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89)

큰 궁전에 옥화파 제자들이 앉아 있었다.

몇몇 뛰어나고 비범해 보이는 선인들이 궁전 양쪽으로 나누어 앉아 있었고 정확히 중간에 흰 수염의 사람이 한 명 앉아 있었다. 비록 머리는 희어도 두 눈에는 정기가 가득하여 전혀 늙어 보이지 않는 그가 한참 미소를 머금고 앉아 양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장문(掌門) 사형, 오늘이 겨우 제자를 뽑는 시험 첫날인데, 이렇게 일찍 불러 놓을 필요가 있나요?”

단하봉(丹霞峰) 봉주(峰主) 원하가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위에 앉은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사매(師妹, 여자 동문, 후배를 부르는 호칭),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장문 원조가 대답이 없자 옆에 있던 역검봉(歷劍峰)의 봉주 원계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신선계에 마수 우두머리의 공격이 있고 나서 이번이 백 년 만에 처음 제자를 선발하는 시험인데 어떻게 마음을 쓰지 않나요?”

“원하 사형도 우리 문파의 규칙을 모르는 건 아니잖소?”

그 말에 원하가 차갑게 한 번 웃고는 그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저 제자들은 이제 고작 산 입구에 도달했어요. 앞으로 문심계도 있을 텐데 하루 이틀에 걸쳐 이렇게 빨리 올라올 수 있겠어요?”

문심계 위에는 법진이 너무 거세 한 층 건너 한 층이 고비였다. 심약한 사람은 환각에 빠져 길게는 사나흘, 빠르면 하루 만에 쓰러졌다.

그 말에 원계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장문 원조가 급히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계 후배가 매사에 문파를 생각하는 모습은 선배들도 매우 기쁘게 생각하오. 확실히 이번 선발이 평소와는 달리 아주 중요한 선발이라 평소보다 더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해.”

이어서 원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나 원하 후배의 말도 틀리지 않지. 문심계는 태상 노사부께서 직접 내리신 것이니 매우 험난하고 각종 마술이 난무할 거요. 아마 너무 어려워서 여기 곧 입문하게 될 제자들뿐 아니라, 나라도 며칠 동안 나오지 못할 수도 있고.”

입씨름하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눈을 흘기더니 콧방귀를 끼며 돌아섰다.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원조는 당황스러웠다.

이놈의 대사형(大師兄)이니 장문이니 하는 것도 힘들어서 못해 먹겠구나.

원조는 옆에 있는 몇몇 후배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도움을 청했지만, 다들 딴짓만 하며 시선을 피했다.

‘오늘 주전(主殿)의 차 맛이 아주 좋네.’

‘오늘 주전의 하늘이 아주 맑아.’

‘오늘따라 주전의 기둥이 아주 웅장하게 보이는군.’

이런!

“하하, 후배님들.”

원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깨물더니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계속 중재에 나섰다.

“문심계 얘기를 하다 보니, 처음에 우리가 입문할 때가 생각납니다. 지금처럼 어렵게 계단을 올라, 꼬박 이틀 만에야 옥화문에 도착할 수 있었소. 후배들은 얼마나 걸렸나요?”

“열 시진이요.”

원계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후배는?”

원조가 원하를 보며 묻자 원하도 자신 있게 말했다.

“저 역시 열 시진이요.”

두 사람의 화가 조금 풀리자 궁전 안의 분위기도 다시 좋아졌다.

원조는 화가 누그러진 것을 보며 잠깐 숨을 돌리고는 다시 기세를 몰아 칭찬했다.

“두 후배는 워낙 뛰어나니 문심계는 당연히 아무것도 아니었겠지요. 아마도 우리 옥화파를 통틀어 그렇게 문심계를 빨리 올라온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정작 일고여덟 시진에 걸쳐 산을 오른 봉주들은 고개를 돌리고 못 들은 척했다. 원조가 자신의 턱에 난 산양 수염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백 년 만에 제자를 선발하는 날이니, 최고 심성을 가진 제자를 가리기 위해서는 이십 시진도 기다려야 할 겝니다. 오늘 문심계로 들어오는 이 제자들이, 두 후배만큼의 소질을 갖춘 제자들이면 좋겠지만 나는 그저 하루 안에 이 옥화…….”

“헬로, 안에 계세요?”

그가 아직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삐걱하고 문이 열리면서 이상한 머리 하나가 들어왔다. 원조는 순간 뭐가 퍽하고 얼굴을 때리는 기분이었다.

이놈의 문파가 계속 싸움이나 벌이고, 제자는 받긴 하는 거야?

문이 열리는 순간 수십 쌍의 눈동자가 눈부시게 반짝거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시하는 덜덜 떨면서 대궁전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궁전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모두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문 입구를 바라봤다.

“어, 제가 방해한 건가요?”

그녀는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궁전 안은 잠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가 이어서 각종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이 들려왔다.

“이, 이쪽이 새로 입문한 제자?”

“말도 안 돼. 얼마나 됐다고? 아직 반 시진밖에 안 됐는데?”

“당시 큰 사부님도 한 시진이 되어서야 올라왔어.”

“문심계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분명 문심계로 올라온 게 아닐 거야.”

궁전 안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다. 쳐다보는 시선들이 너무 뜨거워 그녀는 곧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 시하는 참다못해 궁전 안에 들여놓았던 한 발을 다시 거두었다. 문득 자신이 도마 위에 오른 생선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잠깐만!”

장문 원조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시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방금 전에 시하가 힘껏 잡아당겨도 조금밖에 열리지 않던 문이 스르륵 한꺼번에 활짝 열렸다.

“꼬마 아가씨, 두려워하지 말고 어서 들어오시오.”

시하는 어이가 없었다. 28세 어른에게 아직도 꼬마 아가씨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니! 누가 그런다고 기분 좋아할 줄 알고!

시하는 빠른 걸음으로 궁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원조는 흥분된 마음을 가다듬고, 최대한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마 아가씨, 당신이 이번에 들어오는 그 제자요?”

“음, 그럴 거예요!”

시하는 머리를 끄덕였으나 사실 그냥 꼬마아이를 도와주려다 여기까지 온 것이지 수선계니 뭐니 전혀 흥미가 없었다.

“장문 사형, 이 아가씨는…….”

“서두를 것 없소.”

원하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원조가 그녀의 말을 끊고 계속하여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 아가씨, 나에게 당신이 어떻게 산으로 올라왔는지 말해줄 수 있소?”

“걸어 올라왔지요.”

여기에 케이블카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걸어 올라왔다?”

원조는 가까스로 놀란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른 사람들도 급히 심호흡을 하였다.

“어떻게 올라온 거죠? 어디로 올라온 거죠?”

“계단으로 올라왔어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안 되나요?”

“되고말고, 당연히 되오!”

원조는 그 말을 듣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그럼 오는 길에 뭔가 보지는 못했소?”

“뭘 봤다는 건지…….”

시하는 한참을 생각했다. 중요한 건가? 설마 가산점 문제?

“말해도 괜찮소.”

“산과 나무, 네 마리 비둘기, 두 마리 두루미. 음, 이게 전부예요.”

산속에 숨어서 뽀뽀하고 있던 한 쌍의 원앙새는 말하려다 말았다.

“그게 다라고?”

원조가 놀라며 다시 묻자 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앞으로 동료가 될 사람들끼리 사적인 비밀은 지켜줘야지. 암, 그런 규칙 정도야 나도 잘 알고 있지.

“좋소, 좋아, 아주 좋소!”

원조는 수염을 만지며 연이어 ‘좋소’를 세 번 말하더니 얼마나 좋으면 두 눈을 붙인 채 활짝 웃었다.

원래 그는 이번에 들어오는 제자들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근데 옥화파에 이렇게 큰 인재가 들어오다니 이건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문심계를 통과하고 거기에다 오는 길에 어떤 환각 세계나 마술에도 걸려들지 않다니! 이건 그녀의 마음이 강인하여 그 어떤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녀가 최고의 오성(悟性, 사물에 대한 이해 능력과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가 오백여 년을 수행해 오면서도 이와 같이 오성과 심성을 모두 갖춘 제자는 처음 보았다. 설사 다섯 가지 영근(靈根)이 부족하다 하여도, 심성만 놓고 보면 다른 사람들의 수행 속도보다는 늦지 않을 듯했다. 옥화파에 다시 한 번 두 분의 노사부와 같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큰 인물이 나올 모양이었다.

“장문 사형, 내가 보기에 이 아이는 저와 인연이 있는 듯하네요. 저희단봉파에 입실 제자로 들이는 것이 어떨까요?”

원하가 급히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자 아까부터 계속 맞서던 원계가 뛰어 나오면서 이를 막았다.

“원하 사매, 잠깐만. 이 아이는 오성이 이렇게 좋으니 검수파에서 ‘단(丹)’을 수련해도 좋을 듯합니다. 우리 역검봉에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절차가 바뀌면 안 되죠.”

“단을 수련하는 것이 뭐가 절차에 맞는 거죠?”

원하가 갑자기 화를 냈다.

“흥, 스스로 잘 알 텐데.”

“너……!”

원조는 조용히 이마를 짚고 생각에 잠겼다.

장문 노릇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후배님들, 진정하시오.”

원조는 두 사람의 싸우는 소리에 머리가 다 아팠다. 곧 싸움이 일어날 듯해 급히 말리면서 말했다.

“아니면 먼저 이 꼬마 아가씨의 영근을 보고 그리고 나서 어느 파로 들일지 결정하는 건 어떻겠소?”

“필요 없어요. 영근이 어찌 됐든 꼬마 아가씨의 심성으로 보아 천상 검수를 할 인재입니다.”

원계는 손을 휘저으며 전혀 양보할 의양을 보이지 않았고 원하 또한 더욱 완강했다.

“검수가 워낙 상스러우니 당연히 영근을 가리지 않고 아무나 문파에 들이겠지요. 우리 단봉파는 전혀 달라요. 꼬마 아가씨의 성품이 교만하지도 조급하지도 않고 심성 또한 좋으니 천상 단수대사(丹修大師)가 될 좋은 인재예요. 만약 몸에 나무나 불의 영근을 지녔다면 그건 역시 단봉파의 사부가 될 운명을 타고난 거죠.”

“당신, 지금 누굴 보고 상스럽다는 거요?”

검수파 입문에 대해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니 원계가 화가 나서 바로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내가 당신이 무슨 꿍꿍인지 모를 줄 알고? 금, 목, 수, 화, 토 다섯 가지 영근 중에 이 아가씨가 두 항목이라도 맞으면 당신네 단봉으로 들이려고 하는 거잖소.”

“그게 뭐가 어때서요?”

원하는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쉽게 건드리지 않을 것임을 알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더욱 완강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땅이 나무를 낳으니 흙의 영근이단수파가 된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네요.”

“당신 완전 엉터리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 목 영근만 얘기하더니 이제는 토 영근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되다 보니 시하가 나머지 두 속성을 지닌 영근을 갖고 있든지 아니면 금, 수 한 쌍의 영근을 가지고 있어야만 포기할 수 있었다. 원계는 화가 나서 손까지 덜덜 떨었지만 원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제 말이 틀려요? 다시 말해서 당신네 검봉에 제자들이 이미 그렇게 많으니 순위를 따지더라도 저희 파에 들어오는 것이 맞아요.”

“제자의 수가 많고 적고를 따지자면, 당신들도 입실 제자는 많지 않지만 단봉에 그 화초를 키우는 제자들은 많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죠?”

원하가 고개를 돌려 원조를 보면서 말했다.

“장문 사형, 제 말이 틀렸어요? 이 아가씨는 저를 스승으로 모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원계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장문 사형, 어서 공정하게 판단해주십시오. 이 아가씨는 확실히 저희 검수파에 맞는 인재입니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왜 또 나한테 그러는 거야. 그저 영근을 알아보려고 한 것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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