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189)

띵! [[002] 스캔 결과 분석 완료.]

시하가 깜짝 놀라며 아직 금단 수사들이 시합 중인 와중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내시 신식을 시작했다. 원래 002호가 말한 스캔 종료 시간은 10분이었는데, 나중에 데이터가 복잡하여 심층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로 밤을 꼬박 새워야만 했다.

[[002] 도구는 X3도구 ‘화종(火種)’으로 분석됩니다. 어서 회수하십시오.]

“화종?”

시하가 어리둥절하며 택배를 전달했던 그때를 곰곰이 떠올려 봤다. 예전에 라이터를 전달한 적이 있었는데 설마 그건가? 뭔가 레벨이 확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그 여자는 라이터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데요?”

[[002] 화종은 이미 상대의 몸에 용합되었습니다.]

용합되었다고? 정말요? 그 물건이 어떻게 몸속으로 들어가지?

“제가 그걸 어떻게 회수하죠?”

[[002] 도구가 용합되어 들어간 입구는 상대의 세 번째 갈비뼈 쪽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도구와 은밀한 접촉을 시도하시어 시스템을 회수하시길 바랍니다.]

갈비뼈? 시하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건 가슴이 있는 쪽이잖아요? 거길 어떻게 접촉해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가슴을 좀 만져도 될까요? 이렇게 말해요? 그럼 난 바로 경찰에 잡혀갈걸요?

[[002] 어서 시작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구가 상대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영향? 무슨 영향이요?”

[[002] 도구 화종은 무한한 양식 쇄신 능력이 있어서, 상대의 기억 영역 자료 속으로 들어가 그 기능을 쇄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녀의 영혼이 모두 태워지는 대가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은 화종이 그녀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거예요?”

[[002] 정확하게 말하면 그녀의 영혼을 모두 소모시켜 사라지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화종은 계속해서 다른 목표를 찾아 이동하게 될 것입니다.]

“이 택배는 왜 이렇게 위험한 거예요?”

어쩐지 그녀의 몸이 그렇게 투명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구나.

“근데 양식 쇄신이 뭐죠?”

[[002]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녀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거예요?”

[[002] 화종이 영향을 주는 곳은 심층기억 영역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화종이 보여주는 미래를 확신하여, 화종을 과도하게 의지하게 되고 갓 태어난 신생아와 같은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게 되죠.]

“그녀가 스스로 중생했다고 생각한다는 건가요?”

[[002] 여왕님, 비유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럼, 그녀가 예측한 미래는 정확한 건가요?”

[[002] 화종은 시스템에서 탄생하여 품질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걸 누가 보장하지.

“그럼 그 여자는 화종을 자신이 중생한 새로운 신기(神器)라고 생각하겠네요? 그것도 그녀의 몸속에 녹아 있는?”

그럼 그걸 나한테 돌려주는 게 더 이상하잖아!

[[002] 맞습니다. 여왕님, 자신의 능력을 믿으십시오. 상대는 먼저 당신과 접촉하길 원했습니다!]

그녀는 왜 먼저 나를 찾아온 걸까?

“설마, 그녀는 제가 금수지를 회수하러 왔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요?”

[[002] 이 계면 생물은 미션 형식의 프로그램을 겸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도구는 시스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그 점에 대해서는 여왕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 미션을 모른다니 다행이네.

“근데 왜 그녀는 저를 찾아온 걸까요?”

[[002] 여왕님에 대한 미래 자료를 스캔할 수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002] 본명은 시하, 문파 대비 금단기 우승, 달원(笪源) 천존(天尊, 도교에서 신선에 대한 존칭)의 누이.]

이미 내 신분에 대해서 알고 있었잖아. 근데 제일 마지막 단어는 뭐지? 설마 마존의 누이라고 말하는 거야? 달원은 누구고? 내가 아는 사람인가?

“그 여자는 이 자료에 설명된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고, 제가 미래에 유명해질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특별히 저하고 관계를 맺으려고 찾아온 거네요? 하지만 관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쉽게 금수지를 저한테 주지는 않겠죠? 근데 이 자료는 딱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아요? 문파 대비 우승은 무슨. 저는 그저 서명이나 하러 온 거라고요. 그리고 그것도 금단 수사들 중에 수행 능력이 제일 낮은 제가 우승을 한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

[[002] 행운이 첨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유효 기간 5시간!]

행운 첨가는 또 뭐야. 나 아직 뭐가 뭔지 정리도 되지 않았다고요!

갑자기 쿵쾅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한 남자가 무겁게 그녀 앞에 쓰러졌다. 시하가 깜짝 놀라며 바로 신식을 나와 그를 살폈다. 그는 온몸에 피가 얼룩져 있고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었다. 치명적인 상처는 아닌 듯했지만 그의 모습이 매우 처참해 보였다. 얼굴은 여기저기 얻어맞은 상처들로 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그는 지쳤는지 한 손으로 바닥을 누른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가 뻣뻣하게 한 손을 뻗더니 서서히 시하가 있는 오른쪽을 가리켰다. 뭘 잡으려는 건가?

시하는 그제야 언제 나타난 건지 자신의 옆에 빨간색 깃발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자가 잡으려고 하는 것이 바로 그 깃발인 듯했지만, 아쉽게도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깃발을 잡으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시하가 자기도 모르게 옆에 있는 작은 깃발을 뽑아 그에게 건네주려고 한 그 순간, 우렁찬 소리가 시합장에 울려 퍼졌다.

“청운파의 승리, 금단 오강에 진출하였습니다!”

시하가 손에 들려 있는 작은 깃발을 보다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제가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면 믿으실래요?”

“이 운림(云霖)은 널 잊지 않을 거다. 나중에 다시 붙어 보지!”

남자는 단약을 꺼내 삼키고는 기력을 회복하더니 몸을 일으켜 걸어갔다.

“잠깐만요! 제 말을 들어 봐요!”

시하는 정말 그 깃발을 뽑으면 시합에서 이기는 건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설마 이게 바로 행운 첨가인 건가? 이게 대체 다 뭐야!

시하는 시합장을 나오고 나서야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시합에 참여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금단기의 첫 시합은 여러 가지 형식을 혼합하여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의 수를 균등하게 나누어 각각 다섯 군데 장소에서 시합을 치렀다. 제일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동문들끼리 서로 도와주느라 여러 명이 최후 승자로 남아 있을 것을 우려하여, 시합이 시작되고 일시진이 지난 후, 장 안에 진기(陳旗)를 나타나게 하여 그 깃발을 얻는 사람이 최후 승자가 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로써 금단기 5강 진출자가 결정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시하는 그 행운을 얻게 되었다. 내시를 하기 위해 구석진 곳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근데 깃발이 바로 그녀의 옆에 나타난 것이다.

다른 시합장에서 이긴 우승자들은 모두 상처가 말이 아니었다. 오직 시하만이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시하는 다시 한 번 행운 첨가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5강 결승전은 단독으로 치러지는 시합이었지만 다섯 명의 인원이 일 대 일로 시합하면 한 명이 남게 되어 추첨을 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추첨에 참여한 시하는 뜻밖에도 부전승을 하게 되어 영문도 모른 채 3강에 진출했다.

그러다 운 좋게 시하는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녀를 노려보는 상대의 얼굴을 보니 한눈에 봐도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시하가 어떤 방식으로 패배를 인정해야 최대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 갑자기 쿵 소리가 들려왔다. 맞은편에 서 있던 그 남자가 갑자기 영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로써 시하가 승리했다.

그녀를 보러 온 진이 시하를 한참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

“사매. 어떻게 한 거예요?”

“만약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하면 믿을래?”

매년에 한 번 열리는 대비는 각 파의 사람들에게는 성대한 시합이었다. 특히 일류 선문일 경우, 이런 대비를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신망받는 선문이 될 수 있었다. 영악파는 일류 선문이긴 했지만, 처음으로 천의맹의 통지를 받아 이번 문파 대비를 이곳에서 치르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번 대비는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줌으로 천의맹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장문 현기(玄機)는 어깨를 쭉 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각 파와 각 문들에서는 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모두 우수한 제자들을 선발하여 시합에 참여시키려 했다. 천음파의 범천 존자까지 친히 제자들을 이끌고 시합에 참여하였다. 물론 범천 존자의 진짜 목적은 자신의 제자를 위해서였지만 도겁기의 존자가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은 영악파의 영광이었다. 그가 더욱 자랑스러웠던 것은 이번 시합에서 3등을 차지한 제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파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참여 인원도 그가 상상했던 것만큼 많았다.

그가 벅차오르는 자부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전당에 있는 각 경계의 3등 안에 든 제자들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가 제자들을 데리고 시합에 참여한 각 파의 장로들을 향해 자랑스럽게 말했다.

“역시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은 모두 젊은 사람들이네요. 이번 대비에서 이런 자질이 뛰어난 후배들을 배출해 낼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각 파의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칭찬의 의미를 알아챈 장로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 전당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올해 3등 안에 든 제자들 중 절반은 영악파 제자들이니 영악파의 복이라고 해야겠죠. 현기 장문께서는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두셨군요!”

“하하하, 막 장문님, 과찬이십니다. 저는 문중 사람들에게 그저 최선을 다해서 시합에 참여하되, 순위에 드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지요.”

다른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마치 다른 문파의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현기도 분수는 알았기에 그 정도에서 말을 마치고 더는 다른 사람들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가 전당 앞쪽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바로 각 시합에서 우승을 한 제자들인가요?”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연이어 포권을 하며 예를 갖췄다. 시하도 사람들을 따라 예를 갖췄다.

“네!”

현기가 제일 오른쪽을 바라보더니 마치 그의 체면이라도 세워주려는 듯 입을 열었다.

“여기 화허기의 우승자는 범천 존자의 제자 빙선자(冰仙子), 하옥심(夏玉心)이시죠?”

오른쪽에 있던 여자가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여자는 기뻐하는 내색 없이 여전히 차갑게 얼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날 청란 위에 앉아 있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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