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5화 (234/319)

205화

“혹시.”

알렉사가 노인에게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하고 물었다.

“그 보석에 대해 또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까?”

“했지.”

“무슨 말이었습니까?”

“저주를 완성하면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다는 미친 소리를 했어. 언제든 원하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던가. 그걸 찾아서 아내가 죽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 미친놈.”

“시간을 역행할 수 있다고요?”

“나처럼 술을 많이 마시던 놈도 아니고, 나이도 제법 젊은 놈이었는데……. 정신 차리라고 몇 번이나 꾸짖었는데 들은 체도 안 하더라고.”

노인이 남은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곤 알렉사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얼마 전에도 비슷한 걸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네들은 도대체 누군가?”

“비슷한 걸 물어봤다고요?”

“그래. 하도 수상해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금화를 많이 주더라고.”

노인은 이미 반쯤 취해 있었다. 알렉사와 맥스웰이 오기 전부터 술을 마시고 있던 모양이었다.

“주벤은 그 보석을 미친 듯이 찾아다녔어. 여러 번 죽을 뻔하기도 했지. 그걸 찾으려고 해적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싸대기를 후려쳤다니까?”

“그는 죽었습니까?”

“죽었어.”

노인이 후, 한숨을 내쉬었다.

“딸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 그 딸도 아버지가 말도 안 되는 전설을 쫓아다니다 비명횡사했다는 건 모르는 채 사는 게 나을 거야.”

“어떻게 죽었습니까. 혹시 무덤이라거나…….”

“해적 놈한테 무덤은 무슨! 놈은 그 보석 때문에 해적선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배신자로 낙인찍혀서 처형당했어. 해적식으로.”

해적식으로. 그게 뭔지 아는 두 사람은 차마 더 묻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주벤 아르테는 율리아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산 채로 바다에 던져진 것이다.

알렉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비슷한 걸 물어보러 왔던 사람들에 대해선 기억하십니까?”

“앞도 안 보이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돈을 많이 줬어. 그리고…… 또 누가 와서 같은 질문을 할 거라고. 그때 뭐라고 했더라…….”

연거푸 술을 들이켠 노인이 흐릿한 눈동자를 끔벅거렸다.

알렉사가 눈썹을 찡그리며 맥스웰을 바라보았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자세를 낮춘 채 무기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주벤 아르테의 흔적을 찾는 자. 율리아는 그들에게 그에 대해 경고했다.

알렉사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제가 먼저 나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노인이 그물을 짜던 창고는 부두에서 조금 먼 곳에 있었다. 규칙적인 파도 소리와 함께 낯익은 오싹함이 느껴졌다.

알렉사는 창고 문을 열자마자 재빠르게 자세를 낮추고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창고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가 제법 많았다. 기척을 감추는 실력이 뛰어난 걸 보니, 분명 소속이 있는 암살자들일 터였다.

그러나 알렉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검을 쥔 그녀는 왕자궁의 앳된 시녀님이 아니었다. 눈앞에 쏟아지는 핏물을 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그녀가 순식간에 적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들을 보낸 자의 이름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심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든요. 한데 그들이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편지를 쥔 율리아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붉은 산의 다이아몬드가 너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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