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떡하죠?”
역요괘가 일어서더니 몸의 밧줄을 풀어 던졌다.
“일단 지금은 용성이 환천진 안에 갇혀 있고 이 진은 들어올 수만 있고 나갈 수가 없어요. 후지가 밖에서 출구를 찾고 있으니 진을 뚫어줘야만 여기서 나갈 수가 있죠.”
시하가 감옥 문 위에 있는 금색 진법을 살펴보며 말했다.
“우선 이 감옥에서 나가야 돼요.”
역요괘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옥 문을 자세히 살폈다. 지하 감옥의 진법은 매우 이상했다. 감옥 문으로부터 나오는 황금색 광선들이 이 안을 덮고 있었다. 감옥 문 중간에 가끔 다양한 빛들이 흘러나오며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수한 법부들이 춤을 추며 날고 있었다.
“이건 마기로 만들어진 진법이 아닌 듯하지만 영기는 있는 모양이에요!”
역요괘가 이상한 눈빛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마수들도 영기를 이용해 진을 만들 수 있어요? 이건 한 가지 영기가 아닌 듯해요. 뭔지 모르겠…….”
“차천진(遮天陳)!”
“네?”
“차천진은 상고시대에 금, 목, 화 이 세 가지를 용합하여 만든 진법이에요. 영패(令牌, 도교에서 사용하는 법기 중의 일종)가 없으면 진을 열 수 없어요. 그리고 화신기 수사의 공격도 막아 낼 수 있죠.”
“상고 시대의 진법이라니!”
그 물건은 오래전에 사라지지 않았나?
“당신이 이 진법이 그 시대의 것임을 어떻게 알아요?”
“그러게요! 내가 어떻게 알지?”
시하도 조금 어리둥절했다. 방금 자신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 세 글자가 튀어나왔다. 전에 그 환천진을 알아봤던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됐어요. 지금 그런 자질구레한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에요. 우리 여기서 어떻게 나갈지나 생각해봐요.”
“영패가 없으면 화신기의 수사라도 이 진법을 열지 못한다는 거죠?”
그가 조금 김빠지는 표정으로 감옥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늘에서 영패가 떨어지길 바라는 건 무리겠죠?”
딸깍! 옥패 하나가 떨어졌다.
역요괘가 바닥에 떨어진 옥패를 들고 감옥 문 위쪽을 눌렀다. 그 순간 진법에 불이 들어오면서 반짝거리더니 다시 어두워지면서 진법이 해제됐다.
“하 씨, 이건.”
“상관없어요. 우선 빨리 여기서 나가요.”
시하가 그를 데리고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몇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멈췄다.
“입구에 사람이 있어요!”
그것도 모두 금단의 계급의 마수들. 역요괘가 영력이 봉인되어 그녀 혼자서는 전혀 승산이 없어 보였다.
“어떡하죠? 다른 입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들 뒤로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리더니 돌벽이 갑자기 열리면서 어두컴컴한 통로 하나가 나타났다. 말도 안 돼, 정말 다른 출구가 있었어? 이 근처에 도라에몽이라도 숨어 있나?
“이거 설마 함정은 아니겠죠?”
역요괘가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주변에는 사람 인영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이미 감옥에 갇혔는데 누가 여기에 함정을 파요! 어서 가요.”
두 사람이 신중하게 그 캄캄한 통로로 들어섰다. 그러자 벽에서 갑자기 덜컹하는 소리가 나면서 통로의 문이 닫혔다. 시하가 손에 등불을 불러내 안을 밝혔다. 두 사람은 천천히 통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하는 처음에 이 통로가 누군가가 파 놓은 비밀 통로 같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와 보니 통로가 엄청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형이 복잡하고 길이 갈래가 많아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처음에 몇 개까지는 기억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중에는 아예 포기해 버렸다. 그들을 구해준 그 도라에몽이 고의로 인도한 것처럼 그들이 매번 입구에 도착할 때마다 등불이 밝혀지면서 방향을 알려주었다.
적어도, 그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길을 잃을 때까지는.
“하 씨? 이 길은 우리가 방금 한 번 왔던 길 아닌가요?”
“세 번째예요.”
“네?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이 돌에 세 번째로 걸려 넘어졌으니까요.”
시하가 벽을 짚고 일어서면서 세 번째로 걸려 넘어진 그 돌을 발로 걷어찼다. 어느 갈림길 입구에서 지금까지 길을 안내하던 그 등불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래는 중간에 떠 있던 등불이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왼쪽으로 이동했다.
“그 길은 막혔어요. 그쪽은 사용되지 않는 길이라고요.”
시하의 말에 등불이 움직이더니 오른쪽 통로로 날아갔다.
“오른쪽은 용암굴이에요.”
등불이 이번에는 중간에 멈춰 섰다.
“이제야 길을 찾았네요.”
그들은 반나절이나 걸려서야 길을 찾았다.
“너 길 잃었던 거 맞지?”
시하가 등불을 바라보며 외쳤다. 큰 접시만 하던 등불이 주먹만큼 작아지면서 그 크기가 절반이나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치 시하의 말에 뭔가 켕기는 듯 갑자기 작은 불씨들을 마구 떨어뜨렸다.
“도대체 길을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등불이 갑자기 촛불만 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와! 길을 모르면 일찍 얘기를 했어야지!”
지금까지 눈먼 사람을 따라온 거나 마찬가지잖아. 시하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장장 세 시간을 걸으면서 쌓아 왔던 분노를 가라앉혔다.
나는 화가 나지 않는다, 화가 나지 않는다. 저 등불은 나를 도와주려고 그랬을 뿐이야. 나는 교양인이다, 교양인이다.
그녀는 자기암시를 통해 간신히 화를 삭이며 등불을 향해 수결(水訣)을 걸고 싶은 충동을 겨우 가라앉혔다.
“하 씨, 이제 어떡하죠?”
역요괘가 걱정하는 눈빛으로 시하에게 물었다. 이 지하는 마치 미궁같이 생겼으니, 설마 여기에 갇혀서 영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제가 신식을 한 번 시도해 볼게요!”
시하가 눈을 감고 영기를 움직여 신식으로 몰아넣었다. 잠시 후, 그녀의 머릿속에 백 미터 이내의 범위가 모두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미궁 속 전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동굴 내부는 놀랄 만큼 큰 면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곳들이 이미 무너져 있어 길이 막혀 있었다. 시하가 통로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30분 후 눈을 뜨자 다리가 휘청거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역요괘가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시하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과도한 신식을 사용하여 오는 어지럼증이었다. 시하는 이어서 토계술법을 사용하여 한 손을 우측에 있는 벽 위에 가져다댔다. 영광이 반짝이면서 토양층이 흔들리더니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잠시 후 통로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여기 길이 있어요. 여기로 가 봐요.”
시하가 앞으로 걸음을 옮기자 역요괘도 망설이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 이미 작은 촛불로 줄어든 그 등불마저 반짝거리더니 흔들흔들 움직였다.
이 숨겨진 통로는 배로 넓었다. 바닥에는 전부 벽돌로 깔려 있고, 벽돌 위에는 모두 똑같은 꽃문양이 새겨져 있어 전에 그 좁아터진 통로와 비교하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통로의 내부가 어딘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몇십 미터를 걸어가자 앞에서 은은한 빛이 반짝거리며 멀지 않은 곳에 문 하나가 나타났다.
“찾았어요. 출구예요!”
“어서 여기서 나가요!”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역시 모든 일을 결정함에 있어서 스스로를 믿어야 하는 거였어. 스스로의 몸을 움직여야 풍족함을 얻을 수 있고, 실제로 참된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시하가 흥분된 마음으로 문을 열자 앞에 밝은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엉덩이?
“…….”
앞을 바라보자 백 명도 넘는 나체의 사내들이 시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치 한편의 열병식 현장을 목격하는 듯했다. 고화질의 디지털 텔레비전 화면처럼 아주 세세한 것까지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시하의 머릿속에 순간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코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렸다.
“미안해요. 제가 탈의실을 잘못 찾았어요!”
시하가 급히 코를 잡으며 침착하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검이 교차하며 시하의 앞을 가로막았다!
“경비 아저씨, 제가 설명할게요.”
저는 고의로 그런 게 아니라고요! 적막감이 현장에 감돌았다.
“사실 저는 여행하러 온 거예요!”
더 깊은 적막감이 흘렀다.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시하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자 계속 넋이 나가 있던 역요괘가 그제야 손으로 조용히 그녀의 눈을 가렸다. 사실 나도 그렇게 막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고요!
“당신들은 누구요? 왜 거기서 나오는 거예요!”
오른쪽에 검을 들고 서 있던 나체의 사람이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그녀가 변명할 틈도 없이 어떤 나체의 남자가 놀라며 외쳤다.
“저들은 선수(仙修)들이에요!”
마수들이 순식간에 우당탕탕 무기를 꺼내 들고 그들을 에워쌌다.
“저들을 잡아요!”
무기를 꺼낼 시간에 몸에 옷이나 좀 걸쳐주면 안 될까? 내 눈만 버렸거든요? 그리고 무기는 대체 왜 꺼내는데?
“감히 마성에 들어오고도 살아서 나갈 줄 알아?”
뚱보 마수가 차갑게 한 마디를 외치며 시하가 있는 쪽으로 공격해 오려다 한 마수가 외치는 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무슨 일이야? 뭘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한 자색 옷의 남자가 갑자기 맞은편 문을 열면서 들어오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그곳에 있는 한 무리의 나체남들을 한 번 훑어봤다. 그의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기괴망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까지 몸을 단련하라고 보냈지, 누가 노닥거리고 있으라고 했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사호법님 문안드립니다!”
나체남들이 서둘러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예를 갖췄다.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자세히 보니 전에 역요괘를 잡아왔던 그 인간이었다. 시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또 이 사람이지? 이제 여기서 죽는 건가.
“사호법님! 이 두 선수가 갑자기 이 수련진(粹練陳)에 들어왔습니다. 저 뒤에 있는 유적미궁(遺迹迷宮)에서 왔지요. 선문에서 파견한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서요.”
뚱보가 설명하자 자색 옷의 남자가 그들을 보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
“됐어. 이 두 사람은 내가 지하 감옥에 가둘 테니까, 너희들은 계속 몸이나 단련하도록 해!”
뚱보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포권을 취하더니, 역요괘와 시하를 문 쪽으로 밀치고는 꼼짝 말고 있으라는 듯 눈을 부라렸다. 자색 옷의 남자가 자신을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먼저 문을 나섰다. 소위 체력단련실이라는 그 석실을 빠져나와서야 역요괘가 시하의 눈에서 손을 뗐다.
한참을 돌아 또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건 뭐 감옥 유람기도 아니고 뭐지? 시하가 조금은 지쳐 자신의 길 찾기 능력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앞에 걸어가던 자색 옷의 사호법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왜 갑자기 멈춰서는 거지? 아직 감옥까지 도착하지 않았는데?
시하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근데 방금까지도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자색 옷의 남자가 갑자기 그녀를 안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소주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이건 또 무슨 전개지? 예상 시나리오에 이런 건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