠룡연에서 채집한 그 정생련이잖아?
“우아, 아!”
그들 뒤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그들의 질책에도 안색 하나 바뀌지 않던 네 명이 갑자기 무서운 물건이라도 본 것처럼 머리를 감싸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소리는 점점 더 애처로워졌고, 등 뒤에서 뱀처럼 꿈틀대던 그 촉수도 미친 듯이 날뛰었다. 겨우 목숨을 건진 연묵이 놀란 표정으로 네 사람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저, 저건 무슨 물건이죠?”
“이제 저게 보여요?”
제공도 얼굴에 놀란 기색이 가득하여 소리쳤다.
“저 네 사람이 어쩌다가 저런 모습으로 변한 거죠? 저 검은 물건은 대체 뭘까요?”
역시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도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명 나에게만 보이던 것이 왜 지금은 모두에게 보이는 것이지? 설마 정생련 때문인가?
“아, 아.”
정생련의 불광이 점점 더 왕성해질수록 네 사람이 점점 더 고통스러워했다. 그들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사람의 소리가 아니라 지옥에 있는 악귀가 울부짖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주봉 가득 그 기괴한 비명 소리가 메아리쳤다.
“쿠와악!”
갑자기 네 사람의 등 뒤에 있던 뱀처럼 생긴 촉수가 그들 몸에서 뛰쳐나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유유! 시하가 결계로 모든 영검을 불러내며 큰 소리로 유유에게 외쳤다.
“어서 도망가!”
사람들이 그제야 그 무서운 비명 소리로부터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그 촉수가 이미 그들 가까이까지 다가가더니 천만 마리로 변신했다. 저들은 정생련도 없는데!
“낙성진.”
그때 웬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수천수만 개의 영검이 별처럼 하늘에서 쏟아졌다. 촉수들이 땅 아래로 떨어져 몸을 꿈틀대더니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하하(夏夏).”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잠시 후, 손 하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마구 비볐다.
“단원.”
시하가 그제야 안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늦지 않게 도착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전부 사라질 뻔했잖아. 잠깐만! 그런데 네 명이 서 있던 자리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네 명은요?”
제공은 방금 전보다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시하에게 말했다.
“도망갔을 겁니다. 방금 그 네 명이 사용한 공법은 대체 뭘까요. 그런 기운은 절대 불수에 없습니다. 설마 그들이 마도에 들어선 걸까요?”
불수는 처음부터 공덕과 어진 마음을 이해해야만 불도를 수련할 수 있다. 마도에 들어서면 수행 계급이 모두 소멸할 뿐만 아니라 다시 돌아오려고 해도 전에 어떤 계급을 가졌든 반드시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때문에 불수에서 마도로 들어서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단원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마수가 아닙니다. 네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수사라 할 수 없어요.”
“수사가 아니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시하가 멍한 표정으로 묻자 단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 네 사람의 몸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중 연묵이 물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면 죽었다는 말인가요?”
제공이 바로 나서더니 옥패를 들며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모든 가체사 제자들의 명패 위에 본인의 영혼이 담겨 있죠. 때문에 그 혼이 사라지면 이 명패도 함께 사라집니다. 저는 이 명패로 그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고, 그건 그들의 몸에 이와 똑같은 명패가 있다는 의미예요. 명패의 주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요. 그 네 사람이 만약 마수가 아니라면 절대 귀수는 아닐 겁니다.”
그렇게 말하던 제공이 순간 놀라며 급히 고개를 돌렸다.
“설마 방금 그 네 명이 저의 문파의 제자들이 아닌 건가요? 다른 사람이 그들의 명패를 도용한 겁니까?”
하지만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변신술이 있는 거지? 단원 존자도 눈치채지 못했잖아? 그리고 그들은 우리를 알아보고 있었어. 심지어 제진은 연묵이 자신이 사부라는 것도 알고 있었잖아?
단원이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심각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시하도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계속 남아 있던 그 불길한 예감이 점점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머릿속에 빨간색의 ‘침입자’ 이 세 글자가 떠오르더니 마치 특수효과라도 입힌 듯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녔다.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 미션을 줄 거면 설명이라도 하고 줘야지, 젠장!
제공이 혼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선 내려가요. 오늘 그 네 사람이 이곳으로 온 것은 저를 잡으러 온 것만은 아닌 듯해요.”
그 일이 있고 난 후, 방금까지만 해도 화목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저희한테 설명 좀 해보세요.”
“그렇게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걸 보면 마수가 분명했어요. 설마 천의맹은 이미 마수와 손을 잡은 건가요?”
“가체성승(伽蒂聖僧)은 무슨, 하마터면 저희 목숨까지 앗아갈 뻔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당신들이 데려왔으니, 천의맹은 반드시 이에 대해 해명하셔야 할 거예요.”
모든 사람들이 한데 모여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서로 마주보며 대치라도 하는 듯했다. 전당 안에서는 경황이 없어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 네 사람을 영악파로 데려온 사람은 뽐내기를 좋아하는 천의맹 맹주인 것 같았다.
맹주도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원래는 네 사람을 데려다가 문파의 체면을 세워 보려고 했건만, 오히려 자기 발등을 찍는 꼴이 되었으니까.
“여러분, 잠시 조용히 해주십시오!”
그때 현기의 목소리에 소란스럽게 떠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말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현기가 중간에 있는 맹주에게 예를 갖추더니 물었다.
“저도 이 일이 당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네 사람의 모습은 분명 정상적인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맹주가 데려오셨으니 이 네 사람에 대한 내막을 상세하게 알려주시죠.”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하가 옆에 있던 사람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들도 마침 그 답이 듣고 싶었던지라 걸음을 재촉하여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하는 그제야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는 맹주를 발견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람들 한가운데에 서 있는 중년 남자는 청색의 장포를 걸치고 있었고, 단정한 얼굴에 기풍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확실히 그녀가 전에 한 번 만났던 그 천의맹의 맹주 고맹주가 맞았다. 여기까지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보였지만 유일하게 비정상적인 것은 그의 머리 뒤에 보이는 칠흑같이 검은 촉수였다. 그 촉수가 옆에서 한창 그에게 질문하고 있는 영악파의 장문 현기의 오른손을 감고 있었다.
“조심해요!”
시하가 다급히 풍계술법을 사용하여 두 사람 사이를 지나가도록 했다. 두 사람이 무방비 상태로 서로 예를 갖추려던 순간, 현기의 몸이 바람에 날려 전당 안에 있던 구리 문 위로 날아가 쾅!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사람들이 그를 걱정할 틈도 없이 시하가 다시 소리쳤다.
“어서 비키세요! 저 사람은 그 네 명과 똑같아요.”
시하의 말이 떨어지자 방금까지 그의 주위를 겹겹이 둘러싸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두 뒤로 물러섰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검을 부려 멀리 몸을 피해 버렸다. 전체 광장에 순식간에 그들 네 명만 남았다.
사람들이 물러섬과 동시에 고맹주의 머리 뒤 촉수가 갑자기 길게 솟아오르더니 지금까지 늘 단정하기만 하던 그의 얼굴을 검게 휘감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 검은 기운이 그의 온 몸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방금 네 명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다만 그 네 명만큼 그 검은 영기가 짙어 보이지는 않았다.
“제공, 연묵!”
시하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불렀다. 두 사람이 이미 정생련을 들고 고맹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순간 무지갯빛 연꽃 광채가 밝게 빛나더니 그 검은 기운을 모두 소멸해 버렸다. 그 고통을 가늠하기 어려운 처참한 비명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그 비명 소리는 몇 초 동안 지속되다가 그제야 사라졌다. 비명 소리와 함께 그 검은 기운도 전부 사라지자 쾅! 소리와 함께 시체 하나가 쓰러졌다.
“해결된 건가요?”
제공이 정생련을 거두고 고개를 숙인 채 시체가 쓰러진 곳을 살펴보았다. 그가 정생련의 위력에 놀란 듯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시체를 바라봤다.
“이 사람도 그럴 줄은 몰랐……. 어?”
그가 중간에 말을 멈추더니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왜 머리가 없는 거죠?”
시하가 다급히 다가가 보니 바닥에 있는 시체에 머리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방금 그 고맹주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머리에만 검은 촉수가 꿈틀대었지만, 전에 그 네 명은 전신에 꿈틀대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 있던 그 검은 기운보다 훨씬 약한 기운이었다. 이 상황, 어딘가 좀 익숙한데?
그리고 그들은 각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던 데다가, 모두 정체가 들통 났음에도 하나같이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모두 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