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코코의 목소리가 덩달아 낮아졌다. 율리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저를 납치하려 했을 때 깨달았어요. 이상하잖아요. 그는 제가 여덟 번이나 죽었다는 걸 아는데, 고작 부하 몇을 보내서 납치를 시도하다뇨. 그런 건 마조람 후작이나 쓸 법한 방식이에요.”
“황제다운 방식이 아니긴 했지.”
“황제가 북부 연합과의 전쟁에서 물러난 게 벌써 몇 달 전이에요. 그런데 황성에서 봤다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동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겠어요.”
“그가 몰래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는 거야?”
“데네브라 황비를 먼저 보낸 것도 그래서일 거예요. 미끼인 줄로만 알았는데, 연막이었던 거죠. 우리가 황비를 상대하는 동안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고 있었어요.”
코코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율리아는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결론부터 말했다.
“괜찮아요. 당분간 그는 저를 죽이려 하지 않을 거예요.”
크세노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쩌면 율리아보다 그가 더.
“그건 또 어떻게 알아.”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어요.”
크세노는 율리아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싫어.’”
그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과거는 따로 있다. 아마도 2년 전보다 더 먼 과거의 어느 날일 것이다.
“그러니까 네 말은, 황제가 그동안 멈췄던 정복 전쟁을 다시 시작할 거라는 거지?”
“네.”
코코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무시무시한 계획들이 자르르 펼쳐졌다. 바이칸으로 돌아간 황제는 과연 누구와 가장 먼저 싸우게 될까.
“준비는 충분히 했어요.”
식사를 끝낸 율리아가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코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충분히 했지.”
율리아의 대적자가 크세노 황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코코의 머릿속에선 수백, 수천 번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었다.
그녀는 오직 승리만을 위해 판을 짰다. 악마처럼. 아주 섬세하게, 아주 악랄하게.
알렉사는 직접 북부로 올라가 적국 지휘관의 목을 쳤다. 천재라 불리던 기사 시녀는 지금 북부 전선의 전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리라.
율리아, 코코, 알렉사. 이 세 명의 시녀가 그동안 무슨 일을 꾸며 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