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189)

“방금 그게 뭐예요?”

임령이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왕희를 부축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아마 서수수(噬水獸)일 거예요.”

역요괘의 얼굴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서수수!”

임령이 깜짝 놀라며 소리치자 사람들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 7계급의 서수수를 얘기하는 거예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그럼, 그 이욱과 그 사람들은.”

그는 말을 잇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괴물에게 먹힌 세 사람은 돌아올 수 없었다. 서수수는 7계급의 수계 괴물로 원영기에 해당했다. 전에 시하에게 맞서던 그 수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망경에는 6계급 이하의 영수들만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7계급의 괴물이 나타날 수 있죠?”

7계급의 괴물은 금단의 수사 열 명이 더 온다고 해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얼굴이 더 창백해진 여수가 말했다.

“여기도 안전하지 않아요. 그 서수수가 여기까지 따라왔을지도 모르잖아요. 출구로 빨리 나가야 해요.”

그녀는 다시 검을 부리더니 먼저 날아올랐다. 역요괘가 그녀를 말리지 않고 나머지 사람들도 출발하라고 손짓했다. 시하가 검을 띄우는 순간 어디선가 갑자기 피비린내가 몰려왔다. 그 여수사의 발아래에 있는 두 그루의 나무가 양쪽으로 뭔가에 억지로 눌려서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놀라며 하늘을 바라보다 큰소리로 외쳤다.

“어서 물러나요!”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오른쪽 팔과 어깨가 잘려 나간 그녀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방금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뱀 대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입에는 그 여수사의 팔을 물고 있었고 구리 방울 같은 두 눈으로 땅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을 노려봤다.

사람들은 넋을 잃은 듯 갑자기 나타난 그 괴물을 바라봤다. 누구도 괴물이 어떻게 그들을 따라왔는지 알지 못했다. 서수수가 입에 물고 있던 여수사의 팔을 삼키더니 고개를 숙여 땅으로 떨어진 여수사에게로 달려들었다.

시하는 손에 있는 검을 꼭 잡고 영기를 불 영기로 전환하여 검술을 불러냈다. 그 순간 큰 불길이 나오면서 뱀의 머리를 막았다.

“어서 공격해요.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죠?”

그녀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소리치자, 역요괘가 먼저 정신을 차리더니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서수수는 수계괴물이니까 물로 공격하면 안 돼요.”

사람들이 그제야 무기를 불러냈다. 어떤 사람들은 불을, 어떤 사람들은 검을, 어떤 사람들은 법기를 꺼내 공격하기 시작했다. 역요괘가 천뢰(天雷)를 불러내자 큰 우레 소리가 나면서 서수수의 몸을 쪼갰다. 역요괘는 뇌영근을 갖고 있었는데 천뢰는 예전부터 괴물과 상극이었다. 그가 일격을 가하자, 서수수가 바로 크게 비명을 질렀다. 괴물이 거대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자 순식간에 나무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넘어갔다.

“어서 피해요!”

시하가 큰소리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한 손으로 결인을 하며 흙벽을 불러내 사람들에게로 다가오는 그 뱀의 꼬리를 막았다.

흙벽은 그 7계급의 괴물을 막지 못했다. 뱀의 꼬리가 잠깐 멈칫하더니 바로 힘껏 무너뜨렸다. 시하는 사실 괴물을 막을 생각보다 검을 부릴 시간을 벌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 보니 다른 사람들은 이미 검을 부려 날아오르고 있었다. 시하도 서둘러 검을 불러냈다.

시하가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순간 앞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나 그녀와 부딪쳤다. 시하는 중심을 잃고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와 부딪쳤던 사람들은 이미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뜻밖에도 왕희와 임령이었다.

이 두 사람이 고의적으로 부딪친 거였어!

왕희가 상처를 입고 있어 두 사람이 함께 검을 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보다 조금 느리게 날고 있었다. 때문에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 비해 두 사람이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비록 제 시간에 날아오르긴 했지만 만일의 사태를 막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시하를 떨어뜨려 서수수의 주의력을 끌고 그 시간을 벌어 더 멀리 달아나려고 했던 것이다.

괴물이 아가리를 벌리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시하는 화가 나서 욕을 하고 싶었다. 이제 와서 숨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저 강경하게 저항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시하는 손에 든 검을 꽉 잡고 영기를 움직였다. 생각하는 대로 검들이 현란하게 움직였고,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검들이 나타났다. 모든 검들이 붉게 타오르고 있어 검이 지나가는 곳마다 맹렬한 불길이 일고 있었다. 그 순간 불길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바로 서수수를 공격했다.

서수수가 다시 큰 비명을 지르더니 시하를 공격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괴물에게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바로 왕희와 임령 두 사람이었다. 서수수가 입에서 거대한 물기둥을 뿜어내며 두 사람을 공격했다.

임령이 급하게 방어 결계를 하여 물기둥을 막으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바로 타고 있던 검에서 떨어졌다. 시하의 손에 있는 검들이 맹렬한 불길에서 수천수만 자루의 영검으로 변신하여 뱀을 공격했다. 하지만 괴물은 천성적으로 단단한 몸을 갖고 있어 영검들이 그의 몸을 공격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도리어 괴물의 몸에 있는 비늘 때문에 모두 튕겨 나와 괴물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각종 술법으로 공격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서수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로 아가리를 벌려 땅에 떨어진 두 사람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괴물에게 먹힐 듯한 위급한 상황에 몰리자 왕희가 갑자기 힘껏 앞에 있는 임령을 괴물의 입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본인은 뒤로 물러서며 서수수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서수수가 큰 입을 다물자 임령의 몸이 두 조각으로 잘렸다. 쿵 소리와 함께 뱀의 아가리 밖으로 나와 있던 몸의 절반이 아래로 떨어졌다. 땅으로 떨어진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시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임령은 왕희를 구하려 자신이 먼저 떨어졌지만, 왕희는 자기가 먼저 살려고 임령을 뱀의 입속에 밀어 넣었다. 임령이 살기 위해 자신을 밀치고 결국 이런 결과를 맞이했으니, 인과응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녀가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서수수가 이번에는 공중에 있는 수사들을 공격했다. 몸집은 거대했지만 몸놀림이 빨라 검의 속도에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역요괘의 뇌광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의 공격에 조금도 치명상을 입지 못했다. 잠시 후, 사람들의 몸에는 괴물의 꼬리에 쓸린 상처와 괴물이 뿜어낸 물기둥에 당한 상처들로 가득했다.

근데 방금 불러낸 그 화벽은 어떻게 괴물에게 상처를 입힌 걸까? 설마 거기가 괴물의 급소였나? 시하가 서수수의 머리 쪽을 자세히 살펴봤다. 역시 머리에서 가까운 곳에 비늘이 떨어져 있고 그 부위의 비늘 색깔이 다른 부위와는 조금 달랐다.

“머리에서 세 치 정도 아래를 공격해요. 거기에 상처가 있어요.”

시하가 큰소리로 외치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바로 술법의 방향을 바꿨다. 역요괘도 바로 천뢰를 불러내 그녀가 말한 그쪽을 공격했다.

“쿠오오!”

서수수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도 서둘러 각종 법술로 같은 곳을 공격했다. 서수수가 점점 통증을 호소하며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꼬리를 힘껏 휘두르자 순식간에 많은 나무들이 쓰러지며 숲이 텅텅 비었다. 역요괘가 다시 결을 만들어 하늘에 뇌운(雷云)을 모아 천뇌를 불러내려 했다. 그 순간 서수수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갑자기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사라졌다.

“사, 사라졌어요.”

남은 몇 명의 사람들이 어리둥절하여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자 역요괘가 더욱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라진 게 아니에요. 모습을 감췄을 뿐이지. 다음에 또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니까 모두 조심해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7계급의 괴물인 것도 모자라 모습을 감출 수 있다니! 그곳에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또다시 물비린내가 몰려왔다. 시하가 몸을 돌려 검을 휘둘러 화계가 아닌 뇌영기(雷靈氣)를 불러냈다.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번갯불이 검에서 뿜어져 나와 뒤에 있는 곳을 공격했다.

치지직하고 뭔가 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뒤에 삼 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서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명과 함께 서수수의 몸이 반짝 빛나더니 다시 원래대로 모습을 감췄다. 시하는 서둘러 거리를 유지했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먹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여러분! 한데 모이세요! 방어 진법을 써요!”

역요괘가 진기(陳旗)를 꺼내며 남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역요괘가 진기를 꺼내 들자 발아래에 진도(陳圖)가 나타났다. 투명한 방어막이 쳐지더니 그 안에서 여섯 명을 보호했다. 누군가가 물었다.

“역 사형, 이 진기가 얼마나 버틸까요?”

“…… 일각(15분).”

“일각밖에 버티지 못한다고요? 그럼 일각 이후면 우리는 다 죽는 건가요?”

목정이 곧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긴장한 듯 주변을 살폈다.

“이건 7계급의 괴물이에요. 우리가 이길 수 없어요. 괴물은 모습을 감출 수도 있죠.”

그때 왕희가 분노하며 말했다.

“일찍 알았으면 이욱의 말을 듣지 않는 건데, 한옥왕화는 무슨! 그가 아니었으면 이 괴물도 만나지 않았을 거예요.”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이욱을 들먹임으로써 마음속 분노를 삭였다. 시하가 듣다못해 머리가 아파 소리쳤다.

“그만 떠들어요! 다른 사람을 욕할 시간에 서수수를 어떻게 공격할지나 생각하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바로 입을 다물었지만 왕희만 여전히 차갑게 대꾸했다.

“마치 본인은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얘기하네요! 일개 외문 제자 주제에.”

“그래요. 저는 외문 제자이지만, 적어도 나 살겠다고 내 사람을 괴물의 입속으로 밀어 넣지는 않아요.”

왕희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가 임령을 밀어 넣은 사실을 스스로 잘 감췄다고 생각했는데 시하에게 들켜 버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시하가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전에 있었던 일로 원망하는 것은 확실히 품위가 떨어지는 일이었지만, 이중 제일 품위가 없는 사람은 바로 왕희였다. 임령은 이기적이긴 해도 그녀를 밀어내면서까지 왕희를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왕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괴물의 입속으로 밀어 넣지 않았는가.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쓸데없는 공론이나 펼치다니. 인간쓰레기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진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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