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28/189)

“역시 여기였군!”

“그 고적(古籍)에서 말한 것처럼 이 법진으로 화계요단을 이용하면 모현선부의 입구를 열 수 있군요.”

모현선부! 이건 나의 미션 목적지잖아?

그때 계한이라는 남자가 일행을 재촉했다.

“입구는 바로 닫히니까 어서 들어가요! 반드시 역회륜(亦回輪)을 가져와야 돼요.”

네 사람은 법진 안으로 줄지어 뛰어들더니 모습을 감췄다.

“은인님, 저희도 들어가요?”

용오천의 물음에 시하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들어가면 분명 그 사람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들 세 명 중에 척후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명은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 그들과 싸워 이기긴 어려웠다. 그리고 미션 애플리케이션이 그녀에게 모현선부로 가라고 했지 들어가라 하지는 않지 않았는가.

띵! 그때 주머니에서 갑자기 메시지 알림 소리가 들렸다. 시하가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선인’ 글씨가 쓰여 있는 그 애플리케이션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화면에 바로 이런 메시지가 나타났다.

[목적지 입구 도착!]

원래 있던 지도는 사라지고 한 줄의 검은 글자가 나타났다.

[목적지 입구에 도착하여 2단계 미션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내용을 열고 있는 중.]

[최종 목적지로 들어가 미션을 완성하십시오.]

[미션: 0/1]

업그레이드는 개뿔! 젠장, 기어코 들어가야 하는 거야? 그냥 미션을 한 번에 다 말해주면 안 돼?

“은인님?”

그녀가 조용하자 용오천이 참다못해 옷을 잡고 흔들었다.

나한테 제발 말시키지 마. 나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때 척후가 땅에 있는 법진을 보면서 말했다.

“이 법진은 무상전송진(无相傳送陳) 같네요.”

“무상전송? 알아듣게 얘기해봐.”

“무상전송은 위치나 형체가 분명하지 않아, 여기로 전송된다고 해도 어디로 나갈지는 일정하지 않아요.”

“우리가 저기로 들어간다고 해도 그 네 사람하고 같은 곳에 도착하지는 않는다는 거지?”

“네.”

시하는 기쁜 나머지 척후를 꼭 안으며 말했다.

“척후, 너는 나의 마스코트야! 오두방정, 어서 가시죠.”

“은인님, 제 이름은 용오…….”

용오천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따라나섰다. 은인님은 본인 이름도 고치려고 하시더니, 이제 내 이름까지 고치려 하시는 걸까?

세 사람이 법진 가운데로 들어서자 앞이 캄캄해지더니 바로 장소가 바뀌었다. 흙먼지가 자욱하던 성은 사라지고 눈앞에 캄캄한 지하 세계가 펼쳐졌다. 사방에 칠흑같이 검은 기둥과 자갈이 가득 깔린 통로, 몇 개의 크고 작은 불꽃, 그리고 그 불빛 아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누구지?”

사람 목소리가 들리자 시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그녀의 마스코트를 바라보았다.

출구가 같지 않다며? 우리 사이의 기본적인 신임이 이렇게 무너지나?

척후도 깜짝 놀라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묵묵히 손을 잡았다.

손잡아도 소용없어. 우리 사이에 신임은 이걸로 끝이니 이 몸이 너하고 해약을 하고야 말겠다.

“방금 분명 이쪽에서 영기가 느껴졌는데, 왜 갑자기 사라졌지?”

그 계한이라고 하는 금단수사가 세 사람 앞으로 걸어오더니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이상하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하고 다시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거야? 세 사람은 어리둥절해하다가 머리를 숙여 가슴 앞부분에 붙어 있는 은식부를 내려다봤다. 설마 이것 때문인가? 숨결만 숨기는 줄 알았는데 은신 기능까지 있을 줄이야! 좋아. 부적의 고급 기능을 봐서 계약은 당분간 계속 유지하도록 하지.

녹의가 앞으로 나와 계한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계한 사형, 아무래도 너무 긴장했나 봐요. 오늘 성안에는 아무도 없어요. 설사 누군가 알고 성안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법진이 열리는 시간을 맞추긴 어려웠을 거예요. 그러니 여기까지 들어오지는 못하겠죠?”

“들어보니 그렇네요.”

계한이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검을 거두고 일행과 함께 앞으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시하, 오두방정, 그리고 척후는 손짓으로 소통하며 멀찍이 네 사람 뒤를 따라갔다.

통로는 아주 깊었다. 두 무리의 사람들이 반 시진을 걸었는데도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어두컴컴하여 앞서가는 무리에 발견될까 봐, 세 사람은 술법으로 길을 밝히지도 못하고 소리 없이 멀리서 뒤를 따르기만 했다.

너무 조용한 탓에 네 사람의 대화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 그들의 대화로 네 사람은 경영파(璟靈派)의 제자들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비밀 입구는 우연히 만난 한 능력자에게서 받은 고적을 통해 안 모양이었다. 고적은 바로 마존이 남긴 것으로, 모현선부의 위치와 입구를 여는 방법이 담겨 있었다.

모현선부 내부에 함정이 많아 당시 마존만이 그곳을 지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존이 사라진 지 백 년이 되고, 법보는 많았지만 아무도 그가 사용했던 역회륜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모현선부의 지보(至宝) 역회륜이 그 안에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함정 법진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책에 담겨 있어 모험을 무릅쓰고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마존이구나. 안 그래도 이 두 글자에 반감이 있던 참인데 왜 여기서도 그 이름을 들어야 되는 거지? 그리고 올 거면 그냥 오지, 왜 공략까지 쓴 건데?

“도착했어요!”

네 사람이 걸음을 멈췄다. 방금 전만 해도 하나밖에 보이지 않던 통로가 갑자기 오른쪽과 왼쪽 두 갈래로 나뉘었다. 안은 여전히 칠흑같이 어둡고 통로의 윗부분에는 각각 ‘생’, ‘사’라는 두 문구가 쓰여 있었다. 네 사람은 문 입구에서 한참 고민하며 어디도 선택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시하의 일행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 두 통로는 안이 칠흑같이 어두워 보기만 해도 사람을 삼켜 버릴 듯 섬뜩했다. 비록 각각 생, 사라고 쓰여 있었지만 선부의 주인이 고의로 어떤 함정을 파 놓았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녹의는 조금 답답하여 일행을 바라봤다.

“어떡하죠? 이 밖은 영기의 움직임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 안에 어떤 함정 법진이 있을지 알 수 없어요. 어떤 문으로 들어가야 될까요?”

“이왕 생과 사라고 쓰여 있는데 생명의 문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중 한 남자 수사가 말했다.

“하지만 고의로 그렇게 써 놓은 거면요?”

다른 남자가 반문했다.

몇 사람의 시선이 다시 그중 수행 능력이 제일 높은 계한에게로 향했다. 계한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비장하게 말했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 하면 살 것이라고 했어요. 안에 들어가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죠.”

녹의가 초조하다는 듯 물었다.

“어떡하죠? 어쨌든 두 문 모두 들어가 볼 수는 없는 거죠?”

계한이 웃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뭔가 의식한 듯 뒤를 힐끔 돌아보면서 말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사는 쪽을 선택해야죠. 두 문 중에 분명히 법진이 설치되어 있는 쪽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리 알 수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먼저 시험하게 하죠.”

그가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결을 만들었다. 그러자 그의 몸 뒤에서 갑자기 다섯 자루의 법검이 나타나더니 시하를 향해 날아왔다.

“이미 따라왔으니, 한 번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젠장, 들켰네. 시하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지만 법검이 빠르게 날아와 길을 막더니 갑자기 불 담장을 만들어 퇴로를 차단했다. 세 사람은 뜨거운 불길을 피해 앞으로 나섰다. 발아래에 갑자기 법진이 환하게 밝혀지더니 통로 전체가 환해졌다. 시하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옆에 있는 척후와 용오천도 마찬가지였다. 녹의가 깜짝 놀라 외쳤다.

“당신들이었군요!”

“사매, 저 세 사람을 알아요?”

계한이 묻자 녹의가 잠시 멍해 있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제가 그 불여우를 잡는 걸 도와준 사람들이에요.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저희 뒤를 밟을 줄이야.”

지금 누가 뒤를 밟았다는 거야! 분명 네가 우리를 이용한 건데!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세 사람은 죽어도 여한이 없겠군. 안 그래도 실험용 쥐가 필요했는데.”

계한이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결을 만들자, 그들 발아래 법진이 더 밝게 빛나더니 굵은 쇠사슬들이 나왔다. 이들은 그들을 미끼로 이용하여 이 두 문을 가려내려 하고 있었다.

시하는 영기를 조종하여 물러서려고 했으나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이 뭔가 아주 무거운 것에 눌려 있어 압사당하는 듯했다. 특히 계한이라는 자는 그녀보다 몇십 배나 급이 높은 금단수사였다. 어리석기도 하지, 그 부적 하나를 붙이고 들키지 않기를 바라다니.

쇠사슬이 다가오자 보고만 있어도 몸에 통증이 느껴졌다. 방금 전만 해도 꼼짝도 하지 않던 척후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끌어당기더니 쇠사슬을 피했다. 그리고 손으로 결을 만들면서 뭔가 주문을 외우니 그 많던 쇠사슬들이 바로 재가 되어 버렸다. 쿵쾅하는 소리와 함께 발아래 법진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계한이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법진의 반격으로 피를 토했다.

“금단수사!”

척후는 바로 시하를 껴안더니 다른 한 손으로 용오천을 들고 앞을 향해 몸을 번개같이 날렸다. 그러더니 깜짝 놀라 허둥대는 그 무리들을 남겨두고 오른쪽에 ‘사’라고 쓰여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잘했어! 시하는 조용히 본인의 반려동물을 칭찬해주었다. 척후가 육계(六階)라 그 계한이라는 자와 비슷한 능력을 가졌음을 잠시 잊고 있었다.

척후는 그들을 데리고 한참을 날다가 멈췄다. 주위가 더욱 깜깜하고 밖에 희미하게 불빛이 보였다. 안은 너무 깜깜하여 손을 내밀어도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시하가 거리낌 없이 주문을 외워 불을 불러냈다. 그곳은 아주 긴 통로로 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매끄러운 돌 벽이 계속해서 이어져 척후가 이미 많이 날아왔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됐어, 이제 따라오지 못할 거야. 우선 날 내려줘.”

시하가 옆구리에 있는 그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자 척후는 잠시 망설이더니 그제야 그녀를 내려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을 살폈다. 심지어 그녀의 볼을 꼬집어보기까지 했다.

이건 뭐 생선의 신선도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난 괜찮아!”

“전 안 괜찮아요!”

용오천은 얼굴이 온통 보랏빛으로 변한 상태로, 손발을 허우적대며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

“목, 목이 졸렸어요. 놔줘요!”

척후가 잡아도 하필이면 목을 잡아서 용오천은 죽을 것만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척후는 그제야 자신이 또 다른 사람을 잡고 있었음을 알아차리고 용오천을 풀어주었다. 용오천이 캑캑거리며 몇 바퀴를 뒹굴더니 그제야 멈췄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한 명은 안아주고, 한 명은 들려오고, 해도 너무하잖아!

“괜찮아요?”

그녀는 용오천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가 숨을 돌리도록 도와주었다. 두 번쯤 두드리고 있는데 척후가 갑자기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용오천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었다. 방금까지도 보랏빛이던 안색이 서서히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척후는 용오천을 일으켜 세우더니 마치 전염병 환자를 피하듯 몇 걸음 물러서며 손을 몇 번이나 내저었다. 너무 싫어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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