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189)

2호 노인이 얼른 끼어들었다.

“하하하, 그 영롱결인가 뭔가가 그렇게 흔한 거였어? 대인님, 저희 문파의 천진술(天辰術)을 배우는 건 어떻습니까?”

“천진술과 천진파가 무슨 관계가 있죠?”

“천진술은 천진파의 제일 높은 공법이죠.”

“이걸 말하는 거예요?”

시하가 다시 옥패 하나를 꺼내자 2호 노인이 망연자실하여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에는 3호 노인이 그 뒤를 이었다.

“대인님, 저들의 공법은 저의 청심결에 비할 수 없습니다만.”

“하하, 공교롭게도 그것도 갖고 있네요.”

시하가 다시 옥패 하나를 꺼내 들자 3호 노인도 할 말을 잃었다. 그다음은 4호 노인이 나섰다.

“대인님, 이 어뇌결은 저희 문파의 독창적인 술법입니다. 위력이 엄청나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천강지술(天降之術) 외에는 세간에 그 어떤 뇌계법술(雷系術法)도 이것과 견줄 만한 것이 없지요. 대인께서 이 공법은 아마 갖고 있지 않을 겁니다.”

“이건 정말 갖고 있지 않네요. 하지만 저에게 천강술이 있어요!”

시하가 다시 옥패 하나를 꺼내자 노인 4호도 할 말을 잃고 물러섰다.

죽어서도 대가 끊길세라 공법을 이어받을 계승인을 찾고 있었는데, 이미 오래전에 받은 사람이 있었을 줄이야. 그것도 한 무더기나 받아서 아쉬워하지도 않다니. 우린 수천 년 동안 여기서 대체 뭘 한 거지? 젠장!

곧 사라질 것처럼 힘이 빠진 네 혼령의 뒷모습을 보면서 시하가 참다못해 손에 들고 있던 공법들을 모두 역요괘에게 넘겼다.

“저는 공법이 많지만 역요괘는 없어요! 모두 생전에 수련 경험이 풍부하시니 분명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네 노인이 고개를 돌리더니 눈빛을 반짝이며 옆에 있는 역요괘를 바라보았다. 역요괘가 몸을 떨며 말했다.

“왜 저예요?”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네 선배가 친히 공법을 전수해주시겠다는데 고맙다고 절이라도 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역요괘가 거부할 틈도 없이 네 명의 노인이 갑자기 그의 주위를 빙 둘러쌌다.

“하마터면 자네가 있다는 걸 잊을 뻔했네.”

지금까지 쭉 옆에 있었거든요!

“단계뇌영근이라, 자질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얼추 맞긴 하겠네!”

지금 ‘얼추’라고 했어요? 뇌영근은 만 년에 한 번 나타나는 것으로, 수선계에서는 유일무이한 존재거든요!

“금단의 수사라, 너무 낮아. 하지만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쓸모는 있겠어.”

금단이 어때서? 당신들이 방금 챙기던 인물은 이제 축기밖에 안 됐는데요?

“아! 내 공법이 이런 사람에게 전달될 줄이야. 망했어. 망했어. 재수가 없으려니.”

근데 왜 웃고 있는데?

시하가 다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주었다.

“소년, 열심히 해봐요!”

이 누군가에게 팔린 듯한 기분은 뭐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시하와 역요괘는 비경 안에서 50년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도 수사에게 50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한 번 폐관하면 10년을 보낼 수 있어 50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지루한 시간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 취영지지는 영맥이 흐르는 곳이라 영기가 흘러넘치고 있어 수련하면서 계급을 올리기에 좋은 장소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축기 대원만에 이르러 다음이 바로 결단인데, 아직 심법을 보조할 합당한 술법을 찾지 못해 승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네 명의 노인이 이제 그녀는 완전히 포기하고 더욱 열정으로 역요괘를 설득했다.

아직 작동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은 햇병아리에게 그들이 아무리 좋은 공법을 가져다준다고 한들 그녀에게는 아무 쓸모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50년이라는 세월이 길게 느껴졌다.

“대인님의 영근이 특별하니 이 시련진(試練陳)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안에 대인님과 맞는 심법이 들어있을지도 몰라요.”

“시련진이요?”

노인이 바닥에 일렬로 깔려 있는 진법을 가리키며 말했다.

“취영지지의 모든 시련진은 천도를 조금씩 품고 있어, 어떤 심법이든 모두 천도의 법규와 연계를 맺고 있죠. 만약 당신이 이 심법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심법이 알아서 완성될 겁니다!”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다니! 시하가 앞에 늘어선 진법들을 자세히 세어 보니 총 여덟 개였고 각각 다른 색깔을 갖고 있었다.

“설마 이 진법들, 오행영기를 기준으로 구분해 놓은 건가요?”

“바로 그거예요. 그중 뇌, 빙, 풍, 세 가지 변이성 영기도 포함되어 있어요.”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위험한 건 아니겠지? 시하는 순수한 양기를 가진 영근이라, 지금까지 오행과 같은 영기를 쉽게 들이지 못했다. 노인이 그녀의 걱정을 눈치채고 안심시키며 말했다.

“대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시련지지(試練之地)는 원래 수련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어요. 사실 각 문파에도 이러한 진법들이 있지만 진법이 영맥 위에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죠. 그러니 큰 위험은 없을 거예요. 아마도!”

아마도? 뒤에 그 세 글자는 빼는 게 어때요? 그래,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는데 기회가 있을 때 도전해 보자.

그때 역요괘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하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이봐요. 하 씨, 설마 정말 혼자 들어가려는 거예요?”

“어쨌든 한 번 도전해 보려고요.”

그녀도 계속 축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지만 역요괘가 반대했다.

“이 진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아요. 게다가 한 번에 한 명밖에 들어갈 수 없잖아요. 당신이 들어갔다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저희가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갈 수는 없지만 50년 후면 문은 다시 열려요.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위험을 자처할 건 없잖아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지금 내가 자기 때문에 이 진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건데?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그러는 거야, 진짜!

“버티기 어려울 것 같으면 제가 알아서 진을 나올 거예요. 저는 당신과 다르니까.”

“아, 그럼 됐어요! 잠깐만, 방금 저랑 다르다는 말은 무슨 뜻이죠? 제가 어때서요?”

“됐어요. 됐어!”

시하가 그의 손에 옥영롱을 쥐여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항상 경계를 늦춰서는 안 돼요. 옥영롱의 능력이 저 금방울보다 백배는 강하고, 거기에 나의 영기까지 더해졌으니, 어떤 음한지물도 당신 주위에 얼씬하지 못할 거예요. 노인들에게 열심히 공법을 배우세요. 그리고 이 물건은 항상 몸에 지녀요. 알겠어요?”

역요괘가 네 명의 혼령을 힐끔 쳐다보더니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도 알아요.”

그도 옥화장문(玉花掌門)의 아들이니, 그만한 경계심은 있는 듯했다. 방금 그 탈사의 교훈도 있으니 그도 정신을 차렸을 것이다.

“당신이야말로 조심해요. 시련진이 그렇게 쉽지 않으니까. 당신의 검법이 아무리 좋아도 수행 계급이 낮아서 조심해야 된다고요.”

“네.”

“아, 그리고 모든 시련진에는 운행 규칙이 있어요. 그 규칙만 찾으면 진을 파괴하기 쉬울 거예요.”

시하가 웃으며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꼬맹이가 제법인데? 이제야 그 입에서 그럴듯한 말을 들어 보네요.”

역요괘가 화를 내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저는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 정말 조심해야 해요. 우리가 어쨌든 동문인 건 맞는데, 동고동락을 같이한 사이도 아니니 당신 시신까지 거두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난 당신 선배라고요!”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요.”

시하는 역요괘가 그 중2병만 도지지 않으면 그런대로 친구로 지내기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

그가 차갑게 콧방귀를 끼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시하는 고개를 돌려 한참 새로운 방안을 뜨겁게 논의하는 중인 네 노인네들을 바라봤다.

“저 이제 시련진으로 들어갈 건데, 만약 다시 탈사를 하는 불미스러운 시도가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대인님, 걱정하지 마시지요! 어렵게 계승인을 찾았는데 공법을 전수하는 데 전념해야죠.”

시하는 그제야 안심하고 제일 우측에 있는 황색 진법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진으로 들어가기 전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줄 것이 있어요. 저 사람이 저녁에 입정하면 조금 특별해지니까 최대한 그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만약 그가 저에 대해 물어보면 심법을 깨우치려 진으로 들어갔으니 금방 돌아올 거라고만 전해주세요!”

특별하다고? 어떻게 특별한데? 네 노인네가 동시에 역요괘를 쳐다봤지만, 역요괘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특별하다는 거지? 난 왜 모르겠지? 시하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이미 진 속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춰 버린 후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그 ‘특별함’이 뭘 의미한 것인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역요괘는 입정을 하더니 바로 표정이 바뀌며 온몸이 차가워졌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지? 분명 같은 얼굴인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

“내 누이는?”

당신 누이가 누군데? 그녀가 어디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지?

노인 4인조가 질문할 틈도 없이 그가 갑자기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더니 천리 밖까지 얼음으로 변해 버렸다. 주위에 있던 해수마저 꽁꽁 얼어붙어 음한의 기운이 짙은 네 혼령들마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내 누이는 어디에 있는 거지?”

그가 다시 질문했다. 이번에는 결빙에 그치지 않고 하늘에서 얼음덩어리들이 떨어졌다. 얼음이 그들의 몸을 치며 떨어지자 원래도 형체가 희미하던 혼령들은 하얀 영기(靈氣) 덩어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모든 취영지지가 다 무너져 내릴 듯했다.

노인 1호가 그제야 시하가 진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말을 기억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노인 1호가 아니었으면 노인 넷은 그야말로 혼비백산을 면치 못할 뻔했다.

으흐흑, 이건 특별한 게 아니라 무서운 거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계승인을 찾지도 않는 건데, 계승이고 뭐고 빨리 환생이나 하고 싶네.

* * *

한편 시하가 진법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주머니가 갑자기 진동하더니 안에서 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하가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자 ‘선인’ 애플리케이션이 드디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애플리케이션을 누르자 이번에도 똑같이 도안 하나가 나타났다. 도안 위에는 풍경이 그려져 있었는데 여기 무망경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그림에 있는 풍경이 뭔가 눈에 익숙했다.

헐, 이건 옥화파잖아?

다른 건 몰라도 지도 오른쪽에 보이는 그 봉우리는 수릉봉이 분명했다. 휴대전화에 왜 이 도안이 나타난 거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그곳으로 돌아가라는 거야? 이제 와서 돌아가라니 너무 늦었잖아!

시하가 화면에 있는 도안을 누르자 아래에 이런 문구가 나타났다.

[양육 미션!]

[미션 진행: 0.2/1]

양육이라니 뭘? 진행률 0.2는 또 뭐고? 예전에 미션을 다 완성한 거 아니었어?

시하는 갑자기 나타난 미션이 친오빠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시하가 휴대전화를 다시 넣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 풍경이 갑자기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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