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189)

“나도 몰라. 내가 쇄마진의 위치가 조금 바뀐 걸 발견하고 전에 봉인이 해제된 일도 있고 해서 의심스러워 살펴봤더니 이런 모습으로 변해 있었어.”

“쇄마진.”

시하는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그게 뭔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도도가 다시 먹기 시작해, 눈앞에 보이던 수릉봉이 또 하나가 사라졌다. 그의 몸집은 이제 트럭만큼 커져 있었다.

“태사숙조님, 이걸 어떡하면 좋죠?”

원조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하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도도! 어서 멈춰!”

시하는 그의 머리를 잡고 계약압제를 작동시켰다. 이렇게 가다가는 수릉봉은 물론 전체 옥화파를 모두 먹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눌려 바닥으로 쓰러진 도도의 눈에 어렸던 빛이 어두워졌다. 도도는 갑자기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 배고파요. 도도 배고파요.”

그는 울면서 한편으로는 주변의 물건을 모두 잡아 입으로 집어넣었다.

“먹지 마!”

시하가 힘껏 그의 입을 눌러 봉인시켰다.

“엉엉, 아버지. 배고파요. 배고파요. 너무 배고파요.”

그가 닭똥 같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시하가 안쓰러운 마음에 잠깐 풀어주자 그가 바로 일어서더니 다시 아작아작 먹기 시작했다. 다만 그녀와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은 피해 가며 먹고 있었다.

이건 도도에게도 이성이 있다는 뜻인데. 단지 배가 너무 고플 뿐인가?

무언가를 삼키는 것이 과연 도도의 본성일까? 그럼 도도가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한들 누가 이렇게 큰 마수를 사육할 수 있을까. 잠깐! 사육?

시하의 머릿속에 갑자기 휴대전화에 빨려 들어간 무망경이 떠올랐다. 그때 휴대전화에 떠올랐던 이름이 바로 ‘사료’였다. 설마 이걸 말하는 걸까?

그녀는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사료1’을 눌렀다. 화면에 밝은 빛이 들어오더니 잠시 후 하얀 구슬이 떠오르며 달빛과 같이 부드러운 빛을 뿜었다. 방금까지도 뭐든지 먹지 못해 안달이던 그 괴수가 갑자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박이더니 그녀의 손에 있는 구슬을 바라보며 다가왔다. 그리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단단(丹丹), 도도 거예요. 도도의 구슬이에요.”

그가 시하에게 뭔가 설명하려는 듯 두 앞발로 땅을 동동 구르더니 초조한 비명 소리만 냈다. 보아하니 추측이 맞는 듯해 시하는 바로 구슬을 꺼내 도도에게 넘겨주었다. 도도가 엎드리며 입을 크게 벌리자 그 하얀 구슬이 마치 뭔가에 끌려 들어가듯 바로 도도의 입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순간 밝은 빛이 들어오더니 도도의 몸 전체가 밝게 빛났다. 그리고 도도의 몸에 있던 그 어두운색의 비늘이 마치 새로운 색을 입은 듯 모두 하얗게 바뀌었다. 발과 꼬리에 달린 그 불덩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빛은 멈추지 않고 점점 더 밝아지더니 그의 온몸을 하얀 빛으로 덮어 버렸다. 하늘 전체가 다 그 하얀 빛으로 덮여 버리자 시하가 눈을 감았다.

한참 후에야 빛이 움츠러들었을 때, 거대한 괴수는 사라지고 대여섯 살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앉아 있었다. 흰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있었고, 머리 위에 두 개의 날카롭고 뾰족한 뿔이 올라와 있었다. 몸 뒤에는 푸른색의 긴 꼬리가 있었고, 뽀얗고 볼그스름한 얼굴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가 사방을 둘러보더니 트림을 했다.

어, 어떻게 된 일이지? 나의 사육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까? 어쩌다가 품종까지 바뀐 거지!

“변, 변신했어!”

필홍은 놀라워하며 소리쳤다. 마수도 변신한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는데. 시하가 도대체 도도에게 뭘 먹인 거지? 도도가 볼록한 작은 배를 어루만지며 시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환한 미소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버지, 안아줘요, 안아줘요!”

도도는 아직 직립에 익숙하지 않았는지 자신의 사지를 다 이용해 가며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그가 두 걸음쯤 오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트림을 하기 시작했다. 몹시 배가 부른 모습이었다. 그가 작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벌리더니 밝은 빛과 함께 큰 돌덩어리를 뱉었다. 바로 방금 삼켰던 그 돌들 중 하나였다.

필홍이 궁금한 표정으로 시하에게 물었다.

“방금 대체 도도한테 뭘 먹인 거야?”

“무망경이요.”

“무망경?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무망경은 아니겠지?”

“바로 그 무망경이에요! 제가 저번에 들어갔던 그곳이요.”

다른 사람들은 비경으로 수련을 하며 보물을 찾으면 보통은 영약(靈藥)이나, 영보(靈寶) 같은 것을 들고 왔다. 하지만 시하는 전체 비경을 들고 온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미친 거 아냐? 그리고 들고 왔으면 됐지, 왜 또 그걸 마수에게 먹여? 간이 커도 너무 큰 거 아냐?

“이제 괜찮은가 봐요. 모두 기뻐하세요!”

원조는 본인이 옥화파를 이 여자의 손에 맡긴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아버지!”

도도가 시하에게 다가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애교스러운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아직, 아직, 도도 아직.”

그가 갑자기 뭔가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그가 삼켰던 각종 돌과 나무 종류들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갔다. 무망경을 삼키니 다른 음식들은 필요가 없어진 건지 모두 토해 낼 기세를 보였다.

“귀여운 것!”

시하가 도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릉봉을 돌려줄 생각을 다 하고, 넌 착한 괴수였구나.

필홍이 시하에게 소리쳤다.

“쟤 수릉봉의 영맥도 삼켰어.”

그거야말로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시하가 도도를 보며 말했다.

“도도, 영맥도 뱉어 봐.”

“네.”

도도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은 벌리지 않고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러자 뭔가 타는 듯한 냄새가 몰려왔다. 하얀 연기가 그의 몸에서 새어 나오더니 순식간에 전체 수릉봉에 가득 차올랐다. 방금까지도 어두컴컴하던 봉우리들이 순식간에 영기를 회복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 * *

후지는 장장 3개월을 쓰러져 있다가 일어났다. 시하는 필홍을 데려와 후지에게 무슨 큰 문제는 없는지 몇 번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하지만 그에게 아무래도 뭔가 후유증이 남아 있는 듯했다. 구체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후지는 가끔 도도를 바라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성격이 차갑긴 했으나 도도를 바라보는 눈빛은 살기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은 한 시진이나 서로 마주 서 있었다. 한 명은 천진무구한 모습에 아직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꼬마 뚱보였고, 한 명은 흰옷을 휘날리며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얼음왕자였다. 마치 한 명은 하늘 끝에, 다른 한 명은 바다 끝에 서 있는 듯한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범접할 수 없는 저기압이 흘렀다. 가끔 우렁찬 천둥 번개 소리도 울리고 있어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하는 그저 한 마디만 하고 싶었다.

“저를 이 측간에서 내보내 주면 안 될까요?”

둘 다 측간 양옆을 지키고 서서 대체 뭐 하는 거야. 똥도 제대로 못 싸겠잖아. 곡기를 끊고 있다가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는데, 조금 참았다가 나중에 다시 얘기하면 안 되겠니?

“아버지!”

도도가 눈빛을 반짝이며 기어와 그녀의 품에 안기려고 했다. 그때 후지가 차가운 눈빛으로 조용히 오른발을 움직이더니 도도의 꼬리를 밟았다. 꼬마 뚱보가 벌러덩 힘없이 쓰러졌다.

너도 나한테서 누이를 빼앗을 참이냐!

시하가 얼굴을 찌푸리며 두 사람을 데리고 걸어가더니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둘 다 이렇게 급하게 저를 찾는 이유가 뭐예요?”

측간까지 따라와서는! 제대로 된 이유 하나 못 대기만 해, 내가 뭔 짓을 할지 몰라!

후지는 그저 이 꼬마 괴수가 시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을 뿐이라 무슨 이유를 대야 할지 몰랐다. 그때 그들의 뒤를 쫓아온 누군가가 생각나 황급히 그를 가리켰다.

“필홍이 널 찾아!”

필홍은 도리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그랬잖아! 내 머리가 조금 이상해졌다고.”

“아.”

후지가 필홍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내자, 필홍이 말을 돌렸다.

“흠흠, 내 말 좀 들어 봐! 사실 쇄마진에 대해 너랑 상의해야 할 게 있어.”

“그때 원조랑 상의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후지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잠깐 문파의 마스코트로 활동했지, 이제 문파와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놓았다고 생각했다.

필홍은 머리를 쥐어짜며 겨우 이유를 만들어 냈다.

“어, 쇄마진이 원래는 도도를 봉인하고 있었던 건데, 이제 그가 너의 마수가 되었으니 당연히 너와 상의하는 것이 맞지. 전에 도도가 갑자기 수릉봉을 삼켜 버린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시하가 고개를 돌려 땅바닥의 도도를 바라봤다. 그가 막 일어서려고 하다가 다시 누군가의 발에 꼬리를 밟혀 주저앉았다. 마수는 사람과 달라 아무리 오랜 세월 갇혀 있었다고 해도 그저 어린 괴수에 불과했다. 모습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 어린아이라 뒤에 검은 발이 자신을 누르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계속하여 일어서다 넘어지고, 또 일어서나 넘어지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시하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 못된 짓을 하고 있는 장본인을 바라봤다.

“오라버니.”

후지가 눈빛을 반짝이더니 그제야 발을 거두고는 만족스러운 듯 시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지.”

다시 불러 볼래, 오라버니라고?

후지가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도도와 시하의 사이에 들어서고는 화제를 바꾸며 어리석은 제자에게 말했다.

“당시에 내가 쇄마진을 보강하면서, 도철이 천성적으로 식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만약 진을 파괴하고 나올 경우, 계속해서 잡식할 걸 예견해서 쇄마진 위에 그걸 억제하는 술법을 걸어 두었지. 그래야 진이 파괴되고 나서도 그의 잡식 본능을 잡을 수 있으니까.”

시하가 도철과 계약을 맺도록 순순히 내버려 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였다. 그런 방비가 없었다면 뭐든지 먹는 것밖에 모르는 마수를 그녀의 옆에 순순히 둘 수 없었으리라.

“그런데 누군가 마수가 진을 파괴한 후 다시 쇄마진을 움직였지.”

필홍이 어두운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마수가 물러가고 난 후 문파의 경계망이 전부 무너져 제일 먼저 호산대진을 회복시켜 출입을 엄금했다. 근데 만약 누군가 쇄마진을 움직였다면.

“문파의 제자 중 한 사람일 거야.”

후지가 차갑고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필홍은 어두운 안색으로 이를 갈더니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검을 부려 밖으로 날아갔다.

“원조를 만나고 올게요.”

반드시 그 역적을 색출해 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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