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8-2화 (250/319)

45. 남부 연합

카루스는 남부 함대를 끌고 바다로 나간 지 사흘 만에 한 무리의 늙은 해적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들은 평범한 어선을 타고 오르테가의 옛 부두로 향하고 있었다. 군함이 지나갈 때는 깃발로 암초의 위치를 알려 주기도 했다. 친절하고 훌륭한 어부 행세였다.

그러나 한때 그들과 한통속이었던 남부 함대의 병사들을 전부 속일 수는 없었다.

카루스는 그들에게 해적 조직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들의 본거지가 어디인지 물었다.

심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해적들은 충성심으로 뭉친 자들이 아니라, 배신자에 대한 처벌이 두려워 떠나지 못하고 남은 자들을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나 참, 복수가 무서워서 선장의 말을 따른다고?”

“이놈들은 희한한 게, 처형당하는 것보다 같은 해적들에게 쫓기는 걸 더 두려워하거든요.”

“왜?”

“동료의 손에 죽으면 다시 태어나도 해적이 된답니다.”

바바슬로프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얘기를 풀어놓자, 카루스가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바이칸 서북부에서 활동하던 해적들은 그런 소리 안 하던데?”

“그놈들이 믿는 건 북부 산지 쪽 전설이잖습니까. 산지는 먹고 살기 팍팍하니까 해안으로 슬금슬금 내려오다가 결국엔 해적이 된 놈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서북부 해적들의 모태는 북부에 있어서 그쪽 전설을 따른다는 건가?”

“맞습니다.”

바바슬로프가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갔다.

“서북부에선 해적식 처형이란 게 산 채로 바다에 던지는 거잖습니까. 북부는 죽은 자를 매장합니다. 그러니까 그놈들도 죽으면 꼭 땅에 묻혀야 한다고 생각해서, 배신자는 반대로 바다에 던지는 거예요.”

“물에 빠져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영원히 떠돈대요. 유령이 되어서.”

해적들은 죽은 뒤의 삶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는 동안 온갖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번 삶은 틀렸다 해도, 다음엔 좀 더 나은 인간으로 태어나길 바랐다.

카루스가 입매를 한껏 비틀며 웃었다.

“미친 것들이군. 인간이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난다는 것도 믿을 수 없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그 자식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될 리가 없잖아.”

“맞아요. 진짜 이상한 놈들입니다. 미신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인과응보는 안 믿는다는 게.”

“종교가 없는 게 신기할 지경이군.”

“아무래도 바다 때문이겠죠.”

바다에 목숨을 맡기고 사는 자들에게 바다보다 위대한 신은 없다. 바바슬로프가 웃으며 던진 말에 카루스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곤 꽁꽁 묶인 채 갑판 위에 꿇어앉아 있는 해적들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이놈들이 믿는 건 뭐지? 남부 해적이니까 오르테가의 전설을 믿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부터 물어보겠습니다.”

바바슬로프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남부 해적에 대해선 아는 바가 많지 않다며, 해적들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해적들의 눈동자에 독기가 서렸다. 한 편이었던 남부 함대가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을 배신한 게 무혈 제독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카루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곱지 않았다.

그런데 바바슬로프가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야, 너희들…… 저주를 믿냐?”

해적들은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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