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왕은 겁이 많은 만큼 의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그의 부하들을 보내 공성 병기를 직접 확인하게 할 거예요. 그건 제국에서조차 아무나 함부로 가질 수 없는 물건이라는 걸, 그들에게 알려 주세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바이칸의 권력자와 인맥이 닿은 자가 아니면 절대 구할 수 없다고요.”
처음엔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데 이어진 그녀의 전언에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부두는 마조람 후작이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영지에 속해 있어요. 버려진 부두라고 불리지만, 범죄자들이 활발하게 이용해 왔고요. 그곳이 후작가의 소유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오르테가에 존재하지 않아요.”
카루스가 남부로 오기 전에는 밤마다 해적들의 금화를 담은 상자가 오가던 곳이기도 했다.
“왕의 부하들에게 물어보세요. 선원들이 지목하는 목적지가 도대체 어디냐고. 카루스 님은 제국인이니까, 당연히 몰라서 묻는다고 생각할 거예요.”
블라이스가 왕족을 공격하려 애써 준비한 공성 병기를 중간에 빼돌리고, 그걸 마조람 후작가에 뒤집어씌운다.
역모.
왕은 불같은 분노와 지독한 배신감에 잠도 이루지 못하게 되리라.
카루스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버려진 부두라니, 이 앞에 그런 곳이 있나?”
“…….”
왕의 보좌는 차마 입을 열어 말할 수 없었다.
“그대들이 가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군. 육지에서의 일까지는 도와 드릴 수 없을 것 같으니, 국왕께 먼저 보고하는 편이 좋겠고.”
“밀수선의 선원들도 저희가 데려가 조사하겠습니다.”
“좋을 대로 해. 이 배는 통째로 끌고 가서 주둔지에 처박아 둘 테니, 언제든지 가져가시게.”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왕의 보좌가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카루스는 별거 아니었다며 시원스레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날 국왕의 명령을 받은 왕실 기사단이 마조람 후작이 소유하고 있는 버려진 부두에 갑작스레 쳐들어와 그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특히 커다란 창고를 소유하고 있거나, 무겁고 큰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장비를 가진 자들이 주요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수상한 창고를 여럿 발견했고, 다량의 밀수품을 압수하기도 했다.
그곳은 밀수업자들의 부두였다. 마조람 후작이 그걸 모르고 방관했을 리가 없었다. 왕은 그 모든 일이 후작의 묵인 아래 자행된 것이라 결론 내렸다.
“마조람 후작을 불러들여라.”
마침내 왕의 명령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