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2화 (92/189)

“초오의 현재 술법은 저의 그 친구에게서 시작된 것이라 무시할 수 없어요. 이건 당신에게 넘길게요!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건 토계 공법이라고 했어요.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시하가 무망경에 있을 때 제일 처음 배운 것이자 좋아했던 것이 바로 토계 공법이었다. 시하는 한 겹 한 겹 조심스럽게 책을 감싸고 있는 보를 펼쳤다.

<지심인력(地心引力)> 저자: 루이나뉴둔샤바이더

그 대단한 토계 공법은 어딜 간 거지? 잠깐, 이 책은 내가 도서 시장에 갔을 때 사장님이 거스름돈이 없다고 줬던 그 책 아닌가? 오빠는 대체 집에서 뭘 갖고 온 거야?

시하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장문을 바라보았다.

“이 책은 받지 않으면 안 될까요?”

상고 공법은 무슨, 누구 골탕 먹이니?

장문이 놀라며 책을 받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시하가 반사적으로 뒤로 몸을 피한 순간, ‘지심인력’이 초오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들이 얘기하고 있는 사이, 그는 이미 호흡을 가다듬고 사람들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의 수행 계급은 이미 도겁 중기에서 후기로 올라 있었다.

“하하하하하. 공법이 드디어 내 손안에 들어왔군.”

저 배움의 열정을 칭찬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그는 공법을 보지 않고 책을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 버렸다. 그리고 소매를 휘두르며 그를 공격해오던 몇 명의 수사들을 날려 버렸다.

“저자가 그 공법을 가져가면 안 돼요!”

장문은 검을 꼭 잡더니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제가 할게요!”

시하가 그를 말리며 낙성진을 불러내었고, 검기가 긴 용 한 마리가 초오를 공격했다. 초오는 바람 방패를 만들어 그 용 모양의 검기를 막았다.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당신의 수행 능력으로 왜 굳이 이런 것에 목숨을 걸지? 당신이 방금 그 공법을 받지 않았으니 이번 한 번만 봐주겠지만 더 이상은 곤란해.”

“미안해요! 사문을 배신하는 일은 배우지 못했거든요!”

검기가 만들어 낸 긴 용이 순식간에 몇십 마리로 변하더니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멍청한 것!”

그가 손에서 검은 법검을 불러내더니 영기를 모아 힘껏 휘두르며 대부분의 검기를 흩어 버렸다.

“굳이 죽겠다고 덤비니 나도 더는 봐줄 수 없지!”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마치 검은색의 은막처럼 밖으로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주변을 감쌌고, 영기가 가득하던 청운산은 순식간에 음침한 기운으로 싸늘해졌다.

마기! 나는 좋아. 당신이 그걸 사용하지 않을까 오히려 두려워. 순양 체질은 각종 음한 기운을 전문으로 다루거든.

초오의 검은 기운이 점점 짙어지더니 그가 영기를 이용하여 방어 결계를 만들었다. 검의를 풀어놓으려던 시하가 잠시 멈칫했다.

마기를 사용하는 거 아니었어? 갑자기 이렇게 변하면 어쩌라는 거야.

초오가 두 손으로 결인을 하자 두 줄기의 검은 기운이 나타났다. 긴 채찍처럼 생긴 그 검은 기운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긴 채찍이 여기저기에 검은 풍인을 만들어 내자 순식간에 풍인 벽 하나가 완성되었다. 시하는 계속해서 결계를 하며 검기로 용을 만들어 풍인을 막았고, 검을 날려 몸을 피했다.

“아!”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다. 초오를 둘러싸고 공격하던 수사가 검은 풍인의 공격으로 가슴에 뼈가 드러나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풍인은 멈추지 않고 상대의 상처 위에 붙어 마치 강력한 황산처럼 그의 몸을 빠른 속도로 부식시켰다. 다른 사람들이 구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순식간에 상대의 몸은 이미 백골이 되었다.

그곳에 있던 수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조심스럽게 그 풍인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풍인이 하도 많아 또다시 몇몇 수사들이 피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었다. 그들은 즉시 자신들의 상처 부위를 잘라 버렸다.

도겁기의 마기가 이렇게 무서운 거였다니 이렇게 가다가는 사람들이 전부 총알받이가 되겠어. 어떡하지?

시하가 고민하는 사이, 검은 채찍이 이미 눈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영기를 손에 있는 영검으로 끌어들였고 검은 채찍을 향해 휘둘렀다. 순양 영기의 장검이 날카롭게 채찍을 공격하자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시하의 검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다른 채찍을 공격했다. 두 줄기의 검은 채찍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마치 무슨 생명체처럼 바닥에서 몇 번 꿈틀대고는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주변에 있던 초목이 순식간에 시들었다. 시하는 뭔가 의문이 들었지만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초오가 다시 공격했다.

“그래도 그 정도 실력은 있나 보군. 하지만 이것도 막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

그가 다시 결인을 하더니 이번에는 네 줄기의 긴 채찍을 만들어 공격해왔다. 그리고 두 배의 힘을 가한 풍인을 날렸다. 이번에는 눈앞의 수사는 물론 뒤에 있던 범천에게까지 공격이 가해졌다. 시하가 영기를 움직여 빠르게 초오에게로 날아갔다. 그 긴 채찍이 풍인으로 변하기 전에 서둘러 잘라 버려야 했다.

초오가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밖으로 몸을 피했다. 다시 거리를 좁힌 시하는 그중 하나를 잘라 내었고, 검은 풍인이 어김없이 이번에도 바닥으로 사라졌다.

시하가 검을 움직여 수만 자루의 영검을 불러내 풍인을 공격했다. 그 기세를 몰아 또다시 채찍 하나를 잘라냈고 계속해서 그 뒤를 쫓았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는 그 황산 같은 풍인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 다만 여기저기 숨어 다니기 바빴다.

시하가 검은 채찍을 모두 잘라내자 초오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그는 계속해서 더 많은 마기를 불러내 같은 채찍들을 만들어 냈다.

이제 그만 검술을 바꿔 보는 건 어때? 왜 자꾸 채찍만 만들어 내는 건데?

그 순간 시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 풍인은 조금 변태적이긴 했지만 그녀의 영기와는 상극이었다. 때문에 그녀가 더 많은 영검을 만들어 내면 마기들을 모두 소멸시킬 수 있을 듯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긴 채찍을 자르고 조용히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 갔다.

초오는 마기로 공격하고 있었지만 선법으로 만들어 낸 방어 결계를 사용하고 있었다. 시하가 음기의 속성을 가진 마기에 강하긴 했지만 우선 상대를 공격하려면 결계를 뚫어야만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인지 초오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다시 손을 휘저으며 엄청난 숫자의 마기 채찍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바로 가까이에 있는 시하를 공격했다.

시하가 기뻐하며 채찍을 자르는 일은 중단하고, 한 채찍을 향해 날아올랐다. 역시 채찍이 시하의 몸에 부딪치자 마기가 자동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시하는 바로 초오의 앞으로 다가가 힘껏 검술을 응집시켰다. 시하가 그의 방어 결계를 향해 힘껏 검을 휘두르자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영력이 검으로부터 튕겨 나오면서 시하의 몸도 함께 나뒹굴었다. 속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오는 듯하더니 바로 피가 입속에서 터져 나왔다. 사부를 도와 상처를 치료하던 유유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소리쳤다.

“언니!”

“괜찮아.”

시하가 가슴을 누르며 계속해서 솟구치는 피비린내를 억눌렀다. 초오가 차갑게 웃으며 시하를 바라보더니 비웃었다.

“하하하하하. 미련한 것! 그래도 상대는 되는 줄 알았는데, 애당초 방어 결계를 할 필요도 없었군. 이건 반탄(反彈) 진법일 뿐이야!”

반탄 진법? 고의로 내가 접근하게 만든 거였어?

“이제 시간도 다 된 듯하군. 당신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어.”

시하가 긴장하며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당신들을 보내줄 시간이란 뜻이지.”

초오가 웃으며 주변에 있는 진법을 거둬들이고는 복잡한 결계를 만들더니 두 손을 아래로 휘저었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은 채찍을 길게 늘어뜨리며 소리쳤다.

“진을 열어라!”

갑자기 산에 가득하던 영석이 다시 붉은빛을 반짝였다. 전방에 있는 청운산 위에 환천진이 소리를 내며 부서지더니 붉은빛이 온 하늘을 밝게 비췄다. 발아래에 거대한 금색 진법이 나타났다.

시하는 다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주위에 있던 다른 수사들도 마치 만두처럼 하늘로부터 후드득 쏟아져 내려와 꼼짝도 못하고 바닥에 눌렸다. 몸속의 영력이 구멍이 뚫린 풍선처럼 피식! 소리를 내며 진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건 그 수행 계급을 빨아들이는 그 진법이잖아! 이걸 언제 설치한 거지?

자세히 보니 마기에 부식되었던 그 초목들 속에서 각종 법부 문자가 떠올랐다. 그것을 본 시하가 깜짝 놀랐다.

“당신 영기를 마기로 만들고, 방금 그 채찍을 이용해서 진을 설치한 거예요?”

이제 보니 공격은 시선을 끌기 위한 도구였고, 수행 계급을 빨아들이려고 준비하고 있던 것이었다. 방금 마기가 끊기고 바닥으로 스며들었던 건 그 위에 있는 진법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보아하니 그렇게 미련하기만 한 건 아니었군. 하지만 지금 알아도 아무 소용이 없지.”

그가 공중에서 손을 움직여 진법의 위력을 더 강화시켰다. 시하는 아예 무릎을 꿇고 앉아 있기도 버거워졌다. 몸의 영력이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고, 마치 강력한 뭔가가 그녀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잠시 창자가 다 뒤틀리는 듯했다.

진법이 이렇게 중요한 걸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걸. 그때 후지에게 잘 배웠어야 했는데! 배우지 못한 것이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시하는 자신의 수행 계급이 조금씩 뒤로 퇴보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수행 계급을 흡입하는 진법도 너무 비과학적인 거 아닌가? 언뜻 보기에도 오빠가 발명해 낸 게 분명해. 그 원수 같은 오빠는 왜 이런 물건을 사람들에게 남겨 둔 거지? 나한테 남겨줬다는 ‘지심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잖아. 나한테 누구의 흡입력이 더 센지 시합이라도 해보라는 거야 뭐야?

잠깐! 흡입력, 토계.

시하는 그 순간 아주 대담한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그렇지. 어떤 흡입력도 중력에 비할 수 없지! 어떤 토계 공법이 지심인력보다 강하겠어?

초오가 지금까지 계속 바닥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가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진안이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사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영력의 반작용 힘과 지심인력이 서로 상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때 중력이 증가하면…….

시하가 몸의 영력이 유실되는 것을 막지 않고 오히려 온몸의 영기를 몰아 아래로 내려갔다. 몇십 미터 둘레의 지면을 감싼 후 흡입력을 만들어 내어 바로 그곳 지면의 중력을 열 배나 끌어올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높은 곳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던 초오가 갑자기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그가 입에 흙을 잔뜩 물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금색 진법이 소리를 내며 부서지더니 그들의 몸을 압박하던 압력이 모두 사라졌다. 초오가 당황하는 표정으로 시하를 바라봤다.

“이건 말도 안…….”

시하가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온몸의 영기를 움직여 검의를 나타냈다. 잠시 후, 공중에 거대한 무가 나타났다. 그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 커다란 진동음과 함께 순식간에 그의 몸이 폭발해 버렸다. 한 떨기 버섯구름이 하늘에 나타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먼지만 희미하게 날렸다.

이겼다. 몸이 나른해져 온몸의 영기가 비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시하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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