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4-2화 (187/319)

32. 붉음보다 더 붉은, 암흑보다 더 검은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재판이 끝나기 전에 맥스웰이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후작 부인을 잡을 수 있었다.

율리아는 냉정한 눈으로 크리스틴의 재판을 지켜보았다.

왕자궁의 모든 사람이 초조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맥스웰의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율리아의 시선은 크리스틴과 후작 부인, 그리고 왕비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후작 부인이 왕비를 만나고 돌아간 뒤부터 왕비의 친정 가문에서 적극적으로 크리스틴을 감싸고돌기 시작했다. 왕비궁의 시녀들과 그 가문들도 마찬가지였다.

국왕의 주장에 동의하는 세력과 마조람 후작가를 보호하려는 세력이 팽팽하게 싸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로를 물어뜯느라 모두가 분주해진 그때, 감옥에 갇혀 있던 궁내부 관리가 유서를 남겨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그는 철저하게 감시당하고 있었다. 그가 갇혀 있는 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지하 감옥이었으며, 왕가의 충실한 병사들이 교대로 감옥 입구를 지켰다.

하지만 궁내부 관리는 죽어 버렸다.

유서만 달랑 한 장 남겨 두고.

이 모든 건 크리스틴을 모함하기 위해 율리아 아르테가 꾸민 함정이며, 자신은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내용의 유서였다.

왕궁이 발칵 뒤집혔다.

대부분은 마조람 후작가에서 재판을 엎기 위해 왕비를 매수한 뒤에 증인을 죽였다고 생각했다. 국왕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궁내부 관리가 증언을 뒤집고 죽어 버렸기에, 더는 크리스틴이 독살을 사주한 주범이라고 증명해 줄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죽은 자의 유서에서 율리아 아르테라는 이름이 나왔다.

“율리아 아르테, 왕명을 받으시오!”

왕자궁에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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