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9화 (89/189)

“삐약, 삐약, 삐약.”

노란 병아리가 굴러와 만족하는 모습으로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가 작은 날개를 휘저으며 그녀의 팔을 가리켰다. 시하가 소매를 걷어 보자 팔 위에 언제 나타난 것인지 빨간 털 모양의 도안이 있었다. 그 위에 붉은빛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 반짝거렸다.

“이건.”

“삐약, 삐약, 삐약.”

노란 병아리가 날개를 흔들며 뭔가 설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하는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시하가 그 자리에서 이틀이나 앉아 있었다. 주변에 농후한 영기가 드디어 완전히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노란 병아리는 그녀의 품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시하의 수행 계급은 낮고 낮은 금단기에서 갑자기 미친 듯이 올라가더니, 이제 그 대단한 도겁기에 이르게 되었다.

이 승계 속도는 무슨 특급 배송보다도 더 빠른 듯했다. 그 속도라면 금방 은하계에까지 오를 기세였다. 시하는 시스템에 묻고 싶었다. 혹시 나 몰래 돈이라도 넣어준 거야? 승계가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시하는 지금의 상황이 그 털과의 계약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갑작스러운 승계로 그녀는 원영에서 도겁기의 영석 겁뇌를 한꺼번에 받았다. 우두둑! 영석이 청운파의 여기저기에 떨어졌다.

됐어! 이제 영맥이 아니라 영하(靈河)를 만들어도 되겠어.

망이 그녀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물었다.

“솔직히 말해 보세요. 당신은 혹시 석선(石仙)을 하셨나요? 영석으로 수련하는 그런 거.”

“망치로 성선(成仙)을 했다고 하면 믿을래요?”

머리를 내리치는 그런 거요. 내 머리에 혹이 가득할 텐데 혹시 안 보여요?

“하하하, 선배님은 농담을 참 좋아하시는군요. 하지만 산에 가득한 영석을 정말 문파에 남겨주실 건가요?”

이렇게 많은 영석은 모든 일류 문파의 창고를 모두 합친 것 이상이었다. 지금까지 청운파에서 살아온 이래 지금이 최고의 절정인 듯했다. 음, 앞으로는 매일 취영단을 살 수 있겠어. 그것도 한 번에 열 병! 한 병은 마시고 나머지 아홉 병은 갖고 놀면 되겠어.

“영석이 부족하다면서요?”

가득 쌓인 영석을 보니 시하도 조금은 흥분되는 듯했다. 반지 안에 이런 먹지도 못할 돌덩이들을 넣고 다니면서도 사실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감사해요. 선배님.”

망이 그녀를 향해 다시 한 번 예를 갖췄다. 그녀의 수행 계급이 안정되고 나서 망은 그녀를 마치 재물을 가져다주는 보살을 모시듯이 각별하게 받들었다. 그녀가 아무리 전에 대승기 수사의 능력이 잠재되어 있었다고 해도 지금까지 금단에서 바로 도겁기로 승계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아, 진 사제는 먼저 장문에게로 갔어요. 문파에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났으니 지금쯤 아마 일어나셨을 거예요.”

시하는 그제야 서서 자기만 하는 교장 장문에게 유명지해의 일을 묻기로 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이 검을 타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2사형, 큰일 났어요! 사부님이 대사형에게 잡혀갔어요!”

“이놈의 반역자, 감히 돌아오다니. 어서 쫓아가 봐야 돼요! 어디로 갔죠?”

“저, 저도 몰라요. 방에서 갑자기 사라졌어요.”

“나쁜 놈! 이걸 어떡하면 좋지? 사부님은 지금…….”

진과 망의 미간에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제가 한 번 해볼게요.”

시하가 신식을 시작했다. 수행 계급이 높으면 이런 점은 참 좋은 듯했다. 순식간에 백 리 밖 범위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익숙한 영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들은 아직 가지 않았어요. 아직 청운파에 대전 아래……?”

그곳에는 신식을 차단시키는 물건이 있어서 그녀도 정확히 그것이 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호산대진(護山大陳)의 전안이 있는 곳이에요!”

망이 놀라며 뭔가 떠오른 듯 창백해지더니 돌아서서 바로 그곳으로 날아갔다.

시하와 진도 그의 뒤를 따랐지만, 대전에 다다르기도 전에 갑자기 청운파가 휘청하고 흔들렸다. 마치 엄청 강한 힘에 의해 청운파가 들려서 하늘로 천천히 솟아오르는 듯했다.

방금 산에 가득하던 영석들이 동시에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치 뭔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떠오르더니 공중에서 거대한 법진을 형성했다. 그 진법의 모습은 어딘가 많이 익숙했다. 이건 용성에서 영기를 빨아들일 때 사용했던 수체진(粹體陳)이잖아?

거대한 붉은 법진이 공중에 나타났다. 수정처럼 맑게 빛나고 있던 영석들조차 하나둘 그 붉은색에 물들어 갔다. 대전당이 있던 곳에 큰 구덩이가 생기더니 그 속에 희미하게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적잖은 수의 사람들이 검은색의 짙은 마기를 끊임없이 뿜어냈다.

곧 두 사람의 인영이 동시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모습을 드러냈다. 청색 장포를 입은 사람은 바로 그 잠꾸러기 장문이었다. 전처럼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고 미간을 찌푸린 채 뭔가에 집중하며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편 그의 맞은편에는 검은 옷의 남자가 있었는데 전에 용성에서 봤던 그 짝퉁 사람 요괴였다.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 수행 계급이 도겁기까지 올랐잖아? 전에는 대승이었는데 설마 저 사람도 돈을 이용한 걸까?

잠꾸러기 장문은 상처를 입어 몸을 휘청거렸고 입에서 피를 흘렸다. 망과 진이 그를 걱정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를 부축했다.

“사부님!”

“대사형, 어떻게 사부님께 손을 쓸 수 있죠?”

망이 분노하며 맞은편에 서 있는 남자를 노려봤지만, 상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흥, 사부는 무슨. 당신들 중에 그에게 속아서 입문하지 않은 사람 있어요? 제 실력으로 어떻게 이런 삼류에도 속하지 못하는 문파에 그냥 남아있겠어요.”

“초오!”

망이 화가 나서 얼굴이 퍼렇게 변했다.

“청운이 땅은 좀 척박해도 입문할 시기에 우리가 어땠는지 기억 안 나요? 사부님이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털어 우리를 거둬주시지 않았다면, 다른 선문에 입문하기는커녕 벌써 죽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사부님도 저희가 다른 선문으로 가는 걸 막은 적 없으세요. 근데 어떻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있어요?”

“닥쳐! 주머니를 털긴 무슨. 모르는가 본데, 당신들의 사부의 손에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상고의 비법이 있어요. 그 비법으로 천택대륙을 아래에 둘 수도 있는데, 그는 그걸 감추고 있었다고요. 청운파가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저 사람 때문이에요.”

“허튼소리 그만해요!”

“허튼소리인지는 당신들의 그 잘난 사부한테 물어보면 되겠네요.”

청운 장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사부님을 이리로 데려와요!”

시하가 소리치며 공중으로 올라가 그의 맥을 짚고 영력을 자세히 관찰했다. 시하는 그의 영기가 이미 사라지고 경맥도 끊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렇게 서 있을 수 있었던 거지? 시하가 서둘러 구전환혼단을 꺼내며 소리쳤다.

“이걸 먹어요!”

그때 공중에 서 있던 인간 요괴가 그녀를 알아보고 경계하는 눈빛을 하며 말했다.

“당신이었어요? 당신은 전에 내 일을 망쳤던 그 수사 무리 중 한 사람이었어.”

누가 당신 일을 망쳤다고 그래. 내가 반역을 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당신도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네. 몇천 년 사이에 도겁기에 올랐군.”

“미안해요. 당신이랑 옛날 얘기를 나누고 싶진 않아요!”

시하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영기를 움직였다. 그리고 잠꾸러기 장문을 도와 단약을 열었다. 시하는 그의 안색이 돌아올 때까지 단약을 열어 놓고 있다가 그제야 멈췄다. 초오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그녀를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다시 시선을 돌려 장문에게 말했다.

“영자서(寜子書), 내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그 공법 책을 얻기 위해서예요. 당신이 그걸 저에게 준다면 청운파의 제자들의 생명은 보전할 수 있을 거예요.”

장문이 일어서더니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초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마도를 쫓다니. 네가 마도를 시작하여 이제 더는 이 공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모르느냐.”

“흥, 도법이 삼천 가지나 되는데 그래 봤자 마수가 아니면 수선이겠죠. 방법이 다를 뿐 방법은 많아요. 그리고 사용할 수 없기는요. 그때 당신에게 이 공법을 준 사람이 마수였다는 걸 제가 모르는 줄 알아요?”

“초오, 너는 그 사람이랑 달라. 그는 마수이긴 하지만 마음속에는 바른 도(道)가 있었어.”

“닥쳐요! 솔직히 당신은 제 수행 계급이 당신보다 높아지는 걸 두려워했던 거잖아요. 때문에 제가 아무리 열심히 수련을 해도 그 공법 책을 저에게 주지 않았잖아요. 근데 저를 위했다는 말은 무슨 의미죠? 전부 거짓말이잖아요!”

장문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제가 유명지해에서 기연(機緣, 기회와 인연)을 찾지 못했다면 수행 계급도 이렇게 빠르게 오르지 못했을 거예요.”

그때 시하가 놀라 소리쳤다.

“유명지해! 당신 유명지해에 갔었어요?”

“그런 곳에 그렇게 좋은 물건이 숨겨져 있을 줄은 미처 몰랐지.”

초오가 차갑게 웃더니 뭔가 떠오른 듯 점점 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겠군요. 사부님이 저에게 아주 많은 단서들을 주셨거든요!”

시하가 놀라며 고개를 돌려 장문을 바라봤다. 잠꾸러기 장문도 유명지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당신이 계속 저를 눌렀지만 끝내는 제 수행 계급이 당신을 넘어섰네요. 어서 공법을 이리 내놔요. 당신이 도겁기 수사를 데리고 있다고 안전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요.”

그가 차가운 시선으로 시하를 바라봤다.

“도겁 초기에 불과한 수사를 제가 두려워할 것 같아요?”

그는 말을 하면서 도겁기의 위압으로 그들을 압박해 왔다. 시하가 얼굴을 찌푸리며 결계를 만들며 그곳에 있던 네 사람을 막았다. 주변에 있던 돌들이 상대방의 위압으로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세상에! 이 위압은 전에 비경에서 봤던 것보다 몇천 배는 강하잖아.

시하에게도 위압이 무겁게 느껴졌다. 초오의 말이 맞았다. 비록 같은 도겁기여도 상대방은 중기에 있었고 시하는 이제 초기였다. 상대와 싸웠다가는 시하가 당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강한 척은 해야지.

“저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저희 오라버니는 두려울걸요?”

시하가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꼿꼿이 펴고 최대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그 수사를 말하는 거야?”

그 수사의 수행 계급은 당시에 이미 대승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애가 이미 도겁이면 그 사람의 계급은 지금쯤 더 높아졌으리라. 그의 눈빛은 잠깐 흔들리더니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흥! 내가 그걸 믿을 줄 알아? 만약 그게 사실이라 해도 전에 내가 청운파에 들어왔을 때 왜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거지?”

“우리가 정말 모르고 있었던 줄 알아요? 그저 귀찮았을 뿐이에요.”

그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하는 상대가 자신의 미끼에 걸려든 걸 확신하며 말했다.

“왜요? 용성에서는 저를 사칭하더니, 아직도 제가 누군지 모르는 거예요?”

그가 일순간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 당신이 시하? 그럼 당신의 오라버니는…….”

“당신은 이제 마수이니, 저를 소주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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