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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131/319)

116화

블라이스의 얼굴에 큰 실망과 무한한 기쁨이 자리 잡았다. 그가 벌떡 일어나 율리아의 팔을 움켜쥐었다.

“율리아.”

“식사는 이제 됐어요. 북부 음식은 입에 안 맞네요.”

“난 진심이야.”

“저도 그래요.”

그녀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말투는 담담하고, 눈빛은 메말라 있었다.

어디에도 틈이 보이지 않는 완벽한 철옹성. 무너뜨리긴커녕 침입할 수도 없는 얼음산의 요새. 북부의 끝에 있다는 얼어붙은 바다.

도대체 이 여자에게 왜 그토록 벗어나고 싶던 고향의 추위가 느껴지는 걸까. 블라이스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추위 속에 버려진 짐승처럼 애타게 울부짖었다.

“날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놓으세요.”

“넌 정말…….”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율리아는 블라이스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러곤 한 손으로 그의 왼쪽 갈비뼈를 꽉 눌렀다.

“으윽……!”

블라이스가 율리아를 놓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리 가벼운 부상이라고 해도 건드리면 아프다. 하물며 피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까지 뒤집어쓴 상태라면 상처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아마도 꿰맨 곳이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 있겠지.

율리아가 주저앉은 블라이스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의사를 불러 드릴까요, 백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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