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9화 (146/319)

129화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율리아는 고작 21살이었다. 철들기 전에 죽여 없애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이 설 만큼 영리한 아이였지만, 그래 봤자 이제 고작 21살이었다.

그 아이는 바실리의 허무맹랑한 사랑 고백에도 속절없이 흔들리며 마음을 무너뜨리던 순진한 계집애였다. 머리만 좋았지, 몇 푼 되지 않는 돈에도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고마워하던 어린 계집애.

그런 아이가 고작 두 계절 만에 노회한 책략가가 되어 나타났다고?

‘말도 안 돼.’

천재도 이럴 수는 없었다. 후작 부인은 율리아의 과거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왕궁은 분명 처음일 거고, 해방군이나 친제국파와도 접점이 없었다.

이건 노련하다 못해 능수능란하고, 독살스럽기까지 한 방식이었다. 통찰력을 뛰어넘어 독심술을 익힌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도대체 누굴까.’

분명 누군가 뒤에서 율리아를 도와주고 있을 것이다. 후작 부인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능구렁이 같은 힌치 백작일 가능성이 컸다.

마차에 오르던 후작 부인의 시선이 멀리 2왕자궁을 향했다.

최근 들어 후작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4개나 되는 가신 가문이 해방군 급진파에 의해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데다, 상인연합과의 연줄이 모두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자금이 막히니 배신하는 자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마조람 후작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워낙 덩치가 큰 세력이다 보니 전부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었다.

국왕과의 사이에도 틈이 벌어졌고, 왕비는 미쳐서 후작 부인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마조람을 발밑을 받치고 있던 든든한 바위가 조금씩 부서지더니 모래가 되어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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