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법 같은데요. 하지만 이 위에는 영력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아서 법진은 아닌 듯해요. 아마도 이 특수한 용암이 만들어 낸 모양인데 무슨 진인지 모르겠어요.”
“염렬봉절(炎裂封絶)진.”
“언니는 이걸 알아요?”
이것도 여의주 자료 창고에서 그녀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염렬봉절진은 일종의 신족들의 봉인술이라고 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는 화영기가 왕성한 화산과 같은 곳에서 사용되는데, 산 내부에 자체적으로 갖고 있던 화영기와 결합되어 진을 만들고 영기가 있는 물체들을 안으로 봉인해 버리지. 그리고 용암이 끊이지 않는 한 이 진도 사라지지 않아.”
“언니는 신족의 봉인 진까지 알고 있었어요?”
유유가 눈을 반짝이며 시하를 자랑스럽게 바라봤다.
“대충은 알고 있는 거야!”
언니 노릇을 하려면 그 정도 능력은 있어야지.
“그럼 언니, 진은 어떻게 뚫을 수 있어요?”
시하가 유유의 질문에 흠칫 놀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 그게 문제이긴 한데. 이 진법은 다른 진과 다르게 진안(陳眼, 진의 눈, 출구)이 없어. 위에 있는 문자 부호가 보여? 저기가 문인데 진을 설치한 사람이 출입한 곳이야. 저 문 위에 있는 부호를 정확히 작동시켜야만 진안을 생성시킬 수 있어. 진 위에 있는 부호가 한 개만 틀려도 진법에게 공격을 당할 수가 있지.”
“그 말은 법부의 허락이 없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거네요?”
“응.”
시하도 난감한 표정으로 부호들을 바라봤다. 백 개도 훨씬 넘는 부호들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맞춰야 할까.
띵! 머릿속에 익숙한 알림 소리가 울렸다. 잠시 후, 시하의 눈앞에 터무니없이 긴 활 모양의 형태가 나타났다. 그 활 모양의 형태의 아랫부분에 익숙한 네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층망신기(蹭网神器, 중국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자신의 주변에 있는 유료 와이파이의 비밀번호를 해독하여 사용할 수 있음)?
[[002] 예측하지 못한 장애물이 측정되어 프로그램 보조 기능이 작동되었습니다. 이 기능으로 잠시 여왕님이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와이파이는 연결할 수 있는 거야?
[와이파이 탐색됨. 비밀번호 해독 중.]
수선계에 대체 어느 집 와이파이가 이렇게 강력한 건데.
[해독 완료. 비밀번호 확인 중.]
잠시 후, 바로 문자 부호가 나타났다.
이 사실을 모르는 유유가 석벽 주변을 몇 번 서성이더니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어떡해요? 글자 부호가 이렇게 많은데 뭐가 정답인 거죠?”
“좌측 세 번째, 다섯 번째. 우측에서 여섯 번째, 위에서 다섯 번째 줄, 아래로 아홉 번째. 이렇게 다섯 개야.”
유유가 놀란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하 언니, 어떻게 아신 거예요?”
“하하하. 언니잖아!”
유유는 시하가 말해준 대로 위에 있는 법부들을 눌렀다. 덜컹덜컹 소리가 나더니 꽁꽁 닫혀 있던 석벽의 문이 마치 중간에서 누군가가 밀어내기라도 하듯 양쪽으로 열렸다. 그 안으로 붉은 통로가 보이더니 뜨거운 열기가 밀려왔다. 시하가 방어 법결을 만들며 두 사람에게로 다가오는 열기를 막았다.
“들어가자!”
시하가 먼저 들어가고 유유가 뒤를 따랐다. 통로 안을 밟는 순간 그들이 들어온 입구가 원래의 모습대로 복구되었다.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더 넓어졌다. 처음에는 작은 통로였는데 점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고, 나중에는 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그 후에는 차 두 대, 세 대, 네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점차 넓어졌다.
음,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비행장이 나타날 수도 있겠네.
짙은 영기가 주변에 가득했다. 심지어 영기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몸속으로 채워졌다. 대부분의 영기는 화영기였는데, 시하는 원래 양영근을 갖고 있어서 어떤 영기가 됐든 모두 비슷하게 느껴졌다. 때문에 딱히 화영기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유유는 풍영근이라 이렇게 많은 화영기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머리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리고 호흡도 무거워졌다. 시하는 어쩔 수 없이 멈춰서 그녀에게 자신의 영기를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결계를 만들어 주변으로부터 몰려오는 화영기를 막아주었다. 그녀의 얼굴이 많이 호전되고 있었다.
“괜찮아?”
“네.”
“그럼 계속 가자. 몸에 있는 화영기를 풍영기로 전환시키는 것을 잊지 말고.”
시하가 머릿속에 있는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니 멀지 않은 듯했다. 길은 이미 엄청 넓어져 있었고 앞쪽에 희미하게 끝이 보이는 듯했다. 여기서 말라 죽는 줄 알았더니 끝내 도착했구나!
그때 갑자기 그들이 있는 곳으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거기 누구야? 이 길은 내가 열어 놓은 거야. 이 돌들도 내가 다듬은 것이니 여기를 지나가려면 돈을 내라고!”
“누구시죠?”
유유가 재빠르게 시하의 앞을 막아서며 경계했다. 사람의 인영은 보이지 않고 잠시 진동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의 석벽들이 흔들렸다. 시뻘건 용암석들이 떨어져 내려와 쌓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용암으로 만들어진 석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석인은 엄청 큰 키에 두 눈은 두 개의 등불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의 몸이 그곳의 공간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방금까지도 축구장처럼 넓게 느껴지던 그곳이 순식간에 비좁게 느껴졌다.
“간이 큰 수사로군, 감히 성지를 뚫고 들어오다니!”
석인이 큰 소리로 소리치자 잠시 지면이 흔들렸다.
“오늘 내가 너희들에게 화염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그가 말을 마치면서 발을 한 번 구르자 지면에 생긴 균열이 그들이 서 있는 곳까지 뻗어 왔다.
“언니!”
유유가 검을 불러내 시하를 이끌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지면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부서진 돌들이 붉은 용암 속으로 떨어졌다. 갑자기 화산으로 변하는 바람에 시하와 유유는 검을 부려 공중에 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석인이 용암이 흐르는 곳을 밟고 서더니 머리 위에 화석을 뒤에 있는 석벽 위에 부딪쳤다. 잠시 후, 사방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사람의 키만큼 큰 붉은 용암석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화영기가 짙게 깔리면서 그곳에 있는 공기마저 타들어 가는 듯했다.
화허기의 수사인 유유는 순식간에 결계를 만들더니 시하를 데리고 공중에서 요리조리 몸을 피해 다녔다. 화구가 보기에는 끔찍해 보였지만 정작 그들을 공격하진 못했다.
석인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직접 손을 뻗어 마치 파리를 때려잡듯 그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행동이 둔하여 시하와 유유가 타고 있는 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화가 났는지 그가 크게 울부짖자 주변에 더욱 많은 화구가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그들을 묶으려고 했지만 유유가 몸을 돌려 그의 팔 아래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빙결을 이용하여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만들고는 석인의 등을 공격했다.
잠시 후, 치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석인의 몸에 있던 불이 순식간에 절반이나 꺼졌다. 그가 다리를 휘청거리더니 몸의 중심을 잃고 용암 속으로 떨어졌다. 이제 보니 완전 종이 호랑이잖아. 외형만 그렇게 무섭게 생긴 거였어?
“괘씸한 것!”
하지만 석인이 용암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는 몸을 더 세차게 불태우며 분노했다.
“어리석은 놈들, 끝내 날 화나게 하는군!”
그가 두 주먹으로 힘껏 석벽을 치자 불꽃이 화르르 비처럼 쏟아졌다. 불꽃이 처음에는 이슬비처럼 작게 쏟아지더니 갈수록 점점 굵어졌다.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역시 덩치만 큰 거였어!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 일을 시작한 건지, 용기가 참 가상하군.
“유유, 날 내려놔 봐. 내가 상대할게!”
“언니!”
유유가 걱정하는 얼굴로 시하를 돌아봤다.
“걱정하지 마. 화구 몇 개 피해 다니면서 검을 부리는 건 나도 할 수 있으니까.”
유유가 잠시 망설이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누군가 뒤에 있으면 유유도 집중해서 공격하기는 확실히 어려웠다. 시하가 검을 불러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시하가 옆에 없으니 유유도 이제 거리낌 없이 공격에 나설 수 있었다. 유유가 손을 움직이자 붉은색의 칠현금이 나타났다. 한손으로 가볍게 금을 타자 청아한 악기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고, 수천수백 개의 얼음덩이들이 빼곡하게 공격했다.
이번엔 석인이 피할 차례인 듯하군.
그는 거대한 몸 때문에 어디로 몸을 피하든 바로 들통이 나 버렸다. 얼음덩이에 얻어맞은 그의 몸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점점 어두워졌다. 순간 그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용암 속으로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목이 마른 사람처럼 벌컥벌컥 용암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의 붉은 몸이 서서히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온몸이 파란 불길로 가득 덮였다. 그리고 그의 몸이 몇 배나 줄어들었다.
그는 갑자기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입을 크게 벌리고 유유를 향해 울부짖었다. 잠시 후, 푸른 불길이 입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순간 파란 불빛의 봉황이 유유에게 날아왔다. 그 불길로 유유 주변에 있던 얼음들이 순식간에 절반이나 사라졌다.
파란 봉황은 방금 그 화구들과는 확실히 차원이 달랐다. 그가 주변을 완전히 태워 버리고 있어 지나간 자리에 온통 재만 남았다. 석벽 위에 있는 화석마저 전부 녹아내리고 있었다.
유유는 어렵게 몸을 피해 다녔다. 그녀가 음공으로 만들어 낸 것들이 빙계이든 수계의 술법이든 봉황을 만나기만 하면 전부 녹아 버렸다. 때문에 그 모든 술법들이 아무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유유, 네가 잘하는 풍계로 공격해봐.”
유유는 풍영근이라 수계의 술법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 파란 불빛의 봉황은 분명 영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이나 불이 먹히지 않으니 영으로 꺾어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유유는 시하의 말을 이해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칠현금에서 갑자기 높고 격앙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풍영기를 품은 풍인들이 공중에 있는 파란 봉황을 공격했다.
사납게 비명을 지른 봉황의 몸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날카로운 것에 여기저기 찢기듯 구멍이 뚫렸다. 유유가 기뻐하며 금을 더 빠르게 탔고, 금 소리와 함께 거대한 풍인이 나타나더니 푸른 불빛의 봉황을 두 조각으로 갈라놓았다. 성공이다!
“흥! 쓸모없는 것!”
아래에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던 석인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순간 시하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두 쪽으로 갈라진 봉황이 갑자기 두 마리로 변신하더니 한 마리는 유유에게, 다른 한 마리는…… 왜 나한테로 오는 건데!
“언니!”
유유의 얼굴이 순간 창백하게 변했다.
이제 죽었어, 죽었어, 죽었어! 금단 수사인 내가 저걸 어떻게 막아!
시하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숨기에는 이미 늦었고, 방어 결계를 편다고 해도 그 봉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란 불덩이가 날카로운 부리를 벌리고 사납게 그녀에게 날아오더니 결계를 뚫어 버렸다.
이번에는 시하가 제 몸이 타 버릴 차례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하얀 빛이 예고도 없이 몸속에서 가득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그 파란 봉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아예 그 존재조차도 없었던 듯 흔적도 없이.
시하가 어리둥절하여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얼굴에 조금 뜨거운 것이 느껴지더니 작은 법진이 서서히 꺼져 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