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189)

사실 시하는 마수들이 옥화파를 둘러싼 일에 대해 오래전부터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우선 도도의 봉인이 파괴된 일이었고, 두 번째는 혈도대진이었다. 마수가 옥화파의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내부에 역적이 있을 줄이야.

필홍이 원조와 어떻게 상의했는지 당일 몇 명의 봉주가 연합하여 다시 호산대진을 보강하고 아무도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필홍이 쇄마진을 살피러 간 후 다시 돌아오지 않아 옥화파 전체가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후지와 도도는 예외였다. 여전히 아무 긴장감 없이 매일 큰 눈이 작은 눈을 쏘아보고 있었다. 시하도 후지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유별나게 유치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 차가운 얼굴은 여전했지만 성격은 점점 더 도도처럼 어린애가 되어 가는 듯했다. 도도가 조금이라도 그녀 곁으로 다가오려고 하면 그가 바로 막아섰다. 심지어 발로 몇 번 걷어차기까지 했다.

도도는 워낙 어린 마수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매번 화가 나서 소리만 칠 뿐이었다. 후지만 보면 바로 이를 갈며 위협하듯 울부짖었지만 무슨 일인지 신족(神族)의 혈통을 가진 마수가 신화기의 후지에게 질 수 없을 텐데 매번 그에게 당하고만 있었다. 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가끔 그의 몸에서 비늘이 떨어지더니 머리카락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가 매번 억울한 표정으로 시하에게 애원했지만 오히려 후지에게 더 호되게 당하기만 했다.

시하는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나쁜 일에 아주 깊숙이 발을 담근 호구 오라버니와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옥화파의 하늘에 갑자기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검은 구름이 옥화파 전체를 덮었고 천둥 번개 소리가 들려왔다. 호산대진마저 심하게 흔들리더니 위에 있던 입구가 자동으로 열렸다.

후지가 얼굴을 찌푸리며 설명했다.

“겁뇌. 누군가가 결영을 하는군.”

결영! 시하가 놀라 신식을 이용해 자세한 반응을 살펴보니 주봉으로부터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역요괘잖아! 그는 이미 결영을 하지 않았어요? 겁뇌도 맞았었는데요?”

지난번에 그녀가 의견을 내서 겁뇌를 맞았었다. 후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은 공평해. 겁뇌는 수사의 마음과 수련 능력을 시험하는 거야. 아무도 이를 대신 할 수 없어. 지난번의 겁뇌는 모두 혈도대진과 마수들의 몸에 맞았으니 겁뇌를 맞았다고 할 수 없지. 때문에 하늘이 다시 겁뇌를 내린 거야. 그 사람이 누가 됐든 간에 결영을 하려면 마찬가지로 9981개의 천둥 번개를 맞아야 해. 한 개라도 모자라면 안 돼. 하지만 상대는 뇌영근을 갖고 있으니 뇌겁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강하겠어.”

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시하는 최근 3개월간 역요괘를 보지 못했다. 보아하니 그가 계급을 낮춘 상태로 상처를 치료하고 뇌겁을 맞으러 갔던 것이다.

하늘에 뇌운이 점점 더 두꺼워지더니 어두워졌다. 덩달아 공기까지도 무거워지는 느낌이라 시하가 걱정하며 물었다.

“그 아이는 괜찮은 거겠죠?”

“내가 그 몸에 있을 때 이미 신식을 단련했었어.”

후지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시하를 그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이름 모를 생물을 발로 걷어찼다.

“결영뇌겁일 뿐이야. 도심이 바르고, 마음에 나쁜 기운만 없으면 문제될 게 없을 거야.”

시하는 마음이 놓였다. 역요괘는 머리가 좀 비긴 했어도 수행은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그들이 똑같이 시련진에 들어갔었지만 그는 결영을 하고 그녀는 축기기에 머물렀다. 음, 분명 내가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하늘을 거슬러 뇌겁을 다시 맞는 것일 뿐이군.

눈앞에 제일 첫 뇌겁이 떨어지는 것이 보이더니 뒷산에서 거대한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화룡 한 마리가 하늘로 솟아오르자 잠시 후 호산대진이 흔들렸다.

“쇄마진이 있는 방향이야.”

후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뒷산 쪽에서 거대한 불빛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화룡이 뭔가 끌어당기자 전체 옥화파가 몇 차례 진동했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공중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몰려가고 있었다. 그중 각 봉주들의 인영도 보였다.

“우리도 가서 봐요.”

필홍과 원조가 거기에 있었다. 시하가 후지를 이끌고 검을 부리려는 순간, 첫 번째 우레가 주봉에 있는 응겁(應劫, 우레를 받다)을 받을 사람의 몸에 떨어졌다. 번개가 순식간에 밤하늘을 밝게 밝히더니 서서히 어두워졌다. 시하가 걸음을 멈추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주봉의 정상을 바라봤다.

“잠깐! 안 가는 게 좋겠어요.”

후지가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각 봉의 봉주들이 모두 그쪽으로 몰려갔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

시하가 뒤에 있는 산을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산봉우리 꼭대기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기는 역요괘 한 사람밖에 없어서 안심이 안 돼요. 다시 발해서 겁뇌 때문에 호산대진이 열려 버리면……. 앗!”

시하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뭔가 떠오른 듯 소리쳤다.

“호랑이를 산으로부터 유인해 내는 거예요!”

시하가 몸을 돌려 봉우리 꼭대기로 날아가자 후지도 어두운 얼굴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방금 화룡을 불러내고 호산대진을 건드린 사람이 바로 그들이 찾고 있는 역적일 가능성이 컸다. 옥화파는 3개월 전, 이미 호산대진을 폐쇄하고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아직 문파에 남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 후지가 진에 내린 억제술을 건드려 도도의 잡식 본성을 깨운 것은 진을 파괴하고 탈출하기 위함이었다. 이번에 쇄마진 쪽에 이렇게 큰 진동이 일어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 듯했다. 스스로 진을 파괴할 능력이 없으니 화룡을 불러낸 것이다. 그 화룡은 아마도 이 겁뇌를 기회로 삼아 진법 입구를 통해 도망가려고 사람들을 모두 엉뚱한 곳으로 유인한 모양이다.

역요괘가 위험해!

시하가 속도를 높였다. 봉우리 꼭대기에 도착하자 무거운 뇌압(雷壓)이 온 산 봉우리에 가득했다. 전과는 다르게 이번 겁뇌는 아주 급하고도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앞에 우레가 떨어지고 바로 다음 우레가 떨어져 중간에 전혀 틈이 없었다. 백 미터 반경 안이 모두 초토화되어 있었다. 역요괘의 인영이 우레가 쏟아지는 그 가운데 비쳤다.

강한 뇌압과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뇌영기에 눌려 시하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곧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후지가 그녀를 부축하며 영기를 그녀의 심맥에 전달하자 그제야 조금씩 원기를 회복했다.

그때 시하는 뇌겁은 대신 할 수 없다던 후지의 말을 떠올렸다. 뇌압이 너무 강하여 그녀가 맞기라도 했다간 바로 가루가 될 듯했다.

하지만…….

“그 옥화파의 역적은 분명 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

시하가 사방을 둘러봤지만 그는 인영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한참 그를 찾으러 사방으로 들어가 보려고 하자 후지가 끌어당겼다.

“그럴 필요 없어.”

후지가 자신의 위압(威壓)을 내보내자 순식간에 전체 산봉우리가 뒤덮였다. 그가 살짝 몸을 돌려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기야.”

그 말이 떨어지자 하얀 절벽이 갑자기 요동치며 뭔가 튀어나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것은 천둥 번개가 이는 쪽으로 날아올랐다.

“도망치고 있어요!”

시하가 놀라 큰 소리로 외치자 후지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한 손으로 결인을 했다. 그러자 그가 쿵! 소리와 함께 절벽 위로 돌아왔다. 그 진동 소리에 전체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잠시 후 차가운 빛이 절벽으로부터 나와 그녀에게 날아왔다.

시하가 피할 틈도 없이 차가운 빛이 가까이 다가오자 후지가 그녀를 자신의 몸 뒤로 끌어당겼다. 다시 손을 휘두르자 인영이 다시 커다란 진동 소리를 내며 부서진 돌 더미 위로 쓰러졌다. 잠시 후 그 돌 더미 안에서 뭔가 익숙한 얼굴이 기어 나왔다.

“태사조님, 왜 저를 막으시는 거죠? 왜 마수의 편에 서 계시는 거죠?”

“원오!”

시하가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은 전에 나를 절벽 아래로 던졌던 그 사람이잖아? 실종된 거 아니었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때 원오가 사나운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며 소리쳤다.

“닥쳐! 너는 내 이름을 부를 자격이 없어! 내가 그때 절마애에서 너를 그냥 떨어뜨리기만 하고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다! 이런 마녀를 내가…….”

그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무릎을 꿇고 앉아 피를 토해 냈다. 마치 뭔가에 눌린 듯한 그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후지를 바라봤다.

“대사조님.”

“네가 시하를 절마애로 던졌었어?”

그를 힐문하는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지의 말에 한기가 서려 있었다. 그가 온몸으로 한기를 뿜어내자 발아래까지 얼음이 생기고 있었다. 후지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듯했다.

“그게 어때서요?”

원오가 차갑게 말하며 시하를 노려봤다. 그의 얼굴에 원한이 가득 어려 있었다.

“그곳에서 살아 나오다니! 역시 마녀였어! 내가 그때 아예 사지를…….”

그가 말을 마치지 못하고 바로 쓰러졌다. 그는 고개를 들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후지가 몸에서 더욱 짙은 한기를 뿜어내며 화신기의 위엄을 계속해서 뽐내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마저 뭔가에 눌린 듯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후지가 고개를 돌려 시하를 바라봤다.

“이 말들이 다 사실이야?”

시하가 그의 화난 표정에 흠칫 놀라 너털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저기, 다 지나간 일이에요. 하하,”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 후지가 더욱 차갑게 변한 얼굴로 시하를 한참 바라보다가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왜 말하지 않았어?”

왜 오라버니인 나를 믿지 못하는 거지. 가슴속에 원인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걸 눈앞의 그녀에게 풀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그가 걷잡을 수 없는 위압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로 모두 쏟아부었다.

시하는 당시에 수릉봉으로 돌아온 후, 이전에 절마애에 떨어졌던 일을 얘기하지 않았다. 별다른 일 없었던 데다가 공양과 관련되어 있으니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필홍과 후지는 원오가 그녀를 죽이려고 했었던 일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시하는 후지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이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걱정할까 봐 그랬어요! 저는 아무 일도 없었기도 했고! 하하.”

후지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하는 후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큰일이다. 저 화를 어떻게 풀어주어야 하나. 누가 좀 도와줘요! 지금 사과해도 늦지 않을까?

“……미안.”

내가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었어? 왜 자기가 사과를 하지?

고개를 들려는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네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오라버니가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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