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1화 (91/189)

“각 파에서 지원군이 도착했어요!”

시하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검을 날려 날아오고 있었다. 대부분 대승기의 수사들이었다. 복장은 각각 달랐지만 모두 각 파의 장로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옆에 하늘색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바로 유유였다.

“드디어 도착했군요!”

사람들이 그제야 안심했다. 그들이 앞으로 나가려고 하자 여태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던 금색 법진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거운 압력이 순식간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덮었다. 방금까지 한 시름 놓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압력에 눌려 버렸다. 시하도 몸의 균형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젠장! 또 시작이네. 온몸이 무력해지면서 몸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저희 수행 계급이…….”

현기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수행 계급을 흡수하고 있잖아!

“사부님, 언니?”

유유가 범천 존자와 시하를 발견하고 소리치며 날아왔다. 다른 수사들도 그녀의 뒤를 따라 그들을 구하러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시하는 머릿속에 불현듯 뭔가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지 마세요!”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붉은빛과 함께 한데 묶여 있던 영석들이 갑자기 폭발했다. 방금 전까지 견고하던 환광진(幻光陳)이 배로 확장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놀라서 붉은빛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일부 대승수사들은 불행하게도 진에 부딪혀 환광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일 앞에 서 있던 유유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시하가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 검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한 사람을 받아 안았다.

“유유?”

설마 이게 바로 초오가 진법을 움직이지 않고 있던 이유였을까? 그물을 쳐 놓고 고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린 것인가. 각 문파에서 찾아올 걸 미리 알고 모든 사람을 이 진 안으로 집어넣을 생각이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수행 계급이면 배가 무척 부르겠군.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가 있는 줄은 몰랐네.”

초오가 다시 공중에 나타났다. 전보다 마기가 더욱 짙어진 그는 차가운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괜찮아. 잠시 후에 당신들의 수행 계급을 거두고 나중에 거둬들이면 되지.”

“당신,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수사들이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초오가 대답은 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손으로 결을 만들었다. 그러자 잠시 후, 환천진 안에 진법이 더욱 밝아졌다. 사람들이 놀랄 틈도 없이 몸속에 있던 수행 계급이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줄줄이 새어 나갔다.

“삐약!”

그때 시하의 품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더니 털을 날리며 병아리의 머리가 솟아올랐다.

“노란 병아리! 네가 어떻게 또 나타난 거야?”

분명 그 공간으로 다시 돌려보냈는데? 이렇게 위험한 곳에 왜 또 나타난 거야. 이렇게 어디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는 성질머리는 대체 누구한테서 배운 거니.

잠깐! 공간? 노란 병아리가 어떻게 나를 찾아온 거지? 설마 이것 때문에?

“병아리, 미안한데 날 좀 도와줘야겠어.”

시하가 본인의 생각을 계약을 통해 전달하자 알아들은 병아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영기를 움직여 인기(印記)를 불러냈다. 머릿속에 희미한 공간을 하나 발견하고 그것을 바로 끌어내자 밝은 빛이 모든 사람을 뒤덮었다. 눈 깜짝할 사이 시하가 모든 사람을 병아리의 공간으로 넣어 버렸다. 그리고 병아리에게 진법 밖으로 나는 다른 문을 열어 사람들을 그곳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시하의 추측대로 잠깐 사이 모든 사람들이 진법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들을 누르던 압력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수행 계급도 안정되었다.

“말도 안 돼! 허공을 가르는 술법을 쓰다니?”

초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하를 바라봤다. 마치 시하가 자신이 풀어놓은 독을 해독이라도 한 듯했다.

“내가 당신을 잘못 본 것 같군.”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더욱 음침한 표정을 지었다. 장문이 한숨을 쉬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초오. 이제 우리가 진법을 빠져나왔으니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잘못은 한 번으로 끝내고, 다시 번복하려 하지 마.”

“잘못이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죠. 수사들 중 승계를 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지적해.”

영악파 장문 현기가 참다못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빌어먹을 마수, 죽을 때가 되어서도 깨닫지를 못하는구나!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와서 수행 계급을 빼앗아 가려는 얕은 수작을 부리다니. 너 같은 마수들은 누구든 잡아 죽여야 돼.”

“말은 참 그럴듯하네요. 당신들은 모두 청렴결백한가요? 그 말대로라면 당신들을 죽여도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하는 것뿐이겠어요.”

현기가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

“허튼소리. 우리 선문 사람들은 항상 행실을 바르게 하지. 너희 마수들의 공법처럼 그렇게 악랄하지 않아.”

“마수가 악랄하다고? 마수와 선수는 수련 방법이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별다르지 않아요. 만약 저희처럼 다른 사람의 수행 계급을 흡입해서 자신의 수행 계급을 올릴 수 있다면, 당신들도 저희와 다를 바 없을걸요. 그럴듯한 말로 고상 떨지 마시죠.”

현기가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저한테 더는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장문, 당신이 그 상고 공법을 주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 수행 계급을 올릴 수 있는 공법을 준다면 이 환천진을 드릴게요.”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이 장문을 바라보았다. 청운파 장문의 손에 상고 공법이 있다니. 환천진과 교환하자는 말을 들을 정도면, 장문의 손안에 있는 그 책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지?

장문은 한참 침묵하더니 심각하게 얼굴을 굳힌 후 한숨을 길게 쉬었다.

“초오, 그 공법은 네가 수련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아직도 핑계를 대시는군요.”

“이 물건은 내가 친구에게서 받은 거고 그는 나에게 수련법을 알려주지 않았어. 너 역시 그걸 이해할 수 없을 거야.”

“본인 생각만으로 저를 정의하지 마세요! 당신이 몇천 년에 걸쳐서 그걸 깨우치지 못했다고 해서, 저까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옆에 있던 파란 옷의 수사가 입을 열었다.

“장문, 저자와 더는 얘기할 필요도 없어요! 상고 공법은 절대로 이 마수의 손에 넘겨주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소리쳤다.

“맞아요. 저자가 이번에는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나중에 공법이 더 강해지면 또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

“오늘 절대로 저자를 놓아주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법기를 꺼내 들고 올라가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수행 계급 때문에 아무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수행 계급이 제일 높은 시하와 범천 존자만 바라봤다. 초오가 얼굴을 찌푸리고 차갑게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더니 비난했다.

“한 무리의 개미떼에 불과하기도 하지. 당신들이 진법을 빠져나갔다고 정말 안전한 줄 알아?”

시하가 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당신들 지금 몸이 뭔가 이상하다고 못 느끼나 보지?”

그가 말을 마치자 진에서 나온 사람들이 내시로 영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 수행 계급이 사라지고 있어요!”

“영력, 영력이 묶였어요!”

시하가 영기를 움직여 보니 자신에게는 뜻밖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자신과 함께 들어갔던 장문, 망, 진 세 사람도 모두 괜찮은 듯했다. 하지만 전에 그 구덩이에 묶여 있던 사람들은 전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신 그 쇄련법부(鎖鍊法符, 쇠사슬 법부)에 손을 쓴 거군!”

“사전에 진법을 조금 많이 쳐 놓은 것뿐인데 효과가 꽤 괜찮네.”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등 뒤에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붉은색 광선이 그의 손으로 스며들었다.

“전에 흡입한 이 수행 계급들로도 당신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겠어.”

그가 손을 꽉 움켜쥐자 광선이 더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갔고, 그의 수행 계급이 급속도로 올라갔다.

“안 돼요. 막아야 돼요!”

현기가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무거운 위압이 잠시 하늘을 덮더니 사람들에게로 몰려왔다. 시하는 온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범천 존자조차도 몸을 휘청거렸다. 보아하니 그 쇠사슬이 그녀의 수행 계급을 적지 않게 흡입한 듯했다. 그녀의 수행 계급이 급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사부님!”

유유가 놀라 소리쳤다. 시하가 바로 결계를 불러내 사람들을 보호했고 다시 범천의 몸으로 영력을 전달하며 그녀의 수행 계급이 안정되도록 도왔다. 다른 사람들의 안색들이 범천보다 더 안 좋아 보였고, 어떤 사람들은 수행 계급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초오가 계속해서 사람들을 누르며 이전에 뽑아 놓은 수행 계급을 흡입하며 미친 듯이 소리 내어 웃었다.

“진법을 빠져나가면 뭐 해? 어차피 당신들은 모두 여기서 죽게 될 거야!”

그들을 지원하러 온 수사들 중 상처가 없는 수사들도 서둘러 결계를 만들어 초오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하늘은 법술과 진법으로 가득했다. 초오가 서둘러 수행 계급을 흡입하며 결인을 불러내더니 방어진을 치고 제 몸을 보호했다. 수행 계급의 차이가 너무 커서 사람들이 법술을 다 소모해도 그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시하는 서둘러 영검을 불러내어 힘이 닿는 데까지 싸워 보기로 했다.

“유유, 사부님을 보살펴!”

시하가 초오를 공격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순간, 장문이 손을 잡아당겼다.

“초, 잠깐만!”

“누굴 보고 초라는 거예요!”

장문은 이 도겁기의 수사가 자신이 거둔 네 번째 제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정말 시하?”

지금 그런 걸 물어볼 때인가요? 우선 싸워야 되는 거 아닌가? 시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이 공법은 당신에게 제일 잘 맞겠네요.”

그가 보따리에 꽁꽁 정성스럽게 쌓인 책 한 권을 시하에게 건네주었다.

“저요?”

시하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간 그 책으로 뜨거운 시선들이 몰렸다.

“장문!”

아직 수행 계급을 흡입하던 초오도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그 공법을 그 여자에게 주는 겁니까?”

“이 물건은 내 친구가 내게 준 건데, 내용이 오묘해서 천 년이 흐른 지금도 전혀 깨우칠 수가 없었어요. 그 친구가 전에 나에게 말했었죠. 누이가 있는데 이름이 시하라고. 그 사람이 당신이건 아니건 이 물건을 당신에게 줄게요.”

시하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물어보았다.

“그 친구의 이름이 혹시 시동인가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 책을 보니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순식간에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초오가 용성으로 간 것은 오빠가 모현선부에 남긴 물건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녀를 사칭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이제 보니 사부님은 오빠의 친구였구나. 그러고 보니 초오가 중간에 마수에 들어선 것도 오빠 때문인 건가? 장문이 평소에 했던 말처럼 초오는 오빠가 머물던 곳마다 쫓아가 술법을 찾았고, 그 수행 계급을 흡입하는 기술도 배웠고, 이 환천진도…….

이 오빠는 도대체 무슨 친화력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랑 친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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