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189)

휴대폰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제공이 바로 그녀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때요? 소사숙님? 사부님이 계신 곳을 찾아냈나요? 방금 그 소리는 어떻게 된 거죠? 사부님이 남기신 음성인가요?”

“신호!”

시하가 놀라며 소리쳤다. 맞아! 통화 중이면 문자로 남기면 되지. 시하가 바로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오빠?>

오빠의 번호로 문자를 보내니, 발송이 정상적으로 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시하가 긴장된 마음으로 휴대전화를 지켜보며 회신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휴대전화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회신도 오지 않았다. 시하가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가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 문자가 갑자기 폭죽 터지듯 연신 진동음을 내며 수신되었다.

<하하하, 동생 너였어?>

<오빠, 지금 어디야?>

<문자가 있다는 걸 깜박하고 있었네. 몇 달 동안 내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가 안 되잖아. 역시 내 동생 똑똑하기도 하지.>

시하가 기쁜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하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계속해서 울렸다.

<아, 동생아. 절대 유명지해에 오면 안 돼. 여기는 너무 위험하거든. 그 음한 기운도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알 수가 없어. 이렇게 가다가 유명지해는커녕 주변에 있는 그 해역까지 위험하게 생겼어. 나는 몇 달 동안이나 갇혀 지내다가 이제야 나왔어. 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오빠가 갈 때까지 기다려, 알겠어?>

제공이 사부에게서 문자가 온 것을 알았지만 알아볼 수 없어 그녀를 재촉했다.

“소사숙님. 사부님이시죠? 사부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대요?”

“유명지해의 음기 중 어딘가에 갇혀 있다가 방금 그곳을 나왔대요.”

“유명지해의 음기는 이미 흩어졌잖아요?”

“흩어져요?”

“그래요! 그날 저희가 돌아오고 난 후, 유명지해는 원래의 그 해역으로 돌아왔어요. 뿐만 아니라 환해 위에 있던 그 음기 강풍도 사라지고 정상적인 바다의 모습으로 돌아왔죠.”

우리가 돌아오고 난 후. 그럼 3개월 전이라는 건데, 그럼 오빠가 만난 음기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설마 아직 어딘가에 음기가 남아 있던 걸까요?”

시하가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동생, 나한테 빨리 좌표를 알려줘. 지금 바로 널 데리러 갈게.>

시하는 바로 자신의 위치를 그에게 전달했다. 좀 있다가 오빠가 오면 그때 직접 물어봐야겠어. 문자가 가고 나서 10초도 되지 않았는데 다시 회신이 왔다.

<선검문? 염하봉? 그게 무슨 문파야? 들어보지 못했는데. 동생, 자세히 다시 한 번 보내 봐.>

시하가 미간을 찌푸렸다. 선검문이 이렇게 이름 없는 곳이었어? 그렇게 안 보였는데.

“사부님이 뭐라고 하세요?”

“오라버니가 이쪽으로 오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선검문으로 오는 길을 모르는 모양이에요.”

“사부님은 예전에 여기에서 백 리도 떨어지지 않은 석실에서 폐관을 백 년 동안이나 하셨어요. 바로 그때 저를 구해 주시고 제자로 거두셨죠. 사부님께 저희가 처음 만났던 곳이라고 하면 분명 찾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

시하가 바로 그들이 만날 장소를 수정하여 문자를 전송했지만, 오빠에게서 온 회신은 예상 밖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제자? 무슨 제자? 난 제자를 거둔 적이 없는데?>

시하가 놀란 표정으로 제공을 한번 훑어보았다.

“왜요?”

제공이 그녀의 표정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는지 걱정스러운 듯 그녀에게 물었다.

“오라버니는 제자를 거둔 적이 없다는데요?”

제공이 벌떡 일어서더니 몸에서 염주를 꺼내 자신의 주장을 증명했다.

“말도 안 돼요! 보세요. 당시에 사부님께서 저를 거두시면서 주셨던 그 염주예요. 위에 사부님의 법인도 있답니다.”

자세히 보니 염주 위에 아주 작게 쓰여 있는 문구가 보였다. 사비 시동 증정.

보아하니 정말 오빠의 글씨였다. 그럼 이 문자는 뭐지?

그런데 그 순간 머릿속에 또다시 묘한 생각이 떠오르자, 시하가 제공을 끌어당기며 다급히 물었다.

“당신, 언제 제 오빠를 만난 거죠?”

제공이 놀라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마도, 육천 년 정도 됐을걸요?”

육천 년, 시하는 순간 벼락에라도 맞은 듯 온몸에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니 내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데 오빠의 손에도 휴대전화가 있는 거였어. 그래서 그가 아직 유명지해의 음기 중에 몇 달이나 갇혀 있었다고 했던 거야. 그래서 선검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거였고, 제자를 거둔 적이 없다고 한 거지.

우리 사이에는 육천 년이라는 공백이 있는 거였어! 오빠는 육천 년 전에 있는 거야.

시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 하나를 발견했다. 전화 속의 오빠가 6천 년 전의 그 오빠라면 내가 유명지해에서 본 그는 대체 누구지? 설마 지금의 오빠의 모습? 두 사람 모두 진짜라면 그럼 오빠는 지금 이미…….

시하는 마음속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져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곧 무너져 버릴 듯한 그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냉정해야 돼, 냉정해져야 한다고!

그녀는 6천 년 전의 오빠와 연락할 수 있게 되었으니 분명 오빠를 구할 방법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그녀에게 이 모든 것을 막을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아직 정리해야 할 아주 많은 일들이 남아 있었다.

예를 들어 오빠는 왜 유명지해를 가려고 했는지, 그곳에서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난 건지, 왜 오빠가 사라지고 나서야 유명지해가 회복된 건지. 이러한 의문들은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오빠(6천 년 전에 그 인물)조차 모르고 있다.

시하는 이 모든 일들의 핵심은 그녀가 차원 이동을 한 이유와 관계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제공은 전에 유명지해를 봉인하라고 오빠가 준 정생련(淨生蓮)이 있는데 그것이 그 의혹을 풀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가기 전, 시하는 병아리를 살폈다. 그들이 계약 관계로 묶여 있어서인지 그녀가 쓰러지고 난 후, 원래대로라면 이미 알을 뚫고 나왔어야 하는 노란 병아리가 지금까지도 알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시하는 어쩔 수 없이 제공에게서 영수대(靈獸袋)를 받아 병아리를 그 안에 넣고 몸에 지니기로 했다.

“하하(夏夏).”

문을 나서려는데 그녀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하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눈같이 하얀 그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그녀가 깨어난 지 3일이 되던 날, 선검문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그녀를 보러 왔었다. 와야 하는 사람도 오지 않아도 될 사람들까지 모두 그녀를 보러 한 번씩 다녀갔다. 하지만 단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오늘에야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는 여전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시하는 그의 차가운 얼굴에서 그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평소보다 조금 더 깊어 보였다. 그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그녀의 이름만 반복하여 부르고 있었다.

“하하(夏夏), 하하(夏夏).”

뭐 하는 거지? 내 혼을 부르기라도 하는 거야 뭐야!

시하는 처음에 그를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그래 봤자 그를 이길 수도 없었기 때문에 애써 참아야 했다.

“기억이 돌아왔어요?”

단원이 놀라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럼 왜 저를 하하(夏夏)라고 불러요?”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건데?

“그저, 그렇게 불러야만 할 것 같아서요.”

단원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감돌았다. 그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의 손에 있는 영수대를 바라보더니 이마에 내 천 자를 만들며 말했다.

“떠나려고요?”

뭔가 확신하는 목소리로 질문하자 시하도 굳이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네.”

단원이 한참 말없이 그녀의 손에 있는 병아리를 바라봤다. 그러다 그곳에서 시선을 거두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언제 돌아올 거예요?”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마음에 느껴졌지만, 시하는 꾹꾹 삼키며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지체했어요.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요.”

그가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침묵했다. 시하도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뭔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는 모르고 있었어요. 당신이 찾으려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걸요.”

시하가 발걸음을 멈추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군요.”

“나는 그 사람이 당신의 오라버니라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그랬군요.”

“그날 일은 당신이 본 것처럼 심각한 게 아니에요.”

“그렇군요.”

“내가 나섰던 건…….”

“저의 오빠가 시켜서였겠죠.”

시하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하자 단원이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알고 있었어요?”

“추측한 거예요. 그날 제가 당신에게 진법을 배우러 갔을 때, 방 안에 있던 그 사람이 제 오라버니가 맞죠? 그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나요?”

“거의 만 년 정도 됐어요.”

“그가 당신을 찾아온 이유는 본인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래요.”

“왜죠?”

“자세한 건 얘기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부탁이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당신은 그 부탁을 들어준 건가요?”

“네.”

“말도 안 돼요!”

오빠가 죽겠다는데 도와준 거잖아? 오빠는 왜 그런 부탁을 한 거지?

생각할수록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네.”

“아, 고마워요.”

보아하니 유일한 단서는 바로 그 정생련인 듯했다. 빨리 가체사로 가 봐야겠네. 시하가 돌아서려는 순간 단원이 갑자기 그녀를 잡아당겼다.

“하하(夏夏).”

“아직 할 얘기가 남은 건가요?”

“나도…….”

“안 돼요!”

시하가 바로 그를 거절했다. 내가 또다시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돼지예요.

“하하(夏夏).”

그의 눈빛이 순간 낭떠러지 속으로 떨어진 듯 어두워졌다. 그가 억울한 표정으로 시하에게 물었다.

“저를 원망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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