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189)

시하는 손에 검을 들고 몸의 모든 영기를 작동시키며 앞에 있는 후지를 향해 공격했다. 순간 검의 그림자가 겹겹이 쌓이며 하늘에 흰색의 검기가 나타났다. 그 모든 검기에 살기가 가득했다.

“낙성진?”

단원이 놀라 뒤로 물러서며 눈앞으로 다가온 검기를 피했다. 그가 몸을 피하면서 무거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하(夏夏), 잠깐!”

시하는 그의 말은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오직 후지의 검이 오빠의 몸을 뚫고 나왔던 그 장면만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시하의 눈에서 나오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그곳을 모두 붉게 물들였다. 시하는 뭐든 다 부숴 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무자비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검의 광채가 점점 더 밀접하게 응집되더니 영기가 폭발하듯 그녀의 몸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기가 구석구석을 휩쓸고 있었다. 심지어 주변의 음한의 강풍조차 그녀가 뿜어내는 영기에 밀려 그 모습을 감췄다.

“하하(夏夏)! 어서 멈춰요!”

단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지만 시하의 영기는 제어되지 않았다.

시하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그녀의 검법은 더욱 난잡스럽게 후지의 몸을 공격했다. 그녀는 다른 건 살피지 않고 오직 후지에게만 집중하며 죽기 살기로 덤볐다. 하지만 어쨌든 두 사람의 수행 계급이 차이가 큰 만큼, 후지는 가볍게 그녀의 공격을 피해 다니고 있어 머리카락 하나도 상처 입지 않았다.

다만 시하의 영기가 점점 더 미쳐 날뛰고 있어 공기 중에서 마치 곧 폭발해 버릴 듯했다. 영기가 계속 이렇게 폭발하다가는 마수에 입문할 수도 있었다. 단원은 긴장하며 결계를 펼쳤다. 그러자 잠시 후, 시하의 뒤에 속박진이 나타났다.

“날 풀어줘!”

시하가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아직 자유로워 검의를 할 수도 있었다. 잠시 후, 공중에 수천수만 개의 무 원자폭탄이 빼곡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夏夏)!”

단원이 얼굴을 굳히고는 바로 시하의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결인을 하는 그녀의 손을 잡더니 뒤로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껴안았다.

“놔요!”

“하하(夏夏), 이 일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아요.”

단원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시하가 마음속으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며 소리쳤다.

“당신 설마, 우리 오빠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그는…….”

단원이 말을 멈추고 미간을 더욱 깊이 찌푸리더니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죽여 버릴 거예요!”

시하의 마음속에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이성의 끈이 드디어 끊어져 버렸다. 시하의 몸에서 뭔가 용솟음치는 듯하더니 그녀를 속박하고 있던 진법이 부서져 버렸다. 이어서 하늘에 가득하던 폭탄이 드디어 그녀의 명령을 받고 곧 아래로 떨어지려고 했다. 그 순간, 시동의 옆에서 그를 지키고 있던 제공이 놀라 소리쳤다.

“사부님!”

시하가 놀라 그곳을 바라봤다. 제공의 옆에서 조용히 잠든 듯하던 시동이 온몸에서 갑자기 흰빛을 뿜어내었다. 그의 몸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반딧불처럼 흩어지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빠!”

시하가 놀라며 그쪽으로 날아가려고 했다. 흩어진 반딧불들이 하나의 소용돌이를 형성하더니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단원이 시하를 재빨리 자기가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다. 잠시 후, 주위 공간들이 틀어지더니 소용돌이의 중심에 흰 구멍이 나타났다. 구멍이 마치 끌어당기기라도 하듯 순식간에 주변의 강풍들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땅과 산이 마구 뒤흔들리더니 모든 세계가 다 뒤틀리는 듯하며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구멍은 마치 블랙홀처럼 화초든 초목이든 해, 달, 별까지 모든 것을 삼켜 버리고 있었다.

심지어 시하가 유명지해를 들어서며 봤던 그 흑백 세계와 화해까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들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 주변의 물건들은 전광석화처럼 사라져 갔지만 세 사람은 마치 병풍에 가려 놓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구멍에 제일 가까이에 있는 제공조차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 이상한 현상은 일각 정도까지 계속 진행되어 유명지해의 모든 것을 안으로 빨아들였다. 그리고 주변은 놀랄 만큼 변해 있었다. 그 황량하던 세계는 보이지 않고 그들의 발아래에 푸른 바다가 나타나 있었으며, 그들 위로는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다녔다. 해수면 위에는 금빛 태양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건…….”

제공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봤다. 단원과 시하조차도 갑자기 바뀐 풍경에 넋을 놓고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그 하얀 구멍은 점점 줄어들더니 서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고, 마지막에는 검은색 점 하나로 변해 버렸다.

그들의 귓가에 뭔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 검은 점이 바로 아래로 떨어졌다. 시하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 들었다. 툭! 소리를 내며 그 검은 점이 그녀의 손 위에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휴대전화였다. 그녀의 것과 같은 기종의 검은색 휴대전화. 오빠의 휴대전화로구나.

마음속의 통증이 또다시 시작되는 순간, 휴대폰이 진동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액정에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시하는 자기도 모르게 화면에 나타난 받기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설마설마했는데! 내 번호로도 통화할 수가 있네?”

시하가 오빠의 목소리에 순간 호흡을 멈췄다.

“오빠?”

“어떻게 유명지해로 온 거야? 내가 말하는데 여기는 엄청 위험한 곳이야. 어두컴컴한 강풍들이 목숨을 위협하는 곳이라고. 넌 절대로 여기로 오면 안 돼.”

* * *

시하는 감았던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러고는 텅 빈 기억을 더듬으며 멍한 얼굴로 한참 천장을 바라봤다.

“어, 일어났네요.”

문 밖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그녀의 시야에 전등처럼 밝게 빛나는 물체가 나타났다.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시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곳을 바라봤다.

“몸은 좀 어때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

그 사람은 매우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침상 끝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침상 옆에 있는 탁상에서 단약 하나를 부어 그녀에게 건넸다.

“마셔요. 상등급의 보기단(補氣丹)이고, 무 맛이 날 거예요.”

무 맛은 또 뭔데? 시하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가 눈빛을 반짝이더니 거리낌 없이 단약을 자신의 승복 속으로 집어넣었다.

“좋아요. 그럼 제가 대신 치워 드리죠.”

9품 단약은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사양하다니.

그때 시하가 그제야 눈앞의 사람을 기억해 냈다.

“제공?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죠? 여긴 어디죠?”

“왜 그래요, 소사숙님. 여기는 당신의 방이잖아요.”

제공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짚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너무 오랫동안 자더니 머리가 이상해졌나.”

당신이 더 이상해요. 이 집 전체가 이상하다고요!

시하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누가 당신의 사숙인 거죠?”

“당신은 저의 사부님의 동생이시니 당연히 저의 사숙이시죠!”

그가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하자 시하의 머릿속에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빠!”

시하가 깜짝 놀라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는요?”

“저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공이 창가 쪽을 가리키며 말하자, 창가 위에 검은색 휴대전화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시하가 휴대전화를 가져와 전원을 켰다. 그리고 통화 기록을 찾아보니 ‘발신자 표시 제한’의 수신 기록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네! 정말 그 전화를 받은 거였어.

당시 시하는 영기가 폭발한 상태로 완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전화를 받은 후에야 마음을 내려놓았고, 그녀의 영기가 거부 반응을 일으켜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었다. 지금 자세히 생각해보니 모든 일들이 한데 엉켜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시하가 제공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던 거죠?”

“3개월이요.”

그렇게 오랫동안 쓰러져 있었다고요?

“제가 쓰러지고 나서 휴대전화는 다시 울리지 않았나요?”

“아니요. 당신이 쓰러지고 난 후, 여전히 이 법기를 꼭 잡고 있어서 3일 후에야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이 물건은 저도 사용할 줄 몰라 계속 저쪽에 놓고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죠.”

“울리지 않았다고요?”

이상한데! 정말 오빠였다면 그렇게 한 번에 끊을 리가 없는데. 집에 있을 때에는 하루에도 두 번 이상은 전화를 하더니, 혹시 전화하지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제공은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휴대전화를 보며 조금 망설이다가 물었다.

“소사숙님. 이 물건으로 정말 사부님과 연락할 수 있는 건가요? 그는 지금 어디에 계신 거죠? 그는 괜찮은 거겠죠? 그날 저희가 본 것은…….”

“저도 몰라요.”

시하는 그 누구보다 더 그의 소식이 궁금했다. 분명 그날 후지가 오빠를 죽이는 걸 보았고, 후지도 본인 입으로 인정했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에게로 오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도대체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 거지? 정말 알 수가 없네.

“소사숙님, 이 법기는 당신만 사용할 수 있으니, 이걸로 지금 사부님의 위치를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제공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저도 찾고 싶지만…….”

시하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 전화는 발신자 표시 제한이라 다시 전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요. 시하가 몇 개의 번호를 눌러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모두 예외 없이 ‘서비스 불가 지역’이라는 문구만 액정에 나타났다.

이곳은 아예 신호가 잡히지 않네. 잠깐만, 전에 오빠가 전화하면서 본인 번호로도 통화할 수 있냐고 놀랐던 것 같은데? 이것도 오빠의 휴대전화인데 설마…….

시하가 순간 머릿속에 놀라운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그러고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오빠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했다.

이번에는 ‘서비스 불가 지역’ 문구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통화연결음 소리가 들려왔다. 전화가 가고 있어! 시하가 기뻐하는 순간, 한 여자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상대방이 현재 통화 중이오니, 잠시 후 다시 걸어 주십시오.”

통화 중이라니! 어떻게 된 거지?

전에 그녀가 전화를 받았을 때, 오빠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자신의 전화기로 이 휴대전화에 전화한 경우라면, 당연히 통화 중인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때문에 그녀와 통화가 연결되자 그가 그렇게 놀라워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오빠의 휴대전화는 분명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럼 그는 그때 도대체 어떻게 전화를 한 거지? 생각하면 할수록 시하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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