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189)

시하의 몸이 가벼워지더니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가 있는 곳으로 날아올랐다. 시하가 영기를 움직여 그에게 저항해보았지만 바로 그의 검 위로 몸이 떨어졌다. 이 어린 친구의 수행 계급은 그녀의 계급보다 위였다.

시하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아이가 바로 검을 날려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산 아래에 남겨진 정괴들은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잠시 후 어느 전당 앞에 도착했다. 그 전당은 크지 않고 오래된 건물처럼 보였다. 지붕에 장식한 돌 조각이 절반이나 사라져 있는 게 많이 낡은 건물인 듯했다.

“어린 친구, 너의 사부님은 누구지? 왜 나를 여기로 데려온 거야? 그리고 대체 여긴 어디니? 이 누나한테 알려주면 안 될까? 누나가 사탕 줄게.”

아이가 걸음을 멈추더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작은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한참을 바라보아도 대답하지 않더니, 바로 전당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아이는 전당 안으로 들어가더니 누군가에게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

“사부님, 데리고 왔습니다.”

시하는 그제야 등지고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남자처럼 보였는데, 그의 주변에 희미한 빛이 나 있었다. 하늘색의 푸른 장포를 입었고, 머리는 허리 뒤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주변에 선기(仙氣)가 가득 흘러나오고 있어 시하는 저도 모르게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많은 수사들을 본 시하였지만, 이번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눈앞의 사람은 금방이라도 신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진정한 수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부님, 저 사람이 말씀하셨던 그 사람이에요. 확실히 산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침묵이 흘렀다.

“사부님?”

시하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이건 뭐 신고식이라도 치르는 건가? 시하가 참다못해 그쪽을 자세히 바라보는데, 별안간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자려면 방에 가서 자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방금 봤던 그 진정한 수사의 모습들은 모두 환각이었나. 뭐 이런 사부가 다 있어?

아이는 이제 그 모습이 익숙한 듯 조용히 허리를 펴더니 조용히 소매에서 감자를 꺼냈다. 그러고는 그 죽은 듯 졸고 있는 뒤통수를 향해 던졌다. 익숙한 솜씨로 목표물을 조준하는 모습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쿵! 가벼운 소리와 함께 목표물 정중앙에 맞추었다.

“아야!”

비명과 함께 감자가 튕겨 나가 데굴데굴 바닥에 굴러다녔다. 아이는 조용히 감자를 줍더니 조용히 다시 소매를 내리고 포권을 취했다. 정중하게 예를 갖춘 모습이었다.

“사부님.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게 사부와 제자가 함께 사는 방법인 건가?

흰옷을 입고 서 있던 남자가 드디어 몸을 돌렸다. 높이 치켜세워진 눈썹,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준수한 얼굴의 남자였다. 그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따뜻한 봄바람을 연상케 했다. 그의 미간 사이에 있는 주사(朱砂, 천연적으로 나는 유화수은(硫化水銀). 짙은 붉은빛의 광택이 있는 육방정계(六方晶系)에 딸린 덩어리로 된 광물)가 더욱더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현대에 있다면 연예인을 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미모였다. 만약, 그가 입 주변에 흘러내린 침만 닦고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부님, 도착했습니다.”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얘기했다. 아이가 하도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 방금 전에 자신의 사부에게 감자를 던졌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

그 흰옷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 입구에 서 있는 시하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그가 미소를 짓는 순간 마치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이 나는 듯했다.

“산 아래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어린 소저일 줄이야.”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지?”

“시, 어, 하시예요!”

시하가 급하게 이름을 거꾸로 고치고 자신이 여기까지 따라온 목적을 떠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선배님, 여기가 어딘지 여쭤 봐도 될까요?”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해도 돼. 몸에 토 영기가 있는 걸 보니 소저는 단일 토 영근인가?”

토 영근? 설마 방금 땅속에 묻혀 있으면서 영기가 모두 토 영기로 전환된 건가?

“어, 그런 셈이죠.”

“그럼 잘됐네. 좋아! 결정했어. 소저가 원한다면 제자로 받아들이지.”

“네?”

전 여기에 제자가 되려고 온 게 아니라고요!

“수행 능력이 조금 약하긴 하지만 영근이 좋으니 시일이 좀 지나면 큰일을 이룰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겠어.”

“그게 아니라, 사실 저는…….”

“오늘부터 너는 우리 청운(靑雲)의 제38대 제자야. 내가 바로 너의 사부고.”

“아니, 저는…….”

“나의 법호는 자서(子書). 바로 이 청운파의 장교진인(掌敎眞人)이지. 문하에 제자가 모두 네 명이 있고, 너의 옆에 있는 사람이 세 번째 사형 진(俏眞)이야.”

“제 말을 들어 보…….”

“이제 사부님께 절을 하세요.”

“네?”

털썩! 그녀의 다리가 갑자기 통제력을 잃고 그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쿵쿵쿵, 바닥을 향해 세 번 고개가 숙여졌다.

“그만하면 됐어. 이제 우리 문중에 들어왔으니 더는 속세의 이름을 쓰면 안 돼. 이 사부가 너의 이름을 지어주지!”

“저기…….”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초’.”

“당신 누이한테나 붙여줘요!”

“음, 네가 만족하면 됐어. 그렇게 결정하지!”

누가 만족한다는 거야?

“자기 맘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거 이제 그만할 수 없어요? 저는…….”

“진, 오늘부터 소저의 수행은 너한테 맡기지.”

“네!”

“이봐요. 내 말 아직 안…….”

누가 당신의 제자가 된다고 그래요!

“나는 계속해서 폐관을 하고 있을 테니, 너희는 이만 내려가도록 하거라!”

“뭐라고요? 잠깐만요!”

시하가 급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지만 자서가 소매를 살짝 흔들자 시하의 몸이 건물 밖으로 날아갔다. 전당 문이 쿵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혔다. 이게 다 무슨 상황이지?

“저는 여기에 사부님을 모시러 온 게 아니라고요. 문 열어요!”

시하가 얼마나 문을 두드렸는지 손에 통증이 느껴졌다. 안에서 고요한 적막감만 흐르더니 잠시 후 드르렁, 드르렁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얼마나 자는 거야, 젠장!

난 그냥 길을 물었을 뿐인데, 갑자기 웬 스승이야. 이렇게 강제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교육국에서 알고나 있는 걸까?

“사부님은 잠에서 깨시기 전까지 나오시지 않을 거예요.”

옆에 서 있던 진이 담담한 목소리로 시하에게 말하더니, 옷소매에서 감자를 꺼내어 화결(火訣)을 만들어 감자를 구웠다. 그리고 감자를 절반으로 쪼개어 시하에게 건네며 말했다.

“먹을래요? 사매?”

지금 감자나 먹을 때야?

“됐어요. 전 이만 돌아갈게요!”

“산 아래에는 진법이 있어서 사부님의 영패가 없으면 누구도 나갈 수 없어요.”

“젠장! 그럼 어떡하죠?”

“사부님이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려야죠.”

“그럼 그 사람은 언제 깨어나요?”

“몰라요. 하지만 저번에는 10년 정도가 걸렸었죠.”

날 말리지 마, 내가 가서 이 방을 폭발해 버릴 거야!

여기 수선학교에서 실행하는 모든 수업은 전부 폐쇄형 교육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들어올 수 없고 그들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진 어린이의 강의를 통해 시하는 이곳이 청운산에 있는 청운수선직업기술학원이라는 것과 약칭으로 청운파라고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학교는 거의 만 년의 역사를 갖고 있어 가히 전체 대륙 중에 제일 오래된 문파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에 우수한 문하생들이 천지에 널려 있었고, 제자의 수도 수천수만 명에 달했으며, 셀 수없이 많은 고수들을 배출하였고, 개산조사는 십만 년 이래 처음으로 선계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라고 했다. 틀림없이 과거에는 그랬다고 한다.

현재 청운파의 교장은 직원과 사부들을 증원했지만 사부는 한 명밖에 없다. 전교에 학생은 네 명이고 전체 문파에 다섯 명밖에 없다고 한다. 그 정도로 문파는 무슨 문파라고, 아예 해산하고 말지.

시하는 그제야 왜 그 자서라는 장문이 그녀를 그렇게 제자로 삼으려고 했는지 알 듯했다.

사람이 하도 없으니까 나를 끌어다가 영업 성과를 올리려고 했던 거네!

제일 직접적인 증거는 진 어린이도 그렇게 속여서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청운파의 신입생 모집 방법은 바로 가두는 방식이었다. 누구든 이 산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모두 문파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까 저 방을 더 폭발하고 싶은데 어떡하지? 시하가 몸속에서 꿈틀대는 무를 간신히 억제시켰다.

청운파의 위치는 천택(天澤)대륙의 동쪽이고, 영기가 사라지는 환해의 북쪽에 위치했다. 시하는 제일 선문 옥화파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진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고 천택대륙에 제일 선문이라고 하는 곳도 없거니와, 일류 세가와 선문도 많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대륙에 불광사(佛光寺)가 있는데 그 사찰에는 수행 계급이 매우 높은 불수(佛修)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구제하며 자비를 베풀고 있으며, 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계속하여 천택대륙으로 공격해 오는 마족들을 막고 있다고 했다.

시하는 할 말을 잃고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어찌 되었건 자신은 여기에 갇힌 것이었다. 그럼 후지와 역요괘, 그들은 어떻게 된 거지? 같이 왔을까? 아니면 아직도 그 옛날 지도에 머물러 있는 걸까?

시하는 자신이 전송됐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당시에 후지와 그 인간 요괴가 동시에 그녀의 휴대전화를 공격했었다. 그때 지도를 바꾸는 어떤 기능을 건드린 걸까? 쓰러지기 전에 뭔가 이상한 전자음 소리를 들은 듯한데……. 희미하게 무슨 치명적인 훼손, 실체를 묶는다는 등 그런 소리를 들었던 듯싶은데…….

치명적인 훼손은 휴대전화를 얘기하는 거고, 그 실체를 묶는다는 말은 대체 무슨 소리인 거지? 설마 나는 아니겠지? 예전에 택배를 배달할 때 시스템도 갑자기 머릿속에 나타났었기에 시하는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시하는 다리를 접고 앉아 눈을 감고 몸속을 내시하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의 신식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도표들은 뭐지? 왜 신식 속에 영문도 모르는 물건들이 이렇게 많이 생겨난 거야? 잠깐! 이 도표들은 내 휴대전화에 있는 그 애플리케이션들이잖아? 왜 여기에 나타나서, 그것도 신식 안을 이렇게 어지럽게 날고 있는 거지?

띵! 갑자기 ‘선인’이라고 쓰인 애플리케이션에 밝은 불이 들어오더니 전자음과 함께 한 줄의 글씨가 나타났다.

[[002] 안녕하세요! 002호입니다. 비전형적인 상황을 위해 준비해 둔 임시적인 프로그램으로 당신을 위해 서비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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