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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 (258/319)

226화

이건 엄청난 수확이었다. 코코와 카루스는 율리아에게 너무 무모하게 굴었다고 나무랐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건 저주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보다 더 큰 수확이었다.

“황제는 제가 죽을까 봐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해요.”

“율리아.”

“제 피가 한 방울이라도 부족할까 봐, 그래서 저주를 완성하지 못하게 될까 봐, 작은 상처 하나조차 타협하지 못해요.”

우스운 일이었다.

적으로 짝지어진 자가 죽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는 처지라니.

“그도 여기까지 온 게 처음이거든요. 제가 누군지 알게 된 것도 처음이고, 저주를 완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도 아마 처음일 거예요.”

코코가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단순히 서로를 죽이는 것으로 저주가 완성된다면 자신의 대적자가 누군지 알아낸 마지막 해적왕에게도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조차 실패했다는 것은 저주를 완성하기 위해선 알려진 것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황제는 남부 연합이나 북부 연합과의 전쟁에는 관심조차 없을 거예요.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저주의 완성이지, 대륙 통일이 아니니까요.”

“하…….”

“황제는 제 심장을 찔러 그 피를 뒤집어쓰고 언제든 원하는 과거로 돌아가 신이 되려 해요. 그러면 대륙 통일은 물론이고, 전지전능해질 수도 있죠. 비가 오기 전으로 돌아가 비를 예측하고, 죽음이 예정된 사람을 살릴 수도 있으니까.”

“그 미친놈!”

코코가 짜증스레 외쳤다. 바바슬로프가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신음을 흘렸다.

치료를 받는 내내 율리아의 상처만을 살피던 카루스가 그제야 긴 숨을 내뱉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카루스 님.”

율리아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화내지 마세요.”

“네가 매번 네 목숨을 무기로 쓰려고 하는데 화를 내지 말라니…….”

“이번엔 아니에요.”

율리아가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저를 지켜 주실 거잖아요.”

당신은 매번 나를 살리고, 지키고, 이끌어 주는 존재니까.

“이길 수 있어요.”

율리아가 다시 확신을 담아 말했다.

“제가 이겨요.”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카루스가 가까스로 손을 내밀었다. 맞잡은 두 손에서 아지랑이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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