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맥스웰은 해방군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니 그들 중에서도 급진파에 속하는 자들을 따라가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블라이스 백작을 발견했다고 털어놓았다.
“안 들켜서 망정이지, 웃음이 터져서 심장을 코로 토할 뻔했어요.”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요? 고향의 독립을 위해서 오르테가를 돕겠다고? 일부러 황비에게 접근해 노예처럼 살았다고요?”
“예에, 하도 그럴싸해서 저도 속을 뻔했습니다.”
맥스웰은 다시 생각해도 코로 창자를 토할 이야기라며 피식피식 웃었다.
바바슬로프도 블라이스 백작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 변태 새끼는 언젠가 오징어처럼 납작하게 패 줄 거라며 투덜거렸다.
율리아가 카루스에게 말했다.
“블라이스 백작이 해방군을 움직여서 마조람 후작의 세력을 깎아 낼 생각인 것 같아요. 오르테가를 지배하는 친제국파의 힘을 덜어 내고, 그 자리를 해방군과 반제국파의 힘으로 채우는 거죠.”
황제는 그 꼴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카루스가 식사를 마치고 의자 팔걸이에 몸을 기대앉았다. 그러곤 느슨하게 물었다.
“블라이스를 죽여 줄까.”
“네?”
“놈을 죽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야. 황제도 내가 드추바 섬에 주둔지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보고하면 기뻐할 거다.”
“기뻐하다 뿐입니까? 데네브라 황비도 아니고, 그 여자가 기르는 짐승 하나 정도는 죽여도 눈감아 주겠죠.”
바바슬로프가 반색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나가서 놈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율리아와 맥스웰의 생각은 달랐다.
“시녀님, 블라이스가 해방군의 손을 잡자마자 무슨 짓을 했는지 아십니까?”
“마조람 후작 대신 돈을 풀어 줬겠죠.”
“역시!”
맥스웰이 손뼉을 짝 쳤다. 그러곤 율리아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추적 불가능한 돈을 잔뜩 풀었어요. 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온 것 같더라고요. 해방군은 놈이 내민 어음을 보곤 정신을 못 차리기 시작했고.”
“상인연합으로 가겠네요. 그 정도로 액수가 큰돈을 유통하려면 상인연합이 제일 만만할 테니까.”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던 참입니다.”
맥스웰이 이번에는 율리아와 카루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한 손으로 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저기, 그 전에 한 가지만 확실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뭐.”
“마조람 후작 놈이랑 그 떨거지 새끼들은…… 우리 적인 거죠?”
“몰라서 묻는 거냐?”
카루스가 맥스웰을 서늘한 얼굴로 노려보았다. 그러자 맥스웰이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그게 아니라! 제 말은, 그러니까 블라이스 백작이 해방군과 함께 마조람 후작의 가신들을 공격하기로 했어요!”
“뭐?”
“독사 같은 놈이에요. 누구한테 들었는지 몰라도, 전임 상인연합 대표와 그의 수족들에 대해 다 알고 있더라고요. 그중에서 마조람 후작과 같은 성을 쓰거나 가신으로 구분되는 귀족들을…….”
율리아와 카루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맥스웰의 말을 듣고만 있던 바바슬로프가 두 사람을 대신해서 심각하게 말했다.
“뭐여. 우리 편이네?”
기분 나쁘게.