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몇 가지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어요. 첫째, 이 병아리는 영총이 아니에요. 비록 어린 봉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봉황이고 신족이에요! 애완동물이랑 헷갈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분으로 따지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합쳐 놔도 그에게 신발을 신기는 심부름꾼에 불과할 테니까. 비승하여 성선에 오른다 해도 그보다는 높지 못할 거예요. 때문에 무엇과 바꾼다거나 하는 개념은 전혀 안 통합니다. 둘째.”
그녀가 고개를 돌려 인어들을 향해 말했다.
“병아리의 단을 바치고 안 바치고는 당신들을 구하고 구하지 않고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제진의 희생 여부도 이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요. 그 화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희생이라고 하면 다 고상한 줄 알고, 자신의 생명으로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조하는 건 선량한 것이 아니라 도덕을 망치는 일이죠.”
“초 시주님.”
제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인정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하는 계속해서 말했다.
“전 다른 사람이 제 말을 끊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희생이 뭔데요? 자신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자진해서 봉사하는 정신을 말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손발이 꽁꽁 묶여서 불구덩이로 내몰리는 상황에 ‘괜찮아, 네가 다 타고 나면 다음 차례는 내가 될 거야’ 이런 말이나 하는 것이 희생은 아니잖아요. 변태지. 제진, 당신이 모든 수행 능력을 동원하여 이 아이를 지킨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괜찮은 결말이 되는 줄 알아요? 이 병아리의 마음이 어떨지는 생각해봤냐고요. 당신의 수행 능력이 이 친구가 갖고 있는 단에 미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설사 그렇다고 쳐도 멀쩡한 그의 손을 자르고 대신에 자신의 능력을 넘겨주겠다니. 누가 그걸 원한대요?”
도대체 어디서 온 자신감으로 자신의 수행 계급을 바치면 이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제진은 어두워진 안색이 되어 그녀에게 말했다.
“아미타불. 선을 행하는 것은 덕을 쌓는 것이고 인과는 보응이 따를 거예요. 시주님도 잘 아시면서 왜 그걸 마다하시죠? 이 세상의 인연은 해야 되는 것과 해야 되지 않는 것으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오늘 시주님이 선을 행하여 많은 사람을 구한다면 아주 큰 공덕을 쌓는 거예요.”
“대사님, 그 말을 저도 똑같이 돌려주죠. 인어족들을 제가 구하지 않는 건가요?”
놀란 제진의 눈가에 뭔가 반짝거리며 지나갔다.
“잊으신 건 아니죠? 분명 저희는 힘을 합하여 진을 뚫고 나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입만 열면 이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기회를 놓쳤죠. 근데 지금은 어쩌다가 또 제가 구하지 않는 것이 된 거죠? 이 친구가 희생해야만 사람을 구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으로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인가요?”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방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웅성거렸다. 그럼 진을 뚫고 나갈 수 있었다는 건가? 그럼 왜……. 그때 용오천이 다급하게 그녀를 막았다.
“택배 동생, 사부님은 그런 뜻이 아닐 거예요.”
“그럼 무슨 뜻인데요?”
시하는 정말로 이 일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택배 동생.”
“용오천, 저는 당신이랑 싸우기 싫어요. 당신이 사부를 보호하는 것도 알겠고 저희 사이에 천 년이라는 세월의 공백이 있었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이 친구의 생명이 달린 문제예요. 저는 이 아이를 반드시 지킬 테니, 관여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좋겠네요.”
제진이 여전히 두 손을 합장하고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주님, 소승 인어족을 구하는 것이 선이고, 초 시주님을 거두는 것도 선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아래에 있는 중생들도 마찬가지고요.”
“오늘 정말 저랑 맞서서 기어코 초오를 불수로 거두겠다는 건가요?”
“선을 행하는 것은 덕을 쌓는 것이고, 사람은 선으로 인도해야 하니까요.”
“그럼 그 선을 행하는 일에 대해 얘기나 해봐요. 대사님은 자신의 모든 행동이 선하다고 생각하세요?”
그가 답은 하지 않고 염불만 외웠다. 그 뜻은 분명했다.
“당신은 정말 봉단이 있으면 초오가 잘못을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된다는 거예요?”
“사람은 원래 선한 존재예요.”
“이런 물건은 처음부터 절대적인 선과 악이 필요 없어요. 저 사람은 그냥 인간일 뿐이에요! 당신은 봉단만 있으면 저 사람을 안전하게 불수로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죠? 저 사람이 선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요, 저 사람은 봉단의 힘을 알게 되면 더 큰 악행을 저지르고 비승하여 성선이 되려고 할 겁니다. 저 사람은 수불, 수선, 수마 이런 것들에는 아예 관심도 없다고요. 지금은 무릎을 꿇고 앉아 깨닫는 것처럼 보여도 저는 믿을 수 없어요. 아마 이 길을 일찍 찾지 못해 후회하고 있을걸요?”
“시주님, 선을 행하는 마음을 부인해서는 안 돼요. 그가 돌이킬 마음만 있다면 저희 불수는 그 인연을 거절할 수 없어요.”
“그래요. 확실히 돌아오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뉘우치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초오는 아니에요! 정말로 돌이키려면 봉단이 필요 없죠. 돌이키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으니까.”
제진이 이번에는 정말로 얼굴을 찌푸리더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주님은 복도 아주 많은데 마음이 왜 그렇게 좁죠? 한 사람을 거두는 일은 세상의 모든 고난을 피해 갈 수 있는 공덕을 쌓는 일이에요. 그런 공덕을 쌓아도 다 쌓지 못할 텐데 왜 자꾸 거절하죠? 저 사람을 돕고 싶지 않다면 그냥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요?”
“공덕이요? 당신이 정말 사람들을 돕고 있는 건가요?”
“그가 새 사람으로 변하면 악행은 더 이상 저지르지 않을 것이고 그러니 세상 사람들도 자연히 고난을 피하게 되겠죠.”
“그럼 왜 천 년 전에 그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을 때 대사님은 그를 돕지 않았어요?”
그는 말문이 막혀 염불도 잊은 채 멍하니 있었다.
“대사님이 천 년 전에 그를 막을 수 있었다면, 나중에 그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죠. 당시에는 왜 그를 막지 않은 겁니까.”
“그때는…… 초 시주님이 그 길을 가려던 때였고, 지금처럼 이렇게 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놓아주었다?”
그는 안색이 변해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
“그럼, 그때는 악행이 그리 심하지 않아서 당시에 그를 거두면 당신의 공덕이 충분히 증가되지 않을 듯해 그런 거네요?”
“무엄하군요!”
그가 더는 자비로운 표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분노를 드러내더니 그녀에게 압력을 가했다. 시하가 그 압력에 밀려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용오천이 분노하며 그녀의 손을 끌어당기더니 화가 나서 소리쳤다.
“택배 동생!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죠? 저의 사부님은 덕망 높은 고승입니다. 그렇게 수행이 깊은 분이 어떻게 자신의 공덕을 위해 고의로 악인을 놓아줄 수 있겠어요.”
시하가 얼굴을 찌푸리며, 두 눈을 감고 경을 읊는 제진을 바라보더니 더욱 의심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당사자가 잘 알겠죠.”
“순풍택배 동생!”
용오천이 더욱 화가 나서 손에 힘을 가하자 시하의 팔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제야 용오천이 이를 알아채고는 바로 손을 풀어주었다.
“미안해요! 저는 당신이 사부님을 그렇게 말하는 건 참을 수 없어요. 누구든 사부님을 모독하면 참을 수 없다고요. 저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니까요.”
시하가 서서히 고개를 돌려 그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도 그랬었죠.”
“……삐약.”
병아리가 드디어 깨어나더니 작은 머리를 그녀의 손에 비볐다. 계속해서 그들을 지켜보던 초오의 얼굴이 순간 밝아졌다. 그가 머리를 빼들고 그녀의 손안에 있는 병아리를 노려봤다.
“중 양반, 빨리 결정해요. 아니면 당신의 결계가 버티지 못할 테니까.”
그가 말을 하면서 손을 움직이자 바닥에 가득하던 붉은 액체가 혈릉으로 변해 결계를 공격했다. 결계 위에 있던 금색 부문이 점점 옅어지더니 곧 무너질 조짐을 보였다. 제진은 완전히 인내심을 잃고 질책하듯 시하를 바라보았다.
“시주님, 저는 지금까지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어요. 저는 양심적으로 거리끼는 일은 하지 않았죠.”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고요? 그럼 초오에게 살해당한 그 무고한 피해자들은요? 그들에게는 미안하지 않아요?”
제진이 놀라며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의 양심이 어떤 곳에 기준을 두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말하는 그 자비는 또 뭐죠? 초오를 풀어주면 악행을 저지를 걸 알면서도 그를 막지 않고 제 앞에서 양심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다시는 대국을 거론하지 마세요. 당신이 천 년 전에 초오를 놓아준 후로 당신은 그와 공범이 되었으니까. 그가 죽인 사람, 그가 저지른 악행들에는 당신의 책임도 있어요. 초오의 몸에 있는 악행만 보고 스스로는 돌아본 적 없죠? 그 뒤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원혼들이 줄을 선 거죠?”
“무례하군! 다른 사람이 저지른 악행을 어떻게 내게 덮어씌우는 거지? 소승은 세상의 공덕을 쌓았을 뿐이에요.”
“공덕이요? 당신이 말하는 그 공덕이 엄청난 사람들을 희생하여 저런 마수의 우두머리를 만들어 내는 건가요? 만약 당신들이 그 허영스러운 방법으로 사람을 선으로 인도한다면 저는 당신 조상들에게 질문하고 싶네요. 그런 공덕이 정말 그 사람의 마음을 돌이키게 할 수 있는지.”
제진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분노하며 말했다.
“무엄하군! 일개 인간이 어떻게 함부로 불수의 조상들을 거론하며 공덕과 악행을 혼돈할 수 있죠?”
“공덕인지 악행인지는 자신의 양심에 물어보면 되겠네요.”
“그만해요!”
그가 낮은 목소리로 염불을 하더니 법주(法咒, 저주를 부르는 주문)를 읊기 시작했다.
“더는 사람들에게 궤변을 늘어놓을 필요 없어요. 지금은 비상 시기이니 시주께서 계속 고집을 꺾지 않으시면 소승, 더는 봐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 뭘 하려는 거죠?”
시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진이 손을 흔들자 시하의 몸이 엄청난 위압에 눌려 바닥으로 쓰러졌고, 동시에 품이 허전해졌다.
“삐약, 삐약, 삐약, 삐약!”
노란 병아리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결계 밖으로 나가 초오의 가슴에 안겼다.
“안 돼!”
시하가 최선을 다해 일어서며 손으로 병아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압력에 눌려 바닥으로 쓰러졌다.
“하하하하하, 상고의 신족.”
초오가 몸속에서 붉은 구슬을 꺼내 흔들자 노란 병아리가 마치 구멍 뚫린 천 조각처럼 아래로 힘없이 떨어졌다.
시하가 떨어져 내려오는 작은 몸을 지켜보며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시하가 모든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노란 병아리를 받아 안았다. 방금까지도 온몸에 활력이 넘치던 노란 병아리가 구멍이 뚫린 채 피에 붉게 물들었다. 시하가 서둘러 구전환혼단을 꺼내 몇 개의 법술을 사용했다. 그제야 그의 몸에 피가 멈추고 호흡이 돌아왔다.
“삐약.”
“두려워하지 마. 괜찮아.”
시하가 온몸을 떨며 자신도 믿지 않는 말들로 그를 안심시켰다. 그때 제진이 평온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이 영수는 자신의 몸으로 마수를 돌이켰으니 그 공덕이 무한하겠군요.”
“공덕?”
그녀는 평생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살인 충동을 느꼈다.
“공덕은 개뿔, 그런 공덕은 개나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