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매, 이건.”
진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주머니에 닭을 넣고 다니는 거지?
“비경에서 나는 특산품이야.”
진이 노란 병아리를 바라보더니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었다. 아직 털을 만지기도 않았는데 귀엽기만 하던 노란 병아리가 갑자기 온몸의 털을 꼿꼿이 곤두세웠다.
“가르릉.”
그러고는 갑자기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진을 위협했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바로 죽여 버리기라도 할 듯한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하가 한숨을 쉬며 그 변덕스러운 노란 병아리를 들어 올렸다.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그곳에 조용히 있으라고 했는데?”
“삐약, 삐약, 삐약.”
그가 작은 날개를 흔들며 애교스럽게 시하를 바라보더니 뭔가 설명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어서 돌아가! 너는 아직 어려서 여기 남을 수 없어. 어서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삐약.”
노란 병아리가 머리를 들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불쌍한 척해도 아무 소용없어.”
“삐약, 삐약.”
“귀여운 척해도 소용없어!”
그때 노란 병아리가 뭔가 생각난 듯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쳤다.
“삐약, 삐약, 삐약, 삐약.”
그러고는 목을 빼어 고개를 제 엉덩이 쪽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몸이 통통한 탓에 몇 번이나 실패했다. 시하가 공중에서 내려와 병아리를 땅바닥에 내려놓자, 그제야 부리를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더니 꼬리 부분에 있는 붉은 털을 뽑았다. 그리고 뒤뚱뒤뚱 그녀에게로 다가와 그 털을 건네주었다.
“삐약!”
이건, 뇌물인 건가?
“나는 털이 필요 없어.”
“삐약.”
“정말 필요 없어!”
“삐약, 악악.”
병아리가 상심한 듯 울기 시작했다. 근데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야? 시하가 자기도 모르게 그를 남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말 들어. 네가 크면 그때는 그 공간을 나올 수 있을 거야. 어서 돌아가고 다시는 함부로 나오지 마.”
신족의 능력은 연령에 따라 성장한다. 갓 태어난 신족은 병아리에 불과하여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조차 없어 평범한 수사라도 그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 속도는 매우 느려서 몇만 년, 어쩌면 십만 년까지도 기다려야 했다. 때문에 신족들은 태어나면 자신만의 신식 공간에서 성년이 되고 나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삐약.”
노란 병아리는 아직도 힘겹게 작은 손으로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돌아가.”
시하가 최대한 정색하며 말하자, 그제야 실망한 듯 허공에 손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 갑자기 길쭉하게 생긴 밝은 입구가 나타났다. 그가 한 걸음 가다가 고개를 돌리고 한 걸음 걷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기를 반복했다. 돌아가기 직전,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녀를 몇 번이고 바라보더니 시하가 여전히 마음을 바꾸지 않자 그제야 상심한 듯 안으로 들어갔다.
시하가 안심하며 노란 병아리에게 밀려 조금 서운해진 진 어린이를 불러 다시 문파로 가는 길에 올랐다. 그녀는 스스로 완벽하게 화봉의 일을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운파에 돌아온 시하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천진난만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2사형 망이 두 사람을 열렬히 환영했다.
“사매, 듣자 하니 이번에 금단 우승을 했다면서요? 너무 잘됐어요! 청운파는 오랫동안, 아니 한 번도 문파 대비에서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당신이 금단 우승을 한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이후로 많은 수사들이 저희 파에 가입하려고 할 거예요. 제자가 있으면 이제 더는 가난하지 않겠죠? 하 등급 제품인 취영단(聚靈丹)을 사면서도 가격을 흥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을 거고요.”
이들 문파가 이렇게까지 가난했어? 반지 안에 영석을 가득 갖고 있는 시하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반지 속에서 검은색 주머니를 꺼내어 건네었다.
“아, 맞아요! 이건 이번 대비에서 우승자와 그 문파에게 주는 상이에요. 저도 뭔지 잘 모르겠네요.”
비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영악파에서 약속했던 상은 결국 인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주머니는 그녀가 산을 내려올 때 영악파에서 나눠준 것이었다.
“제가 좀 볼게요.”
주머니에는 영악파에서 준 상들이 가득했다. 시하의 수행 계급이 낮기 때문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대부분 단약과 법부류였다.
“이건 삼십 개 중품(中品) 영주(靈珠)에 결영단(結靈丹) 한 개, 오십 개의 중품 영석의 정신단(定神丹), 이 모든 것들은 지금 현재 사매의 수행 계급에 필요한 것들이에요. 이건 열 개의 하품(下品) 영석에 상품 취영단 한 개, 열다섯 개 중품 영석 한 장에 오품 뇌화부(雷火符), 스물세 개의 중품 영석에 육품 질풍부(疾風符) 한 개.”
누가 문파의 재정부장 아니랄까 봐 시장가에 아주 빠삭하네. 아마도 이것 또한 가난이 만들어 낸 거겠지.
“영악파는 역시 손이 크군요!”
그가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마지막으로 갈색 병이 있는 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 단약은 전혀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엄청 특별할 거예요.”
그가 신식을 해보았지만 안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하여 아예 병을 열어 아래로 흔들었다. 황금빛과 함께 그 병보다 몇 배나 큰 황금색의 거대한 덩어리가 책상 위로 툭하고 떨어졌다. 옅은 노란색의 작은 손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이놈의 노란 병아리가 언제 또 병 속으로 들어간 거지?
“역시 일류 선문이군요! 아주 거대하고 영기가 충만한 단약이에요!”
2사형, 안경을 맞추셔야 될 듯해요.
“이게 무슨 단약인지 몰라요?”
그가 말을 하면서 앞에 있는 그 거대한 황색 덩어리를 잡으려고 했다.
“삐약!”
빳빳한 털을 세운 덩어리가 망설임 없이 부리로 찌르자, 그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역시 일류 선문이에요! 단약에도 영성(靈性)이 살아 있네요!”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삐약.”
탁상 위에 마치 죽은 듯 조용히 엎드려 있던 노란 병아리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더니 시하의 손 아래로 머리를 숙이며 마치 용서라도 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사형, 이건 영수예요.”
진이 참다못해 사실대로 말하자 망이 더욱 놀란 얼굴이 되어 말했다.
“역시 일류 선문이군요. 영수를 바로 상으로 주다니. 근데 영수의 계급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전혀 본 적이 없는 영수예요.”
망이 상처 입은 손을 감싸고 병아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략, 영(0) 계급인 듯한데.”
신족의 신분으로 말하면 영수의 품계는 아예 헤아릴 수조차 없는 거 아니었나? 망이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돌려 시하를 바라봤다.
“이제 보니 그저 관상용 영수인 모양이에요. 영악파에서도 다 생각이 있었겠죠. 영석으로 바꿀 수나 있으면 좋겠는데.”
도대체 얼마나 가난한 거지?
“2사형, 문파에 영석이 많이 부족한가요?”
“부족하기만 하겠어요?”
그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문파의 현황을 자세하게 알려줬다. 청운파는 계륵과도 같은 자그마한 땅을 차지하고 있어 영기가 부족했고, 수련하기에도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순수 토 영기가 넘쳐나고 있어 뭐든 땅에 심으면 잘 자라나고, 정괴 영수들의 절대적인 생존 지역이긴 하지만 환해 가까이에 위치하여 일반 계급의 영수들이나 정괴들은 이쪽으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 때문에 물질이 특히나 부족한 것이었다. 이러한 위치적 조건으로 인해 청운파는 신입 제자 모집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도 그곳에 와서 제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고, 제자가 없으니 인력이 부족했으며 인력이 부족하니 생산력도 떨어졌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에는 가난에 이르게 되었다.
“영기가 약해서 그런 거잖아요? 영맥을 좀 더 심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교장 장문은 대승기 수사 아니었어? 영맥을 좀 더 심으면 문제없을 텐데?
“그게 그렇게 쉬울까요? 작은 영맥 하나를 배양하는 데 엄청난 영석이 들어가요. 그것도 상 등급의 영석이요. 청운파에 그렇게 많은 상 등급 영석이 어디 있어요?”
“문파에는 없지만 저는 있어요!”
시하가 반지를 흔들며 말했다. 이 안에 가득한데요!
“됐어요. 사매. 마음만 받을게요. 영맥을 배양하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얼마면 되는데요? 말해 봐요!”
시하가 보란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영석은 엄청나다고요.
“4사매, 농담하지 마세요.”
“저 정말 있어요!”
“문파의 일은 천천히 해결해요. 영석이 뭐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아요?”
시하가 반지를 열고 안에 있는 영석을 꺼내려고 하던 그때, 시하의 옆에서 울음소리만 내던 노란 병아리가 갑자기 그녀에게 빨간색 털을 건네주었다.
“삐약, 삐약, 삐약.”
“고마워.”
시하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털이 붉은빛을 뿜어내더니 잠시 후 사라졌다. 동시에 왕성한 영기가 그녀의 온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시하의 귓가에 뭔가 쿵쿵쿵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의주 자료 창고가 갑자기 그녀의 머릿속에 몇 개의 글귀를 나타냈다.
[공생 계약 달성!]
[생석회(산화 칼슘)!]
“2사형, 하늘에서 영석이 떨어지는 걸 보셨어요?”
“네?”
잠시 후, 하늘을 가득 덮은 영력이 그녀의 몸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붉은빛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오래된 전당이 영력에 눌려 평지로 변해 버렸다.
“사매.”
진 어린이가 놀라며 시하를 잡아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망이 나서며 진의 손을 잡아당겨 몇 미터 밖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는 지금 뚫어 버렸어요. 가까이 다가가면 안 돼요.”
“뚫어요?”
진은 짙은 영기에 둘러싸인 시하를 바라봤다. 산 정상이 그 공포스러운 영압에 눌려 평지가 되어 버렸고, 영기는 아직도 넘쳐나고 있었다.
사매는 금단기 수사가 아니었나? 갑자기 승계를 한다고 해도 고작 원영기밖에 이를 수 없을 텐데, 이 공포의 영압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건 결영이 아니라 사부님이 대승기에 들어가셨을 때 풍경보다 더 요란한 듯한데?
영력 가운데에 놓인 시하는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신족의 계약은 털로 하는 거지? 동생공사(同生共死, 함께 살고 함께 죽다) 계약이라고는 하는데 정말 공생 계약이 맞는 걸까? 정말 털로 계약을 맺을 건 없었잖아? 그리고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영력이 내 몸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
수행 계급은 계속해서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금단, 원영, 화신, 화허, 대승. 사람들은 승계를 하려면 보통 한 단계씩 올라가는데 시하는 갑자기 대경계(大境界)에 오르고 있었다. 분명 중학교를 갓 졸업했는데 뜻밖에도 대학 졸업장을 받은 듯한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노란 병아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설명 좀 해줄래? 강제 승계는 매우 위험한 거 아니었어? 저번에 축기 때는 거의 죽는 줄 알았는데 왜 이번에는 아무런 느낌도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