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2화 (72/189)

002호는 또 뭐지? 왜 내 신식 속에서 말을 하는 거지? 비전형적인 것은 또 뭐야? 바이러스에 걸린 건가? 듣기만 해도 뭔가 미덥지가 않은데? 그녀의 의문을 듣기라도 한 듯 전자음과 자막이 다시 나타났다.

[[002] 002호는 원래 ‘시스템’ 코드의 연장 코드로 시스템이 중단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원래 시스템을 강제 종료한 후, 미션 집행자님께 임시로 제공하는 기술적 지원입니다. 002호는 5억조 8541년 3월 5일 21시 46분에 생성되었습니다.]

시스템? 설마 그 납치범이 남긴 물건을 말하는 건가? 휴대전화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도 모자라 신식까지 방해하다니!

“좋아요! 당신이 어떤 이유로 제 신식 속으로 들어왔든 상관없어요. 근데 왜 다른 애플리케이션들도 같이 있는 거죠?”

[[002] 002호는 집행자님의 시스템 설정 법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어 이제 갓 생겨난 전자문명에 영향을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애플리케이션들을 신식 속에 한데 모아 놓은 거예요? 지금이라도 삭제하면 안 될까요?

“됐어요. 당신은 왜 저를 갑자기 이 세계로 보낸 거죠?”

전송할 거면 아예 현대로 보냈어야지!

[[002] 002호는 세계를 넘나드는 전송 기능은 없고 다만 공간을 이동하는 기능만 갖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죠? 제가 다른 세계로 전송된 건 아니라는 거죠? 아직 원래 그 수선계에 있다는 거죠?”

[[002] 집행자님의 원래 좌표는 A1계면 0호 구역이었고, 현재 좌표는 A1계면 1호입니다. ]

누가 집행자인 거지? 나? 0호, 1호는 또 뭐지? 이게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거지?

시하는 순간 용성에 있을 때 인간 요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정한 수선 대륙은 다른 곳에 있다고 했다. 진 어린이도 언급했듯이 여기는 천택대륙이다. 그리고 여기는 영기가 사라지는 지역으로 영기가 왕성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 영기는 옥화파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짙은 듯했다. 설마 천택대륙이 그 인간 요괴가 말하던 그 진정한 수선 대륙인가? 내가 다른 세계로 이탈해서 온 것이 아니라 공짜 고속열차를 탄 거라고?

“그럼 당신이 나를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도록 한 건 어떤 이유에서죠?”

[[002] 집행자님의 미션 완성을 위해서입니다.]

미션? 예전에 휴대전화에 나타났던 그 미션?

“이 미션이 대체 어떤 작용을 하는 거죠? 당신 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

띵!

[[002] 권한이 제한되어 검색을 할 수 없습니다.]

젠장!

“그럼 저랑 같이 있던 다른 사람들은요? 설마 저만 여기로 전송된 건 아니죠?”

[[002] 권한이 제한되어 검색할 수 없습니다!]

“지금 뭐라는 거예요? 그럼 저한테 이것만 말해 봐요. 제가 미션을 수행하면 돌아갈 수는 있는 거예요?”

[[002] 권한이 제한되어 검색할 수 없습니다!]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된 듯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화가 나서 미치겠네. 시하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한참 분주하게 떠다니는 초록색 도표를 발견했다.

“방금 저한테 다른 애플리케이션에는 관여하지도 않고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었죠?”

002는 답이 없었다. 시하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저한테 알려줘서!”

시하가 마음을 집중시키자 잠시 후 초록색 도표가 신식 중앙으로 날아왔고, 초록색 빛이 반짝이더니 잠시 후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졌다.

‘사살병독(査殺病毒)’이라는 네 글자가 중간에 나타났다. 바이러스를 전부 잡아 죽이라는 의미였다. 잠시 후, 화면을 꽉 채우는 붉은색 포크가 나타났고 그 아무 반응도 없던 전자음이 다시 울렸다.

“소녀, 잠시만 기다리세요! 002호 방금 검색 권한을 획득하여 바로 문제를 해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알고 싶지 않아요.”

“잠깐만, 소녀! 미녀! 선녀!”

“여왕님이라고 불러 봐요!”

“여왕님!”

전자 시스템에게 절개 따위는 없나 보군.

“여왕님,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당신 때문에 생긴 보조 시스템입니다. 앞으로 당신을 위해 엄청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단, 당신이 바이러스만 잡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시하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애플리케이션을 닫고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해 봐요. 모든 일을 자세하게 이 여왕에게 아뢰어 보도록.”

“문제없습니다, 여왕님!”

“당신과 시스템의 목적은 뭐죠? 왜 저를 이곳으로 보낸 거예요? 그리고 그 미션들은 다 뭐고요.”

[[002] 당신은 002의 위에 있는 모든 상위 ‘시스템’들이 선택한 집행자입니다. 당신의 행동과 목적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뭔데요?”

[[002] 여왕님, 당신은 세계평화를 위해 여기에 오신 겁니다. 수선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인류의 화합을 위해,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수선주의와 사회화합을 위해, 미션을 수행합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는 뭔 할렐루야예요! 당신 또 거짓말할 거예요? 그럼 저는 뭐 대통령 놀이라도 하면 되는 건가요?”

그렇게 멍청한 거짓말은 귀신도 안 믿겠다. 시하가 참지 못하고 다시 그 바이러스를 잡는 애플리케이션을 열려 했지만 이미 깨끗하게 삭제되어 있었다.

[[002]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집행자님, 여왕님, 002호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요. 계속해요. 어디 한 번 계속 지어내 봐요!”

[[002] 002호에게 거짓말하는 기능은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두 번이나 저를 구해 주셨습니다.]

“무슨 말이에요?”

[[002] 자세히 생각해보십시오. 미션 수행에 당신이 관여하지 않았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허공의 균열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겁니까?”

[[002] 그건 허공의 균열이 아니라 시공간의 틈입니다.]

“시공간의 틈이라고요?”

[[002] 계면과 계면 사이는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매 세계가 모두 혼돈 속에 있지만 그 혼돈은 모두 다르지요.]

“알아듣게 얘기해 봐요!”

[[002] 각 생명 계면은 하나의 천체와 같아서, 하나의 천체에서 또 다른 천체로 가고 싶다고 해도 가기가 어렵습니다. 그 중간에는 무한한 진공우주(眞空宇宙)가 있지요. 이 진공우주가 바로 계면 혼돈입니다. 시공간의 틈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 천체에 있습니다. 우주로 가는 통로가 열리면 바로 복구해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전체 계면이 구멍 뚫린 풍선처럼 무한한 혼돈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설마 후지의 진법까지 그 구멍 안에 갇힌 건 아니겠지?

“옥화파에서 저번에 보여줬던 그 사양(伺養) 미션은 어떻게 된 거죠?”

[[002] 그건 계면 사이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체입니다.]

“뭐요? 그럼 도도가…….”

그건 도철이 아니었어?

[[002] 그 생물은 혼돈 속에서 몰려온 특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혼돈의 잡식 현상을 보인 것입니다. 여왕님이 가져오신 물건은 그러한 바이러스를 억제시키는 것으로, 생물들에게 바이러스를 이겨 낼 수 있는 약제를 제공합니다.]

내가 가져온 물건이 백신이었구나. 잠깐만!

“그 사료라는 물건은 비경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거 아니었어요? 만약 단순한 백신이었다면 자료가 그렇게 많이 들진 않았을 텐데요?”

[[002] 감염체의 바이러스는 외계에서 침입하여 들어온 비감염성 병균으로 사람과 같은 형태의 생물에게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백신이 생성되는 과정에 위험이 따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가 넓게 퍼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백신은 봉인된 공간에서 배양을 진행하며 그래야 백신이 계면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감염과 교차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제 보니 그 무망경은 그저 백신 연구실에 불과했구나. 어쩐지 해변에 그렇게 특수한 결계가 있다 했네. 바다 밑으로 빨려 들어간 그 비경은 그럼 배양 자료로 사용되는 걸까?

“저희 오빠는 어떻게 된 거죠? 오빠도 설마 저처럼 이런 미션을 받은 건가요?”

002호가 잠시 침묵하더니 뭔가 계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002] 맞아요. 그는 시스템이 선택한 또 다른 집행자예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당신은 저의 시씨 집안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요?”

[[002] 002호에게 복수 시스템 기능은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집행자를 선택할 때에는 전체적인 계산과 유전자 검사를 통과한 후 최종적으로 목표를 정합니다. 그리고 똑같은 혈통의 사람과 유전자가 비슷한 사람으로 선택하게 됩니다.]

우리 시씨 집안과 끝까지 맞서겠다는 말 아니야?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좋아요. 우선 그 이야기는 이쯤하고 우리 오빠의 미션은 저와 똑같은 거죠? 그럼 왜 한 번에 해결하지 못하고 저까지 데리고 온 거죠?

게다가 오빠가 남긴 말들을 보면 분명 미션을 아주 가볍게 해결하고 있는 걸로 보이던데!

[[002] 이론상으로 집행자의 존재는 보조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각 계면의 구멍은 원래 계면 본체가 스스로 자동 복구할 수 있어야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1호 집행자님의 역할은 바로 보조 작업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그 자동 복구는 뭐죠?”

설마 이 수선계면에 스스로 치유하는 기능이 있다는 걸까?

[[002] 자동 복구의 범위는 전체 계면에 존재하는 모든 질물(채무의 담보로 맡긴 물건)을 포함하는 범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인(人), 요(妖), 마(魔), 선(仙), 귀(鬼), 동식물 등 이 계면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뭐든 복구 가능합니다.]

“저의 오빠도 가능한가요?”

[[002] 시공간을 넘나드는 조작은 쉽게 배척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오빠가 그 장소에 나타났던 거구나. 그 상자는 잠시 시공의 틈을 막고 있다가 이 계면의 사람이 들어가 완전히 복구하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여기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찾지 그랬어요? 왜 저를 끌어들인 거죠?”

[[002] 자동 복구 계획이 실패하였습니다. 여왕님, 미션 진행 전에 몇 차례 차원 이동을 했던 거 기억나세요?]

“택배 배달! 설마 그 사람들…….”

[[002] 당신에게서 물건을 받은 그 사람들은 모두 시스템이 계산을 거친 후 복구 인원으로 엄선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전달한 것은 금수지가 아니었어요?”

[[002] 그들은 모두 복구 작업을 위해 준비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선택한 모든 사람들이 복구 미션에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도구가 부족하여 나중에 집행자님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고 임시복구 공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두 번째 집행자님을 찾게 된 것입니다.]

“저요?”

[[002] 그렇습니다. 여왕님! 자동 복구에 실패한 후 시스템이 당신을 두 번째 집행자로 묵인하였고, 당신을 초급 복구 미션 구역인 0구역으로 전송한 것입니다.]

뜻밖에도 전에 그녀가 갔었던 곳은 신개발구역이었다. 하지만 그 금수지를 받은 사람들은 너무 재수가 없는 거 아닌가? 한 명도 성공하지 못하다니! 자기가 받은 금수지가 아까워서 고의로 그런 건가?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용오천은 사내 중의 사내인데 그런 도구가 아무리 맘에 들어도 그럴 사람은 아니지. 하지만 세계가 다 끝나게 생겼는데 어느 멍청한 인간이 그런 상황에서 금수지를 아까워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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