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189)

일반적으로 한 조에는 열 명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다 올라타자 땅 위에 있던 진법에 붉은 불빛이 깜박거렸다. 풍경이 바뀌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어느 평지에 도착했다. 평지는 아주 황량하여 사방에 황토와 모래, 그리고 말라비틀어진 초목밖에 보이지 않았다. 문밖에는 각 문파의 제자들이 모여 아주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사람들과 특별히 혼자 흩어져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람들 모두가 하나도 예외 없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시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하늘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구멍 안으로 어렴풋이 빼곡하게 들어선 초목들이 보였다. 보아하니, 그곳이 바로 무망경인 듯했다.

무망경은 역시 비경이었으나 50년에 한 번씩 개방하는 곳 치고는 안에 있는 자원들이 그렇게 풍족해 보이지 않았다. 무망경에는 괴물들이 많이 살아서 대부분 문파에서 무망경을 금단기 수사들의 수련 장소로 이용하거나, 혹은 자연친화적인 영수들의 거주지로 생각했다.

역요괘가 고개를 돌려 시하를 흘겨봤다.

“왜 그렇게 서 있어요? 빨리 와요! 아무리 날 잡고 늘어져도 도와주지 않을 테니까.”

시하를 제외한 다른 조원들은 모두 검을 부리거나 비검을 불러내 날아갔다. 역요괘는 사람들을 이끌고 하늘에 있는 그 입구로 날아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마치 다른 세계인 듯했다. 앞에는 삼림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초목이 풍성한 데다가 온갖 새소리와 꽃향기가 가득하였으며, 영기도 짙게 풍겼다. 그들은 멈추지 않고 앞에 있는 삼림 깊은 곳으로 바로 날아 들어갔다.

“말 좀 물을게요. 저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그녀가 참다못해 입을 열자 역요괘가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은 따라오기만 하면 돼요. 쓸데없이 말이 참 많네요.”

역시 반항기의 꼬맹이는 전혀 귀엽지 않았다.

그때 흰색 소매에 파란색 문양이 수놓여 있는 옷차림 여자가 설명했다.

“저희는 영수를 잡으려고 온 거에요. 무망경은 한 번 열리면 보통 보름 동안만 유지되죠. 비경 밖에 있는 괴물들은 모두 2, 3계급의 괴물들이고, 조금 높은 계급의 괴물들은 모두 안쪽에 있어요.”

그럼 시간을 맞추려고 그러는 거였구나. 어쩐지 바로 안으로 들어간다 했어.

“아, 고마워요.”

여자는 그녀를 보고 다정하게 웃더니 다시 칼을 부리는 데 집중했다. 열 명의 조원들이 반나절을 날고 나서야 멈추었다. 역요괘가 사람들을 이끌고 어느 평지에 내리더니 하늘을 살피면서 말했다.

“여기서 흩어졌다가 유시(오후 5~7시)에 다시 여기로 집합할게요.”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각자 몸을 돌려 뿔뿔이 흩어졌다. 시하는 영문을 몰라 조용히 옆에 있는 그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영수를 잡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여기서 흩어지자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자는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며 대답해주었다.

“사문(師門) 임무를 수행하는 거죠. 당신네 역검봉은 사문 임무가 없어요?”

“당, 당연히 있죠!”

사문 임무는 또 뭐지? 들어 보지 못했는데.

“저희 단봉의 사문 임무는 간단해요. 낮은 계급의 영초를 채집하는 거라, 열흘 정도 지나면 바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요. 사매는 역검봉에서 왔으니, 그쪽 임무는 수련하는 무기 재료와 관련이 있겠네요. 외문은 옛날부터 임무가 어려웠죠. 그럼 저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이만!”

“고마워요!”

시하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몸을 돌려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갔다. 사문 임무 같은 건 받은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임무를 수행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듯해 여기저기 돌을 뒤집고, 땅도 파 보았다. 그녀는 오는 내내 이 비경을 살펴보았다. 5년 동안 기다려 온 비경이었지만 대체 어디를 가야 그 애물단지 오빠를 찾을 수 있을지 막막했다.

괴물을 찾아 물어봐야 할까? 하지만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모르잖아! 여기까지 들어오면 휴대전화에서 뭔가 알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확인하니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설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걸까? 오빠와 휴대전화 시스템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걸까? 전에 그 상자는 그저 우연이었을까? 그녀는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져 앞에 있는 돌을 발로 걷어찼다.

“아야!”

오른쪽 풀숲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화가 잔뜩 난 역요괘가 풀숲에서 튀어나왔다.

“이봐요. 지금 뭐 하는 거죠?”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각자 흩어져서 움직이자고 하지 않았어?

“저를 따라온 거예요?”

그의 얼굴에 잠깐 곤란해하는 기색이 비쳤다.

“제가 따라오고 싶어서 따라온 줄 알아요? 저의 아버지께서 동문들을 잘 보살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으면 제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가 방금 돌에 얻어맞은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 귀찮음과 불만이 가득했다.

“우리 중에 당신의 수행 계급이 제일 낮은데, 제가 보살피지 않았다가 나중에 괴물한테 먹히기라도 하면 다 제 책임이라고요.”

말을 좀 예쁘게 하면 안 돼? 좋은 말을 하면서도 꼭 그렇게 사람 기분 나쁘게 얘기해야겠어? 시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괜찮아요. 가서 다른 사람들이나 보살펴요.”

어린애와 언쟁이나 벌이려고 하고 싶지도 않았고, 어차피 시하도 그리 멀리 갈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녀를 흘겨보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당신 정말 뭘 모르는군요. 이 몸이 당신을 돕겠다고 나선 건 조상 덕인 줄 아세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미성년자라고 내가 봐줄 줄 알아?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그가 방금 이마에 와서 부딪친 그 돌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찬 돌이 ‘현철석(玄鐵石)’이라는 걸 제가 모를 줄 알았어요?”

“현철석이 어때서요?”

그 돌이 당신의 그 오만함을 고쳐주기라도 하나? 그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역검봉 사문 임무를 모를 줄 알아요? 300개의 현철석, 100개의 백릉(白凌)이 3급 수련 무기의 재료잖아요. 그게 현철석인 걸 알았으면서 왜 방금 그 돌을 찬 거죠?”

사문 임무가 이거였어? 필홍은 왜 나에게 역검봉의 제자라는 신분을 주고, 이름은 왜 갑자기 시하에서 하시로 바꾼 거지?

“당신, 고의로 돌을 나한테로 찬 거예요?”

시하가 어깨를 으쓱하며 두 손을 펴 보였다. 그래서 뭐. 날 물기라고 하겠다는 거야?

그는 한참 화가 나서 말을 잇지 못하더니 몸을 돌려 가 버렸다. 어휴, 반항기의 꼬맹이가 그렇지 뭐.

역요괘가 화가 나서 돌아간 후, 다시는 그녀를 따라오지 않았다. 시하는 하릴없이 반나절을 돌아다니다 해가 서산으로 저물 때쯤, 시간에 맞추어 집합 장소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모두 돌아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던 시선들도 이제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보아하니 사문 임무를 모두 잘 수행한 듯했다. 하지만 역요괘는 여전히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그의 여동생이라도 빼앗아 간 표정이었다.

날이 어두워졌고, 삼림에는 괴물들이 많았기에 지금 있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다시 삼림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리하여 모두 그 자리에 눈을 감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던 사이었다. 그저 외부인인 시하는 그들 사이에 끼고 싶은 생각이 없어 조금 멀리 떨어진 곳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참 영기를 움직이니, 몸에 있던 피로가 모두 사라지고 정신도 맑아졌다. 눈을 떠 보던 그때, 눈앞에 역요괘의 큰 얼굴이 들어오자 시하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뭐 하는 거예요?”

낮에 있었던 일을 지금 와서 따지려는 건가? 돌 한 번 던진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런데 역요괘가 손을 펴더니 그녀에게 뭔가를 건네주었다. 살펴보니 그것은 종이 법부였는데 위에 ‘구(驅)’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뭐예요?”

“구피부(驅避符)예요. 밤에 한기를 쫓아내 줄 거예요.”

시하는 영문을 모른 채 법부을 받아 들며 생각했다.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지? 설마 이 법부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걸까?

다시 자세히 법부 종이를 살펴보았지만 그 내막은 알 수 없었다. 시하는 조용히 방어결을 만들어 그 법부를 가동시켰다. 그랬더니 역시 그가 말했던 것처럼 법부 종이가 주위의 한기를 몰아냈다. 마치 그녀 주위에 보호막을 쳐 놓은 것처럼 영기마저도 따뜻해졌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으나, 이 법부를 가동하고 있는 건 본인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요?”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근데 왜 저한테 주는 거죠?”

그가 한참을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당신이 필요하니까요.”

이 사람 혹시 돌에 맞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아까는 그렇게 무섭게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더니 왜 갑자기 착한 남동생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거지? 시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마지못해 말했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역요괘가 그녀를 보며 웃었다. 화난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따뜻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그가 이상한 미소를 거두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좀 있다가 또 과일 하나를 꺼내더니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예요?”

“주과(朱果)라는 건데 이걸로 영기를 보충할 수 있어요.”

“또 저한테 주는 거예요?”

“네.”

시하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

“괜찮아요?”

갑자기 사람이 바뀌니까, 너무 무섭잖아.

“저 괜찮은데요?”

“머리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왜 갑자기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죠?”

“잘해주는 데 이유가 있어야 돼요? 어서 먹어요.”

역요괘가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재촉하더니 몇 개를 더 꺼내 그녀에게 안겨주었다. 시하는 손에 있는 과일을 만지작거리며 태도가 180도 바뀐 역요괘를 바라보았다. 시하는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그의 심중을 읽으려고 애썼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의 오만 방자하던 눈빛마저 전부 사라져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싫어요!”

그녀가 과일을 다시 그의 손에 돌려주며 말했다. 독이라도 있으면 어떡하라고? 원수 대하듯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태도를 바꾼 걸 보면 분명 뭔가 있을 거야. 그런데 그가 당황하더니 다시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맘에 안 들어요? 괜찮아요. 여기 파란 과일, 노란 과일, 자색 과일이 있는데 어떤 걸로 할래요?”

시하가 할 말을 잃었다. 낮 동안 과일만 채집한 걸까?

“저는 과일을 안 먹어요.”

“아. 그럼 배고프지는 않아요? 춥지는 않고요? 불로 추위를 쫓을래요? 아! 가서 법의를 좀 가져올게요.”

급하게 가는 모습이 마치 그녀가 감기에라도 들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하는 갑자기 머릿속에 뭔가 떠올라 시험 삼아 불러보았다.

“오라버니?”

그가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시하의 머리 위로 한 무리의 까마귀 떼가 시끄럽게 울며 지나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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