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7화 (283/319)

247화

* * *

반 황제파가 르세라에서 이뤄낸 두 번의 승전 소식이 바이칸 각지로 퍼져 나갔다. 발 빠른 전령들이 말을 바꿔 가며 밤낮없이 달렸다. 때로는 새가, 때로는 배가 편지와 사람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드넓은 바이칸 동북부까지 그 소식이 닿기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저도 황제처럼 새나 키울 걸 그랬습니다.”

“시녀님도 답답하죠? 답답해 미치겠죠?”

“그렇긴 한데…….”

알렉사가 피식 웃으며 맥스웰을 바라보았다.

“저는 율리아를 믿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러는 맥스웰은 카루스 님을 믿지 않나 봅니다?”

“그 양반을 제가 왜! ……믿죠. 엄청 믿죠. 우리 할머니보다 더 믿어요.”

아니라고 꽥 소리를 지르려던 맥스웰이 갑자기 진지하게 카루스를 찬양하는 말을 늘어놓았다.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상관이 있을까 싶어요. 실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인격은 성자요, 부하들은 또 어찌나 아껴 주시는지.”

“거짓말인 거 너무 티 나는데.”

트리스탄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그거 아닌가? 반어법! 나도 알아. 재수 없는 인간을 너무 재수 없다고 말할 때, 너무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거!”

“아니야, 이 자식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고만!”

“너 이 새끼, 일부러 그러는 거지?”

최근 들어 부쩍 친해진 두 사람이 주먹을 휘두르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맥스웰은 슬금슬금 기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눈이 마주칠 때마다 천진난만한 눈웃음을 흘리기 바빴다.

하지만 그에게 마주 웃어 주는 기사는 없었다.

“이 천하에 재미없는 선배님들…….”

“맥스웰, 말을 아껴라.”

“예, 예. 알았어요.”

맥스웰이 불쌍한 척 어깨를 늘어뜨리고 트리스탄의 곁으로 다가갔다.

“트리스탄.”

“왜.”

“안아 줘. 갑자기 너무 추워졌어.”

“이리 와.”

트리스탄이 굵은 팔을 넓게 펼쳤다. 그러나 두 사람 다 말을 타고 있었기에 그의 품에 안길 수는 없었다.

그들이 주접을 떨거나 말거나 길을 찾느라 여념이 없던 알렉사가 기사들을 향해 물었다.

“여기서 어느 쪽으로 갑니까?”

“저쪽.”

“얼마나 남았습니까?”

“하루면 된다.”

“거의 다 왔네요.”

알렉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머리를 감싼 천에서 부연 먼지가 흩날렸다.

동북부는 끝없는 사막과 닿아 있어, 척박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서남부와 비교하면 영지민의 숫자도 6분의 1이 채 안 되고, 영주들의 성도 뚝뚝 떨어져 있어 귀족 간의 교류도 활발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앙의 귀족들은 동북부를 마지막 유배지라고 불렀다.

크세노 황제가 동북부에서 가장 쓸모없는 땅을 카루스 란케아에게 주고 그곳을 란케아 영지라고 명명했을 때, 귀족들은 카루스가 반역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황제는 카루스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5백 명의 기사를 그곳으로 유배 보내고 금족령을 내렸다.

리바이어던 기사단은 리바이어던 함대와 더불어 무혈 제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무장 집단이었다. 그런 그들을 황제는 짐승처럼 우리에 가둬두고 족쇄를 채웠다. 영웅이라 부르지 못하게 했다.

알렉사는 그들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모래 섞인 바람이 불었다. 한동안 이어진 침묵을 깨고, 알렉사가 물었다.

“반겨 주겠죠?”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사들은 여전히 과묵했고, 맥스웰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그러진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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