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1화 (101/189)

단원은 다음날 정확한 시간에 그녀가 있는 방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시하는 그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하고 차 한 잔을 건넸다.

“후, 아니. 단원. 이제 병아리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말해줘요.”

“봉황은 신수고 봉단은 그의 근본이에요. 순수한 영기가 그의 생명을 잠깐 보전해주긴 하지만, 그의 몸을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하죠. 다만 그와 똑같은 동본동원(同本同源, 근본과 근원이 같음)의 내단이 있다면 그가 갖고 있던 원래의 원단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동본동원. 제 몸속에 있는 여의주를 말하는 건가요?”

“네.”

“지금 바로 꺼낼게요.”

시하가 기뻐하며 신식으로 들어가려다 갑자기 뭔가 떠올라 물었다.

“근데 어떻게 꺼내야 되죠?”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신식을 모으고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 봐요.”

이렇게 미련한 사람이 정말 내 누이라니. 믿을 수가 없군.

시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내시를 시작했다. 그가 알려준 방법대로 신식을 모으고 정중앙에 걸려 있는 그 구슬을 감싸며 마음을 집중시켰다. 잠시 후, 그 여의주가 그녀의 손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하가 바로 그에게 구슬을 넘겼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단원이 그녀의 손에 있는 구슬을 바라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녀의 상처를 치유할 때 바로 이 구슬을 발견했었다. 여의주는 봉단과 다르게 용족의 전승(傳承, 전수와 계승)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여의주는 이미 그녀의 기운을 입고 있었고, 세월이 지나면 다시 자라나 안에 있는 전승이 그녀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그가 시험 삼아 그녀에게 유봉을 구할 방법을 얘기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바로 꺼내 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당신은 이 여의주가 당신 몸에서 백 년을 더 익히면, 그 안에 있는 용족의 전승이 모두 당신 것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래요? 모르고 있었는데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서 병아리를 구해줘요.”

그가 손에 있는 구슬을 만지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전승만 있으면 당신은 바로 비승할 수 있어요. 심지어 그보다 더 높은 곳까지도 올라 갈 수 있죠.”

“그다음은요? 비상한 다음에는 먹을 수 있나요?”

“……아니요.”

“그럼 어서 병아리부터 구하죠.”

단원은 말문이 막혔다가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

“정말 이 구슬로 그를 구할 건가요?”

“당연하죠!”

“왜죠?”

“당신이 그랬잖아요. 이 물건으로 그를 구할 수 있다고요. 구할 수 있는데 왜 구하지 않아요?”

왜 질문이 점점 더 이상해지는 거지?

“병아리는 저를 가족처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깟 구슬을 아끼게 생겼어요?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그를 구할 거예요. 게다가 제 옆에는 그 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단 말이에요.”

단원은 마음속이 잠시 혼란스러워졌고, 전에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감정들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맞아요. 이 물건은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거죠?”

시하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그의 가라앉은 기분을 순식간에 전환시켰다. 그가 손을 멈추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손에 들고 있던 구슬을 그녀에게 돌려주고 말없이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잠깐만요. 말은 마저 해야죠. 제가 이걸 어떻게 사용해야 하냐고요!”

단원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더니 더욱 차가워진 얼굴을 하고 말했다.

“여의주 안에 용혼(龍魂)이 녹아 있어요. 용혼이 사라지면 그 유봉의 몸속으로 놓아주면 돼요.”

용혼? 그건 또 뭐지?

“그 용혼은 어떻게 사라지는데요?”

그가 얼굴을 찌푸리더니 마치 귀찮은 일이라도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

“5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 용혼은 스스로 사라져요. 오행의 기운을 여의주 안으로 넣으면 생전의 집념을 없애고 용혼은 알아서 사라지게 되죠.”

“여의주 안으로 들여보낸다고요?”

시하가 자세히 물으려는 순간 그가 인영도 없이 모습을 감춰 버렸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오늘 거북이 인을 풀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한편, 단원은 빠른 걸음으로 봉우리 꼭대기에 있는 석실에 도착하여 한참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다가 서서히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방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하마터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잖아. 분명 그녀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는데.

단원은 우선 여의주 속에 있는 용혼을 없애야만 노란 병아리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용혼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용혼이 스스로 사라지게 하려면 50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녀가 여의주를 삼킨 기간은 이제 꽉 채워서 겨우 100년. 아직 400년이나 기다려야 하니 그 방법은 사용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여의주 안으로 들어가 그 용의 집념을 없애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만 어떻게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

수선 세계의 문명 발전 정도를 감안하여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단원의 옆에 있는 그 옆으로 퍼진 제자밖에 없었다.

“저기요.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시하 존자, 저는 청명이라고 해요. 어서 물어보세요.”

시하가 여의주를 들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단원이 그러는데 오행의 기운을 이용해야만 여의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대요. 무슨 뜻이에요, 그게?”

“아마 오영술(五靈術)을 얘기하신 걸 거예요. 그 기술은 아주 특수해서 금, 목, 수, 화, 토 이렇게 다섯 가지의 다른 영기를 실행해야 하고, 조금의 오차도 없어야 되므로 개인이 혼자 완성하기에는 매우 어려워요.”

“오행 영근을 갖고 있는 사람과 함께 실행해야 한다?”

“맞아요.”

청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하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딜 가서 그 다섯 사람을 찾아요?”

시하가 그곳에서 며칠을 지냈지만 그의 사제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

“시하 존자, 급할 것 없어요. 여기에는 저와 사부님밖에 없지만 저희 선검문(仙劍門)에는 제자들이 아주 많죠.”

“선검문! 무슨 선검문이요?”

청명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은 저희 사부님이 선검문의 태사조이신 걸 모르고 계셨어요? 저희가 지금 있는 염하봉은 문중에서 조금 멀지만 이곳도 검문의 지경에 속해요. 사부님이 조용한 걸 좋아하셔서 여기에 머물고 있을 뿐이에요.”

“아. 단원이 그렇게 대단해요?”

“그거야 당연하죠! 사부님은 수선계에 유일한 비승기(非升期) 수사예요. 그의 실력이면 이미 오래전에 비승 위로 올라갔을 거예요.”

누가 내 오라버니가 아니랄까 봐. 역시 대단하네.

시하는 마음이 흐뭇하다가 그들 사이에 있는 몇 세기의 시차를 떠올리고 실의에 빠져들었다. 애써 머릿속에 떠오른 복잡한 생각들을 떨쳐내며 화제를 돌렸다.

“문파에 사람이 많다고 해도 단 영근의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다섯 가지의 다른 영근을 가진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지 않을까요?”

어떻게 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도 문제였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도 않을 텐데.”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날아오는 사람의 인영을 발견했다. 사십 전후로 보이는 그 사람은 청명과 똑같은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주변에 금 영기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금계 단 영근. 정말 자진해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네.

최근에 검문에 큰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몇만 년 동안 홀로 지내던 그들의 태사조 단원 천존(天尊)이 스스로 나서서 환해에서 사람을 데려온 것이었다. 여자, 그것도 살아 있는 사람!

그리고 친히 상처를 치유하고 잠시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장문인 제정(諸正)과 그의 일행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이 과연 그 모든 사람에게 무자비한, 눈빛 하나로 주변의 이성은 물론 동성까지 쓰러뜨리는 그 천존이 맞는 걸까?

그는 그에게 조금이라도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가면, 봉우리 아래로 떨어뜨릴 듯한 표정을 짓곤 했었다. 심지어 그를 몇천 년 동안이나 사모했던 옥령선자(玉靈仙子), 단영존자(段靈尊者)조차도 몇십 년 전에 포기할 정도였다. 두 사형이 함께 수련을 가더니 거기에서 연을 만난 것이다. 하지만 천존은 여전히 홀로 차가운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며 아직도 그 얼굴을 낭비하고 있었다.

제정은 그가 혹시라도 특이한 취향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찰나 그가 이렇게 갑자기 여수사 한 명을 데리고 왔다. 문중의 사람들이 궁금증에 애간장이 타들어 갔지만 아무도 함부로 염하봉으로 찾아오지 못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토의한 끝에 장문인 그가 대표로 염하봉으로 내려와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어렵게 기회를 엿보다가 염하봉으로 오게 되었고, 드디어 그 전설 속의 여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청명 사숙과 똑같은 도겁기의 존자였다. 수행 계급도 높고 신분도 높은 신족 봉황의 계약자였다. 어떻게 봐도 천존의 여자로 손색이 없었다.

제정이 흥분하며 그녀에게로 다가가려고 할 때 갑자기 여자가 흥분하여 뛰어나오더니 그의 손을 열정적으로 잡아끌었다.

“당신의 골격이 이렇게 훌륭한 걸 보니, 아마도 천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수선의 재목이네요. 저희와 함께 즐겁게 놀아 볼래요?”

제정이 어리둥절해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말투는 또 왜 이래? 그가 옆에 있는 청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숙.”

청명은 사부님이 전해준 그 단약을 탁상에 올려놓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정은 잠시 마음이 혼란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설마 내가 천존의 기둥을 흔들어 놓은 건 아니겠지? 그가 다급히 그녀에게 말했다.

“존자, 저는 아내가 있는 몸이에요.”

“그럼 당신 아내는 무슨 영근이죠?”

“단일 목 영근,”

“너무 잘됐네요!”

원 플러스 원이잖아! 시하가 그를 더욱 꽉 잡으며 말했다.

“당신 아내는 어디에 있죠? 저희와 함께 즐겁게 놀아 봐요!”

“네에?”

제정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천존의 취향이 이런 거였어?

“하지만 저는 아들도 있어요.”

“당신 아들은 무슨 영근인데요?”

“화 영근이요.”

시하가 눈을 반짝이며 힘껏 그의 손을 잡았다.

“큰오라버니, 당신 가족은 정말 행복한 가족이군요. 망설일 것 없이 이리로 데리고 와서 함께 놀아요.”

내 아들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야? 제정이 곧 울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 존자의 패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네. 천존이 날 죽이려고 할 거야!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오래 사용하진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태사조님은 안 괜찮을 거라고요. 내가 그렇게 매력이 있나?

“존자,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어때요? 단원천존도 변이 빙 영근이에요!”

난 정말 기둥을 흔들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시하는 그의 말에 신경도 쓰지 않고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었어요. 빙 영근 같은 건 아무 소용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오행 영근이라고요. 시하가 기쁜 나머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당신 아내와 아들에 대해 얘기해봐요.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도 아직 묻지 않았네요?”

“저는 선검문 장문 제정이에요. 존자께 인사 올려요.”

“이제 보니 제 오라버니였군요.”

“말씀이 과하시네요!”

“저는 시하라고 해요. 우리 친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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