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요괘는 시하의 말에 전부 납득할 수 없었지만 반박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당신, 정말 수사답지 못하군요. 그러니까 여덟 개의 시련진을 들어가고도 계급이 아직도 오르지 않고 있죠.”
네가 아주 겁을 상실했지, 원영이라고 내가 너를 때리지 못할 줄 알아?
“됐어요. 당신이 구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나중에 혹시 곤란한 일이 생기면 이 사형이 막아줄 테니까. 옥화파에서는 제 말이 그래도 통하거든요. 그렇다고, 저를 좋아하진 말아요! 당신은 생긴 것도 너무 대충 생겼어요!”
“뭐라고?”
시하가 발로 역요괘를 걷어찼다. 며칠 맞지 않더니 그새 또 그놈의 자신감이 용솟음을 치는구나? 역요괘가 그녀에게 얻어맞고 불만스럽게 눈을 흘겼다. 그러더니 별안간 그녀의 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하 씨!”
“왜요?”
시하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갈라졌던 바닷물이 갑자기 제어 능력을 잃고 큰 풍랑을 만들더니 두 사람이 서 있는 돌 단상까지 밀려왔다. 시하가 물을 피하는 주문을 걸었지만 단전과 신식이 텅 비어 영기가 모두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법술을 사용할 수 없어요!”
바닷물이 곧 두 사람을 삼키려는 순간 그들이 서 있던 돌 단상의 중간에 금빛의 법진이 반짝거렸다. 여기에 어떻게 아직 진법이 있는 거지?
법진 가까이에 서 있던 시하가 역요괘의 팔을 잡아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바닷물이 진법을 만나니 자동으로 물러섰지만 방금 전보다 더 많아지면서 한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해 주위에 나선형의 모양을 형성했다. 마치 누군가가 휘젓는 것처럼 두 사람의 주위를 맴돌며 빠른 속도로 진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진법이, 해수를 빨아들이고 있어요!”
역요괘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세상에, 이건 대체 무슨 진이지? 시하도 깜짝 놀라 발아래의 진법을 내려다봤다. 진법 위에 문자 부호가 있었는데 전혀 알 수 없는 문자였다. 일반 진법은 모두 원형이었지만 이 진법은 규칙 없이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진법은 스펀지처럼 점점 더 많은 해수를 안으로 빨아 들였다. 마치 모든 해양의 물을 모두 흡수할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법진이 해수를 흡수하는 듯 보였지만, 일각쯤 지나자 서서히 해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진법이 더는 버티지 못하는 것 같아! 진법 안의 물이 이미 그들의 발목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시하가 영기를 움직이려고 해보았지만 여전히 법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 씨, 어떡하죠?”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진법이 해수를 모두 흡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지금 나갔다가는 해수에 휘말리게 될 거예요.”
그들의 발아래에 있는 진법은 역시 대단했다. 몇십 미터 높이의 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잠시 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진법 안의 물은 그들 무릎까지 차오르더니 더는 차오르지 않았다. 마치 모든 해수가 이 일 미터 넓이의 진법에 눌려 더는 차오르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진법은 안에서 영력술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것 외에 별다른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잠시 후, 진법의 빛이 점점 약해졌고 해수도 점점 줄어들더니 모두 진법 안으로 흡수되었다. 망망대해를 이루었던 해수면이 지금은 습지로 변해 물고기는커녕 해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건 그들의 발아래에 있는 작은 물웅덩이뿐이었다. 진법도 드디어 멈추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역요괘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 전까지 바다였는데! 어떻게 반 시진 만에 이렇게 작은 웅덩이로 변할 수가 있지?
“우선 여기서 나가요!”
시하가 더는 물속에 퍼지고 있고 싶지 않아 역요괘의 등을 밀며 말했다. 바다가 갑자기 이렇게 변하다니, 방금 옥령롱 속으로 거둬들인 그 혼령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게 분병해. 대체 뭘 건드린 거지?
시하가 걸음을 옮겨 그 물웅덩이를 빠져나오자 몸 안에 영기가 바로 다시 돌아왔다. 보아하니 그 웅덩이의 진법이 영기를 누르는 듯했다. 몸을 돌려 역요괘를 끌어당기려는 순간 시하의 몸에서 뭔가 툭하고 떨어져 물속으로 들어갔다. 시하가 그걸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앗, 내 휴대전화!”
휴대전화가 시스템 때문에 개조되어 다른 휴대전화하고 조금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어찌됐든 전자제품이니 방수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시하가 바로 휴대전화를 건지려고 하자 역요괘가 말리며 말했다.
“조심해요!”
시하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앞에 방금 전까지도 잠잠하던 물웅덩이에 갑자기 소용돌이가 나타나더니 물이 모두 빠져나갔다. 빨려 들어간 곳은 진법이 아니라 그녀가 떨어뜨린 휴대전화였다.
“설마, 아니지? 돌아와!”
눈 깜짝할 사이 웅덩이의 물이 모두 빨려 들어갔고, 휴대전화의 흡입력은 더 강해지면서 주위에 있는 모래와 나무들까지 미친 듯이 빨아들였다. 온 천지가 다 진동하기 시작했다. 하늘땅이 비틀거리며 두 사람은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순간 광풍이 몰아치더니 주변에 있던 모든 물건들이 휴대전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 씨, 당신 대체 저 안에 무슨 법기를 떨어뜨린 거죠?”
“저도 몰라요!”
시하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휴대전화 하나 떨어뜨렸다고 이렇게 폭풍이 몰아치는 건 아니잖아? 방금 진법이 해수를 흡입했다면 휴대전화는 온 천지를 다 흡입할 기세였다.
역요괘가 두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위에 결계를 설치했다. 하지만 그 흡입력은 그 두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가끔 돌멩이가 결계 위에 부딪히는 것 빼고는 두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비경 안이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사방의 풍경들이 더욱 심하게 뒤틀리며 마치 누군가가 온 천지를 그 휴대전화 안으로 꾸겨 넣는 듯했다. 시하와 역요괘는 마치 재난영화를 관람하는 것처럼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재난영화는 고작 2분도 채 되지 않아 막을 내렸다. 전체 비경이 막에 가려진 것처럼 휴대전화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방이 어두컴컴하게 변하고 남아 있는 건 두 사람과 그들 가까이에서 반짝이고 있는 휴대전화뿐이었다.
역요괘가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빨, 빨려 들어갔어요.”
“네.”
“무망경 전체가요?”
“맞아요.”
“전부 다요?”
“아마도.”
잠깐만, 휴대전화가 이렇게 강력한 흡입력을 가지려면 대체 ‘G’가 몇 개나 있어야 하는 거지? 5G? 6G?
띵! 귀에 익숙한 알림 소리가 울렸다. 시하가 손을 내밀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자 화면 위에 검은색 글씨가 나타나 있었다.
[물품 확보: 사료 1]
[완성도: 0.9/1]
사료는 또 뭐지? 무망경이 전부 빨려 들어갔잖아! 왜 이렇게 된 거야? 휴대전화는 충전해서 사용하는 거 아니었어? 아무리 고대 시기라 충전을 못했다고 아무거나 함부로 먹으면 되겠냐고! 휴대전화 주제에 함부로 설정을 바꾸면 안 되지!
“저기, 하 씨. 저건 뭐죠?”
그가 가리키는 쪽에 파란색 공 하나가 보였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물체였다. 앞에 있는 공을 살펴보려는 순간, 발아래가 갑자기 무거워지더니 몸 전체가 아래로 쿵 하고 떨어졌다. 칠흑같이 깜깜하기만 하던 발아래로, 누군가 하얀 구멍을 뚫은 것처럼 두 사람이 동시에 떨어졌다.
하얀빛이 반짝이더니 순간 풍경이 바뀌면서 머리 위에 익숙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귓가에 윙윙 익숙한 바람소리가 들리며 그들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젠장, 아래로 떨어지고 있잖아!
“어서 검을 띄워요!”
시하가 역요괘에게 소리치며 검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역요괘는 검을 타며 날아오른 반면 시하는 아래로 떨어졌다.
“아이고, 내 엉덩이!”
“하 씨!”
역요괘가 걱정하며 그녀가 있는 쪽으로 날아와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봤다.
“잡기도 전에 그렇게 빨리 떨어질 줄이야. 높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괜찮은 거죠?”
“당신한테 그 말만 안 들었어도 괜찮을 뻔했네요!”
뒷북치기는! 그럴 줄 알았으면 같이 떨어지게 내버려둘걸.
역요괘가 그녀를 부축하려는 순간 주위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두 사람, 어쩌다가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거지?”
“그러니까요. 방금 봤던 그게 설마 비경의 입구일까요?”
“근데 왜 또 닫힌 거죠? 오늘은 비경의 문이 열리는 날 아니었어요?”
두 사람은 그제야 그들 주위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수사들을 발견했다. 모두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마 다른 선문의 제자들인 듯했다. 이제 돌아온 걸까?
시하가 사방을 둘러보니 역시 이곳은 전에 무망경에 들어갔던 그곳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 주위에 있던 수사들은 이번에 비경으로 들어가려고 기다리던 수사들인 듯했다.
“어? 이 두 사람, 복장을 보니 옥화파 제자들이잖아요!”
무리 중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몰렸다. 사람들은 잠시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대놓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옥화파가 그 지경이 됐는데 아직 제자가 남아 있네요.”
“그걸 말이라고, 도망쳐서 나온 거겠죠.”
“그렇게 대단한 제일 선문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제자가 있었다니.”
“제일 선문은 무슨, 며칠 후면 옥화파도 곧 사라질 텐데.”
“이번에는 옥화파도 어쩔 수 없어요.”
역요괘가 안색을 바꾸더니 제일 가까이에 서 있던 수사를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당신들 그게 지금 다 무슨 말이에요? 옥화파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 수사는 이유 없이 끌려온 것에 화가 나 반항하려고 했지만, 역요괘에게서 원영의 위압감을 느꼈는지 바로 굴복하며 입을 열었다.
“옥화파는 마수에게 공격당한 지 이미 오래되어서 이제 반항할 힘도 없잖아요. 이건 모든 수선계가 다 아는 사실인데 왜 이래요?”
“말도 안 돼요. 마수가 어떻게 감히 옥화파를 공격하죠? 문파 중에 원영의 수사도 여러 명 있는 데다가 두 명의 노사부께서 지키고 있는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듣자 하니 옥화파에 두 분의 화신노조(化神老組)가 오래전에 종적을 감춰 문파에 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순간 역요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했다. 시하는 마음이 조급해져 역요괘에게 소리쳤다.
“어서 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